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팩트9뉴스】오색만남-언론이 본 ‘헌재의 통합진보당 해산 선고’
진행 : 정운현 보도국장 겸 앵커
정운현
오색만남, 매주 월요일은 지난 한 주 동안의 언론보도와 언론계 얘기로 꾸미는 미디어비평 시간입니다. 오늘도 <미디어스>의 한윤형 기자 나오셨습니다. 한 기자, 어서 오세요. 오늘은 어떤 소식입니까?
한윤형
1. 조중동의 보도 태도
지난 주 금요일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죠. 헌재가 통합진보당의 해산을 선고했는데요. 그래서 오늘은 이와 관련한 보수언론들의 보도 방향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정운현
보수언론들은 이번 헌재의 판결을 어떻게 보도했습니까?
한윤형
<조선일보>는 헌법재판소 결정의 내용과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거의 ‘총력전’을 방불케하는 지면 편집을 선보였다. 이날 1면에 배치한 기사는 ‘팔면봉’과 사진기사까지 합쳐서 7개인데 톱기사는 진보세력이 통합진보당과 헌법재판소에 대한 양비론으로 사실상 통합진보당에 면죄부를 줘서는 안 된다는 기사다. 나머지는 박근혜 대통령의 통합진보당 관련 발언 기사, 통합진보당 계좌에 잔고가 거의 없어 빼돌렸는지 의심스럽다는 기사, 미국이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검토한다는 기사 등이다. 영화 국제시장이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제외하면 모두 ‘의미심장한’ 맥락이 있어 보이는 1면 편집이다. 심지어 사진기사도 탈북 어린이들의 성탄맞이 소식이다. 또 3면, 4면, 5면, 6면 일부까지 걸쳐 진보세력에 문제를 제기하고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해설하는데 집중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4면에 헌법재판소 결정 근거를 뒷받침할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된 <민주주의가 죽은 게 아니라…통진당 주사파 세력이 진보를 죽였다>는 기사를 배치했고 5면에는 <통진당, 이석기 1·2심때 “RO모임은 당 행사”…결국 제 발등 찍어>란 제목의 기사를 배치했다. 통합진보당의 주요 구성원들이 과거 민혁당 사건 등에 연루된 ‘주체사상파’에 속하는 게 명확한데다 이석기 전 의원 사건에 대한 재판에서는 RO와 당 행사의 연관성을 강조하고, 정당해산심판에서는 RO와 당과의 관계를 부정하는 모순된 행보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조선일보> 3면 편집은 통합진보당 해산과 제1야당 및 남은 진보세력을 연관시키기 위한 의도가 적자라하게 드러났다. <통진당과 야권연대 부르짖던 인사들, 침묵으로 일관>이란 제목의 기사를 이 면에 배치하고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한명숙, 이해찬, 정세균, 박지원 의원 및 정의당 심상정 의원 등의 야권연대에 대한 발언을 문제 삼으며 통합진보당이 원내에 진출하는데 이들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 아래에 <통진당 함께 창당해놓고… 심상정·노회찬·유시민, 자성 모습 안보여>라는 제목의 기사 역시 배치했다. 통합진보당 창당 주역인 이들이 당시에는 온갖 긍정적인 언급을 해놓고는 이제 와서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통진당 창당으로 종북 세력과 손잡은 과오에 대해선 아직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정운현
중앙일보는 어땠나요?
한윤형
<중앙일보>는 22일 1면에 <통진당 해산, 찬성 64% 반대 24%>라는 제목으로‘긴급 여론조사’의 결과를 보도했다. 이 기사에서 헌법재판소 결정 내용의 거의 모든 부분에서 국민들의 지지 여론이 과반을 넘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5면 <통진당 해산, 모든 연령대서 찬성이 많았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여론조사 내용을 더 상세히 전했다. 이 기사에 의하면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자들이 통합진보당 소속 지역구 의원직 상실 결정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것을 제외하면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다수의 국민들이 상당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6면에서 347쪽에 이르는 헌법재판소 결정문을 분석하며 세부 내용을 전했다.
정운현
중앙일보는 여론조사를 근거로 헌재의 해산 결정을 국민들이 지지한다고 보도했군요.
한윤형
진보세력의 자성을 요구한 것은 <동아일보>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지면 편집에서 통합진보당 해산보다는 핵발전소 도면 유출 사건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5면 <“종북과 완전 결별…일자리-복지 민생진보로 거듭나야”>라는 제목의 기사를 배치해 진보정치가 거듭나야 한다는 문제제기를 했다. 이 기사에 인용된 이들은 주대환 사회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 최규엽 전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김형준 명지대 교수, 박용진 전 새정치민주연합 홍보위원장 등이다. 교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과거 민주노동당에 몸을 담았던 이들이며 특히 최규엽 전 최고위원의 경우는 당시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 등과 함께 ‘자주파’로 분류됐던 인물인데, 낡은 이념적 프레임이 아닌 노동, 복지, 환경 등 진보진영 고유의 가치에 집중하라는 게 이들의 조언이다. 그러나 이날 사설을 보면 이들이 진보세력이 거듭나야 한다는 주장을 어떤 맥락에서 내놓고 있는 것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 <야권은 국민 눈높이에 맞춰 종북 세력과 단절하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위의 <조선일보> 기사와 거의 같은 맥락의 주장을 내놨다. 제1야당 등의 야권연대로 통합진보당이 성장할 수 있었음에도 자성의 목소리를 듣기 힘드니 반성을 해야 한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결국 ‘종북과의 단절’을 진보정치 혁신의 조건으로 제시하며 일종의 ‘공범’으로 몰아버린 셈이다.
정운현
반면 진보언론들의 보도는 많이 달랐을 것 같은데, 어땠나요?
한윤형
보수언론이 이 같은 지면 구성을 선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진보적 논조를 가진 것으로 평가되는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보수적인 헌법재판소에 문제를 제기하는 내용의 기사로 1면을 구성했다. <경향신문>은 1면 톱에 <헌법·민주주의 근간 흔드는 ‘8대 1’ 헌재 체제>라는 제목의 기사를 배치했고 <한겨레> 역시 <헌재 재판관 구성부터 ‘기울어진 저울’>이란 제목의 기사로 헌법재판소 결정의 정치적 편향성 논란을 다뤘다. <경향신문>은 3면에서 헌법재판소를 판검사 출신의 법조 엘리트들이 장악해 사회적 다양성을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4면에 이번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청와대와 여당이 그간 제기된 비선 논란을 덮고 지지층을 결집시키며 여당은 국면전환을 위한 총공세에 나서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경향신문>은 4면에서 정권의 중간평가적 성격이 있는데다 진보정당의 200만 표심의 향방을 예측할 수 없는 4월 재보선이 상당히 중요해졌다는 평가 역시 내놨다.
<한겨레>는 <경향신문>에 비해 박근혜 정권의 반공적 성향을 더 강조하는 내용의 지면 편집을 선보였다. <한겨레>는 3면 <‘아버지 시대’로…박대통령의 시계는 거꾸로 돈다>는 제목의 기사를 비롯해 8면에 <법치주의 이름으로 헌법을 매장한 헌재>라는 제목의 김종철 연세대 법한전문대학 교수 기고문을, 9면·10면에 <민주화로 태어난 헌재, 기득권 수호 첨병으로>, <대한민국 제헌헌법이 바로 진보적 민주주의 헌법>란 제목의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의 기고문을 크게 실었다.
정운현
이번에 헌재가 수용한 법무부 논리의 문제점들은 무엇인가요?
한윤형
2. 법무부 논리의 문제
저도 아직 요약문만 봤고, 전문은 보는 중입니다만. 그래도 어쨌든 결들은 볼 수 있겠는데요. ‘입증해야 될 부분들을 단정했다’라는 점이 있겠죠. 헌재에 따르면 통합진보당이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종하는 것이 명확하고, 그렇기 때문에 폭력 혁명 노선으로 우리 민주주의 체제, 그리고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훼손한다는 것이거든요. 그게 골자인데. 그러면서 당강령에 대해서도 그렇게 해석을 하는데요. 진보적 민주주의라는 강령에 대해서, 강령은 추상적이기 때문에 이걸로 잘 파악이 되지 않지만 이 강령을 내세운 주체들이 이러이러한 주체이기 때문에 이것이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라고 자의적인 판단을 내립니다. 이것은 사실 말이 안 되는 것이죠. 그리고 어떤 사람이 진보적 민주화이라고 쓰면 그것이 북한을 추종하는 것이 아니고. 어떤 사람이 진보적 민주화를 쓰면 그것은 북한을 추종하는 것이라고 얘기하면 굉장히 말이 안 맞게 되는 것인데 거기에 대한 굉장히 자의적인 부분이 있죠. 게다가 그 사람들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 계속 쓰고 있지 않습니까? 이 재판이 시작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이석기 전 의원 내란음모사건 재판으로 인해 촉발이 된 것이 아니겠습니까.
정운현
이석기 재판은 아직 결과가 안 나온 상태 아닌가요?
한윤형
2심 재판까지 나온 상황이고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그 자료가 좀 더 논박이 충분히 이뤄지고 3심 판결까지 간 이후에 이 자료를 활용해서 판단을 내려야 조금 더 신중하게…정당 해산이라는 것이 굉장히 만만한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빨리 결론 내린 것은 그 분들 입장에서는 이게 굉장히 명백하다라고 생각을 하셨겠지만 이석기 전 의원과 ‘R.O’라는 조직, 대한민국에 대한 폭력을 획책했다는 부분들이 발언을 보면, 어떤 부분들은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게 어떤 법리적이기보다는 심증적으로 채우고 추리려고 하고 정치적 비판으로 끝나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굉장히 명백하게 증거로 드러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많이 생략돼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정운현
오늘 전 통진당 의원들이 소송을 냈습니다만 헌재가 아주 무리한 것은 제가 보기에도 의원 5명에 대해서 의원직을 박탈시킨 것, 이것은 제 8조 4항에 해산심판항목에 포함되어있지 않거든요? 어떻게 그렇게까지 무리수를 두는지 모르겠습니다?
한윤형
그 부분도 있습니다만. 이를 테면 헌재라는 기관은 결국 헌법에 합치하는지 안하는지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정당 해산이 되는지 안 되는지만 판단해야 할 것이고, 의원직 면직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하위법이 없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남겨둬야 했을 부분인데, 비례의원 뿐만 아니라 지역구 의원까지 박탈하게 된 것은 굉장히 월권적인 측면이 있지 않았는가…그리고 또 오늘은 이어서 선관위에서 지방비례위원도 의원직을 박탈했습니다. 지역구 의원들은 남아 있습니다만…
정운현
지금까지 미디어스의 한윤형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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