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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 어머님이 1번 찍으시면…” 더민주에 제안하는 현수막 시리즈 ‘화제’
“지금까지 설득 포기하고 있던 노년층 유권자를 공략하는 거지요. 10%만 설득시켜도…”
등록날짜 [ 2016년02월14일 18시08분 ]
 
【팩트TV】 두달 앞으로 다가온 4.13 총선을 앞두고 정당들의 현수막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광고 전문가로 활약했던 한 교수가 더불어민주당에 제안한 현수막 문구 내용이 네티즌들의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동규 부산 동명대 언론광고학 교수는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네 차례에 걸쳐 더불어민주당의 총선 현수막에 쓸 문구를 제안하고 나섰다. 김 교수는 지난 9일 글을 통해 “보다 못해 제가 한번 만들어 보았다“고 말했다. 그가 올린 네 차례에 걸쳐 현수막 문구는 다음과 같다.
 
“아버님, 어머님이 1번 찍으시면 당신 자식이 회사에서 짤립니다”(9일)
 
사진-김동규 교수 페이스북

“새누리당 집권 10년 만에 헬조선! 망해가는 대한민국을 되살려내겠습니다”(10일)
 
사진출처-김동규 교수 페이스북

“아버님, 어머님이 1번 찍으시면 당신 손주가 비정규직이 됩니다”(11일)
 
사진출처-김동규 교수 페이스북

“아버님, 어머님이 1번 찍으시면 며느님 가계가 쫄딱 망합니다”(12일)
 
사진출처-김동규 교수 페이스북
 
그는 12일 “시리즈는 향후 다양한 형태로 메시지 변형(variation)이 가능한 캠페인이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 거의 설득을 포기하고 있었던 노년층 유권자(이른바 콘크리트)를 공략하는 거지요. 그중 10%만 설득을 시켜도 총선 국면에 큰 반전이 일어나리라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은, SNS는 물론 게시판 등을 통해서도 폭발적으로 공유됐다.
 
김 교수는 13일 오후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수막 내용을 제안하게 된 계기에 대해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교육자의 한 사람으로서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이 강행하는 노동법 개악(노동 4법)을 반대하기 위해서”라며 “노동개악이 통과된다면 앞으로 더 심해질 경제위기 속에서 저성과자 해고법·파견법 등이 강행될 시 비정규직이 더욱 늘어나지 않겠나. 이런 위기를 좀 더 현실에 와닿게 하고 싶어서”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압승하게 된다면, 이런 파국적인 재앙을 가져올 정책을 막을 수 없을 것이고, 현 헬조선은 돌이킬 수 없을 것”이라고 강하게 우려했다.
 
김 교수는 ‘더민주 현수막이 새누리 현수막보다 어떤 점에서 임팩트가 떨어지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새누리에 비해 더민주는 메시지가 추상적이고, 모호하고 관념적”이라며 “또한 구어체가 아닌 문어체로서 사람들에게 친근한 표현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특히 노년층은 인터넷이나 SNS 등 다양한 매체를 접하기 힘들고, 종편이나 현수막 등을 통해 정보를 얻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좀 더 강한 임팩트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에 더민주가 설날을 맞아 걸은 현수막을 봤는데 ‘어르신 사랑합니다’라는 내용이 적혔다. 이는 총선 대비하기엔 너무 안이하다고 느낀다. 동사무소에서나 걸 법한 현수막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치커뮤니케이션도 상품 마케팅과 같다. 새누리는 직접적이고 설득적인 메시지를 잘 던진다. 더민주 측은 그런 언어를 다루는 홍보가 부족해보여 아쉽다.”며 “더민주는 정부여당의 실정을 공격하면서도 새누리와는 차별적인, 새로운 희망을 제시할 수 있는 메시지를 부각시켜야지 않을까. 예를 들면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경제 민주화’처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물론 현수막으로 그치는 것이 아닌 ‘매체 켐페인’도 같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는 대놓고 ‘마타도어’ 퍼뜨리면서도, 입에 ‘착착’ 달라붙도록…” 
 
김 교수는 ‘메시지가 너무 직설적이지 않은가’라는 지적에 대해선 “사실에만 근거한다면,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이의 감정이 즉각 다가오게 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겠나. 핵심 슬로건은 바로 피부에 와닿을 수 있도록 직설적이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김 교수는 새누리의 현수막 전략은 목적 달성을 위해서라면 어이없는 ‘마타도어’도 서슴지 않는 ‘마키아벨리즘’이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새누리당의 마타도어 사례로는 지난해 국정교과서 정국 당시 새누리당이 “김일성 주체사상을 우리 아이들이 배우고 있습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건 거라든지, 지난해 4월, 12월 (원료비 연동제에 따라)자동으로 내리는 가스요금 가지고 마치 자신들이 적극 요구한 것처럼 ‘생색’을 부린 사례가 있다.
 
사진출처-경향신문 영상 캡쳐
 
김 교수는 “새누리는 그런 마타도어가 가득한 슬로건을 내걸면서도, 입에 착착 달라붙는 언어를 쓴다. 제한된 정보를 접하는 유권자들은 이를 진실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더민주는 먼저 이슈를 선점해서 새누리가 반박할 수 있도록 하고, 그렇게 짜낸 프레임에 새누리가 걸려들도록 해야 하는데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국정교과서 파문이 한창이던 지난해 10월 15일 <경향신문>에 기고한 <독수를 조심하라>는 제목의 시론에서 이같은 ‘프레이밍 이론’을 설명한 바 있다.
 
“특정 이슈가 발생했을 때 그것을 주도하는 세력에 의해 사건이 어떤 ‘단어’로 규정되어 틀(frame) 안에 갇혀버리면, 관련된 모든 이해와 해석이 해당 단어의 범주를 못 벗어난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폭넓게 제기하고 있는 ‘주체사상’이란 단어가 일단 대중인식 속에 자리 잡으면 긍정이든 부정이든 계속 그 단어만 남게 된다는 의미다”

“설득커뮤니케이션에서 유명한 사례가 있다. B제약회사에서 청산가리가 함유된 약품을 제조해서 파문을 일으켰다 치자. 기회를 잡았다며 경쟁사인 A제약회사가 ‘우리 A약에는 청산가리가 전혀 없습니다’라는 광고를 해버리면 어떻게 될까? A약과 청산가리라는 단어만이 사람들 뇌리에 남는다. 그리고 (의도와는 정반대로) 두 단어가 인지체계 내부에서 결합되어 A약=청산가리라는 ‘이미지 틀’이 계속 확대 재생산되는 것이다“
 
나아가 김 교수는 새누리당이 마타도어로 내건 ‘주체사상’ 현수막을 아예 무시할 것을 조언하기도 했다.
 
“그 대신 보다 강력하고 공격적인, 새로운 담론 프레임을 만들어야 한다. 주체사상 이야기가 나오면 ‘우리는 주체사상을 절대 가르치지 않습니다’라는 식으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북한과 관련된 어떤 표현이나 단어도 철저히 무시해야 한다는 뜻이다. 오히려 새롭게 개발한 독자적 프레임으로 상대를 직격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박근혜는 친일과 독재의 딸입니까?’와 같은.” 

“새누리당의 독수에 말려들지 마라. 거꾸로 새로운 공격적 프레임을 개발하라. 그것을 대중인식 속에 폭발적으로 확산시켜라”
 
김 교수는 70년대 말, 영국에서 야당이었던 보수당의 이슈 선점 슬로건을 예로 들기도 했다. 그는 “당시 보수당은 강력한 광고 켐페인으로 선거흐름을 바꾸고 집권하게 된 사례가 있다. 이른바 ‘노동당은 놀고 있다’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그런 식으로 노동당을 무능력한 정당으로 몰아가 집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지난해 12월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총선기획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에 대해 그는 “더민주 당원도 아니고, 도와달라는 연락을 받아서 자문을 하고 있는 정도”라고 밝혔다. 그는 “답답한 마음에 현수막 문구를 제안하게 됐다. 이 내용을 활용하거나 활용하지 않는 것은 더민주의 몫”이라고 밝혔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앞서 진행한 <한겨레>와의 인터뷰 기사가 폭발적인 반응을 얻자 “매체와 SNS에 이정도로 노출되었으니 더민주에서도 기사를 읽지 않았을까 짐작해본다. 제 1야당의 ‘화이팅’을 목말라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부디 전달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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