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 서울여대 총학생회가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농성 투쟁 중인 학내 청소노동자들의 현수막을 강제 철거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축제 기간에 환경을 해친다는 것이 이유였다.
서울여대 총학 ‘친한친구’는 20일 오전 페이스북 공식계정을 통해 “새벽 1시 학교 곳곳에 걸려 있는 현수막과 천 조각들을 철거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교내 학우와 더불어 지역사회, 타 학교와 교류의 장이 되는 서랑제에서 보다 나은 축제 환경조성을 위해 이 같은 결정을 했다.”고 전했다.
또한 이들은 “학교와 노조 그 어느 측에도 치우치지 않고, 오로지 학생들이 더 즐길 수 있는 서랑제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앞으로도 학우들의 편의를 위해 힘쓰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총학은 지난 18일 학교 측을 통해 청소용역업체에게 현수막 등을 철거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그러나 청소노동자들은 “해당 공문을 전달받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총학은 철거한 현수막 10여개와 청소노동자들의 소원을 담은 천조각 등을 검은색 쓰레기봉투에 담아 농성이 진행 중인 서울여대 행정관 앞에 쌓아뒀다. 총학 측은 쓰레기봉투 위에 “학생들에게 1년에 단 한번뿐인 축제를 위하여 자진철거 하였으니 양해 부탁드린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남겼다.
이에 대해 서울여대 청소노동자 측에서는 단 한마디 말도 없이 총학생회는 한밤중에 청소노동자들의 간절함이 담긴 소원천과 현수막을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리듯 던져두었다“라고 ”한밤중에 버리듯 던져둔 쓰레기봉투 더미를 보는 청소노동자들의 심정이 어떠할지, 단 한번만이라도 생각해 보셨습니까“라며 개탄했다.
또한 “파업과 농성이 시작된 지 28일째, 세 명의 청소노동자들이 단식을 벌이다 응급차에 실려 갈 때조차 연락한번 없던 서울여대 총학생회”라며 “서울여대 청소노동자들의 마음은 쓰리고 아프기만 합니다.”라고 아픈 심경을 전헀다.
이어 “총학생회가 한번만이라도 노동조합과, 농성중인 청소노동자들과 대화를 나누어주셨다면, 이런 가슴 아픈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청소노동자들의 답답하고 서러운 마음도 헤아려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청소노동자들은 곧바로 현수막 등을 다시 설치했다.
서울여대 청소노동자들은 시급 6200원에서 6500원으로 인상과 주말 근무 폐지 등을 요구하며 지난달 22일 파업을 시작했다. 현재 파업은 부분적으로 해제했지만 조합원들이 4월 29일부터 번갈아가며 단식농성 중이다.
“학교와 노조,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은 ‘중립적’ 행동이라고?”
이런 서울여대 총학의 행위와 관련, 총학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는 이들의 경솔한 행동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한 페이스북 사용자는 “대동제에 플랑들이 보기 싫다면 청소노동자들의 임금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중재하고 도와줘야 하는 거 아니냐, 그런 노력 하나 했는가. 게다가 누군가의 절박한 목소리와 의사표현을 이렇게 철거하는 행동은 폭력이 아닌가”라고 규탄했다.
특히 ‘학교와 노조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았다’며 ‘중립’을 강조한 것에 대해서도 질타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한 이는 “약자(청소노동자)가 고통받고 있을 때 중립을 선택하는 건 강자(학교)의 손을 들어주는 거다. 눈 막고 귀 막고 ‘나는 모르오’ 한다고 그게 중립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놀고 먹고 축제 즐기는 것만 중요하고 매일같이 학교 화장실 강의실 청소해주시는 분들의 생존권은 관심도 없는 건가”라고 규탄했다.
또한 다른 사용자도 “학교와 노조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겠다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총학의 행동은 학교 측의 입장을 대변했다.”라며 “축제에 방해된다는 이름으로 첨예한 갈등을 은폐해버렸다. 남들이 보면 잘 해결돼서 자체수거한줄 알겠어요”라고 힐난했다.
서울여대 졸업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도 “이게 무슨 자랑이라고 이런 입장을 발표하나. (청소 노동자) 문제에서 총학은 어떤 노력을 했나. 학우들 의견을 모았나. 미화원분들의 의견을 들었나? 총장님과 ‘친한 친구’인가?”라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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