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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절망조차도 희망인 세상
등록날짜 [ 2015년03월02일 11시55분 ]
이기명 논설위원장
 
【팩트TV-이기명칼럼】터지자 밀물 같은 “민주주의 만세”
 
이상한 일이다. 왜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일까. 절망도 희망이라니. 정신병자 아닌가. 요즘 정신병자 아닌 사람이 이상하다는 냉소적 자학증세가 팽배해 있다. 비정상이 정상이라니까 그럼 나는 정상인가.
 
‘터지자 밀물 같은 대한독립 만세’ 삼일절 노래다. 삼일절 행사 때마다 많이도 부른 노래다. 2015년 3월 1일. 69회 삼일절이라고 한다. 언제나처럼 훈장을 주렁주렁 가슴에 단 애국지사와 그의 후손들이 행사장에 태극기를 들고 앉아 있다. 대통령은 애국선열들을 기리며 축사한다.
 
삼일절 전날인 2월 28일, 박근혜 정권을 규탄하는 시위대가 서울 거리를 메웠다. 시위대가 들고 있는 구호가 달라졌다. 부정선거사범인 이명박을 구속하라고 했고 ‘못살겠다 갈아엎자’ 이승만 독재정권 당시 ‘못살겠다 갈아보자‘라고 했는데 이제는 ’갈아엎자‘로 바뀌었다. 달라진 의미는 무엇일까.

(사진-팩트TV 고승은 기자)

 
분위기도 많이 달라졌다. 세상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을 말하는 것이다. 무조건 ‘박근혜 만세’를 외치던 나 같은 늙은이들의 눈길이 곱지가 않다. 담뱃값을 올려서 그런가. 늙은이 대접 잘 해 준다고 하더니 꿩 구워 먹은 소식이라서 그런가. 
 
너무 늙은이 무시하지 마라. 늙은이들이 눈 어둡고 귀 잘 안 들려도 다 안다. 지금 칠팔십 늙은이들이 4·19때 총탄 뚫고 이승만 독재 타도하던 젊은이들이었다. 이기택도 그때 고대 학생이었다.
 
다시 민주주의를 외치는 대한민국 현실이 가슴 아프다. 지금 민주주의가 얼마나 찬란하고 아름답게 꽃피었는데 민주주의 타령을 하느냐고 꾸짖을 것인가. 고등법원의 판사는 대선 당시 국정원장인 원세훈이 선거에 관여했다고 3년 징역형에 법정 구속했다. 국정원이 대통령 선거에 개입한 것이다. 무엇이 새삼스러우랴. 목도리로 얼굴 칭칭 감아 맨 댓글 주인공 국정원 여직원은 대한민국 역사에 유명인사가 됐다. 더 할 말이 있는가.
 
국정원장의 선거개입 혐의 법정구속, 이 또한 민주주의와 거리가 멀다. 그래서 국민들은 이명박 구속과 대통령 사퇴를 요구하는 것이다. 그 이상의 비극이 또 있는가.
 
■국민의 뜻은 꼭 들어야만 아는 것인가
 
바둑에서 쓰는 ‘장고 끝에 악수’라는 말이 있다. 악수가 될지 묘수가 될지는 두고 봐야 알지만 ‘훈수 8단’쯤 되면 바둑돌을 놓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정치판에서도 고단수가 많아서 그들의 훈수를 다 듣자면 배가 산으로 올라간다. 좌우간 지금은 너무 말이 많다.
 
인간은 이해관계에 따라 평가가 달라진다. 한쪽에서는 ‘죽일 놈’인데 다른 쪽에서는 ‘천하의 현자’다. 요즘 하도 오래 뜸을 들여서 경천동지할 대단한 인물이 나타날 줄 알았는데 ‘봐라’하고 내놓은 인물이 전직 국정원장이다. 자신의 입으로 ‘몇 번이고 고사했지만 나라를 위한 마지막 봉사로 생각하고 수락을 했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이쯤 되면 유비가 공명을 모시기 위해 삼고초려 한 삼국지의 고사가 생각난다. 아무려면 어떠냐. 공명 같은 분만 같다면 ‘하느님’ 하고 절을 할 것이다.
 
인간은 배 속에 있을 때만 천사라고 한다. 세상에 별놈 있느냐고 한다. 특히 정치판에서 ‘그놈이 그놈’이란 말은 공통어다. 어느 국민도 부정하지 않는 정치판이 정설이고 정치인들은 속이 뒤집혀도 아니라고 부정도 못 한다. 과연 정치인은 모두가 ‘그놈이 그놈’인가. 아니다. 절대로 그렇지 않다. 다만 잡석이 하도 많아서 보석이 눈에 안 보인다. 국정원장 출신의 비서실장이 보석이 되었으면 얼마나 좋으랴만 그가 밟고 걸어온 진흙탕이 험하다.
 
정치인들은 국민을 바보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국민이 바보인가. 이승만은 수백 명의 대학생이 경찰 총에 맞아 사망했는데 이유를 모른 채 한다는 소리가 뭔지 아는가.
 
“학생들이 왜 이렇게 되었어? 부정을 왜 해? 부정을 보고 일어서지 않는 백성은 죽은 백성이지. 젊은 학생들은 참으로 장하다!”
 
사실 여부는 알 수가 없다. 다만 이승만은 쫓겨나 객사했고, 후계자인 이기붕은 일가족이 자살했다. 국민이 바보인가.
 
독재자 박정희의 충복 차지철은 “탱크로 몇 만 명 깔아 버리면 끝난다”고 큰소리쳤지만 궁정동 화장실에서 주군과 함께 총 맞아 삶을 닫았다. 전두환·노태우 얘기는 너무 구질구질하다. 반란수괴 사형언도. 이것이 역사다.
 
국정원장 7개월에 비서실장이니 실력이야 대단하겠지만. 김기춘이 하도 저명했기에 14명의 후보자가 하마평에 오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까 보니 이병기다. 이병기는 누구인가. 국민들이 아는 것은 전직 국정원장이고 주일대사를 했고 안기부 2차장을 했다는 것이다. 
 
자기 스스로 고백함으로써 이회창이 대선후보 당시 이인제에게 5억 원을 전달했고 북풍조작 사건에 가담한 사실은 널리 알려졌다. 이병기는 이제 대통령 비서실장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정보를 한 손에 틀어 쥔 비서실장이라면 세상 민심 돌아가는 것을 너무나 잘 알 것이다. 바로 그것이 이병기 실장에게는 양날의 칼이다. 잘하면 명의의 수술칼이고 잘못 하면 화를 부르는 자해무기다. 
 
인간은 꼭 말을 들어야 알아듣는 것이 아니다. 왜 박근혜 대통령에게 ‘불통’이란 별명이 붙는지 설명을 한다면 바보 취급하는 것이다. 비서실장 이병기는 자기 말마따나 국가에 대한 마지막 봉사로 비서실장을 수락했다고 했다. 마지막 봉사란 무엇인가. 국민에 대한 충성이다. 그것은 바로 대통령에 대한 충성과 같은 말이다. 그렇다면 그가 국민에게 제일 먼저 충성할 것은 무엇인가. 이병기 실장 자신도 너무나 잘 알 것이다. 
 
■반드시 문고리 셋은 뽑아내야 한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에도 문고리 실세라는 장 모 비서관이 있었다. 대통령실 문고리 한 번 잡아주는 데 억대 금품이 오간다는 말이 나돌고 결국 그도 감옥 신세를 면치 못했다. 지금 청와대 문고리 3인방은 국민들 가슴속에 이 나라의 국정을 좌우하는 최고 실세로 알려졌다. 아무리 아니라고 부정해도 국민들 가슴속 깊이 박혀 있는 인식을 뽑아내지 못한다. 이병기가 해야 한다. 
 
대통령의 지지율 추락과 불통평가는 본인 자신에게도 있지만 비서실장의 책임이 크다는 것은 변명할 여지가 없다. 도대체 대한민국 역사를 통틀어 김기춘 같은 환상의 비서실장이 어디 있었는가. 긴 설명이 필요한가. 이병기 가 가장 먼저 할 일은 문고리를 뽑아버리는 것임을 국민은 요구한다. 
 
국민의 소리를 정확하게 전하는 것은 비서실장의 가장 큰 의무다. 바른 말을 전하지 못함으로서 대통령이 국민의 소리를 듣지 못한다면 비서실장은 역사의 죄인이 되며 역적이 된다. 대통령 특보라는 특별석을 만들어 김무성·유승민의 위상을 깎아 내린 것을 누가 현명한 처사라 하겠는가. 
 
이병기 비서실장은 급기야 전직대통령 구속과 현직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국민의 소리와 맞서게 됐다. 시내에 깔린 전경의 방패와 곤봉으로 국민을 막을 생각인가. 1960년 4·19때 내 나이 24세. 가진 것이라고는 맨 주먹 뿐, 손 안에 쥐어진 돌맹이와 벽돌. 그것으로 총과 맞섰다. 
 
이제 80이 된 지금, 내 앞에서 총탄에 쓰러진 친구의 얼굴이 선명하다. 절망조차도 희망으로 생각하는 오늘의 현실을 가볍게 생각하지 말라. 
 
‘민주주의 만세’를 외치며 쓰러진 65년 전, 스물네 살 친구를 생각하며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이 너무나 슬프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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