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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최고 기호식품 1위 ‘백의종군’
[이기명칼럼] 짐승이 떠날 때도 살던 집은 깨끗이
등록날짜 [ 2015년01월15일 14시54분 ]
이기명 논설위원장
 
【팩트TV-이기명칼럼】 짐승이 떠날 때도 살던 집은 깨끗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행위에는 교훈이 있다. 인류를 불행으로 빠트린 히틀러의 광기는 또다시 재현되면 안 될 역사의 교훈이다. 거명하기조차 낯 뜨거운 한국 정치의 일그러진 모습은 정치를 만들어 낸 정치인들이 주범이다. 이 역시 역사의 살아 있는 교훈이다.
 
정치인의 행동은 대의와 명분에 기반을 둔 원칙 있는 행동이어야 한다. 이루면 군왕이요 실패하면 역적이라 해도 대의를 상실하면 성공했을지언정 오명으로 남는다. 그 때문에 정치인의 행동은 천근의 무게가 있어야 한다.
 
2007년 7월 27일, 전주에서 열린 대통합민주신당 전북도당 창당대회에서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출처 –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 홈페이지)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중병이 들었다고 아무 약이나 쓸 수는 없다. 음식 맛을 내겠다고 아무 조미료나 쏟아 부으면 안 된다. 식초 한 방울을 쳐도 때가 있다. 아무리 장타를 날려도 파울이면 의미가 없다. 김대중·김영삼의 ‘40대 기수론’이 국민의 지지를 받은 것은 타이밍이다.
 
정동영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이 탈당했다. 오랜 시간을 고민했다고 하지만 안 한 것 같다. 왜냐면 고민을 했으면 절대로 탈당과 같은 경거망동은 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왜 경거망동이라는 것인가. 이유는 왜 지금이냐는 것이다. 자신이 몸담은 새민연이 당 대표를 선출하는 중대한 시기다. 개도 자기 집에는 똥을 안 싼다.
 
박지원·이인영·문재인 세 사람이 당을 혁신하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당대표에 출마했다. 2월 8일이면 당 대표가 선출된다. 적어도 당 대표가 선출된 후를 지켜봐야 한다. 당이 변화할 것인가. 개혁의 싹은 보이는가. 약발은 다 떨어졌어도 자신이 백의종군하지 않는다면 새민연은 영영 소멸하고 말 것인가. 조금은 지켜봤어야 한다. 얼마나 고민을 했는지 믿음이 가질 않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어디에 있는가.    
 
인간은 걸어온 길로 평가를 받는다. 걸어온 길은 아무리 지우려 해도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이 성적표고 그것으로 평가를 받는다.
 
"저는 무엇이 되겠다는 생각을 버린 지 오래며 백의종군 자세로 밀알이 될 것입니다."
 
지금 그의 행동이 밀알이란 말인가. 자신은 밀알이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국민의 시선은 그렇지 않다. 왜 그 많은 날을 두고 하필 지금이란 말인가. 자신이 생명처럼 사랑하는 새민연이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모습에 너무나 안타까워 차라리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목이라도 조른다는 비장한 결심인가.
 
인간의 치명적 약점 중에 과대망상이라는 것이 있다. 자신이 나서면 할 수 있다는 허황된 자신감이다. 과대망상으로 인한 비극을 인류는 많이도 겪었다. 특히 정치인의 과대망상은 약이 없는 불치병이다. 
 
아무리 새민연이 밉더라도 정동영이 해야 할 행동에는 금도가 있어야 한다. 그의 행동 어디에도 밀알의 자세는 보이지 않는다. 어느 누구라도 흠결이 없으랴만 그가 밀알이 되기에는 한 참 모자란다. 걸어온 행보를 보면 알 수가 있다. 더이상 설명하는 수고를 아낀다.
 
한 때 대통령 후보로 추대됐던 그는 이제 찾는 사람도 없다. 개혁을 목매 외쳐도 듣는 사람도 별로 없다. 왜일까. 신뢰 때문이다. 그는 범국민적인 진보신당을 만드는 곳으로 발을 들여놓으려고 한다. 새민연에는 더 이상 혁신의 가망이 없다는 이유다. 그래서 백의종군인가. 그것이 이유의 전부일까. 조금만 두고 보면 안다.
 
 
■ 네 번 탈당, 네 번 복당  
 
 
집이 잘못되어 서까래가 내려앉는데 고칠 생각은 하지 않고 도망부터 친다면 집은 무너진다. 아무리 집주인을 욕해도 집은 무너진다. 지금 새민연은 잘못된 집을 수리하기 위해 전당 대회를 한다. 집 주인을 새로 앉히려고 한다. 그렇다면 정동영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집이 어떻게 고쳐지는지 지켜보고 도와줘야 한다. 지금 그가 하는 일이 도와주는 것인가.
 
‘국민모임’을 주도하는 사람들의 면면은 대부분이 시민운동가들이다. 거기에 쌀밥에 뉘처럼 끼어있는 것이 정치인들이다. 기성 정치판에 절망한 시민운동가들이 오죽하면 ‘국민모임’을 만들려고 하는지 국민들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그들의 밥상에 숟가락 하나 달랑 들고 끼어드는 정치인의 꼴불견은 바로 ‘국민모임’의 앞길마저 어둡게 한다. 건물은 지을 때 기초가 든든해야 한다. 국민은 와우아파트가 어떻게 무너졌는지 똑똑히 보았다.
 
삼풍아파트나 성수대교는 겉으로 보기에는 번듯했다. 속은 어떤가. 와르르 무너진 결과가 분명하게 설명한다. ‘국민모임’의 대의는 있다. 그러나 명분과 아울러 국민지지라는 열매까지 따기 위해서는 든든한 주춧돌을 놓아야 한다. 외화내빈이라는 평가가 내려진다면 결과는 빤한 것이다.
 
탈당의 대의와 명분이 있다면 해야 한다. 누가 말려도 해야 한다. 지금이 때인가. 대의와 명분은 있는가. 백의종군의 명분을 누가 인정해 줄 것인가. 4번의 탈당과 네 번의 복당이 백의종군인가. 백의종군해야 할 때 혹시 비단옷을 입지는 않았는가.
 
서울 출마를 거부하고 탈당한 뒤 전주로 내려가 당선된 그에게 백의종군의 거룩한 칭호를 달아 줄 사람은 어느 누구도 없을 것이다. 당선 가능성을 뒤로하고 부산으로 내려간 노무현의 행위가 평가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대의와 명분에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 때문이다.         
 
동냥도 안 주면서 쪽박마저 깨면 도리가 아니다. 백의종군이라는 비장한 각오의 정동영 전 상임고문이 기억해야 할 말이라고 생각한다.
 
 
■ ‘국민모임’  잡석들을 골라내야
 
 
‘숫자만 만 많은 곤쟁이’라고 한다. 한국전쟁에서 중공군의 인해전술에 혼 줄이 난 세계 최강국 미국이지만 이제 인해전술은 의미도 없고 효과도 없다. ‘국민모임’의 면면이 소개됐다. 정당을 만들기에는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시민운동가로서는 존경받는 인물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문제는 잡석이 많이 섞여 있다는 것이다.
 
개혁이란 지향점이 새로운 정당이니까 정당 만드는 데 아무 돌이면 어떠냐고 생각할지 모르나 적어도 이분들이 지향하는 것은 기존의 잡석 정치를 배제하자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출발에서부터 잡석을 제거하는 깊은 생각이 필요할 것이다.
 
‘국민모임’의 순수한 애국심이 일부 잡석들 때문에 출발에서부터 흠결이 생긴다면 그것은 또 다른 의미에서 국민에게 불신과 절망을 증폭시키는 원인을 제공할 것이다. ‘국민모임’의 현명한 지성인들이 올바른 판단을 하리라고 믿으며 그래야만 국민모임의 절박한 소망이 이루어지리라고 생각한다. 얼마나 많은 얼치기 진보들이 설치고 있는가.
 
지난 7일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후보 예비경선에서 박지원·이인영·문재인 후보가 2·8전당대회 본선에 진출할 후보로 선정됐다.


여·야를 통틀어 국민이 존경할만한 정치인이 없다고 한다. 위로는 대통령으로부터 밑으로는 구의원에 이르기까지 정치인이라면 국민들은 머리를 홰 홰 젓는다. 이유가 뭘까. 지난 12일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보았을 것이며, 세월호 참사에 대한 한 마디도 듣지 못하고 ‘기레기’들의 짜고 치는 질문도 보았을 것이며, 그 후 국민의 여론을 들었을 것이며, 대통령의 현실인식과 판단능력을 똑똑히 보았을 것이다.
 
바로 이틀이 지나 청와대 행정관이란 자가 여당 대표인 김무성이 청와대 문건을 유출했다고 폭로했고 김무성은 펄펄 뛰었다. 2급 행정관이 의전 서열 7위의 여당 대표를 모함했든, 사실을 폭로했든 이는 정치가 아니다.
 
“이것들이 미쳤나. 조응천이란 사람도 뉴스 보고 알았는데, 말이 되는 소리냐”, “청와대 애들 가만히 안 놔두겠다” 이것은 불같이 화를 냈다는 김무성의 발언이다.
 
친이계 좌장이라는 이재오는 ‘여론은 무쇠도 녹일 만큼 힘이 있다’는 뜻의 고사 ‘중구삭금’을 언급하며, “박 대통령의 신년 회견을 보면 ‘중구삭금’과 완전히 거꾸로 가는 회견”이라고 힐난했다. 나라 꼴은 국민이 걱정할 수준을 넘어선 느낌이다. 도무지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을 지경이다.  
 
대양을 항해하는 대한민국이란 선박에 구멍이 뚫렸다. 선박을 끊임없이 갉아 먹던 쥐새끼들이 드디어 구멍을 낸 것이다. 빨리 막아야 한다. 누가 막을 것인가. 방법이 없으니 아득하다. 능력 있는 야당이 있으면 할 수 있다. 그러나 야당이 핫바지다.
 
김한길과 안철수 박영선으로 이어지는 야당이 더는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참혹했다는 것이야말로 국민의 시각이다. 선거에서는 연전연패. 도저히 질 수 없는 싸움에서 졌다. 적이 아무리 못났어도 그보다 아군이 더 못하면 싸움에는 지는 것이다. 질 수 없는 싸움에서 빵 빵 나가떨어지는 야당을 구한다고 지금 전당대회를 하며 당 대표를 뽑는다. 2월 8일이 전당대회다.
 
기다렸다는 듯이 ‘국민모임’이 꿈틀댄다. 그들의 진정성은 의심할 수 없다 하더라도 그들을 이용하는 머리 좋은 정상배들을 보노라면 또 한 번 기가 찬다. 
 
‘국민모임’의 충정을 누가 모르랴만 때를 잘못 선택했다. 정치인들에게 놀아난다는 오해를 피할 방법이 없다. 왜일까. 역시 잡석들이 많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으로는 고통과 절망에 빠진 국민들에게 더이상 희망을 줄 수 없다”
 
‘국민모임’ 공동대표인 김세균 교수의 말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다. 설사 그 말이 옳다 해도 좀 더 참는 인내가 필요했다. 적어도 전당대회가 끝날 때까지는 말이다. 잡석들이 끼어들어 ‘국민모임’의 순수성을 훼손하면 죽도 밥도 안 된다.
 
적을 이롭게 하면 그게 바로 이적행위다. 동기와는 상관없이 말이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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