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팩트9뉴스】기획취재-가구공룡 이케아, 이대로 괜찮은가?
진행 : 정운현 보도국장 겸 앵커
정운현
한국 가구업계에 ‘거대 공룡’이 등장했습니다. 전 세계 27개국에 315곳의 매장을 갖고 있는 ‘이케아’가 바로 그 당사잡니다. 총 매출액 40조원, 제품 종류 9500여종에 직원 수는 무려 13만 5천여 명이나 됩니다. 연간 7억여 명이 이케아 매장을 찾는다고 하니 가히 공룡이라고 할 만합니다. 바로 이 ‘가구 공룡’ 이케아가 작년 말 한국에 진출했습니다. 이케아는 경기도 광명에 1호점을 열었는데요, 조만간 고양시에 2호점을 낼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케아는 한국 진출을 위해 80년대 후반부터 한국시장을 조사했다고 하는데요, 중국과 일본에 이어 한국에 매장을 내면서 아시아 시장 공략에 나선 셈입니다. 이번 이케아의 한국 진출로 가구업계는 물론 주변 상권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주말이면 1호점 개장 한 달째를 맞는데요, 오늘 기획취재에서는 이케아를 둘러싼 논란과 과제들을 집중 점검해 보겠습니다. 임 기자, 이케아 취재를 위해 광명에 있는 이케아 1호점엘 다녀왔죠?
임경호
네, 이케아 코리아는 입점 전부터 관세율 면제와 역세권 입지 등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는데요, 운영 한 달째를 맞은 이케아 광명점이 어떤 분위기인지 살펴보기 위해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정운현
무슨 특별한 점이라도 있던가요?
임경호
이케아 광명점은 하루 평균 고객이 2만 여명에 달해 해당구간의 교통난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을 받아왔는데요, 평일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매장은 인파로 북적였습니다. 주목할 점은 이케아가 ‘가구전문점’임에도 가족단위의 방문객이 많았습니다. 매장 안 ‘스몰랜드’라고 하는 어린이 놀이시설과 간단한 식사가 가능한 푸드코트 등 복합 편의시설이 여럿 있었습니다.
정운현
이케아에서 판매하는 물품 중 가구류는 40%밖에 안 된다면서요?
임경호
네, 이케아는 다양한 상품을 취급하기로도 유명한데요, 나머지 60%는 생활용품과 잡화 등에 해당합니다. 그래서 앞서 말씀드린 문화시설과 취급상품 등을 이유로 일각에서는 이케아를 ‘가구전문점’이 아닌 ‘대형마트’로 분류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정운현
최근 손인춘 새누리당 의원 등이 발의한 ‘유통산업발전법’이 그것과 연관이 있죠?
임경호
그렇습니다. 이케아가 사실상 ‘체급’은 대형마트급인데 반해 ‘전문점’으로 분류됨으로써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비판이 일어왔는데요, 이번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대형마트에 적용됐던 규제를 전문점까지 확대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이케아를 겨냥한 것이지요.
정운현
그런데 기존에 시행중인 대형마트 규제법도 수도권에서는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임경호
네, 전주를 비롯한 일부 상권에서는 효과를 봤지만 수도권 지역에는 기업형 슈퍼마켓이나 대형마트 주변에 이미 편의점 등의 대체재가 다수 분포해 있는 등, 영업시간 제한이나 의무휴일제 도입 등이 그 빛을 발하지 못했습니다. 이케아 역시 이러한 제재를 받게 된다고 해도 구입 시기에 분초를 다투는 품목이 아닌 만큼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입니다.
정운현
종합해보면 이케아는 평일에도 많은 고객이 찾는데다 관련 법안을 개정할 필요가 있을 만큼의 영향력이 있다는 말처럼 들리는데요?
임경호
네, 정확한 지적입니다. 이케아 매장에서 자동차로 20분 거리에 위치한 광명시 가구거리의 상인들은 심각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기존에 경기불황과 이케아 입점이 겹치면서 지역상권이 죽어가는 등 갈수록 입지가 좁아진다고 성토하고 있습니다. 광명 가구거리에서 가구매장을 운영하는 한 상인의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VCR. 광명시 가구단지 상인 공등재 씨 인터뷰
정운현
이에 대해 관계 당국은 뭘 하고 있습니까?
임경호
양기대 광명시장은 이케아 건너편 광명디자인클러스터 부지 약 6,000평에 전통가구단지를 조성할 수 있게 경기도와 광명시가 양해각서를 맺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는데요, 정작 기존 가구거리에 있는 상인들은 회의적인 분위깁니다. 전통가구단지, 이른바 ‘가구 클러스터’는 이케아가 입점한 역세권에 기존 소상공인들을 불러들여 이케아와 동일한 입지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인데요, 이전 시기나 비용, 이케아와의 경쟁 등을 고려하면 낙관적일 수만은 없는 입장입니다.
정운현
외국기업인 이케아도 수익을 내면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 책임을 다 해야 할 텐데요, 실상은 어떤가요?
임경호
이케아 측에 이와 관련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문의해지만 구체적인 답변은 듣지 못했습니다. 지금 이케아가 지역상인들을 위해 배려하는 부분이라고는 건물 2층 주차장 한 켠에 내어준 ‘소상공인 가구전시장’ 명목의 300평 부지인데요, 가구상인들이 대체로 영세상인이 많은 점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생색내기라는 지적입니다.
정운현
그렇다면 상황이 개선될 기미는 전혀 없나요?
임경호
네, 관계 당국과 국회, 그리고 이케아의 노력은 ‘헛다리를 짚고 있다’는 평가가 대부분입니다. 반면 지역의 소상공인들은 자구책이 없다고 아우성입니다. 이케아 개장 한 달 만에 기존 상가의 손님 수는 눈에 띄게 줄었고요, 개선될 기미는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 지역 소상공인들은 그야말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싸우고 있는 중입니다.
정운현
이렇게 불리한 경쟁구도는 대체 어떻게 해서 조성된 거죠?
임경호
이케아는 원래 스웨덴에서 저렴한 조립식 가구를 학생들에게 판매해왔습니다. ‘조립식’과 ‘저렴함’으로 무장한 채 ‘불편함을 판다’는 컨셉으로 세계시장을 공략했고, 그 결과 세계 가구시장 1위를 차지하며 점차 각국 시장을 잠식해가고 있습니다. 광명시의 작은 가구상들이 세계 1위 기업과 애초부터 경쟁이 될 수 없습니다. 광명시 가구유통사업협동조합 등은 지난 2년간 이케아의 진입을 필사적으로 막아오다가 지난해 결국 자리를 내어주고 만 것입니다. 이에 대한 정희균 광명시 가구협동조합 총무이사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VCR. 정희균 광명시 가구유통사업협동조합 총무이사
정운현
광명시가 아무런 대책 없이 이런 상황을 만들진 않았을 텐데요?
임경호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것도 있겠죠. 광명시는 지난해 7월 이케아 코리아와 지역경제 발전과 고용 창출을 위한 상호 업무협약을 맺었습니다. 광명시는 이케아를 인근의 롯데 아울렛, 코스트코와 함께 묶어 이 지역의 ‘쇼핑 특구’로 키울 경우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정운현
그래서 입점 부지도 역세권에 자리 잡게 됐군요?
임경호
네, 이케아는 현재 배송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데요, KTX역과 지하철 등 근거리 접근성을 비약적으로 높이며 주변 수요층을 모두 흡수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이 때문에 광명시 가구상뿐만 아니라 주변 상권도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요, 무엇보다도 ‘특혜’라고 불릴 법한 ‘천혜의 입지조건’을 근거로 듭니다.
정운현
그렇다면 직접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에게는 좋은 일일까요?
임경호
편리한 접근성과 저렴한 가격, 다양한 부대시설 등이 얼핏 보기에는 상당히 매력적인 요소이긴 합니다. 하지만 이케아는 각국의 시장 환경을 고려해 가격을 책정한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그 결과 국내 평균가격이 미국 독일 일본보다 각각 10%, 5%, 21%정도 비싼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케아는 또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한 지도 상품을 판매해 오다가 한국 고객들의 항의를 받은 적도 있는데요, 이 때문에 고가의 상품 같은 경우는 저렴한 ‘해외직구’를 이용하는 고객들도 더러 있다고 합니다.
정운현
그런데 이케아는 WTO 보호무역관세로 완제품 세율을 적용받는 거 아닌가요?
임경호
네, 가구의 경우 부분제품을 국내로 수입할 땐 가격의 8%를 관세로 무는데요, 이케아처럼 완제품을 수입할 경우 세율은 0%를 적용받게 됩니다. 그로 인해 안 그래도 저가인 이케아의 가격 경쟁률이 대폭 강화돼 국내 가구업계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것이 우려됩니다. 하지만 관세 혜택을 받으면서도 가격은 다른 나라보다 비싸게 책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손님은 여전히 끊이지 않는 등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기현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정운현
이런 현상을 전문가는 어떻게 평가하나요?
임경호
이케아의 행보에 대해 경제학자 우석훈 박사는 “모든 나라에서 문제를 일으킨다.”고 말했는데요, 우 박사의 얘기를 한번 들어보시죠.
▶VCR. 경제학자 우석훈 박사
정운현
이케아라는 기업의 속성과 국내에서의 한계를 잘 짚어주셨군요.
임경호
네,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세계적으로 위세를 떨치고 있는 공룡기업 이케아가 이미 국내에 입점한 이상 이를 막을 방법은 마땅찮아 보입니다. 다만 지역의 중소상인들도 자구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며, 당국도 이를 위해 적절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정운현
추가로 매장을 낼 계획은 없나요?
임경호
아닙니다. 이케아는 경기도 고양시에 조만간 2호점을 낼 예정이라고 합니다. 장차 공격적인 마케팅과 거침없는 매장 확장으로 국내 가구시장을 잠식해 나갈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관련업계와 당국의 감시가 필요해 보입니다.
정운현
‘자기 손으로 만드는 저렴한 가구’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이케아. 거대 공룡기업 이케아가 국내에 1호점을 낸지 한 달쨉니다.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이케아는 여론의 주목과 함께 뜨거운 논란의 대상으로 떠올랐습니다. 개중에는 이케아의 혁신사레를 본받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없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케아의 국내 진출로 지역의 중소 상공인들이 줄도산 하지나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어쩌면 이미 그런 상황에 도달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 경제의 한 축인 중소 상공인들을 살리는 것이 바로 우리 경제를 살리는 길입니다. 당국의 관심과 대책이 시급해 보입니다. 임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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