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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원 사람들의 3대 로망, 같은 값에도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 박철수 대안주거협동조합 이사장 -⓵편
등록날짜 [ 2016년07월12일 15시30분 ]
팩트TV 고승은 기자
 
【팩트TV】 지난해 1인가구 500만 시대가 열릴 정도로 ‘나 혼자 산다’는 1인 가구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이미 ‘혼밥’ ‘혼술’은 유행이 된지 오래다.
 
고시원은 자금사정이 넉넉지 않은 수많은 직장인이나 학생들이 거주하고 있다. 비정규직-저임금에 조금이라도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1평이 겨우 넘는 창문도 없는 공간에 산다. 서울에는 대한민국 전체 고시원 1만여개 중에 7~8천여 개가 몰려있다. 고시원 당 약 40명이 거주한다고 계산할 때 30만 명이 거주하는 셈이고 이는 서울 인구의 3%에 해당한다.
 
또한 고시원 거주자들 사이에 ‘소통’과 ‘교류’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대다수가 고독 속에서 지내고 있다. 밥을 직접 해먹기도 쉽지 않다보니 편의점 인스턴트식품으로 떼우는 경우도 많아 건강상태도 나빠질 수밖에 없다. 오죽하면 고시원 거주자들의 로망이 좀 더 넓은 방, 햇빛이 잘 드는 커다란 창문, 집밥이라고 할까.
 
본지는 이같은 현실에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뛰고 있는 박철수 대안주거협동조합 이사장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사무실에서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30평 남짓한 사무실에는 7명이 각각 3~4평 정도 되는 개인룸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박철수 대안주거협동조합 이사장(사진-고승은)
 
박 이사장은 거주하는 이들의 반응에 대해 “대단히 만족해하더라. 1평 남짓한 고시원에서 살다가 서너배 큰 공간으로 옮기니 대궐 같다고들 한다”고 전했다. 이렇게 고시원보다 거주 환
훨씬 나은 거주환경임에도 비용은 고시원과 거의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최선은 아닐지 몰라도 차선의 방책이라고는 확신한다”며 “이들이 좀 더 넓은 곳에서 저렴한 주거비 부담으로 살면 삶의 질도 좋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안주거 협동조합을 만들게 된 계기가 있다면?
 
정부에서 주거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지난 2011년부터 반값고시원운동을 하면서 정책안을 만들고 제안했었죠. 박원순 서울시장도 취임이후에 우리 사무실에서 정책워크숍을 했을 정도로 많은 관심을 가졌습니다. 
저는 박 시장에게 비영리 고시원이 나오면 반값고시원이 실현된다며 ▲고시원의 협동조합 또는 사회적 기업화 ▲사회복지 법인들의 비영리 고시원 공동사업 추진 ▲고시원 총무를 공공근로나 청년 일자리로 운영해 월세 인하 유도 ▲기존고시원 업주들과 서울시가 공동운영하는 방식으로 월세 인하 등 방안을 제안을 했어요. 
하지만 고시원협회가 반대하고, 반값고시원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조선일보 등에서 포퓰리즘이라고 깎아내더니 결국 흐지부지됐죠. 당시에는 정부 정책은 물론 진보정당들도 이런 주거문제에 대해 그닥 관심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당사자들과 직접 협동조합방식으로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주거공간은 어디에 있고, 입주비용(보증금)이나 월세는 어떻게 됩니까?
 
영등포구 당산동 1가에 있습니다. 보증금이나 월세는 ‘공동으로 만들고 1/n로 각출하자는 방식입니다. 입주할 때 출자금(보증금) 200만 원을 내고, 월세는 공과금 식사비 합쳐서 25만원씩 내면 됩니다. 200만원이 당장 없는 사람들을 위해선 조합에서 사회적 금융을 통해 저리로 빌려온 다음에 입주자들에게 빌려주고 매월 10만원씩 원금을 상환하게 하고 있습니다.


한 주거공간에서 몇 명이 생활하나요?
 
7명이 살고 있습니다. 30평 남짓한 공간에 개인룸이 7개가 있고, 공유공간은 회의실 겸 휴게실, 간단한 주방, 샤워시설, 세탁실로 구성돼 있습니다.

주거협동조합의 한 방 면적은 3~4평 정도로 구성돼 있다.(사진-고승은)
 

거주하시는 분들 반응은 어떤가요?
 
대단히 만족하고 있습니다. 1평 남짓한 고시원에서 살다가 3~4배 큰 공간에 사니까 대궐 같다고들 합니다. 또 넓직한 창문으로 햇빛이 들어오고, 상부상조 살가운 이웃으로 살고, 집밥 수준의 식사도 해 먹을 수 있으니까요. 고시원 사람들의 로망이 집밥, 햇빛, 좀 더 넓은 방이라고들 하는데, 여기선 이 3가지가 보장이 되는 거죠. 
 
 
고시원이나 옥탑방과 비교한다면?
 
고시원 방 넓이에 비하면, 3배가량 저렴합니다. 고시원(1.2평=25만원) vs 대안주거(3.5평=25만원), 옥탑방과는 자세한 비교가 어렵지만 유선방송 인터넷비용 냉난방비용까지 따진다면 절반 값 이하가 아닐까요. 대안주거는 절반 값으로 더 좋은 환경, 따뜻한 이웃들과 어울려 살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또 여기는 고시원에 비해 소음이 덜 하구요. 고시원에선 공동주방을 40명이나 쓰니까 줄서서 밥한 다음에 방으로 들어가서 혼자 먹는데 여기선 딸랑 7명이 쓰니까 내 전용 주방처럼 쓰고 국 찌개 공동으로 만들어서 식탁에 앉아서 옆방 사람과 이야기 나누면서 먹습니다. 
 

고시원 거주자들의 건강상태는 안 좋은 경우가 많지요?
 
그래서 우리가 설문조사해서 고시원 거주자들의 건강상태를 물어봤습니다. 너무 좁고 식사도 부실하죠. 그 다음에 학생들 청년들은 이런 의견도 내놓거든요. 주거비를 줄이려고 원룸에 살지 않고 고시원에 살잖아요. 그런데 고시원에 사니깐 오히려 생활비가 더 나간다고 하더라구요. 좁은 방에 들어가기가 싫으니 저녁에 바깥에서 시간 보내고 싶고 식당에서 밥 사먹게 되고 친구들과 어울리게 되고 돈 쓰게 되니까요.

그리고 의류같은 걸 보관할 공간이 있어야하는데 그럴 공간도 없는 겁니다. 그래서 가난에 대한 비용이 더 든다는 거에요. 예상치 못한 추가비용이 드는 겁니다.

보통 소득격차만 얘기하는데, 지출격차도 있어요. 가난함으로서 지출이 더 많아지죠. 또 설문조사를 해봤는데, 외로움에 대한 비용이 굉장히 많이 들어가더라구요. 고시원 사는 사람 치고 99%가 독신자입니다. 자기 수입의 상당 부분을 성 구매에 쓰기도 합니다. 꼭 목돈을 모아서 전셋집으로 옮겨야지 결심하면서 돈 모으다가 미끄러지는 이유가 되지요. 가난도 서러운데 가난하기 때문에 생기는, 이성을 만날 기회의 불평등은 현실적으로 심각하게 작용하는 아픔입니다. 

사진-SBS 뉴스영상 캡쳐
 
한 공간에서 여러명이 생활하다보면 소음 문제 등 갈등이 적지 않을 거 같습니다만.
 
원룸에 사는 것에 비하면 그럴 수도 있지만, 고시원에 사는 것에 비하면 조용한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고시원 사는 사람들이 가장 민감한게 소음이거든요. 이빨 가는 소리, 전화 진동 소리도 고스란히 들리니까요. 

그래서 방 사이 벽체도 두껍게(18센치) 만들었습니다. 벽체는 샌드위치 판넬에 덧붙여서 양면으로 뽀글뽀글한 재질을 넣고 방음 공간 만들고 그 위에 이중으로 석고보드를 입혔습니다. 물론 벽돌보다야 완벽하지는 않아도 웬만한 소리는 안 들리죠. 

또 갈등이 있을 때는 저녁식사 때 자연스럽게 말이 나오고 서로 웃으며 해결이 되요. 갈등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공동생활규칙을 만들어 지키고 있습니다. 서로 모르고 지내는 40명이 생활하는 고시원에 비하면, 대안주거는 알고 지내는 이웃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조합이 공실을 계약한 다음에 다시 임대하는 형식인 만큼,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내 의지와 상관없이 다른 방을 구해야합니까?
 
그게 가장 큰 걸림돌이긴 합니다. 2년이 지나고 건물주가 재계약을 거부하면 애써 만들어놓았던 주거공간을 허물고 다른 곳에 또 만들어야하는 것이 단점이죠. 

다행히도 지난번에 상가임대차 보호법이 개정되어 5년동안 거주를 보장받을 수 있다고 하니, 추후에 만들어질 대안주거는 좀 더 오래살 수 있게 된 거지요.

현재 이곳은 소호사무실로 신고하고 사업자 등록 했습니다. 최선은 아닐지 몰라도 차선의 방책이라고는 확신합니다. 자기 수입의 절반 가까이를 주거비로 쓰는 사람들이 많은데, 좀 더 넓은데서 저렴한 주거비 부담으로 살면 삶의 질도 좋아지겠죠. 특히 그 가난한 사람들이 비싼 방세를 내다보니 소비 여력이 없어지는 거고 그러니까 경기가 죽는 거에요. 대안주거가 주택법에 어긋난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우리는 주택으로 인정해달라는 게 아닙니다. 예를 들면 대안학교도 처음엔 학교 설립법에 따라서 만들어진 게 아니거든요. 대안학교 설립법이 먼저 나온 게 아니고 그냥 필요하니깐 누군가가 대안학교를 만든 겁니다. 그래도 대안학교 시비 거는 사람 없지 않습니까? 

지난 20여년간 고시원도 불법이었어요. 신림동 고시촌이라는 것이 70~80년대에 왕성했는데  그 형태를 본 따서 각 지역에 주거형 고시원이 나타나기 시작한 게 지난 80년대 중후반입니다. 그러다가 그 숫자가 엄청나게 많아지고 2010년 무렵에 와서야 준주거로 법적 허가가 났으니까요. 

현재 전국에 고시원이 1만개정도 되는데, 특히 서울에만 고시원이 7~8천개 정도 됩니다. 한 고시원에 약 38.5명이 산다고 그래요. 그러면 서울시민 중 3% 가까이 (27~30만명)가 1평짜리 고시원에 사는 셈이고 이게 바로 대안주거운동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박철수 대안주거협동조합 이사장 인터뷰 2편 바로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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