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팩트9뉴스】기획취재-새정치연합 당권 경쟁, 그들만의 리그
진행 : 정운현 보도국장 겸 앵커
정운현
오늘부터 새정치민주연합의 차기 당 대표 선출을 위한 경선 레이스가 본격 시작됐습니다. 어제 치러진 예비경선 컷오프에서 박지원, 문재인, 이인영 3자 구도로 정리가 됐습니다. 또 다섯 명을 뽑는 최고위원 경선엔 전병헌 의원 등 현역의원 7명과 박우섭 인천광역시 남구청장 등 8명이 각축을 벌일 예정입니다. 꼭 한 달 남은 2.8전당대회는 제1야당의 전당대회 치고는 초라하기 짝이 없습니다. 인기도 없고 아무런 관심을 끌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지지율이 바닥을 기는 새정치민주연합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습니다. 내일 본 경선 후보등록이 마감되면 오는 10일 제주를 시작으로 전국 17개 시?시도에서 합동연설회를 갖고, 내달 8일에 서울에서 전대를 치를 예정입니다. 오늘 기획취재에서는 새정치연합의 당권 경쟁 구도를 다뤄볼까 합니다. 이 시간은 김현정 기자와 함께 합니다. 김 기자, 어서 오세요.
정운현
어제 새정치민주연합 예비경선 컷오프가 있었지요? 대체적으로 될 만한 사람들이 됐다는 평간데요, 어떤가요?
김현정
그렇습니다. 문재인-박지원 양강 구도야 다들 예상했던 바고요, 조경태, 박주선, 이인영 세 후보 중에서 하나 남은 본선 티켓을 누가 가져가느냐가 관건이었습니다. 박주선 후보가 자신의 지역구인 광주 조직을 기반으로 선전할 것이라고 기대를 모으기도 했습니다만, 결국 386의 대표 주자인 이인영 후보가 막판 본선에 합류했습니다.
정운현
이인영 후보가 되자마자 금방 단일화 목소리가 나오던데요, 과연 완주 할까요?
김현정
네. 그럴 것 같습니다. 이인영 후보도 ‘끝까지 치 받을 때까지 받을 거다’라고 공언했고요. 일단, 이 후보가 컷오프를 통과한 이유도 독자노선의 신호로 봐야 할 것입니다. 아마도 이 후보가 문 후보와의 단일화를 염두에 뒀다면, 문 후보 견제를 위해서라도 당원들은 호남의 박주선 후보를 선택했지, 이 후보를 선택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정운현
자, 그건 그렇구요, 그런데 제1야당의 전당대회가 이렇게 주목을 못 끌 수가 있나요? 시중에 떠도는 우스갯소리로 ‘아웃 오브 안중’이라는 소리가 딱 맞는 것 같은데 왜 그렇다고 보세요?
김현정
예. 날카로운 지적이신데요. 일단은 새정치민주연합이 또 다시 전당대회를 치르게 된 원인이 무엇인지를 바로 보고, 또 그에 대한 해결방안. 즉 당 혁신에 대한 논의가 부재한데서 비롯됐다고 하겠습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부각된 모습은 친노와 비노의 계파 갈등, 당명을 바꾸는 문제 그리고 당권과 대권 분리 문제입니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 대선후보를 지낸 문재인 후보더러 대권주자 나가려면 당권 포기하라, 당권 가지면 대권 포기하라. 소위 말해서 ‘네가 나가라’ ‘내가 나가라’ 식인데 국민들하고는 아무 상관없는 얘깁니다. 한 마디로 민심을 바로보지 못하고 있는 거죠.
정운현
당 대표로 나선 세 후보들이 총선에서의 비례대표 공천 문제와 관련해 개혁방안을 언급하기도 했더군요. 언론에서 이런 부분들은 주목하지 못하고 너무 계파갈등, 당명 변경 같은 문제만 부각시켜서 그렇게 보이는 건 아닐까요?
김현정
예. 뭐 그 지적에도 동의합니다만, 일단은 제1야당의 당권주자들 입에서 나오는 이런 의미 있는 논의들이 부각되지 않는 데는 일차적으로 새정치연합 당권주자들이 대중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오지 못하거나 또는 울림을 주지 못한다는 방증일 겁니다. 그렇다 보니 전당대회도 그야말로 ‘그들만의 리그’가 되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시사평론가 유창선 박사가 총평을 해주셨는데요, 함께 들어보시죠.
▶영상 - 시사평론가 유창선 인터뷰
정운현
그렇군요. 유창선 박사는 ‘구시대적’이라고 점잖게 표현했습니다만, 보다 쉽게 표현하면 ‘구태의연’하다는 소리와 다름없겠죠? 당 혁신에 대한 양강 후보의 입장은 어떤가요?
김현정
박지원 후보는 탈계파, 탈정치를 표방한 ‘통합형’ 리더십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새정치연합의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게 호남 아닙니까. 목포가 지역구인 박 후보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박 후보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점이 바로 지역색입니다. 그렇다보니 본인이 주장하는 바와 다르게 지역색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점도 있습니다.
정운현
그렇죠. 김대중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으로 지역구를 물려받았는데, 지역색을 탈피하겠다는 건 그야말로 박지원 후보의 바람이겠죠? 그렇다면 대중적 지지도에서 강점을 보이는 문 후보는 어떤가요?
김현정
네. 말씀하셨다시피 대중적 지지도를 기반으로 당권에 보다 더 가까이 다가섰다고 평가받는 문재인 의원은 당내 가장 강력한 차기 대권주자로서 2016년 총선 뿐 아니라 2017년 대선까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겠죠. 당내 인사들이나 오랫동안 야당을 출입했던 정치부 기자들, 정치평론가들의 공통된 분석은 문 후보가 이번 당권 경쟁을 치열한 당 혁신에 맞추지 않고 자신의 2017년 시계에 맞춘다면, 당권을 잡더라도 문 후보 역시 실패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정운현
예. 잘 들었습니다. 참, 어제 예비경선이 끝나고 나서 박지원 후보 측에서 ‘압도적으로 당선됐다’고 기자들에게 문자를 돌렸다면서요? 구체적인 결과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기자들에게 문자를 돌릴 정도라면 일종의 자신감의 표현 아닐까요?
김현정
박지원 후보 측에서 그런 문자를 돌린 것을 전혀 근거없는 선거 전략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다만 어제 예비경선은 그야말로 당원들 투표고요, 그 중에서도 320명이 조금 넘는 인사들의 표심입니다.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죠. 그리고 2012년 민주통합당 경선부터 새정치민주연합은 당심과 민심의 왜곡현상이 상당히 심했습니다. 그렇다 보니 양강이라고 하는 문 후보와 박 후보도 표심을 호소하는 집단들이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정운현
그렇군요. 그래도 결국은 새정치연합에서 가장 큰 지지기반이자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게 호남 민심인데 호남이 마음 줄 곳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 같군요. 이를 역으로 말하면 호남민심을 잡는 후보가 승리할 거란 얘긴데 어떤가요?
김현정
그렇습니다. 호남만으로도 안 되지만 또 호남 없이는 당권을 쥘 수 없는 게 호남을 기반으로 한 새정치연합의 숙명이랄 수 있습니다. 이번에도 호남 민심은 호남을 대변할 수 있는 인물이 대표가 되길 바라겠지만 그렇다고 그가 박지원 후보라는데 물음표가 있는 거 같습니다. 전남, 광주보다도 전북의 경우는 정세균 전 대표가 이번 전대에 불출마 하면서 더 복잡합니다. 전북 당원들이 오히려 더 마음 줄 곳이 없어서 고민이 될 텐데요, 호남표를 박지원 의원이 다 흡수하기가 어렵다는 게 지난 전대에 출마했던 새정치연합 의원의 시각입니다.
정운현
그렇군요. 그런데 문 후보도 호남에 별 메리트가 없지요? 참여정부 시절 ‘호남 푸대접론’이 나오지 않았던가요? 호남민심은 서운한 감정이 제법 있었던 걸로 압니다만.
김현정
맞습니다. 이런 호남인들의 서운함을 잘 헤아리고 또 그럼에도 새정치연합을 대표하는 인물은 문재인 밖에 없다는 믿음을 심어주게 되면 문재인 후보가 그 민심까지 가져올 수 있다고 봅니다. 문 후보도 이런 점을 간파했는지 오늘 당장 전북 고창으로 가서 지역위원장들과 스킨십을 가졌습니다. 호남 민심을 얻기 위해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 즈음에서 세 당 대표 후보들의 입장을 한번 들어봤습니다. 함께 보시죠.
▶영상 - 당권주자 3인 대변인 인터뷰
정운현
예. 잘 들었습니다. 그런데 뭐 당 대표에 가려서 최고위원들에 대한 관심은 더더욱 안중에 없는 거 같아요. 본선에 오른 최고위원 후보 8인의 면면을 좀 짚어주세요.
김현정
네. 일단은 수도권 3선 의원인 전병헌 의원이 당선이 유력할 것 같고요. 금천의 이목희 의원, 또 당 조직세는 강하지 않지만 이번 세월호 참사 때 23일 단식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넓힌 정청래 의원, 386 전대협 그룹이 추대한 오영식 의원, 유일한 호남 출신인 전남 여수의 주승용 의원 등이 일단 당선이 유력해 보입니다.
정운현
뭐 이건 어디까지나 전망이니까, 꼭 맞는다고 할 수는 없지요. 그런데 이들 중에서 누가 최고위원에 당선되느냐에 따라 당의 역학관계도 달라지겠군요?
김현정
최고위원 출마자들과 분포도를 보면 정치적 포트폴리오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이번에 오영식 의원이 전대협의 추대를 받아 나온 것도, 386그룹 중에 한 사람은 지도부에 들어가야 한다는 정치적 의도입니다. 이를테면 정치적 분산투자 전략인데요.
정운현
네. 저기 표가 나오는데요. 표를 보면서 이야기를 해보죠.
김현정
네. 일단 최고위원 후보들의 계파를 굳이 따져보자면, 전병헌 의원은 정세균계로 분류가 됩니다. 그렇지만 일단 수도권 3선이다 보니까 계파와 진영논리에서 상대적으로 운신의 폭이 넓다고 할 수 있고요.
정운현
그렇군요. 그럼 지도부에 들어가서 자기 목소리를 더 낼 수 있을 거 같네요.
김현정
네. 그리고 문병호, 주승용 의원이 ‘김한길계’인데요, 대중적 인지도와 당심에서 지지도가 상대적으로 약한 두 후보가 얼마나 선전해줄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유승희 의원은 유일한 여성 후보로 민평련계인데요, 민평련계의 지지를 얼마나 받을 수 있느냐가 문제입니다.
또 정청래 의원은 계파는 없지만 굳이 분류하자면 친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목희 의원도 정치적 스펙트럼은 친노고요.
정운현
그렇군요. 이번에 지자체장들의 추대를 받고 나온 박우섭 후보의 활약이 기대되기도 해요. 박 후보의 출마와 향후 행보는 어떻게 봐야하나요?
김현정
네. 박우섭 인천 남구청장은 좀 생소한 인물인데요, 정통 운동권 출신입니다. 굳이 계파로 나누자면 김근태계나 손학규계에 가깝고요. 알려진 바로는 유종필 관악구청장이 박 후보의 출마를 상당히 부추겼다고 하더군요. 그동안 지자체장들이 중앙당 권력구조에서 소외됐다는 그간의 서운함이 쌓인 데다 박 후보에게 소통창구 역할을 기대한 것 같습니다. 정치적으로 얘기하자면 박우섭, 유종필 청장 모두 차기 총선을 바라봐야 하는 분들인데요, 그런 정치적 함의가 이번 출마에 담겼다고도 하겠습니다.
정운현
그렇군요. 이번에 당권을 잡는 사람들이 차기 총선에서도 공천권을 행사할 확률이 크니까요. 참, 지금 야권의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움직임이 하나 있죠? 바로 제3당 창당 움직임인데요, 이번 새정치연합 전대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분위기가 어떤가요?
김현정
뭐. 현실적인 위협으로 느끼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정운현
그래요? 제3당 지지율이 꽤 되는 데도요?
김현정
지역구 의원이 탈당해서 신당으로 갈 움직임도 당장은 보이지 않습니다. 있다면 비례대표 의원일 텐데 국회의원직을 내놓고 탈당해서 신당으로 갈 것 같지도 않습니다. 따라서 신당이 성공할 거라는 시각은 그다지 많지 않구요. 그렇다 보니 이번 전당대회에서 신당 문제는 그다지 변수가 될 것 같지는 않아 보입니다.
정운현
사정이 그렇군요. 아무런 주목도 받지 못하는 제1야당의 전당대회, 참 서글픈 모습이군요. 누구를 탓할 게 아닙니다.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고, 또 앞으로 나아질 기미도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기득권에 매몰된 지역 소맹주들의 권력 나눠 먹기식 전당대회. 그야말로 ‘그들만의 리그’가 아닐 수 없습니다.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공동체의 가치는 나날이 파괴되는 이 시점에서 국민들은 어디 믿고 마음 줄 곳이 없습니다. 이럴 때야 말로 야당의 역할이 필요한 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라도 제발 정신 차리고 전당대회 본선까지 남은 한 달 동안이라도 당 혁신과 쇄신방안에 대해 치열하게 토론해보기 바랍니다.
오늘 기획취재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김 기자 수고했습니다.
[팩트TV후원 1877-04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