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8일 의료비와 교육비, 기부금, 보장성보험료, 연금저축·퇴직연금 등 특별공제 항목을 소득공제 방식에서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2013년도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에는 대기업의 세제혜택을 줄이고 중소·벤처기업에 혜택을 확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소득공제는 소득세를 과세하기에 앞서 미리 배우자공제, 부양가족공제, 근로소득공제, 의료비공제 등의 명목으로 공제하며, 세액공제는 과세소득금액에 세율을 적용해 산출한 세액에 일정액을 공제하는 방식이다.
다만 본인 및 부양가족의 기본공제와 필요경비 성격의 근로소득 공제, 건강보험료, 국민연금 등은 현행 소득공제 방식을 유지하기로 하고 세제개편안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정부는 현행 소득공제제도가 같은 금액을 공제해도 소득수준에 따라 혜택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어,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게 되면 고소득자의 세금부담이 늘고 서민·중산층의 공제금액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고 개정 의미를 설명했다.
또한 대기업 위주로 운영하던 세제 투자지원을 줄이는 한편, 차기 성장 동력의 핵심을 중소·벤처기업으로 보고 지원을 대폭 강화했다.
의약품과 환경보전시설, 에너지절약시설, 연구개발(R&D)설비 투자의 세액공제 비율을 절반으로 줄여 약 1조원의 세 부담이 늘어나는 대신, 일자리창출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과학기술·정보통신기술 분야의 R&D 세제지원을 늘리고, 일감몰아주기 대상 중소기업의 과세도 완화한다.
새누리당은 세법개정안에 대해 “지하경제 양성화, 비과세 감면 조정 등 세수기반 확대에 역점을 두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새누리당 민현주 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정부가 중산층에 대한 소득세가 급격히 증가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여당의 입장을 받아들여, 당초 정부안보다 세액공제 비율을 상향조정하고 중견기업에 대한 가업승계 과세특례 기준을 완화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은 부족한 세수를 채우기 위해 서민을 쥐어짜는 개정안이라고 혹평했다.
민주당 이언주 대변인도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국회 정론관에서 열고 고소득자에 대한 추가과세가 아니라 소득공재를 세액공제로 전환하고 카드공제를 폐지해 지하경제 양성화는커녕 오히려 더 증가시킬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기업의 비과세 감면혜택을 줄이겠다던 공약은 어디로 가고 올해 일몰이 도래하는 44개 비과세 항목 중 30개를 유지하고 14개만 폐지했다면서, 농수산물 의제매입세액공제한도 설정, 근로소득 3,700만 원 이상 농민에 대한 자경 양도세 감면 배제, 중소기업에 대한 혜택 인하 등으로 정작 대기업이 아닌 농민과 자영업자, 중소기업만 쥐어짜게 됐다고 반박했다.
이 대변인은 재벌 대기업과 고소득자의 과세 공평성과 세입기반을 확대하고, 서민 지원을 강화하려면 대기업에 특혜가 편중되는 비과세 감면 제도를 폐지하는 한편 최저한세율 인상, 중소기업 세액공제 혜택 확대, 세무행정 투명성 확보 등이 포함된 세제개편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의당 정책위원회도 논평을 내고 “ 세법개정안은 서민중산층에 대한 보편증세는 A+인 반면 재벌과 부유층에 대한 부자증세는 의도된 낙제”이며 “MB정부보다 한층 더 지독한 ‘비즈니스 프렌들리’”라고 비난했다.
정의당은 이번 세법개정안이 세입기반을 확대하고 재정수입을 늘렸다는 점에서 역대 개정안과 차이가 있으나 늘어나는 세금의 대부분을 재벌대기업과 부유층이 아닌 노동자나 자영업자에게 조달한다는 점에서 우려와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장기 조세정책방향으로 소득과세는 과세사각지대 해소와 공제제도 정비를 통해 과세기반을 확대한 반면, 법인과세는 기업경쟁력 제고를 이유로 시장친화적 조세체계 구축과 맞춤형 세제지원 체계 마련을 기본 방향으로 설정해 개인에게 세금을 더 거두고 기업의 세금은 더 깎아주게 됐다고 비판했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것은 연말정산세법의 근간을 바꾸는 것으로, 국민적 합의와 심사숙고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이를 단 몇 달 만에 바꾸려고 한 것은 현 정부가 근로자를 얼마나 무시하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이번 세제개편안에 따라 중산층 수준의 맞벌이 부부 근로소득자의 증세효과를 자체 추정한 결과, 내년에 연말정산 후 내야할 세금이 올해분보다 무려 20%나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정부의 세제개편안 발표 직후 “물가상승과 가계대출 원리금 상환부담, 사회보험료 인상 등으로 고통 받으면서도 완전 유리지갑인 근로자들로부터 엄청난 증세를 도모하는 경악할 일이라며, 이날부터 근로자증세반대 서명운동에 돌입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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