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지난 29일 오후 1시쯤, 대구 달서구의 한 도심에서 안모(28)씨가 5만원권 지폐를 뿌리는 일이 발생했다. 안 씨가 공중에 살포한 돈은 800만원어치였다. 순식간에 도로에 떨어진 돈을 줍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눈 깜짝할 사이에 돈이 모두 사라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회수한 돈도 당연히 없었다. 그러나 경찰은 돈을 주운 사람들을 처벌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 홍콩 도심에서 현금수송차량이 흘리고 간 돈을 주운 사람이 처벌받는 것과 대조적이다.
두 사례를 가르는 가장 큰 이유는 돈을 흘린 사람의 고의성 여부다. 홍콩 현금수송트럭에서 돈다발이 쏟아진 건 운전기사들의 의도가 아니었지만 안 씨는 고의로 돈을 뿌렸다. 여기에 가장 큰 차이가 있다.
대구 달서경찰서에 따르면 안 씨가 자신의 할아버지로부터 상속받은 돈과 부모님에게 차를 사기 위해 받은 돈, 자신이 일해 번 돈 등 모두 4,700만원을 가방에 갖고 있었고 이 중 800여만원을 도로에 뿌렸다. 안 씨는 “돈을 많이 갖고 있는 걸 알면 다른 사람이 날 죽일 것 같아 그랬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안 씨와 안 씨의 돈을 주워간 사람들을 처벌할 수 없었다. 안 씨가 최근 정신 이상증세로 병원에 다녀온 사실이 확인됐으며, 마땅한 처벌규정도 없었기 때문이다. 도로에 고의로 돈을 뿌린 안씨 행위는 돈에 대한 소유권을 포기한 것으로 판단돼 안 씨가 뿌린 돈을 가져간 사람들을 절도죄나 점유이탈물횡령죄 등을 적용할 수 없다. 반면 바닥에 떨어진 돈이라도 주인이 실수로 흘린 것을 주워 간다면 절도죄 및 점유이탈물횡령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경찰은 돈을 뿌린 안 씨에 대해서도 "마땅한 처벌규정이 없고 정신질환도 있어 부모에게 인계했다."면서 "가방에 남아있는 현금도 부모에게 돌려줬다."고 덧붙였다.
한편 사건 발생 다음 날인 오늘(30일) 오전까지 주워간 돈을 돌려주겠다고 알려온 사람은 단 한명도 없어, 현재까지 경찰의 회수액은 '0원'이다. 결국 경찰은 돈을 주워간 사람들의 ‘양심적인 행동’에 기대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