【팩트TV】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이 한창 치러지고 있는 13일 오전, 한편에선 청소년 3명이 학벌사회와 경쟁교육을 비판하며 대학입시 거부선언을 했다.
‘대학입시거부로 삶을 바꾸는 투명가방끈들의 모임‘ 회원 10여 명은 이른 한파에도 이날 오전 10시 30분, 서울 종로구 서린동 청계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오늘 수능시험, 그리고 수능시험이 상징하는 대학입시와 경쟁교육에 맞서 거부를 선언한다.”라고 목청을 높였다.
대학입시거부 ‘투명가방끈’들의 모임 회원들이 13일 오전, 청계광장에서 ‘대학입시 거부’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고승은)
이어 "학교가 입시와 취업을 교육의 목표로 삼고, 미래를 위해 오늘의 행복을 포기하라고 강요하고 있다"며 "교육은 권리가 아닌 강압이 되어가고, 그럴수록 '교육'의 본래 의미를 잃고 침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거부 이유에 대해 “대학 중심의 교육을, ‘가방끈’, 즉 출신 학교와 성적으로 사람을 차별하는 사회를 거부하고 바꾸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이들은 “대학을, 대학입시와 학벌주의에 담긴 이 사회의 차별과 경쟁의 논리를 거부하겠다.”라며 “우리가 겪게 될 차별 속으로 뛰어들어 정면으로 맞설 것”이라고 밝힌 뒤 “대학거부의 목소리가 더 커질 때, 불복종하고 바꿔야 한다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때, 변화는 대세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자기가 아닌 자기소개서를 쓰기 위한 입시경쟁”
이날 입시거부선언자인 황채연 양은 “학생들은 대학이 아닌 다른 진로를 찾을 수 있는 시간을 가지지 못하고 있고, 혹여 대학 외의 다른 길을 찾았다고 해도 주변의 시선과 억압 때문에 결국에는 대학을 진학하는 쪽으로 발걸음을 돌려야만 하는 상황”이라며 현재 상황을 비판했다.
수능날 대학입시거부선언을 한 황채연 양이 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사진-고승은)
이어 "많은 학생들이 꿈을 찾기는커녕 자신의 자아조차 찾지 못한 채 결국 자기소개서 작성과 이를 위한 스펙쌓기에만 열중하고 있다."라며 "결국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한 학생은 드물어 지고,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를 고민하지 않는다."라고 꼬집었다.
김예림 양은 “대학입시거부를 만난 지금 돌이켜보면, 나는 단 한 순간도 대학을 안 가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라며 “많은 학생들이 생각하듯 나 역시도 대학은 내 인생에서 빠질 수 없는 하나의 필수코스였고, 내 꿈은 대학에 맞춰졌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오늘 대학입시를 거부하며 좋은 학벌과 찬란한 미래를 얻기 위해 줄세우기 경쟁을 하고, 다른 이를 밟고 올라설 수밖에 없도록 하는, 그런 대학 입시가 바뀌는 날을 꿈꿔본다"고 선언했다.
역시 입시거부를 선언한 함이로 군은 “학교를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왜 내가 원하는 걸 배우려고 경쟁해야 하나’ , ‘왜 진학은 성적순인가’ , ‘왜 영재학교와 꼴통학교라는 게 따로 있을까’라는 물음과 고민을 가지고 있었다."라고 전했다.
함 군은 “현재의 대학은 (학생을) 착취의 구렁텅이로 내모는 공간이 되어 있다.”고 지적한 뒤 “반값등록금을 해달랬더니 학자금대출로 더욱 힘들게 만들어 버렸다”면서 “대학을 졸업해 취업을 하면 빚을 갚느라 10년을 시달리며 살아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대학거부 선언자였던 박건진 씨는 "하고 싶은 모든 일에서 대학졸업장을 요구하는 현실에 참담함을 느꼈다."라며 "지금의 학문이 대학에 국한돼 있는 거 같아 부당하다 생각한다.“면서 ”나쁜 사회가 잘못됐다고 이야기하는 게 필요하지 않겠나. 앞으로 새로운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마음을 다짐했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이들은 8대 요구안으로 ▲줄세우기식 무한경쟁교육 반대 ▲권위적 주입식 교육 반대 ▲교육과정에서 학생 인권 보장 ▲모두가 대학가야 한다는 편견·강요 반대 ▲학벌차별, 학벌사회에 반대 ▲충분한 교육예산 확보 ▲입시·취업만을 목표로 하는 교육 반대 ▲사람답게 살기 위한 안정적인 사회보장 등을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후, 수능거부자 3인은 수능거부와 무한경쟁 등을 비판하며 여러 개의 가방끈을 묶은 줄을 가위로 자르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수능거부자 3인이 가방끈을 묶은 줄을 가위로 자르는 퍼포먼스를 벌였다.(사진-고승은)
한편, 이날 기자회견문을 낭독한 투명가방끈 회원 김서린 씨는 <팩트TV>와의 인터뷰를 통해 “매년 수능이 있는데, 입시나 경쟁교육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분들의 목소리를 더 사회에 알릴 수 있도록 기자회견을 준비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2011년 첫 대학거부 선언이 나온 이후 모두 60여명이 선언에 동참했다."라며 "내년 2월에는 대학거부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 출판될 예정이고, 대학거부 설명회도 계획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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