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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꽃'으로도 때리지 마세요
[팩트9뉴스] 기획취재-어린이집, '꽃'으로도 때리지 마세요
등록날짜 [ 2015년01월20일 10시19분 ]
팩트TV




 【팩트TV-팩트9뉴스】기획취재-어린이집, '꽃'으로도 때리지 마세요
 
 
진행 : 정운현 보도국장 겸 앵커
 
 
정운현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 
아름다운 꽃으로 때리더라도 맞은 아이는 평생 지우기 어려운 상처를 갖게 됩니다.지난 8일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 위치한 한 아파트단지 내 어린이집에서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습니다. 아이가 김치를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보육교사가 아이를 폭행한 사실이 확인돼 큰 충격을 던졌습니다. 교사의 폭력에 아이는 내동댕이쳐졌고, 다른 아이들은 무릎을 꿇고 친구가 맞는 모습을 지켜보며 공포에 떨었습니다. 폭행을 행사한 보육교사는 “아이를 사랑해서 때렸다”고 말했는데요, 이 말이 도리어 부모들의 공분을 샀습니다. 비단 이번 사건뿐만 아닙니다, 전국 4만 여개의 어린이집에서는 이와 유사한 사례가 적지 않을 것입니다. 빈발하는 어린이집의 아동학대, 대체 원인은 무엇이며, 또 대책은 없는 것인지 오늘 기획취재에서 점검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양 기자, 어서 오세요.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면서 아이가 아주 어릴 때부터 ‘시설’에 맡기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어린이집 아동폭력사건 때문에 학부모들의 걱정이 많을 것 같습니다. 
 
양아라
네, 그렇습니다. 부모님들이 직장에서 일을 할 동안, 아이들은 제2의 집이나 다름없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보살핌을 받는데요. 최근에 교사가 아이를 폭행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학부모들이 내 아이도 폭행을 당하지 않았을까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정운현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개념이 다릅니까? 대개 별다른 구분 없이 사용하고 있지 않나요? 
 
양아라
유치원은 5세~7세 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기관’입니다. 반면 어린이집은 1세~7세까지의 영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보육기관’입니다. 따라서 유치원은 교육부에 소속돼 있고,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 관할입니다. 
 
정운현
유치원 교사가 어린이집 교사보다 수준이 높은 교사라고 볼 수 있나요?    
 
양아라
꼭, 그런 것만은 아닌데요, 유치원 교사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모두 취업이 가능합니다. 반면 어린이집 보육교사는 보육교사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들로, 유치원에 취업할 수는 없습니다. 유치원 교사는 근로여건이 좋지 않은 어린이집에서는 일하기를 꺼린다고 합니다.  
 
정운현
근로 여건이 좋지 않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그렇습니까?
 
양아라
어린이집 보육교사는 아이들을 돌보는 것뿐만 아니라 수업을 준비하고 또 진행해야 합니다. 이런 점이 보육교사들에겐 스트레스가 된다고 합니다. 보육교사의 처우와 관련해 현재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는 원장님 한 분을 전화로 만나봤습니다.

▶ VCR. 어린이집 원장 전화인터뷰   
 
정운현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자격증은 인터넷으로 쉽게 딸 수 있는 자격증 가운데 하나라는 얘기가 있던데 그게 사실입니까?  
 
양아라
그런 점도 분명 있습니다. 보육교사 자격증은 인터넷 강의와 형식적인 실습으로 ‘사이버 대학’, 학점은행제, 보육교사 교육훈련원 자격증을 취득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관계 당국의 관리 감독이 허술해 대리시험이 빈번하고, 돈을 받고 자격증을 허위로 발급해주는 사례도 더러 있다고 합니다.  
 
정운현 
물론 보육교사로서의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고 계신 분들도 많겠지만, 자격증 남발이 교사의 질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겠군요?    
 
양아라
그렇습니다. 매년 1만명 꼴로 3급 보육교사가 쏟아져 나온다고 합니다. 보육교사도 보육현장 경험을 통해 능력을 길러야하지만, 이들의 실습을 관리하고 감독할 지자체의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따라서 보육교사의 질적 평가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정운현 
보육교사라면 아동발달에 대한 이해와 아동인권에 대한 교육과 인성검사 등이 반드시 필요해 보이는데요, 실상은 어떻습니까? 
 
양아라
아이의 정서와 행동 발달에 영향을 주는 보육교사의 경우 반드시 필요한 교육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미비한 실정입니다. 따라서 보육교사들이 아동인권과 관련한 교육을 받게 하고 또 인성검사를 통해서 보육교사의 자격기준을 보완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운현
보육교사 자격증을 쉽게 딸 수 있다면 보육교사 수도 그만큼 늘어나겠군요? 
 
양아라
그렇습니다. 보육교사의 수가 늘어난 만큼 그에 따라 민간 어린이집 운영도 크게 늘어났습니다. 문제는 단기간의 이윤을 추구하는 일부 보육시설 때문에 질 낮은 보육교사를 채용하면서 아동학대 문제 같은 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당국의 보육시설의 감시 소홀이나 묵인으로 악순환이 이어지기도 합니다. 
 
정운현 
학부모가 어린이 집의 ‘평가인증’을 믿고 어린이집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데요. 그렇다면 평가인증 제도는 믿을 만 합니까? 
 
양아라
평가인증 역시 제 기능을 하고 있지 못합니다. 한국보육진흥원이 보건복지부의 위탁을 받아 이 업무를 대행하고 있는데요, 전국 4만 여개의 어린이집을 독점적으로 검증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주로 서류검사에 의존하고 있어서 제대로 된 검증이나 평가가 어렵다고 합니다. 현재 어린이집 평가인증 제도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남윤인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의 얘기를 한번 들어보시죠. 

▶ VCR. 남윤인순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 전화 인터뷰 
 
정운현 
아이들을 보호하고, 보육교사를 감독하기 위해 어린이집에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데 문제점은 없습니까?
 
양아라
CCTV가 능사는 아닙니다. CCTV가 비추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아동학대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보육교사들의 인권 역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보로 수 있는데요. 이와 관련해 어린이집에서 근무하고 있는 보육교사의 얘기를 한번 들어보시죠.

▶ VCR. 어린이집 보육교사 전화 인터뷰
 
양아라
음성이 녹음이 안 되는 CCTV의 경우 더러 오해를 빚기도 합니다. 한 학부모가 아이들이 교사에게 용서를 비는 듯한 모습을 보고 어린이집에 항의한 적이 있는데요. 알고 보니 아이들이 교사 앞에서 손을 씻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정운현
그럴 수도 있겠군요. CCTV 설치 의무화를 두고 논란이 많은데요, CCTV를 설치한 어린이집의 경우에는 어떻게 합의를 이루었는지 궁금합니다.  
 
양아라  
CCTV가 설치된 어린이집의 경우 운영위원회를 통해 학부모와 보육교사, 원장이 함께 논의하는 구조가 있었습니다. 따라서 3자가 충분한 대화를 통해 CCTV를 설치함으로써 아이의 안전과 교사의 인권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정운현 
경찰은 CCTV가 설치된 어린이집을 전수조사 하겠다고 했는데요. 과연 아동폭력을 줄이는 방안이 될 수 있을까요? 
 
양아라
전수조사는 아동폭력의 실태와 처벌을 목적으로 볼 수도 있겠는데요. 사실상 증거자료로 사용될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닙니다. 전국 4만 여개가 넘는 보육시설 가운데 CCTV가 설치된 곳은 약 9,000여개인데요. 영상을 모두 확인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정운현
보건복지부는 아동학대의 강력한 규제책으로 ‘원 스트라이크’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죠? 
 
양아라
네, 그렇습니다. 아동학대가 한번만 적발돼도 해당시설을 폐쇄하고 보육교사 뿐만 아니라 원장까지도 영구 퇴출하는 제도인데요, 기존의 ‘10년 제한’을 두던 제도와 별반 다를 바가 없어 대증요법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정운현
어른들의 아동학대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양아라   
네. 최근 어린이집에 일어난 각종 아동폭행의 경우 범인이 초범이거나 잘못을 반성할 경우 이를 정상 참작하여 집행유예나 벌금 등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겪는 학대의 기억은 평생의 씻을 수 없는 고통이 된다는 점에서 형사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정운현
최근 아동학대의 경우 민간 어린이집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국공립 어린이집으로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지요? 
 
양아라
네. 아무래도 국공립의 경우에는 보육료가 민간에 비해 저렴하고, 정부의 관리감독이 더 철저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학부모들이 믿고 맡길 수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국공립의 경우 한명의 아이가 빠지면 백 명의 대기자가 몰려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현재 서울시는 이러한 수요에 대해 2018년까지 국공립 어린이집을 1000곳으로 늘리기로 했습니다. 
 
정운현
자, 눈을 나라밖으로 한번 돌려보죠. 해외는 시정이 어떻습니까?  
 
양아라
일본과 프랑스 등은 국공립으로 운영되는 보육시설의 비중이 높습니다. 또 보육도 교육의 하나로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이 큽니다. 다른 나라의 경우 한쪽으로만 보이는 유리를 설치하여 부모들이 아이들의 교실 내부를 볼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보육시설의 폐쇄적인 부분을 개방하여 학부모를 안심시키고 아이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입니다.      
 
정운현
아동학대는 물리적, 신체적인 폭력뿐만 아니라 정서적인 폭력도 있다지요?  
 
양아라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런 폭력은 CCTV를 통해서 확인할 수 없습니다. 교사가 아이를 거부하거나 공포감을 조성하거나 아이를 고립시키는 경우 등을 대표적인 정서학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영유아의 경우 발달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아이마다 교육법이 다른 이유도 있어 이에 대한 구분이 어렵기도 합니다만, 아무튼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정운현 
어린이집, 말 그대로 어린이들의 ‘또 하나의 집’입니다. 그러나 어린이집이 본래의 역할을 망각하는 순간 아이들에게는 감옥과도 같은 공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워킹맘들은 자신의 아이가 폭력을 당하지는 않을까 걱정하며 쉽사리 어린이집에 보내지 못한다고 합니다. 2013년 기준으로 전국 어린이집의 국공립 비율은 9.5%에 불과합니다. 어린이집 10개 중 9개가 민간시설입니다. 믿고 맡길 수 있는 국공립 시설에 아이를 보내기 위해 부모들은 대기번호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이번 인천 아동학대 사건을 보육교사 한 사람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습니다. 좋은 보육교사는 그저 탄생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사회가 나서서 좋은 보육교사를 길러내야 합니다. 초중등 교육 못지않게 보육교육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양 기자, 오늘 수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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