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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앵커도 민망한 ‘고품격(?)’ 토론
등록날짜 [ 2015년02월04일 15시09분 ]
이기명 논설위원장
 
【팩트TV - 이기명 칼럼】국민이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

토론을 보면서 우선 창피했다. 토론을 진행하는 앵커가 민망했다. 별의별 사람을 다 만나야 하는 앵커지만 그래도 명색이 제1야당의 대표가 되겠다는 사람들의 전국 생방송 토론이 이 지경으로 진행되고 있으니 얼마나 속이 상했을까. 대한민국 최고의 앵커도 팔자소관, 액땜으로 돌리는 수밖에.
 
토론회는 경선 규칙을 정하고 따지는 자리가 아니다. 당 대표 후보들의 정치적 비전과 경륜을 피력하는 품위 있는 자리다. ‘경선 룰’에 대한 불만이 있다면 한 번으로 끝내야 한다. 그것이 토론 내내 되풀이하고 ‘꿩 먹고 알 먹고’는 고장 난 ‘레코드판’처럼 계속 돌고 또 돌았다.

(사진 - JTBC 화면 캡처)

 
앵커의 곤혹스러운 모습을 보는 것도 고통이었지만 지금 저 방송을 시청하면서 혀를 차고 비난할 국민들을 생각하면 더욱 가슴이 쓰리다. 속 좀 시원하게 해 줄 시원한 토론은 할 수 없는가. 능력이 문제가 아니라 정신이 문제다. 완전히 이성을 상실한 것 같다.
 
국민들은 이제 새민주정치연합 당 대표 경선은 끝장이 났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왜냐면 한 후보가 ‘룰’ 이 문제라면서 거취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한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전대위(전당대회준비위원회)가 15대 4로 결정한 것이 잘못이라는 것이다. 쏟아지는 발언은 수위가 점점 높아졌다. ‘거짓말’ ‘비열한 짓’ 등등의 말이 거침없이 쏟아졌다. 영국의회에서 ‘거짓말’이란 어휘는 금기어다. 결투의 대상이 된다.
 
대한민국 최고의 앵커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자제를 요구하는 그의 발언은 한 후보가 거침없이 끊고 들어온다. 이를 어쩐단 말인가. 무엇이 후보의 이성을 이토록 상실하게 만들었는가. 차마 입에 올릴 수가 없다. 아니 올려야 한다. 막가는 것이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은 죽어도 좋다는 것이다.
 
 
초등학생 ‘토론회’도 지켜야 할
 
 
JTBC의 토론회가 있었던 다음 날. 여의도 식당가에는 화젯거리가 풍성했다. 현재로써는 그래도 국민이 유일한 정권교체 세력이라고 믿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당 대표 선거 후보자들의 마지막 토론회다. 그것도 가장 공정하다고 신뢰를 보내는 JTBC의 공개토론이며 또한 가장 믿고 있는 손석희 앵커가 사회를 보는 생방송 토론회다.
 
손 앵커의 공정한 사회와 정곡을 찌르는 질문은 출연자들이 진땀을 흘린다고 정평이 나 있다. 그러니 이번 토론회에서는 그래도 격조 있는 고품격의 토론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었다. 기대는 시작하자마자 무너졌다. 왜 기대가 무너졌는지는 구구하게 설명을 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다. 딱 한마디만 하자. 손 앵커가 견디다 못해 한마디 했다.
 
"쓰는 표현을 좀 순화해 달라" 무슨 말이며 무슨 뜻인지 잘 알 것이다. 사실 손 앵커의 말을 자르며 끼어드는 후보자에게 시청자들도 화가 났을 것이다
 
방송에 나오는 모든 정치인의 공통된 언어가 있다. 선공후사(先公後私)를 말하며 정당인은 선당후사(先黨後私)를 말한다. 이번 토론회에서 그 말의 공허함을 실감했을 것이다. 한두 번 정도면 동의는 못 해도 이해는 할 수 있다. 하지만 토론회의 시작부터 마지막인 JTBC 토론까지 어떻게 줄기차고 끈질기게 네거티브를 한단 말인가.
 
운동경기를 직접 해 본 경험이 있거나 직접 선수로 뛰어 본 사람들은 다 안다. 경기 시작 후 얼마 안 지나도 대충 게임의 결과를 안다. 틀렸구나 하는 판단이 선다. 그때부터 심사가 뒤틀리는 것이다. 기왕에 지는 판이다. 게임의 기본적 규칙 같은 것은 눈에 안 들어온다. 반칙을 해서라도 혹시 이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요행을 바라게 된다. 게임이 어떻게 되겠는가. 물어보는 게 바보다.
 
토론회의 진정한 의미는 자신의 주장을 당당하게 말해야 한다. 더구나 당 대표 선거라면 어떻게 당을 이끌어 가며 국민 모두의 소망인 정권교체의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저는 오늘 이 어처구니없는 친노의 횡포, 만행에 대해 국민들과 당원들에게 설명하고자 이 토론회에 나왔다"
 
더 이상 쓸 수 없고 써서도 안 될 극렬한 어휘로 상대를 비난하는 토론은 토론의 품격을 수렁으로 빠트린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심정이 어떠했을까. 상대를 칭찬하면 상대도 자신도 칭찬한다. 함께 위상이 올라간다.
 
 
이제 2월 8일, 전당대회다. 남은 며칠 동안만이라도 자제해 주기 바란다. 화나면 무슨 짓을 못하겠느냐는 말이 있지만 이제 그럴만한 나이는 지나지 않았는가. 국민들 앞에 지도자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이다.
 
부끄러운  짓은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한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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