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이기명 칼럼】 화가 풀린다면 욕이라도 맘껏 해라
‘귀머거리 3년, 벙어리 3년, 장님 3년’이란 속담이 있다는 것을 아는가. 호된 시집살이의 비유인데 쉽게 말하면 유신시대 언론 통제를 떠올리면 딱 들어맞는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하던가. 온몸에 으스스 소름이 돋는다.
‘요즘 보지도, 듣지도, 말도 안 하고 산다.’는 친구에게 그래서 살 만 하냐고 물으니, 오장이 다 썩었다고 했다. ‘말 못하고 죽은 귀신은 썩지도 않는다’고 대답해 주었다. 요즘엔 죽어서 파묻어도 썩지 않는 송장이 참 많을 것 같다.
■8대 1이면 인민재판이지
무슨 말인지 아는가. 어느 언론이 ‘욕 나온다’는 주제로 마련한 좌담에서 나온 말이다. ‘인민재판’이란 말이 나와서 또 고소당하는 것이나 아닐까. 송사 자주 벌이는 집안에는 기둥뿌리가 남아나지 않는다고 어른들이 말씀하셨다. 고소·고발이 얼마나 비생산적인가를 지적한 말이다. 더구나 욕먹고 질 걸 뻔히 아는 고소야 더 말해 무엇하랴.
욕먹을 짓 했으면 언론과 국민이 욕하는 건 당연하다. 고맙게 여기고 절이라도 해야 한다. 권력에게 고소당할까 겁나서 욕도 못하고 끙끙 앓다가 터지면 더 무섭다. 그런 의미에서 정권은 언론의 비판과 국민의 질책에 절이라도 해야 한다. ‘사자방’ 국정조사 요구는 자청해서 해 달라고 해야 한다. 이명박을 구름 위에서 내려오도록 해야 한다.
‘런던대학 ‘존드웨일’ 박사의 연구 결과에 보면 욕은 일반 언어보다 4배나 오래 기억에 남는다고 했고, 또 다른 영국 심리학자들의 연구에선 욕설이 신체적 고통을 줄이는 단기적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욕의 심리적 치료 효과는 대단하다. 나라 상감님도 없는 데서는 욕을 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언론의 비판을 겸허하게 수용하라. 국민들이 쏟아놓는 욕을 고맙게 받아들여야 한다. 8대 1의 판결을 하고 욕 안 먹기를 바랐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정부는 언론이나 국민이 욕을 해 주기를 바라야 한다. 그런 정부가 건강한 정부다. 아무리 입을 틀어막는다고 욕이 막아지는 게 아니다. 과거는 모두가 스승이다. 독재정권의 종말을 보지 않았던가. 욕이 회초리다.
실컷 욕이라도 해라. 욕 못하고 죽은 귀신은 썩지도 못한다.
■보는 뉴스, 듣는 뉴스
JTBC <5시 보고합니다 정치부회의>와 8시 JTBC 뉴스룸 1, 2부를 거짓말 보태지 않고 한 번도 빼지 않고 봤다. 부득이 못 보면 '다시 보기'로 시청한다. 뉴스룸 1부가 끝나면 인터넷방송 팩트TV의 9시 뉴스를 본다. JTBC 뉴스룸 2부는 다음 날 새벽에 본다. 무슨 청승이냐고 할지 모르지만, 건강을 위해서다. 세상에 공정한 언론도 있다는 사실이 희망을 주기 때문이다.
동아일보, 조선일보의 종편인 TV조선, 채널A가 있으나 몇 번 본 후 소화불량에 걸린 다음부터는 안보기로 했다. 병을 얻으면서 시청해 줄 아량이 없다. 출연해서 떠들어 대는 대학교수, 정치평론가, 시사평론가들이 참으로 불쌍하다. 그들을 밖에서 만나면 멋쩍어한다. 미안해할 것 없다. 굼벵이도 기는 맛에 산다고 하니까. 그러나 창피한 줄은 알아야 한다. 지식인이라고 폼 잡을 테니까.
하기야 요즘 지식인들이 똥값이다. 특히 정치평론가 시사평론가 나부랭이들은 왜 그리도 널려 있는지 먹물 좀 먹었다는 인간들은 거기 끼지 못하면 울 것 같다. 하기야 거기 끼지 않는 게 자랑이라는 것을 아는 지식인들도 있겠지만 말이다. 이런 생각을 해 봤다. 저들이 방송하면서 생각은 어디에 가 있을까. 이 방송을 보고 자신을 불러주지나 않을까 온통 신경은 인왕산 밑에 가 있지 않을까. 정치 시사평론가들이 명예훼손 당했다고 고소나 하지 않을까. 하도 고소가 오뉴월 메뚜기처럼 날뛰니 말이다. 고소 얘기가 나왔으니 할 말이 있다.
■JTBC 정치부회의
오후 5시면 방송에 조그만 왕국이 등장한다. 칭찬이 과한 거 아니냐고 할지 모르나 내가 느낀 대로 말하는 것이다. ‘JTBC 5시 정치부회의’ 방송이다. 우선 공정성이다. 할 말 하면 공정한 것이다. 해야 할 말 하지 못하고 하지 말아야 할 말로 아부하면 공정한 것이 아니다.
정치부회의를 들으면서 열 받는 정치인들 참 많을 것이다. 혹시 저러다가 고소나 당하는 거 아닐까 걱정이 된다. 손석희 앵커한테도 이러고저러고 시비 걸었는데 정치부회의도 당하는 게 아닌가. 겁낼 사람들 같지는 않다. 이유는 그들이 공정하다고 지지하는 국민들의 빽이 있기 때문이다.
공중파를 비롯한 종편 나부랭이들은 배가 아파 약값 좀 들겠지만, 국민들의 갈증을 풀어주고 그나마 대한민국 방송의 체면을 노루 꼬리만큼 세워주는 사람들을 건드리면 개망신을 당할 것이다. 그러나 옥에도 티는 있다. 며칠 전 여당대표라는 사람의 얼굴이 균형을 잃고 길게 등장해서 혹시 방송사고가 아닌가 생각했지만, 그거 가지고 트집 잡을 생각은 없다. 이미 깨닫고 있을 것이다. 시청자들이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교훈으로 생각해야 한다.
■JTBC 보도가 소중한 이유.
1972년 미국 워싱턴 포스트의 ‘밥 우드워드’와 ‘칼 번스타인’의 워터게이트사건은 더 설명할 필요도 없는 기자들의 훈장이다. 거기까진 바라지 않는다 해도 지금 JTBC 보도가 국민으로부터 칭찬을 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비정상이다. 그만큼 한국의 언론이 제 자리에 서지 못했다는 얘기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으면서도 국민의 사랑을 받는 것은 우리의 언론환경이 얼마나 망가졌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조·중·동의 한 축인 중앙일보의 종편 JTBC, 그중에서 보도부문이 국민의 지대한 관심과 지지를 받는다는 것도 얄궂다. 어떻게 보도부문만이 가장 많은 지지를 받느냐. 이유는 다들 안다. 대의와 명분, 소신 있는 언론인의 힘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분명히 보여 준 사례다. 더불어 언론인의 길을 걷는 JTBC 기자들의 용기가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일깨워 준다. 모두 보고 배워야 한다.
청와대를 비롯한 그 많은 권력기관을 감시할 곳은 언론밖에 없다. 언론이 눈을 감고 입을 닫아버리면 권력은 고삐 풀린 망아지가 되어 버린다. 독재 권력으로 인해서 고통받은 국민이 얼마나 많았는가. 불의에 대한 언론의 침묵은 독재 권력보다도 더 악질이다. 언론이 권력의 편이면 국민은 의지할 곳이 없다.
오늘의 한국 현실에서 국민 편에 선 언론이 몇이나 된다고 보는가. 언론을 장악하려는 것은 독재권력의 본능이며 기본메뉴다. 거기에다 스스로 장악당하기를 기다리는 언론인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 의미에서 공정보도를 지향하는 언론이 더없이 소중하며 현재의 JTBC뉴스가 국민의 사랑을 받는 것이다. 사랑이 언제까지 갈는지 국민은 눈 크게 뜨고 지켜볼 것이다.
■망신당한 청와대의 언론 상대 소송.
우리 언론의 현주소를 잘 알 것이다. 며칠 전 청와대가 한겨레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패소했다. 대법원까지 갈는지는 아직 모르지만 좌우간 망신이다. 왜냐면 상식에서 멀리 떨어진 소송이라고 생각들을 했기 때문이다. 사건 내용은 이렇다.
‘세월호 참사 다음 날, 박대통령의 진도체육관 방문을 <한겨레>가 보도했는데 이 보도로 대통령이 명예를 훼손당했다고 한 것이다. 이들은 박 대통령이 가족을 잃고 홀로 구조된 권 아무개양을 위로하는 장면을 두고 ‘연출 논란’이 제기됐다는 보도가 자신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정정보도와 8천만 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했으나, 법원은 “김 실장 등을 피해자로 볼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공직자에 대한 보도에서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내용상 다소 오류나 과장만으로는 부족하고 ‘의도적 악의’가 입증돼야 한다는 것이 법률적 상식이다. 그런데 기사에 이름 한 자 등장하지 않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명예가 훼손당했다며 소송을 냈으니 그것부터가 한 편의 코미디였던 셈이다.
분명히 효과는 있을 것이다. 경고다. 누구든지 고소를 당할 수 있다는 경고다. 청와대가 어딘가. 청와대가 고소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만으로도 ‘자기검열’의 공포 속으로 빠지지 않을 수가 없다. 많은 언론이 그런 얘기를 하고 실제로 자기검열에 빠져있다. 죄가 안 된다는 사실을 뻔히 알지만, 경찰이나 검찰에서 ‘오시라 가시라’ 하는 귀찮음을 어떻게 견딘단 말인가. 언론에 재갈을 물리면 그 나라는 희망이 없다. 심판 없는 경기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때문에 민주주의와 언론자유는 반드시 함께 가는 것이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