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누리당, 오판했다 -
오판의 결과도 오판자의 것
이기명 팩트TV논설고문
전쟁이 벌어졌다. 누가 이기느냐는 나중에 결정 난다. 우선 싸우고 터지고 깨지고 다치고, 죽고 피 흘리는 부상자들이 속출한다. 전쟁은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생각이 더욱 인간을 잔인하게 만든다. 지면 죽는다. 무슨 짓을 해서라도 이겨야 산다. 비극의 시작이고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아니 신만이 안다. 그러니 기다려야 하는가.
새누리당의 오만방자가 결국 일을 저질렀다. 망하는 길로 들어섰다는 것이다. 왜 망하는 길로 들어섰냐고 물을 것이다. 불의를 정의로 가장하고 뜨거운 국민의 요구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국정원, 검찰, 경찰의 비호를 받으며 대통령선거를 교수대에 매단 무거운 책임을 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다. 그것이 바로 새누리당의 종말을 예고하는 가장 확실한 근거다.
새누리당 눈에는 안 보이는 모양이다. 그러나 국민은 똑똑히 보고 있다. 국정원 대선개입을 규탄하는 시국회의가 처음 열렸을 때 새누리당은 웃었을 것이다. 그러나 웃음은 날이 갈수록 침통한 한숨으로 바뀌었음을 국민은 분명하게 목격했다. 하루가 다르게 광장을 메우는 촛불. 지난 27일에는 2만5천의 시민이 촛불을 밝혔다.
조중동과 공중파 KBS MBC SBS가 광장을 비치지 않았다고 국민이 모를 줄 아는가. 새누리당이 착각을 한다면 이것은 중증이다. 빨리 조치하지 않으면 살아 날 희망이 없다.
몇 백 명이 모이기도 힘이 드는 삼복더위에 광장에 꽉 찬 시민들. 그 중에는 공부해야 할 고등학생과 중학생이 있다. “어른들은 우리에게 무엇을 배우라는 것이냐”고 항의하는 여학생의 질문과 “민주주의를 찾으러 왔다는” 호소를 들으며 새누리당은 대답을 해야 한다.
국가정보원과 경찰의 조직적인 선거개입과 이러한 개입사실 은폐를 규명하기 위한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국민 앞에 약속한 국정원 국정조사가 좌초했다. 새누리당의 방해 때문이다. 원세훈과 김용판의 증인출석이 무망한 상태에서 국정조사를 하는 바보가 어디 있단 말인가. 국민 앞에서 병신노릇을 하란 말인가. 이들이 바로 국정원 정치개입의 주범이며 이들이 빠지면 국정조사는 속빈 강정이고 맨 손가락 빠는 격이다.
원세훈과 김용판이 ‘재판 중’이라는 이유로 출석을 거부하고 국정원 전·현직 은 기밀 누설을 할 수 없다는 ‘국정원법’을 핑계 댄다면 애당초 이런 사실을 모르고 국정조사를 하겠다고 했는가. 민주당도 참 바보가 아닐 수 없다. 국민에게 병신 소리를 듣고 김한길이 욕을 바가지로 먹는 것은 그들 스스로 자초한 일이다.
동행명령장을 요구하는 민주당의 요구는 일언지하에 거부되고 대응할 길이 없는 민주당이 땅을 칠 때 새누리당은 만만세다. 살은 한 점도 붙어있지 않고 뼈다귀만 앙상한 국정원 국정조사를 보며 새누리당이 희희낙락 했다면 영 잘못 생각했다. 그들은 국민을 외면한 것이다. 이제 임자를 만난 것이다.
### 박근혜 정권의 정통성
박근혜 정권의 아킬레스건은 정통성 문제다.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이 정권의 정통성으로까지 확대되고 국정원이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무단공개에 대한 여론의 역풍을 무마시키고자 새누리당은 허겁지겁 국정원 국정조사를 받아드렸다. 그러나 속으로는 숨긴 카드가 있었다. 이미 언급한 재판중 증인출석 거부와 국정원 법을 방패로 한 증언거부다.
그걸 간파하지 못한 민주당 지도부를 국민들은 어떻게 보았을까. 그야말로 두뇌가 텅 빈 무뇌아 수준으로 취급했을 것이다. 그런 민주당의 무기력을 놓칠세라 국조위 민주당 위원인 진선미 김현의 자격을 문제삼고, 당연히 공개해야 할 국정원 기관보고의 비공개를 요구하면서 강태공 시절 낚드시 3주를 허송했다.
더욱더 뻔뻔스럽게 날씨가 더우니 휴가기간이니 하는 개가 부끄러울 소리를 하면서 당대표 황우여와 최경환은 해외나들이로 오늘에 이르렀다. 한 마디로 국정조사가 뭐 말라 죽은 귀신이냐는 것이다.
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바로 세우자는 국정원 국정조사를 이처럼 무력화시킨 새누리당이 국민으로부터 규탄받지 않는다면 그건 정상이 아니다. 끝내 민주당을 장외투쟁으로 몰아 낸 것도 자업자득인 것이다. 결국에는 그토록 피하고 싶었던 정권의 정통성 문제로까지 확산되고, 민주주의의 기본을 지키자는 국민의 목소리가 광장을 메우고 춧불이 타오르는 것도 감수해야 할 것이다.
이제 국정원 선거개입은 온 국민이 알고 있고 믿고 있는 기정사실이다. 더구나 정상간의 대화록 유출과 이를 선거에 이용한 것이 선거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57%의 국민이 인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 새누리당의 오판. 결자 해지
민주당이 시청광장으로 나왔다. 결단력 없는 민주당 지도부와 우유부단의 김한길이 설마 장외투쟁을 하겠냐고 마음놓고 있었을지 모르나 그 역시 잘못 판단했다. 김한길도 정치인이고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 머리 잘 돌아간다는 평가다. 지금 이 때가 어느 때인지 정도는 알 사람이다.
김한길 대표는 '장외투쟁' 선포를 하면서 결의를 다졌다.
"새누리당은 국정조사 기간 45일 중 30일을 파행시켰다. 세 번의 파행과 20여 일간의 국정조사 중단, 증인 채택 거부로 인해 더 이상 국정조사에 기대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인내할 만큼 인내해 왔고, 참을 만큼 참았다"
김한길은 야속했을 것이다. 나를 이렇게 궁지로 몰아야 하느냐. 나도 이빨이 있고 물줄도 안다. 너희들 한 번 당해 보겠느냐.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당내외에서 쏟아지는 비판과 서울광장 촛불시위에 모이는 폭발적인 인파, 더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이제 새누리당의 오판은 명백하게 들어났다. 결자해지라고 한다. 새누리가 해결해야 한다. 방법은 무엇인가. 알고 있을 것이다.
‘국정조사 기간을 연장하고 원세훈과 김용판 김무성 권영세, 그리고 국정원 관련자들을 증인대에 세우면 된다. 안 된다면 국민과 싸워야 할 것이며 승리는 이미 결정이 나 있다.’
이기명 팩트TV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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