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퇴임 이후 가졌던 인터뷰가 다시 화제에 오르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올해 2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봤으며 국격이 떨어지는 일이라 공개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최근 국가기록원에서 대화록을 받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주장과 참여정부 기록물관리 책임자들의 분명 넘겼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선 가운데, 이 전 대통령의 인터뷰는 최소 MB정부에 기록물이 넘겨졌으며, 만약 폐기됐다면, 이관 이후 벌어진 일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으로 일부 보수인사가 주장하는 참여정부 폐기론은 가능성이 희박해진다.
이 전 대통령의 발언은 노무현 정부의 대화록 폐기 논란이 일던 2012년 10월 당시 청와대 박정하 대변인의 “대화록은 청와대에 없다. 전 정권에서 생산한 문건 중 행정안전부 산하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한 문건은 법에 따라 현 정권에서는 목록 열람도 불가능하다”는 주장과도 상충한다.
이 전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대화록과 관련한 질문에 “국격이 떨어지는 일이니까 안 밝혀졌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사실 국격이라고 하기에도 좀…”이라고 운을 뗀 뒤, “(대화록에) 한·미 관계 얘기도 있고 남북 관계 얘기도 있다. 이제 검찰(수사)에서 일부는 나왔으니까 NLL 문제는 밝혀지겠지. 취임하고 보니 ‘안 밝혀지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보기엔 밝혀지면 국민에게도 안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사실이 전해지자 민주당 신경민 의원은 19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 회의에서 “작금의 사초(史草)게이트는 우연이 아닌 이 전 대통령까지 가세한 필연으로 보인다”며, “정문헌, 김무성, 서상기 의원에 이어서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어떤 의도를 갖고 대통령기록물을 열람했는지 점입가경”이라고 비난했다.
신 의원은 “대통령 까지 나서 이랬으니 오늘날 사초게이트가 일어났고, 나라가 이지경이 됐다”면서, 이 전 대통령을 포함해 대화록을 열람한 여당의원 모두 줄줄이 수사 대상에 올라가게 됐다고 한탄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대화록 열람 사실을 공공연히 밝힌 새누리당 일부 의원과, 대화록 원본과 발췌본을 공개한 국정원을 겨냥해 “지금 기록물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 안도하고 반색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꼬집은 뒤, “기 이유와 의도에 대해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이어 지난 5년간 임기가 보장됐던 참여정부 출신 대통령기록관장과 담당과장을 이명박정부 시절인 2008년 7월 갑작스럽게 보직정지와 해임을 시키고 청와대 행정관 출신으로 교체한 이유가 석연치 않다며, MB정부 대화록 폐기설에 힘을 실었다.
김한길 대표는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 함부로 유출되고, 가공되고, 대선과정에서 낭독되고, 정보기관이 사본을 공개한 것만 해도 어처구니가 없는 일인데, 정본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서 찾을 수 없다고 한다면 또 다른 차원의 심각한 문제”라며 국기기록원에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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