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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어묵 같이 먹으면 암 걸린다?
[팩트9뉴스] 오색만남-햄과 어묵을 함께 먹으면 발암물질이 생긴다?
등록날짜 [ 2014년12월18일 09시58분 ]
팩트TV 고승은 기자





 【팩트TV-팩트9뉴스】오색만남-햄과 어묵을 함께 먹으면 발암물질이 생긴다?
  
 
진행 : 정운현 보도국장 겸 앵커
 
 
정운현
오색만남, 매주 수요일은 건강과 의학상식을 뒤집어서 풀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도 가정의학과 전문의 명승권 박사님 나오셨습니다. 명 박사 님, 어서 오십시오.인터넷이나 언론매체에 근거없는 건강상식이나 의학정보가 많이 돌아다니고 있죠. 대한의사협회에서도 무분별한 의학정보를 남발하는 이른바 ‘쇼닥터’에 대해 적극적으로 제제하겠다고 나섰는데요. 오늘은 어린이나 청소년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좋아하는 햄과 어묵에 대한 소문을 준비하셨다고요?
 
명승권
네, TV나 각종 언론매체와 인터넷에서 종종 햄과 어묵을 함께 먹으면 발암물질이 생긴다는 보도를 하는데요. 일반적으로 햄이나 소세지 같은 가공육을 만들 때 고기색을 빨갛고 선명하게 보이고 미생물이 발육하는 것을 억제할 수 있는 아질산나트륨같은 발색제가 사용됩니다. 어묵이나 오징어와 같은 건어물에는 미생물이 발육하는 것을 억제하는 보존제 혹은 방부제인 소르빈산이 많이 사용됩니다. 그런데 이 두 가지를 섞어서 열이 가하면 발암물질인 ‘에틸니트릴산’이 생성된다고 보도 하는데요. 심지어 어떤 기사에서는 이 에틸니트릴산이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분류한 발암물질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정운현
시청자 입장에서는 텔레비전이나 신문에서 이렇게 보도하면 당연히 믿을 수밖에 없겠죠. 그런데 이게 사실이 아닌가요?
 
명승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임상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과장되고 잘못된 보도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이 내용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찾아보니 1995년에 한 출판사에서 발간한 일본인이 쓴 ‘암을 정복하는 비결’이라는 번역서에 나와 있는 내용입니다. 본문을 보면 ‘어묵 등 많은 가공식품에 사용되고 있는 보존료인 솔빈산(소르빈산)이 아초산염(아질산염=아질산나트륨)과 함께 섞여 산성인 상태로 열이 가해지면, 에틸니트릴산이라고 하는 돌연변이원성 물질이 생긴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즉, 아질산나트륨과 소르빈산이 반응해 돌연변이를 유발하는 물질이 생성된다는 것이죠. 여기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점은 반응으로 생기는 물질이 발암물질이 아니라 돌연변이원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일반적으로 돌연변이를 유발하는 물질은 대개 암을 유발하는 물질인 경우가 많지만 모두 발암물질은 아닙니다. 이후 2005년과 2010년에 두 편의 건강서적에서 이 내용과 거의 비슷한 문구가 발견됩니다. 그리고 이 내용은 인터넷 기사나 블로그 등에서 수 십 건 이상 검색이 되고 일부 지상파 유명 프로그램에서도 보도가 되었죠.
 
정운현
그 일본인은 어떤 근거로 돌연변이성 물질이 나온다는 책을 쓴 건가요?
 
명승권
제가 의학데이터베이스 등을 검색해 보니 일본 연구자 카다 박사 와 나미키 박사 등이 1972년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실험연구결과를 발표했는데 그 결과 아질산나트륨과 소르빈산을 가열했더니 pH 3.5-4.2 사이의 산성상태에서 세균을 죽일 수 있는 돌연변이성 활성도가 최대가 되는데 이는 디니트로메틸파이롤이라는 물질과 에틸니트롤릭산이 생성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논문의 저자들은 아질산나트륨과 소르빈산이 식품첨가물로 쓰이니 인체에도 해로울 수 있다는 가설을 제기한 것입니다. 그 뒤로 아질산나트륨과 소르빈산이 실험실 조건에서 보툴리눔 세균을 억제하는데 효과가 있다는 주제로 논문이 여러 편 발표가 되었습니다. 즉, 정리하면 현재까지 나온 연구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도 아니고 암을 유발하는 발암성에 대한 것도 아니며 주로 실험실 조건에서 세균을 대상으로 한 돌연변이효과나 세균발육억제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입니다. 1995년 일본인이 쓴 책에 나와 있는 돌연변이원에 대한 내용이 발암물질로까지 확대 과장된 것이죠. 
 
정운현
그럼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발암물질로 분류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닌가요?
 
명승권
네, 사실이 아닙니다.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는 인체에 암을 유발할 수 있는 발암물질과 관련해 971종의 물질을 총 5개 그룹으로 나누고 있습니다. 제1그룹은 실험연구나 동물실험 뿐 만 아니라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인체에서 암을 유발한다는 것이 확실히 밝혀진 발암물질로 114종이 있습니다. 여기에는 시청자 여러분도 잘 아시는 담배, 술, 헬리코박터균, 벤젠, 석면, 벤조피렌 등이 대표적입니다. 제2그룹은 A와 B로 나누는데 A는 발암추정, B는 발암가능으로 봅니다. 즉, 실험연구나 동물실험에서는 발암이 확실하더라도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에서 확실하지는 않지만 발암물질에 가까운 물질로 제2그룹A는 69종, 제2그룹B는 283종이 있습니다. 제2그룹 A에는 납, 말라리아, 니트로소화합물, 뜨거운 마테차 등이 있고 제2그룹B에는 지난 주 말씀드린 휴대전화 전자파, 커피, 디젤연료 등이 있습니다. 제3그룹은 가장 많은 504종으로 인체에서 발암성과 관련해 따로 분류할 수 없는 물질입니다. 제4그룹은 발암물질이 아닌 것으로 추정되는 물질로 나일론 원료인 카프롤락탐이 유일하게 있습니다. 
 
정운현
그런데... 커피나 뜨거운 마테차도 인체에 약간의 위험성이 있는 건가요? 
 
명승권
현재 아질산나트륨과 소르빈산이 반응해 생성되는 에틸니트롤릭산(에틸니트릴산)은 971종에 들어 있지도 않은 물질이기 때문에 국제암연구소에서 분류한 발암물질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첨언하자면 일부 전문가들이 아질산나트륨을 발암물질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아질산나트륨 역시 그 자체로 발암물질이 아닙니다. 발색제인 아질산나트륨이 생선이나 여러 가지 음식에 들어 있는 아민류와 만나면 산성도가 높은 위 안에서 니트로스아민이라는 물질이 생성되는데 사람을 대상으로 관찰한 연구에서 위암 등의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보고가 있지만 음식물에 의해 생기는 니트로스아민 역시 엄밀히 말하자면 국제암연구소에서 제2그룹A로 확실한 발암물질은 아니고 발암추정물질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물론 담배연기에서 발생하는 니트로스아민의 일종인 NNK 등은 제1그룹으로 분류되어 있긴 합니다.
 
정운현
오늘도 유익한 정보였습니다. 정리해주시죠.
 
명승권
인터넷이 발달하고 몇 년 전부터는 종편 방송국이 생겨 어느 때보다도 건강이나 의학에 관한 정보가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당히 많은 정보가 임상적 근거가 부족한 과장 허위 정보인 것 같습니다. 오늘 다룬 햄과 어묵을 동시에 먹으면 발암물질이 생긴다는 이야기 역시 잘못 인용된 정보가 언론이나 각종 매체를 통해 확대 재생산된 잘못된 정보입니다. 물론, 음식에 사용해서는 안되는 첨가물이나 식품첨가물을 규정보다 과도하게 사용하는 것은 엄격하게 규제해야 하며 육류나 가공육 등을 너무 많이 자주 섭취하는 것은 건강에 해로울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적정 섭취하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사람에 대해 해로움이 확실하게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 위험성이 과도하게 선전되는 것도 문제로 생각됩니다. 엊그제 15일 한국 소비자원은 최근 시판 중인 22개 어묵제품을 조사한 결과 어묵제품에 사용가능한 보존료인 소르빈산, 소르빈산칼륨, 소르빈산칼슘 함량 역시 조사대상 전제품에서 검출되지 않았거나 0.76g/kg 이하로 기준(2.0g/kg 이하)에 적합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합니다. 언론매체 뿐 만 아니라 전문가 역시 발언에 앞서 신중하게 관련 연구결과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정운현
지금까지 가정의학과 전문의 명승권 박사와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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