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 카카오톡이 검찰의 사이버 검열 논란에 휩싸이면서 카톡 이용자들이 독일에 서버를 둔 비영리 메신저 텔레그램으로 옮겨가는 추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른바 ‘사이버 망명’이 급증함에 따라 텔레그램은 물론 이 메신저 개발자인 파벨 두로프(30)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팩트TV>는 17일 오후 3시경 파벨에게 이메일 인터뷰 질문지를 보냈는데, 이날 밤 12시경 답변서를 받았다. 불과 9시간 만에 답을 해온 셈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텔레그램 개발자 파벨과의 인터뷰는 국내에서는 <팩트TV>가 처음이다.
▲ 텔레그램 개발자 겸 CEO 파벨 두로프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개한 사진.
텔레그램의 CEO이기도 한 파벨은 ‘러시아의 마크 저커버그’로 불리는 억만장자이다. 대학 졸업 직후인 2006년 9월, 러시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브콘탁테’(VKontakte·이하 VK)의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 VK는 구소련 지역 이용자 수가 약 1억 명에 달하며, ‘러시아판 페이스북’으로 불린다. 이를 통해 파벨은 2억6000만달러의 자산가로 성장했다.
파벨은 우크라이나 반정부시위 과정에서 시위 주동자의 개인정보를 넘겨달라는 러시아 정부의 요구를 거절하며 갈등을 빚어 왔다. 금년 초 러시아 정부의 정책에 대항해 러시아를 떠난 파벨은 최근 푸에르토리코 동쪽에 위치한 카리브해 국가 세인트 키츠 앤드 네비스에 25만 달러를 기부하고 이 나라 시민권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팩트TV>는 질문지에서 해외로의 망명 배경, 한국의 사이버 망명에 대한 견해, 한국인 이용자에 대한 추가 서비스 계획, 개인정보 강화 방안, 한국 메신저 업체들의 신뢰 회복 및 생존 전략, 수익모델 창출 등 총 7개항에 대해 물었다. 이에 대해 그는 A4 두 장 분량의 답변서를 통해 친절하고도 겸손한 태도로 정성껏 답했다.
우선 그는 “돈이 내 인생에서 우선순위였던 적이 없다”며 “내게 중요한 것은 내가 정직한 사람이 될 수 있는지와 내가 올바르다고 믿는 것을 지킬 수 있는가이다”라며 러시아에서 망명한 배경이 자신의 신념을 지켜내기 위한 것임을 에둘러 밝혔다.
또 한국 정부의 사이버 검열 문제와 그로 인한 ‘사이버 망명’ 사태를 두고는 “한국 국민들은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으며 나는 당신들의 성공을 빈다.”고 밝히고는 ‘안정을 위해 자유를 포기한 자는 둘 중 어느 것도 가질 수 없고 가질 자격도 없다.’는 벤자민 프랭클린의 말을 빌려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최근 텔레그램 국내 가입자 수는 30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급증하는 한국인 가입자들을 위한 서비스와 관련해 그는 “아이폰과 아이패드 용 한국어 버전의 텔레그램 앱을 오늘(10월 18일) 애플에 제출해 검토단계에 있다.”며 “한국에서 텔레그램 데스크탑 버전의 호응이 좋아 텔레그램 데스크탑 버전도 곧 한국어로 번역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또 향후 회원들의 개인정보 강화 방안과 관련해서는 “우리는 사생활 유출에 대한 모든 잠재적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꾸준히 강력한 암호화를 연구하고 있다.”며 “10월 말에 전 세계인이 참가하는 대회를 열어 우리의 암호화 기술을 무력화 하는 기술을 겨뤄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텔레그램의 핵심은 메시지의 ‘암호화’. 모든 메시지는 암호화되고 지정된 기간 이후에는 메시지가 자동으로 삭제된다. 특히 비밀대화방 내용은 아예 서버에 저장되지 않으며, 메시지 전송도 엄격한 암호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중간에서 이를 열람해도 내용을 알 수 없다. 실제 올 3월 텔레그램 측은 상금으로 20만 달러를 걸고 텔레그램의 암호와 메시지를 복원하는 해킹 콘테스트를 열었지만 성공한 사람은 없었다.
최근 카카오톡이 처한 상황에 대해서도 나름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나 또한 러시아에서 VK를 운영할 때 비슷한 상황을 겪었기 때문에 그들의 상황을 잘 이해한다.”고 공감을 표하고는 “그때의 경험이 텔레그램을 물리적, 법적으로 여러 나라의 관할로 나눠지도록 설계한 이유이며 이 때문에 텔레그램은 특정 국가의 정치권력이나 법률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수익모델 창출 방안에 대해 그는 “보안을 지키는 메시징 서비스는 모든 사람들에게 비용을 받지 않고 광고를 빼고 서비스해야 한다고 확고히 믿는다.”고 전제하고는 텔레그램이 지속가능하면서도 재정적인 독립을 위해 “내년에 몇몇 부가적인 유료기능 혹은 텔레그램 이용자에게 기부를 요청할 생각이다.”고 설명했다.
빠른 답신에서 보듯 그는 한국인 이용자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는 “수많은 한국인들이 텔레그램을 자신의 친구들에게 추천한 것에 대해 감사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며 한국인 이용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아울러 그는 “당신만 괜찮다면 이 인터뷰를 내 개인 블로그에 게재하고 싶다.”고 기자에게 밝히기도 했다.
▲ 파벨 두로프가 18일 <팩트TV>에 보내온 이메일 인터뷰 답신.
다음은 파벨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1. 텔레그램의 CEO인 귀하는 러시아 정부가 ‘브콘탁테’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넘기고 페이지를 폐쇄하라는 공문을 보내자 이를 거절하고 망명의 길을 떠났다. 억만장자의 반열에 올랐는데, 왜 이런 선택을 한 것인가? “돈이 내 인생에서 우선순위였던 적이 없다. 어떤 종류의 부동산이나 요트, 차 등을 소유하거나 소유할 의향도 없다. 내게 중요한 것은 내가 정직한 사람이 될 수 있는지와 내가 올바르다고 믿는 것을 지킬 수 있는가이다.”
2. 한국에서는 정부의 사이버검열이 최대 현안이 되고 있다. 또 메신저 서비스업체인 카카오톡이 수사기관에 개인의 대화내용을 제공함으로서 ‘사이버 망명’ 사태를 야기했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보는가? 또 한국 정부의 사이버 검열 문제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한국 국민들은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으며 나는 당신들의 성공을 빈다. 내 개인적인 견해는 벤자민 프랭클린의 말에 잘 담겨있다. 즉, ‘개인의 안위를 위해 자유를 포기하는 자는 둘 중 어느 것도 가질 수 없고 가질 자격도 없다.’”
3. 한국 정부의 사이버 검열이 카카오톡 탈퇴를 가속화했고, 이탈자들이 망명지로 찾은 곳이 텔레그램이다. 한국 가입자들이 급증하면서 한글버전을 출시하는 등 텔레그램은 ‘한국 검열 특수’를 누리고 있다. 한국인 가입자들을 위한 추가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 있는가?
“우리는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존중하며 ‘텔레그램’에서 높은 수준의 한국어 번역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용 한국어 버전의 텔레그램 앱을 오늘(10월 18일) 애플에 제출해 검토단계에 있다. 또한, 한국에서 텔레그램 데스크탑 버전의 호응이 좋아 텔레그램 데스크탑 버전도 곧 한국어로 번역될 예정이다.”
4. 텔레그램의 최대 장점은 대화내용을 암호화시켜 제3자가 모니터링 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봉쇄한다. 설정에 따라 서버기록도 완벽하게 사라지게 만든다. 향후 회원들의 개인정보 강화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 서비스가 있는가?
“텔레그램은 개발자들을 위해 개방된 플랫폼으로 운영한다. 한국어 버전에 최적화된 텔레그램 서드파티.(공식적으로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업체 외에 중소규모의 개발자들이 주어진 규격에 맞추어 제품을 생산하는 것)가 이미 출시됐다. 여러분이 언제든 다운받아 사용할 수 있도록 열려있다.
우리는 사생활유출에 대한 모든 잠재적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꾸준히 강력한 암호화를 연구하고 있다. 우리가 개발한 어플리케이션의 암호는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평가하는 보안 전문가들에게 개방돼 있다. 10월 말에 전 세계인이 참가하는 대회를 열어 우리의 암호화 기술을 무력화 하는 기술을 겨뤄볼 예정이다.”
5. 카카오톡을 비롯한 한국의 메신저 업체들은 뒤늦게 ‘감청 영장’을 거부하겠다며 이탈자를 막기 위해 안간힘이다. 한국의 메신저 업체들이 회원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카카오톡이 현재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왜냐면 카카오톡의 모든 정보가 한 나라의 사법 관할권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나 또한 러시아에서 VK를 운영할 때 비슷한 상황을 겪었기 때문에 그들의 상황을 잘 이해한다.
그때의 경험이 우리가 텔레그램을 물리적으로 또 법적으로 여러 나라의 관할로 나눠지도록 설계한 이유다. 이 점 때문에 우리는 특정 국가의 정치권력이나 법률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6. 현재 텔레그램은 광고 없이 무료로 운영되고 있다. 한국인 가입자 등 서비스 이용자가 급증하고 있는데, 수익모델을 만들지 않을 것인가?
“우리는 철저한 보안이 보장되는 메시징 서비스가 무료로, 그리고 광고 없이 모두에게 제공될 수 있어야 한다고 확고히 믿는다. 또한 텔레그램이 지속가능하면서도 재정적으로 나 자신을 포함해 어느 누구에게도 독립적이길 원한다. 이러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내년에 몇몇 부가적 서비스 이용을 유료화 하거나 텔레그램 이용자에게 기부 받는 안을 생각 중이다.”
7. 한국 이용자들이 유명인부터 일반인들까지 텔레그램으로 망명 중이다. 망명을 준비 중이거나 망명한 한국인 이용자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우리는 수많은 한국인들이 친구에게 추천해서 텔레그램의 영토를 확장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감사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당신의 믿음과 응원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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