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 12일 수험생들이 수학능력시험을 치르는 동안, 서울 도심에선 올해 수능 거부선언을 한 학생들의 당찬 목소리가 울려펴졌다.
이날 오전 11시 경,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빌딩 앞에선 올해 대학 입시를 거부한 고3 학생들과, 대학 거부자들의 모임인 ‘투명가방끈’이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거부선언’을 진행했다. 올해 거부선언에 동참한 이는 총 5명이다. 각자 쓴 선언문을 발표했다. 투명가방끈의 거부선언은 2011년, 13년, 14년에 이어 네 번째다.
이들은 기자회견에 앞서, 동요 '곰 세 마리'와 애니메이션 '카드캡터 체리' 주제가를 '입시는 이제 잘 가라'는 뜻의 '입시즐'로 개사해 부르고 손뼉을 치며 이른바 입시 거부자 응원전을 벌였다.
올해 거부 선언에 새로 동참한 윤쓰리(활동명) 씨는 “우리나라 입시 경쟁은 사람이 아닌 기계의 삶을 강요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이 자리에서 행복하고 싶다. 모든 청소년은 이 자리에서 행복해야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역시 거부선언에 동참한 김한률 씨도 “수능출정식과 전쟁의 공통점은 목숨을 걸어야하는 것이다. 하나의 관문으로 전력질주를 하기 때문에, 결국 누군가는 충돌하고 말 것”이라며 “치이고 치이다가 아무도 모르게 숨 거두고 말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누군가의 등을 떠밀어야하는 치킨게임을 오늘 그만두겠다.”며 거부 선언의 뜻을 밝혔다.
역시 거부선언에 동참한 양지혜 씨도 “수능을 보든 안보든 우리의 미래는 절망적일 수밖에 없다.”며 “탈락의 범위가 넓어지는 사회 속에서, 입시 부조리를 거부하며 모두가 탈락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거부선언에 동참했던 김예림 씨는 “지난 1년간 알바를 하며 생계를 이어갔고, 거부 당시 ‘안정적으로 잘살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후회는 하지 않는다. 입시경쟁과 학벌을 평가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 거부선언을 하시는 분들과 서로 지지하고 의지할 수 있는 관계를 맺게 됐다”며 소감을 전했다.
현재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김경빈 씨도 지지발언에 동참해 “거부자들의 선택에 대해 ‘너희 앞에 장밋빛 미래가 있을 줄 아느냐, 사회는 냉혹하다’고 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거부자들은 이를 제일 잘 알고 있다.”면서 힘을 실어줬다.
한편 이들은 7대 요구사항으로 ▲야간·주말·공휴일 수업 등 과잉학습 금지 ▲무리한 교육과정의 축소 ▲지나친 ‘줄세우기 시험’의 중단 ▲고교·대학 서열화 폐지 ▲학벌-학력 차별 사회 개선 ▲교육정책에 학생들 의견 민주적 반영 ▲문화생활과 건강 위한 교육재정 확보 등을 밝혔다.
이날 입시 거부선언에 참여한 김한률 씨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상위권)대학 갈 성적이나 되나. 호들갑 떠는 거 아닌가’라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제 자신을 지키는 일을 하고 싶었다. (입시 때문에)사람이 죽지 않아도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선 ‘억울하면 출세하라’고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선 “인류 역사에서 권력을 가진 자가 사람들을 위해 무언가 한 적은 드물다.”면서 JTBC 드라마 <송곳>에서 구고신(안내상 분)이 한 대사를 인용했다.
“사람은 대부분 그래도 되는 상황에서는 그렇게 되는 거요. 노동운동 10년 해도 사장 되면 노조 깰 생각부터 하게 되는 게 인간이란 말이오. 당신들은 안 그럴 거라고 장담하지 마. 서는 데가 바뀌면 풍경도 달라지는 거야"
결국 권력을 쥔 위치에 서게 되면, 예전과 상반되는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수차례 “우리를 거부하는 교육을 거부한다.”라는 구호를 외치고 기자회견을 마쳤으며, 같은 날 오후 6시에는 ‘밤에는 학교·학원의 불을 끄자'는 주제로 공동행동 거리집회를 대한문에서 열고, ’혼자가 아니야‘라는 제목의 대학거부파티를 서울 마포구의 우리동네 나무그늘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투명가방끈은 경쟁교육과 무한경쟁으로 낙오자를 양산하는 기성체제에 저항하기 위해 지난 2011년 대학거부선언과 대학입시거부선언을 하면서 시작된 모임으로, 이 모임을 통해 그동안 58명이 대학거부를 선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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