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만 촛불. “박 대통령 사과하라” -
“원.판.김.세, 박.사.남.해” 오판 계속할 것인가
이기명 팩트TV논설고문
천재지변이 오려면 미물들이 먼저 알아차린다고 한다. 지진이 날 것을 어찌 아는지 동물들이 난리를 친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이 미물에도 따르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며 때로 차라리 미물이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역사는 항상 경고를 하면서 흘러간다. 요즘 정치행태를 보면서 세상사 변하지 않는 것은 정치행태뿐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나이를 먹어서 본 것도 많다. 8.15 광복 후 혼란 과도기에 정치행태는 폭력이었다. 국회의원 선거 때는 후보자 집에서 수류탄 터지기가 일수였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독재도 겪었고 죄 없는 사람 죽는 거 많이 봤다. 아직도 어디 묻혀있는지도 모르는 행방불명자가 부지기수다. 주범은 국정원과 보안사라고 국민은 믿고 있다.
세상사 좋을 때도 나쁜 때도 있지만 정치는 더욱 못되어 가는 것 같아서 인간에 대한 희망의 한계를 새삼 느끼게 되고 이를 극복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안타깝다. 정말 불가능한 것일까. 국민을 위한다는 정치가는 저렇게 많은데 국민의 마음은 왜 편하지 않는가.
‘역사의 경고’를 말했다. 청계, 시청광장에 나갈 때 마다 역사의 경고를 생각한다. 8월3일, 청계광장 맨바닥에 앉아 생각했다. 수만의 저 촛불이 저렇게 계속해 불 타 오른다면 결국 무엇을 태울 것인가. 태우지 못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불의한 모든 것들을 순식간에 한 줌의 재로 만들 것이다. 국민이 연일 경고를 보내고 있는데 안 듣는가. 못 듣는가. 말은 하라고 있는 것이다.
### 새누리당, 파국을 원하는가
"민주당이 2008년 대통령선거에 불복, 촛불집회를 일으키면서 나라를 아주 어지럽힌 전례가 있다" "이번 대선에도 불복하는 심리가 민주당 저변에 깔려 있었다"
권성동이란 의원이 있다. 말속에 씨가 있고 씨는 현실이 된다. 그는 새누리의 국정원 국정조사특위 간사다. 검사출신이라 법도 잘 알 것이다. 그가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서 한 말이다.
상대할 가치도 없는 말이지만 그가 국조위 새누리 간사라기에 짚고 넘어가는 것이다. 이명박의 이른바 광우병 소고기 수입이라는 국가적 치욕에 항의한 국민들의 정당한 촛불집회를 '민주당의 대선 불복 시위'로 왜곡했으며 이를 이번 촛불시위 왜곡 역시 같은 저의인 것이다. 국정원의 대선개입을 이런 식으로 얼버무리려는가. 후안무치가 바로 이것이다. 불순하고 치사하다.
국민은 국정원의 대선개입을 규탄하는 것이다. 국민의 주권을 짓밟은 정치개입 규탄이 촛불로 타오는 것이다. 이를 대선 불복으로 몰아가려는 새누리당의 꼼수다. 국민이 넘어갈 줄 아는가. 국정원의 과거를 보라. 그들이 저지른 악몽이 지금 국민에게서 되살아나고 있다. 모르는가. 알면서 모른채 하는가.
새누리당에게 국민이 묻는다. 민주당이 선거 불복한다고 했는가. 박근혜 당선 무효소송을 냈는가. 문재인이 선거 불복한다고 입 한 번 뻥끗이라도 했는가. 도둑놈 제 발 저리다고 새누리 스스로 인정한다는 의미가 아닌가.
권성동에게 묻자. 황우여에게 묻자. 최경환에게 묻자. 이번 대선이 공정한 선거였는가. 국정원이 선거에 개입하지 않았는가. 경찰이 국정원 댓글을 제대로 수사했는가. 국민에게 대답하기 가책이 되면 스스로에게 대답하라.
야당 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해 정치를 이 꼴로 만들어 놓은 민주당이 책임을 면할 수 없다. 한 짓을 생각하면 망해야 마땅하나 그래도 국민의 호된 질책과 때늦은 각성으로 대여투쟁에 나섰다. 삼복더위 염천에 셔쓰가 흠뻑 젖은 채 홍보물을 돌리며 국정원을 규탄하는 야당의원들의 모습을 보고 국민들이 박수를 치는 것은 결코 민주당이 이뻐서가 아니다. 민주주의를 말려죽이는 새누리와 가열차게 싸우라는 격려다. 꿈에서라도 잊어서는 안 된다.
아무리 교묘한 논리로 무장한 궤변이라도 인간 양심 앞에서는 한 방에 날라 간다. 어른이 없다는 이 땅에서 정치를 질책하는 바른 소리가 있다. 대통령도 여야 지도자들도 다 함께 경청해야 한다. 양심의 소리다.
"지금쯤은 대통령이나 정부의 분명히 입장이 밝혀져야 되는 문제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말을 안 하고 넘어가고 있는 것 아닌가. 그것은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보여야 될 마땅한 태도는 아니다"
윤여준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한 말이다. 조순형도 쓴소리를 했다.
"그냥 침묵 지키고 나랑 아무 관계없다고 거리 두고 그러면 안 된다".
"NLL논란에 있어서도 그렇고, 국정원 사태에 있어서도 그렇고, 박근혜 대통령이 누구보다도 당사자다.“
"국가정보원은 대통령의 직속 기관 아니냐? 그렇기 때문에 국정원이 지난 대선에서 어떻든 그 정치·선거에 개입을 하고 여러가지 본연의 의무에서 일탈했다, 그리고 이거 개혁을 해야 된다, 이런 문제에서는 처음부터 나섰어야 한다.”
쓴 소리의 대명사라고 하는 조순형의 말이다. 조순형이 누구인가. 유석 조병옥의 아들이다. 유석 조병옥은 대통령 후보직을 양보하면서 ‘빈대잡기 위해서 초가삼간을 태울 수는 없다.’는 유명한 말을 남긴 정치인이다.
### 촛불은 억지로 못 꺼. 대통령이 꺼라
청계광장 맨바닥에 앉아서 구호를 외치는 자신을 돌아보며 분노와 함께 눈물이 앞섰다. 3만5천이라고도 하고 4만이라고도 한다. 숫자는 지금 의미가 없다. 옆에 앉아 있는 나이든 노인들도 같은 심정이다. ‘어버이 연합’에나 어울린다는 오해를 받을 분들이 ‘원판김세. 박사남해’ 구호판을 들고 땀을 흘린다. 6.10항쟁에 나섰던 어른들이다. 이한열 열사의 어머님도 구호판을 드셨다. 지팡이에 겨우 의지하는 할아버지도 계시다. 초딩도 있고 중딩 고딩도 있다. 새누리당 눈에는 보이지 않는가. 대통령 눈에는 이것이 안 보이는가.
피어나는 듯하던 민주주의를 이명박이 박살냈다. 그 뒤를 박근혜가 힘차게 이어가고 있다. 새누리당이 뒷받침을 한다. 이명박은 이 땅에 민주주의뿐이 아니라 국토까지도 망쳐놨다. 눈을 뜨고 있으면 4대강에 한 번 가보라. ‘녹조라떼’라는 세계적 관광명소(?)가 생겼다는 조롱이다. 4대강 보들이 무너질 판이다. 보가 터지면 누가 떠 내려 가는가.
멀정한 강을 파헤치며 22조원의 혈세를 쏟아 부은 이명박이 벙어리가 됐다. 4대강은 운하가 아니라며 오리발을 내밀던 인간들은 모두 어디로 갔는가. 그 자들이 입을 열던 말던 4대강은 ‘녹조라떼’를 품에 안고 비참하게 죽어간다. 4대강 보가 무너지고 오염된 식수를 국민이 먹으면 새누리 의원들은 어쩔 것이냐. 자신들은 책임이 없다고 뒤로 자빠질 것인가. 이명박을 법정에 세워야 한다는 국민의 소리가 높다. 들리느냐. 듣느냐.
배를 채운 놈이 얼마나 될지는 몰라도 원전비리는 차라리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이 부끄러운 야만이다. 작전권 하나 챙기지 못하고 미국한테 매달리는 똥 별들의 대한민국이다. 꼿꼿장수의 입은 얼어붙었는가.
자유당 독재정권 때도 이렇지는 않았다. 도대체 아무리 눈 씻고 봐도 도덕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새누리 국조위원이란 자들은 국민들이 눈을 시퍼렇게 뜨고 쳐다보고 있는데 휴가를 갔다. 대통령은 아름다운 패션으로 저도에서 휴가를 즐기며 ‘저도의 추억’에 잠긴다. 누가 잘못했는가. 도대체 국민은 어디에 의지하고 살아야 하는가.
능력이 없으면 노력하는 척이라도 해야 한다. TV에 나와 희죽거리는 의원들의 모습을 보며 ‘개XXX들, 패XXX고 싶다’는 말을 거리낌 없이 하는 국민들에게 항의할 용기가 있는가.
민심의 현장이 바로 촛불이 타는 현장이다. 청계광장 현장에서 ‘원색적 욕설’을 들어야 하는 기자라는 X들을 보면서 참으로 세상 더러울 때 태어났다고 동정이 갔다. 바로 촛불의 현장 옆에 동아일보가 있고 앞에는 조선일보가 있다. 건물속에서 대낮처럼 밝게 타오르고 있는 촛불을 볼 것이다. 생각이 어떤가. 역시 종북세력들의 준동인가. 친노들의 발악인가. 기자X들도 촛불을 들어야 한다. 너희들의 선배들이 거리에 내동이쳐진 채 쟁취했던 언론자유를 네X들이 지금 짖밝고 서 있는 것이다.
대통령 선거에서 국정원이 어떻게 관여를 하고 어떻게 박근혜를 도왔는지는 국정조사와 상관없이 명백하게 밝혀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정원은 또 다시 정치개입을 할 것이며 이 땅에서 촛불은 영원히 꺼질 날이 없을 것이다. 국민들의 요구가 격렬해 진다. 광장에 나와 성난 국민의 얼굴을 보라.
남재준에게 묻는다. 명예가 무엇인가. 생명처럼 소중하다는 명예가 과연 무엇인지 촛불 앞에서 대답을 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도 대답을 해야 한다. 청계광장을 밝히는 촛불을 뒤로 하며 지친 몸을 옮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이기명 팩트TV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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