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팩트9뉴스】오색만남-박대통령 '붕어빵' 신년 기자회견…내용없이 '이·그·저' 버퍼링
진행 : 정운현 보도국장 겸 앵커
정운현
오색만남, 매주 월요일은 지난 한 주 동안의 언론보도와 언론계 얘기로 꾸미는 미디어비평 시간입니다. 오늘도 한윤형 미디어스 전 기자 나왔습니다.
한윤형
안녕하세요.
정운현
오늘은, 오늘 오전에 진행된 박근혜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 대한 비평을 해주실 것이라고 추측됩니다만. 이주 전에 이 자리에서 신년 기자회견에 대한 예측을 말하기도 했었죠?
한윤형
당연히 그렇습니다. 박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 이어서 국제적으로 문제가 된 샤를리엡도 테러 사건에 대한 한국 언론들의 보도 태도에 대한 비평까지 전해드리겠습니다.
1. 언제나 똑같은 박근혜 대통령의 기자회견
정운현
오늘 박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은 어찌 보셨습니까.
한윤형
네. 뉴스타파의 박대용 기자라는 분이 질문순서와 내용을 모두 다 맞추었다 하여 ‘예언가 탄생’이란 말을 듣기도 했죠. 실제로 그분이 신기가 있는 건 아니고, 짜인 각본을 예상한 거겠죠? 그런 점에서 작년의 연초 기자회견과 비슷한 형식이 될 거란 예상이 적중한 것으로 보이고, 거푸집으로 찍은 것처럼 유사해서 이번에도 좋은 평가를 하기는 어려울 것 같네요.
정운현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박근혜 정부가 특히 기자회견을 더 틀에 맞춰 진행하는 편인가요?
한윤형
거기에 약간의 이견도 있습니다. 더 심한 건 사실이지만 다른 정부 때도 어느 정도는 틀에 맞춰 했다, 뭐 이런 얘기도 있죠. 하지만 그래도 한 두 개 정도는 돌발질문을 용인했는데, 이 정부가 제일 심하다는 얘기는 분명히 있습니다. 오늘의 돌발질문은 기껏해야 ‘정윤회’의 이름을 질문에 담는 것 정도였어요. 그걸 SBS 기자가 했다는 것도 참 흥미로운 일입니다. SBS는 민영방송이지요. 현재 한국 사회의 공론의 역할의 하한선을 시장주의가 지탱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공영방송들이 하다못해 시장의 논리보다도 정부에 유화적으로 구니까요.
정운현
담화 내용은 어떻게 봤나요?
한윤형
틀에 맞춰서 했음에도 안타까운 부분이 많았죠. 작년 기자회견 때 생각나는데요. 그때 제가 내용은 그래도 정교하게 쓰여진 부분이 있는데, 대통령께서 발언하는 과정에 ‘이런’, ‘저런’, ‘그런’ 등 대명사를 너무 자주 사용했고, 준비한 문건을 너무 자주 쳐다보는 모습을 보였다고 꼬집은 적이 있습니다. 질의응답에서도 각론을 말하기보단 총론을 반복하는 모습도 보였다고 말했죠. 그래서 대통령이 국정을 장악하지 못했거나 이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것 같다고 썼습니다.
정운현
작년과 비교할 때 올해 기자회견 어땠나요?
한윤형
똑같았습니다. 이 정부의 문제가 정치평론을 무력화시킨다는 겁니다. 쇠귀에 경 읽기처럼 바뀌지를 않으니, 비평을 새로 쓰기가 싫고 복사 후 붙여넣기 하고 싶은 심경이 됩니다. 정확한 명사나 형용사를 사용하지 못하고 '그' '이' '아까 그 거' '어떤 그' 등의 대명사를 사용했습니다. 모두 발언에선 ‘경제’를 42번이나 언급했는데 질의응답 과정에선 예의 “힘을 모아” “관계 기관과 협의해” “지금은 경제가 중요하니” 식으로 말하는데 그쳤습니다.
<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란 곳에 윤태곤 전 프레시안 기자가 올린 글에서도 지적됐는데요. “우리 경제를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이끌어 나갈 것인지 그리고 대통령 자신의 경제 인식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지 못했다”고 지적합니다. 디플레이션 우려, 지방분권, 노동시장 구조개혁, 균형인사, 수도권 규제 문제 등 중요한 문제들에 대한 질문들에 대해서도 쓸 만한 답을 찾을 순 없었다는 겁니다. 모두 발언에서 "제조업 혁신 3.0전략을 본격 추진하겠다"는 등의 새로운 이야기를 포함한 경제 이야기가 좀 있었는데 질의응답에선 그 강조점이 이어지지 않았다고 비판을 합니다. 1년 전에 제가 한 지적과 대동소이하지 않습니까?
정운현
제일 심각하고 큰 문제가 무엇일까요?
한윤형
박근혜 정부의 문제는 문건 써주는 사람과 대통령, 그리고 정책실행하는 그룹이 따로 노는 거 같다는 느낌이 든다는 겁니다. 대통령은 국정에 관심이 없어요. 그렇게 되면 정책실행은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는데 급급해집니다. 가령 이대로 가면 예산이 부족하니까 공무원연금부터 까자, 뭐 이런 식이 되는 거죠. 정책기조를 이렇게 잡으면 문건을 쓰는 그룹이 이를 교묘하게 정당화하는 얘기를 씁니다. 그래서 문건만으로 보면 야 이 사람들 참 약삭빠르구나, 감탄할 때도 많아요. 그런데 대통령이 그걸 읽을 때 그 내용이 숙지가 안 되어서 이, 그, 저... 셀프 버퍼링을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께서 하시고 싶은 대로 한다는 건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쯤 되면 도대체 국정운영을 하는 건 누구인지 궁금해지는 시점입니다. 정치적인 부분에서도 비선실세 농단은 없다, 다 소설이다, 검찰이 과학적 수사를 해서 밝혀냈지 않느냐, 정윤회씨는 날 떠난 지 오래됐다. 김기춘 비서실장은 사심이 없다, 문고리 3인방도 안 자른다, 등등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숱한 말씀들을 하셨지요. 하지만 집권 3년차이니 앞으로는 ‘불통’ 문제보다 ‘무능’ 문제를 부각시켜야 야권에 유리하지 않을까 합니다.
정운현
통렬한 비판이었는데요. 이 기자회견에 대해 보수언론들이 어떻게 쓸지도 참 궁금해집니다. 지나치게 한심한 보도가 나오면 다음 주에 짚어주시는 걸로 하구요.
2. 샤를리 엡도 사건을 바라보는 한국의 언론들
정운현
두 번째는 샤를리엡도 사건이죠, 이번 사건에 대한 한국 언론의 보도는 어땠습니까?
한윤형
굉장히 복잡 미묘한 문제이고, 해외 이슈에요. 국내언론들이 조심할 수밖에 없는 사안입니다. 그런데 조심하지 않은 언론이 있었어요.
정운현
어디였나요? 보수언론 중 하나였을 것 같은데.
한윤형
동아일보입니다. 동앙일보는 사설을 통해 “자유민주주의적 가치 안에서 합리적 비판이나 풍자를 수용하지 못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폐쇄집단이나 그 동조자들 뿐”이라면서 북한을 언급했는데요. 북한이 영화 <인터뷰>의 제작사 소니에 대한 사이버테러를 감행한 것이나 대북전단에 시비를 거는 것이 “자유민주주의의 근본 가치인 표현의 자유와 언론자유에 대한 무지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내용의 사설을 썼습니다. 실제로 유럽에서도 극우파들이 이대로 가다간 이슬람에게 유럽이 장악당할 거라고 얘기를 하기도 합니다. 한국 보수가 적화통일에 대한 비합리적 공포를 먹고 사는 것과 비슷한 측면이 있지요. 그렇다고 저 얘기를 자기 입으로 하면 일종의 ‘꼴통 인증’이 되는 게 아니겠습니까? 지금 서구에서는 테러 세력에 대한 규탄을 이슬람 문명권이나 이슬람 교도들에 대한 증오와 구별하기 위해 엄청나게 조심들을 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동아일보가 4면 기사에서 ‘토종 테러범(homegrown terrorist)의 공포’에 보도의 중점을 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서방에서 태어나 서구식 교육을 받았지만 소수민족으로 겪는 문화적 소외감, 경제적 격차 등에 분노해 극단주의에 빠져 범죄를 저지르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적었는데 공포를 재생산하는 행태는 아닌지 돌아볼 일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유럽의 상황을 핑계로 다문화주의는 유럽에서도 실패했다, 그리 가서는 안 된다, 고 말하는 이들이 있는 상황이니까요. 이 문제의 논점을 소수민족과 테러, 폐쇄집단, 이런 식으로 가져가는 건 매우 위험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북한만 쳐다보느라 한국 사회에도 존재할 수 있는 뇌관에 대해선 전혀 성찰하지 못하는 거지요.
정운현
심각하네요. 다른 보수언론들은 어땠나요?
한윤형
동아일보에 비하면 훨씬 조심스러웠다고 봐야겠죠. <조선일보>는 이날 3면 기사에서 “테러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압도적이지만 표현의 자유를 어디까지 보호해야 하는가를 두고 논란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면서 그간 <샤를리엡도>의 과격한 풍자만화에 대해 사회적 논란이 벌어지고 있었다는 점을 지적했지요. <조선일보>는 “표현을 중시하는 프랑스에서 샤를리 에브도식 표현을 봉쇄하려는 사회적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았다”면서도 <샤를리엡도>의 풍자만화에 대한 프랑스 내의 팽팽한 여론조사 결과를 전하기도 했는데요. <조선일보>는 이어서 이날 16면에서도 프랑스 내의 인종 및 종교적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이슬람 문화권에서 선지자 무함마드드의 그림과 동상이 금지되는 이유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정운현
중앙일보는 어땠습니까?
한윤형
<중앙일보> 역시 1면에서 프랑스의 ‘톨레랑스’가 테러를 당했다고 전하면서 프랑스 사회 내에서 이슬람에 대한 증오가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중앙일보>는 4면과 5면의 기사를 통해 사건의 전반적인 내용을 전하면서 프랑스 내의 무실림 이민자들에 대한 반감이 확대되는 이유로 “경기불황으로 실업률이 10%를 웃도는 상황에서 이들이 유입되며 저임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빼앗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구요. <중앙일보>는 이날 사설을 통해서도 “이민자 배척을 주장하는 프랑스의 극우정당인 국민전선(FN)이 이번 사건의 최대 수혜자란 말이 벌써 나오고 있다”면서 “이번 참사가 이슬람에 대한 혐오와 보복심리를 자극해 인종과 종교 갈등을 부추기고 유럽의 극우화를 가속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죠. 표현의 자유, 다문화주의, 이슬람문명권에 대한 혐오, 테러 등 이 사회를 둘러싼 다양한 논점에 대해 그래도 접근하려는 시도가 보였습니다.
정운현
그렇다면 진보언론들은 어땠나요?
한윤형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아무리 지나친 표현이라 해도 물리적으로 막는 것은 민주주의에 속하지 않는다”면서 “테러리스트들은 민주주의의 심장을 쏘았다”고 평가했습니다. 사설 제목이 <그들은 민주주의의 심장을 쏘았다> 였지요. <한겨레> 역시 사설에서 “어떤 명분을 내걸더라도 이는 민주사회의 대들보인 언론과 시민의 목숨을 담보로 한 잔인한 범죄일 뿐”이라며 “언론 보도 내용을 무력으로 바꾸려는 시도는 결코 성공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겨레 사설 제목은 <세계를 경악시킨 최악의 대언론 테러> 였습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두 언론의 사설은 다른 결도 전달했습니다. <한겨레>는 이날 사설에서 “이번 테러는 유럽 전역에서 외국 태생의 주민을 혐오하는 분위기가 커지는 가운데 일어난 것이어서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지적했는데요. 이슬람계 주민에 대한 일상적인 차별과 이들의 열악한 생활환경이 급진파의 목소리가 커질 토양을 제공한다는 것이었죠. <한겨레>는 “공격받은 주간지가 심한 반발을 예상하면서도 반 이슬람 만화를 되풀이해서 실은 것도 문제가 있다”면서 “‘표현의 자유’가 ‘갈등 유발의 자유’일 수는 없다”고 지적했는데, 이는 한겨레가 대북삐라 문제에 대해 가지는 입장과도 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다른 종교에 대한 존중, 이슬람교를 믿는 동료 시민에 대한 예의가 있었다면 이런 비극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면서 “그런 점에서 이 잡지의 과잉을 지적할 수 있다. 특히 무슬림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만연한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고 주장했는데, 풍자라는 것이 권력관계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냐, 다수자가 소수자를 풍자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 아니냐, 는 지적을 했다고 여겨집니다. 샤를리앱도의 경우 이슬람만 풍자한 게 아니라 모든 사안을 풍자하는 매체였다고 전해집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방면의 논란은 가능한 것 같습니다.
정운현
지금까지 한윤형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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