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5일 신임비서실장에 “우리가 남이가”의 주인공인 김기춘 전 법무장관을 임명하자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어이없고 기가 막혀 입을 다물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특히 국정원 댓글의혹 국정조사의 국정원 기관보고가 있는 이날 과거 대선에서 안기부와 경찰을 동원해 지역감정을 부추겨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했던 인물을 청와대 비서실장에 임명한다고 발표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기관의 선거개입에 반성하기 보다는, 국정조사에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인사라는 평이 대부분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정원 대선개입으로 톡톡히 효과를 봤던 박근혜정부가 관건선거를 펼치기에 상황이 좋지 않게 돌아가자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에 지역감정을 이용한 작전을 펼칠 요량으로 감행한, 사실상 야당에 대한 선전포고가 아니냐는 과격한 해석도 나오고 있다.
참여연대는 성명을 내고 신임 김 비서실장은 법무부 장관을 역임하던 1992년 이규삼 국가안전기획부 부산지부장, 박일용 부산지방경찰청장과 대통령 선거를 사흘 앞두고 부산 초원복집에서 대책회의를 벌여 "우리가 남이가, 이번에 안 되면 영도다리에 빠져 죽자", "민간에서 지역감정을 부추겨야 돼" 등의 발언으로 지역 기관장에게 관권선거를 요구했던 인물이라며, 이러한 인물을 기용한 것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김 비서실장의 임명은 청와대가 국정원 정치공작 사건의 진상규명과 국정원의 전면적 개혁이라는 국민의 요구를 전면 부정하는 것이라며, 유신헌법 초안 마련을 주도하는 등 이미 청산해야 할 과거 주역을 되살린 이번 인사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이언주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문제를 풀기보다는 더욱 악화시킬 시대착오적 인사” “너무나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올 지경이다” “대통령은 ‘무능의 정부’, 그 한계를 보고 싶으신가 보다” “역사가 거꾸로 흐르고 있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며 비난을 쏟아냈다.
이 대변인은 “하필 국정원이 대선에 개입한 사상 초유의 국기문란 사건에 대한 기관보고를 진행하는 오늘, ‘초원복집 사건’을 주도한 김 전 장관을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임명한다는 발표는 박 대통령의 의중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게 한다”고 질타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박 대통령이 휴가기간 동안 어떻게 자기 성벽을 어 높게 쌓을지 구상만 한 것이냐며, “지지부진한 국정조사에 대해 이제 대통령이 나서라는 야당들의 목소리를 이번 신임인사로 깔고 뭉개시겠다는 것은 아닌지 심히 의심스럽다”고 비난했다.
통합진보당 홍성규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안그래도 정치가 실종되었다는 비판이 거센 가운데 공석이었던 정무수석자리에 쏠렸던 관심은 느닷없는 김기춘 비서실장 임명으로 경악을 금치 못할 지경”이라며 “박 대통령에게는 가장 어울리는 비서실장일지 모르나 우리 국민들에게는 가장 끔찍한 인선”이라고 폄하했다.
이어 김 비서실장의 임명은 박 대통령이 희대의 국기문란사건인 국정원 대선개입사건에 대해 단호하게 짓뭉개고 가겠다고 작정을 한 것이고, 국민과 촛불에 맞서겠다는 분명한 의지지 표현으로 밖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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