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팩트9뉴스】심층취재-통진당 사형선고, 헌재 ‘역사의 죄인’?
진행 : 정운현 보도국장 겸 앵커
정운현
헌법재판소가 오늘 통합진보당에 대해 해산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에 따라 통진당 소속 국회의원 5인 전원이 의원직을 상실하게 됐습니다. 법무부가 정당해산 심판청구를 한 지 1년여만의 일로, 재판관 9인 중 8인이 결정에 찬성했습니다. 정부는 통진당의 당 강령과 정책이 이른바 ‘종북’이기 때문에 우리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며 정당해산을 청구한 것인데 헌재가 이를 받아들인 것입니다. 이번 헌재의 통진당 해산 결정은 우리 헌정사상 초유의 일로 장차 적잖은 파장을 가져올 전망입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사법살인’, ‘민주주의 사형선고’라는 극단적 평가도 나오고 있으며, 오늘 저녁 7시부터 시청광장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오늘 저희 ‘팩트9 뉴스’에서는 헌재의 통진당 해산 선고를 심층취재로 다룹니다. 이 시간은 김현정 기자와 함께 합니다. 김기자 어서 오세요. 뭐니 뭐니 해도 오늘 가장 큰 뉴스는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선고죠?
김현정
네. 맞습니다. 우리 헌정사상 초유의 정당해산 결정과 함께 소속 국회의원들 전원이 의원직을 상실하게 되면서 정치권은 물론 일반 국민들에게도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정운현
먼저 당사자인 통합진보당의 분위기는 어떤가요?
김현정
통진당은 지금 걷잡을 수 없는 충격에 빠져 있습니다. 헌재의 당 해산 결정 이후 당 간판을 내리고 당의 재산조차 국고에 반납해야 합니다. 게다가 당 소속 의원 5인 전원이 의원직이 박탈되면서 그야말로 패닉 상태에 빠진 상황입니다. 이정희 대표를 비롯한 당원들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사형선고”라며 크게 반발하는 등 후유증이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이와 관련해 통진당 홍성규 대변인의 인터뷰를 잠시 보시죠.
▶ VCR. 통진당 홍성규 대변인 인터뷰
정운현
그간 통진당 해산심판 청구 건을 취재해온 김 기자는 이런 결과를 예측했나요?
김현정
이 사건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만난 학계, 정치권, 정당 관계자들의 견해는 헌재가 쉽게 통진당 해산을 결정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들은 헌재가 ‘기각’ 결정을 내리되 판결문에서 통진당이 앞으로 공당으로서의 바른 역할을 자각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을 것이라는 의견이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때처럼, 즉 불법은 있으나 그 불법의 경중이 탄핵에 이르지 않았다는 결정처럼요.
정운현
정부가 헌재에 통진당 해산심판을 청구하면서 ‘인용’ 결정이 나지 않더라도 이미 소기의 정치적 목적은 달성했기 때문에 굳이 헌재나 박근혜 정부가 큰 부담을 지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더러 있었죠?
김현정
그렇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헌재의 ‘인용’ 결정을 예상한 견해도 많았습니다. ‘국정원 대선개입사건’에다 최근 ‘정윤회 문건’ 파문으로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고 있는 박근혜 정권이 색깔논쟁으로 위기의 돌파구를 마련할 것이라는 예측이 그것입니다. 이러한 기류가 굳어지게 된 계기가 선고 이틀 전에 당사자들에게 기일통지를 한 점과 관례를 깨고 선고기일을 금요일로 잡은 점입니다.
정운현
통상 헌재의 선고는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에 해온 것이 관례인데 이번에는 금요일로 잡은 것은 결국 언론의 뭇매를 피하기 위한 계산이라는 얘긴가요?
김현정
네,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토, 일은 언론 취약일인데다 내주 월요일은 기획재정부에서 내년도 경제대책 발표가 있습니다. 중규직, 임금피크제 등 노동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충분한 내용들이 많습니다. 따라서 기재부 안이 발표될 경우 통진당 해산 건은 구문이 되니 아무래도 뒤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고 하겠습니다.
정운현
오늘 선고는 최후변론이 있은 지 한 달도 안돼 결정을 내린 셈인데요, 너무 빠른 것 아닙니까?
김현정
맞습니다. 박한철 소장이 국회 법사위위원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연내에 선고를 할 것’이라고 공언한 것을 두고 너무 성급히 내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됐습니다. 7년째 법사위에서 활동중인 새정치민주연합의 박지원 의원은 헌재 소장이 국회 법사위위원들을 아주 무시하는 것 아니냐고 공개적으로 불만을 제기할 정도였습니다.
정운현
정당으로선 사형선고나 다름 없는 정당해산 판결을 고작 18차례 변론을 끝으로 13개월 만에 선고를 내리는 것은 좀 신중치 못한 것처럼 보여집니다. 그야말로 ‘전광석화’라고 할 수 있는데요. 통진당 관계자들도 이번 주에 이렇게 급하게 선고가 내려질지는 몰랐다죠?
김현정
박한철 소장이 연내에 선고하겠다고 했고, 또 지난 5일에는 헌재에서 이 사안을 두고 평가회를 갖기도 해 판결이 빨라질 것이라는 예측은 하고 있었던 분위기였습니다. 그런데 통상 헌재에서 선고를 하기 전 당사자들에게 4~5일 전에 기일 통지를 합니다. 그저께 오전 제가 통진당 관계자들에게 변론기일 통지 받았냐고 물어보았더니 그 때까진 못받았다고 하다가 바로 몇 시간 뒤에 통지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선고 이틀 남겨두고 기습 통지를 한 것이죠.
정운현
그렇군요. 오늘 선고 결정은 다 아는 내용입니다만, 핵심은 뭔가요?
김현정
네. 오늘 헌재의 통진당 해산 결정의 핵심은 피청구인인 통진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우리헌법 제8조4항에서 정하고 있는 정당 해산 심판의 핵심인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가 되는지 여부, 또 통진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의원직 상실 여부였습니다.
정운현
그런데 대통령 외유 중에 국무총리가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정당해산 심판 청구안을 의결한 것을 두고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는데요, 헌재는 하자가 아니라고 보았죠?
김현정
네. 대통령이 일시적으로 직무수행을 할 수 없을 때 국무총리가 직무대행으로 주요 사건에 대한 의결을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또 내란 관련 사안이 발생한 경우 차관회의의 심의를 거치지 않은 정부의 결정이 재량권 남용이 아니라고 보고 본안 판단을 했습니다. 헌재는 통진당의 진보적 민주주의 강령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고 보았고, 의원직 상실도 정당해산제도의 취지와 효력에 살펴본다면 전원 상실되는 것이 맞다고 보았습니다.
정운현
정당해산 제도에 대해서는 헌법 제8조 4항에서 규정하고 있지만, 의원직 상실에 대해서는 어디도 규정이 없죠?
김현정
네. 그렇습니다. 정당해산제도의 모국인 독일에서는 의원직 상실을 규정하고 있지만 우리는 아직 판례가 없어서 입장이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학계에서는 의견이 엇갈립니다. 다수설은 ‘의원직 상실’입니다만,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의원을 달리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헌재는 구분 없이 모두 상실된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정운현
헌재가 통진당의 강령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고 판단한 데 대해서도 설명을 좀 해주시죠.
김현정
네. 통진당 해산에 찬성한 재판관 8인의 의견은 이렇습니다. 우선 통진당의 강령인 진보적 민주주의가 이른바 자주파에 의해서 도입된 것이고, 자주파는 1980년대 한국사회를 제국주의 세력에 종속된 식민지, 반봉건, 반자본주의 사회 제국주의세력으로부터의 해방과 민족해방을 내세운 소위 NL계열의 세력이라는 것입니다. 또 통진당의 진보적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세력들의 주축인 경기 동부연합과 광주, 전남, 부산‧울산연합의 세력이 자주파에 속하고 이들의 방침대로 당의 주요 사안을 결정하기 때문이란 것입니다. 아울러 과거 민혁당과 영남위원회 등 과거 북한과 연계하여 활동하고 북한을 추종하고 북한 사상을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이석기 전 의원이 주도하는 내란 관련 사건에도 통진당의 다수 세력이 주도했다는 것입니다.
정운현
결국 내란 관련 사건으로 형사재판이 진행 중인 이석기 그룹의 지난해 5월 10일 모임과 강연 내용이 이번 통진당 해산 선고의 주요 원인이라고 봐야겠군요?
김현정
네 맞습니다. 당시 이석기 의원이 이른바 RO 모임에서 말한 전쟁 발발 시 국가시설을 파괴하여 통신을 교란하고 북한군인과 힘을 합쳐 미국을 몰아낸다는 내용과 활동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고 보았습니다. 동시에 이석기 전 의원에 대한 전당적 비호 및 옹호 등을 종합해 볼 때 통진당의 활동으로 본 것입니다.
정운현
통진당의 2012년 비례대표 부정경선도 이번에 헌법적 심판을 받았죠?
김현정
말씀하신 19대 총선 비례대표 부정경선과 이정희 대표가 출마했던 서울 관악을 경선 과정에서의 부정과 이어진 5.12 중앙위 폭력사태가 민주주의의 핵심적 제도 중 하나인 선거를 형해화 했다고 보았습니다. 헌재는 이러한 점들을 종합해 이석기 전 의원을 비롯한 주도세력이 주장하는 진보적 민주주의가 북한의 대남협력 전략과 전체적으로 같거나 유사하다면서, 1차적으로 폭력에 의하여 진보적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최종적으로 북한식 민주주의 실현으로 판단된다고 명시했습니다. 이러한 점들이 우리 민주주의와 근본적으로 충돌한다고 본 것이죠.
정운현
네. 또 인용에 따른 주요한 법리는 뭔가요?
김현정
헌재가 정당해산을 선고할 때 마지막으로 판단 기준을 삼아야 하는 것이 바로 ‘비례의 원칙’입니다. 통진당의 해산 선고가 그만큼 시급했는지 여부입니다.
정운현
그렇다면 헌재는 통진당 해산이 우리 민주주의 기본질서 수호를 위해 시급한 사안이라 봤다는 얘깁니까?
김현정
그렇습니다. 헌재는 우리가 북한이라는 반국가 단체와 대치하는 대한민국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논리를 들었습니다. 통진당의 이석기 전 의원을 비롯한 주도세력은 언제든지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가 되는 강령을 곧바로 실현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정운현
저는 헌재의 재판관 대부분의 성향이 보수적이고 친정권적 성향이라 해산 선고가 내려질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높게 보긴 했습니다. 그래도 기각 의견이 1명밖에 안된다는 사실은 좀 놀랍습니다. 김이수 재판관의 기각 의견에 대해서도 좀 짚어주시죠.
김현정
네. 기각 의견은 앞서 짚어드린 인용 의견에 모두 반대했습니다. 통진당의 강령인 진보적 민주주의 그 자체가 북한식 사회주의 강령을 그대로 내포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고요, 또 진보적 사회민주주의를 도입한 자주파가 북한을 무조건 추종하고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종한다고 보지도 않았습니다. 아울러 통진당의 강령이 급진적 변혁을 추구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또 단순히 확립된 질서에 도전한다는 것만으로 민주국가의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것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기각의견을 낸 재판관은 옛 민주당 추천의 김이수 재판관입니다.
정운현
게다가 통진당이 사회주의적인 요소를 내포하는 강령을 내세우고 있고, 북한의 주장과 일정 부분 유사한 것은 자연스럽다고도 밝혔지요?
김현정
예, 말씀하신대로 북한과 유사성이 나타났다는 것만으로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종한다고 보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한 해석이라는 지적입니다.
정운현
이석기 의원의 내란죄 관련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았나요?
김현정
네. 이석기 의원 등의 발언은 이미 내란 관련죄로 형사처벌 중에 있고, 그 이전에도 이러한 정당의 정치적 사안은 형법으로 해결해 왔기 때문에 헌법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견해입니다. 때문에 북한의 대남혁명론으로 민주적 기본질서를 전복하려는 세력이 있다면 형법이나 국가보안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보았습니다.
정운현
이석기 의원 등 소위 RO의 강연내용도 통진당이 아닌 이석기와 일부 사람들의 신념이라고 분리해서 봤고 그 자체가 정당의 목적이 될 순 없다는 것이죠?
김현정
그렇습니다. 또 이석기 등 당원들의 일탈행위를 이유로 통진당을 해산한다면 통진당의 대다수 당원들의 정치적 뜻을 왜곡하고 그들에게 사회적 낙인 효과를 가하게 될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했습니다. 정당에 대한 심판은 선거에 의해 국민이 내리는 것이 맞다는 의견도 덧붙였습니다.
정운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소수 의견이 단 1명이었다는 사실이 참 안타깝네요. 오늘 통진당 해산 선고와 관련해 정치권의 입장은 어떻던가요?
김현정
여야의 입장은 극명하게 엇갈렸습니다. 새누리당은 “대한민국 부정 세력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라며 사필귀정이라는 입장이고요, 새정치민주연합은 “해산에 대한 판단은 국민의 선택에 맡겼어야 했다”고 헌재 결정을 비판했습니다. 또 정의당은 오늘의 헌재 판결이 “헌재의 가장 치욕적인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날선 비판을 가했습니다.
정운현
전문가의 견해는 어떻던가요?
김현정
이번 헌재 판결에 대해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이종수 교수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 VCR. 이종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운현
예. 잘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승만 정권 시절 진보당이 해산됐는데요, 그것과 이번 통진당 해산은 어떤 점이 같고 또 어떤 점이 다른가요?
김현정
1958년 진보당 해산 때는 헌법에 정당해산이 도입되지 않았습니다. 이승만 독재가 기승을 부리던 시기 진보당이 정당등록취소로 해제된 것이죠. 그런데 오늘 통진당 해산은 1987년 6월 항쟁의 산물인 헌법재판소에 의해 해산 선고가 이뤄졌다는 점입니다.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임지봉 교수의 견해를 한번 들어보시죠.
▶ VCR. 서강대학교 임지봉 교수 인터뷰 영상
정운현
정당해산은 헌법 제8조4항에 규정돼 있으나 해산 요건이나 절차가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아서 논란이 돼 왔습니다. 헌재는 이 문제를 어떻게 판단했나요?
김현정
헌재 역시 정당 해산은 야당 탄압의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다분하기에 헌법 제8조 4항의 ‘민주적 기본질서 위배’ 여부는 가장 협소하고도 엄격하게 보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또 정당해산 심판청구는 역으로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할 수 있어 최후적이고 보충적인 수단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헌재의 이번 통진당의 해산 선고는 또 다른 형태의 야당 탄압 수단으로 악용됐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정운현
가장 최근에는 스페인이나 터키에서 정당해산 선고가 있었는데, 외국의 사례와 비교했을 때 통진당의 정당해산 선고는 어떤 평가를 내릴 수 있을까요?
김현정
우선 독일에서는 1956년 공산당을 해산 했는데요, 당시 독일은 나치의 독재를 경험한 뒤고 동서 간 냉전체제가 극심한 상황이었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상황을 지금의 우리 대한민국의 정치적 상황과 동일선상에서 볼 수는 없는 것이죠. 또 스페인 헌법재판소는 바타수나 정당의 외곽단체인 ETA가 무장테러로 무고한 시민을 사망케 해 해산을 선고했습니다. 이는 이후 유럽인권재판소에서도 정당성을 인정했습니다.
정운현
그렇다면 정당해산이 선고가 가장 많았던 터키는 어떤가요?
김현정
예. ‘정당의 무덤’으로 불리는 터키는 1980년 군부쿠데타로 형성된 현행 헌법체제 하에서 19회에 걸친 위헌 정당을 선언했습니다. 그러나 군사쿠데타로 집권한 정치체제 자체가 민주주의라고 할 수 없어 터키의 수많은 정당해산 선고는 정당하지 않다는 비판입니다. 신정주의 국가 설립을 위해 폭력도 불사하겠다는 2003년 레파 판결 사건을 제외한 나머지는 정당하지 못한 행위로 유럽사회의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정운현
그렇군요. 최근의 정당해산 선고에서는 테러나 마약 밀매와 같은, 현실적으로 사회질서의 위해가 되는 행위를 한 정당에 대해 해산선고를 했는데요. 그렇다면 우리 헌재가 통진당 해산 선고 판결 요지를 보면 어떤 평가가 가능할까요?
김현정
우선은 폭력이나 위해성이 현실적인 행위로 드러나지 않은 이석기 등의 내란 관련 범죄와 통진당의 강령이 북한을 추종한다는 이유를 들어 해산 선고를 내린 것은 자유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를 훼손했다는 비판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미 이석기 세력들이 형사적 처벌을 받고 있는데, 이석기를 곧 당으로 보고 해산한 것은 마치 팔이 썩어 들어간다고 해서 아예 목숨을 끊어버린 것과 같다고 하겠습니다.
정운현
그렇군요. 이 판결을 두고 헌재는 물론 박근혜 정부도 마냥 반길 수만은 없을 것 같은데요, 또 다른 시각들 있나요?
김현정
우선은 민주헌법의 소산인 헌재가 사법적 판단이 아닌 정권 입맛에 맞는 판결을 하면서 정권 비호에 앞장섰다는 비판을 피해가기 어렵습니다.
정운현
그렇군요! 그리고 또요.
김현정
정부도 정당 해산심판 청구만으로 이미 목적을 달성했는데, 해산 선고가 내려지면서 우리 사회에 진보정당의 활동을 옥죄고 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습니다. 어찌 보면 통진당은 그동안의 과오로 국민의 선택을 다시 받기 어려운 상태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이번 판결로 인해 반사여론의 부담도 전부 현 정권이 지게 된 셈이죠. 또 통진당이 해산돼도 구성원들이 다시 이름만 바꿔 새로 정당을 창당할 경우 그 때 마다 정당 해산을 선고할 수도 없는 일이고요. 장차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운현
그렇군요. 중앙선관위가 통진당 해산 절차에 들어갔죠?
김현정
네. 헌재의 결정은 선고 즉시 효력을 갖습니다. 헌재는 선고하자마자 결정문을 통진당과 국회 정부 및 중앙선관위에 송달했고요. 이에 따라 통진당의 정당 등록을 말소하고 부설 정책연구소인 진보정책연구원의 설립 허가를 취소했습니다. 또 정당의 잔여재산도 국고에 귀속한다는 정당법 조항에 따라 국고보조금 수입계좌 및 정치자금지출계좌를 압류했습니다. 선관위는 또 열흘 내에 통진당 측으로부터 국고보조금 지출 내역을 보고받아 확인한 뒤 남은 국고보조금을 반환받을 예정입니다.
정운현
통진당이 국고보조금을 얼마나 받았나요?
김현정
통진당은 2011년 창당 이래 매년 27억원 가량을 지원받았고요, 이번 4/4분기에도 6억 9200여 만원을 수령했습니다. 모두 국고로 환수되고요, 임대보증금과 집기 같은 일반 잔여재산은 법원에 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 2개월 내에 상세내역을 파악해 국고로 귀속할 방침입니다.
정운현
오늘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선고는 어떤 식으로든 우리 헌정사에 길이 남을 것입니다. 1987년 6월 항쟁의 승리로 쟁취한 현행 헌법의 핵심이자 영혼은 뭐니뭐니 해도 ‘자유 민주주의’입니다. 이번 통진당 해산청구 사건을 보면서 과연 자유의 적이 누구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당의 설립‧존속‧활동의 광범한 자유를 존중하지 않으면서 민주주의를 한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대체 민주주의란 것이 무엇입니까? 한 헌법학자의 논문 한 구절을 인용해 정의해볼까 합니다. “자기가 미워하는 생각을 가질 자유, 자기가 미워하는 말을 할 자유, 자기가 미워하는 단체를 만들어 활동할 자유, 자기가 미워하는 정당을 만들어 자기가 낸 세금까지 받아가면서 자기가 미워하는 활동을 할 자유, 이 모든 자유들을 민주적 시민들이라면 당연한 현상으로 보아야 하고, 아니 민주주의를 하기 위해서는 필수불가결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오히려 그 보호‧보장을 위하여 헌신하는 것이 맞다.”오늘 ‘심층취재’ 여기서 마칩니다. 김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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