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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생이별 끝에 다시 만난 모녀…‘이리 닮았거늘’
어려운 형편에 큰아버지에게 맡겨졌다가…결국 여러 곳 전전
등록날짜 [ 2014년12월17일 15시45분 ]
팩트TV 고승은 기자
 
【팩트TV】 그리운 어머니를 40년 만에 만나는 이정미(44, 현 이름 윤정미) 씨에겐 '어머니'라는 한마디를 입 밖으로 내는 일조차 힘겨웠다. 다른 이들의 부름에 문을 열고 들어온 칠순의 어머니 최순자 씨는 단번에 알아본 딸을 부둥켜안고 통곡했다. 기억 속 네 살짜리 딸은 어느새 한 아이의 엄마가 돼 있었다.
 
16일 서울 중구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는 40년간 생이별한 모녀가 상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초록우산에 따르면, 이정미 씨는 네 살이던 1974년 언니 정옥(당시 여덟 살)씨와 함께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경기도에 있는 큰아버지 댁에 맡겨졌다. 당시 아버지를 잃고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게 되자, 어머니 홀로 세 자녀를 돌볼 수 없어 둘째 언니와 함께 이 씨를 친정으로 보낸 것이었다.
 
16일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 40년간 생이별한 모녀(최순자-이경미 씨)가 상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사진출처-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남편을 잃은 어머니 최 씨는 "생활이 여의치 않으니 잠깐만 맡아달라. 사정이 나아지면 데리러 오겠다."며 눈에 밟히는 두 딸을 두고 떠났다.
 
그러나 경제적 상황이 나빠지면서 두 조카를 키울 수 없는 형편이 된 큰아버지는, 어머니와 아무 상의도 없이 정미 씨를 서울의 한 가정에 수양딸로 보냈다. 동생이 떠나고 얼마 뒤 다른 친척집에 보내진 언니 정옥 씨는 열여섯 살이 되던 해 어머니와 상봉했다.
 
하지만 수양딸로 들어간 집에서 버림받아 또다시 다른 집으로 보내진 정미 씨의 행방은 알 도리가 없었다. 정미 씨는 몇 집을 떠돌다 전남 구례군에 있는 한 노부부의 집으로 보내져 양녀가 됐다. 양부모는 정미 씨를 '윤정미'라는 이름으로 호적에 올리고 학교에도 보냈고 극진히 아꼈다.
 
이 씨는 한평생 ‘가족에게 버림받았다‘는 생각에 가족을 찾을 생각은 하지 않았다. 자신을 아끼던 양부가 사망하자 서울로 올라와 직장생활을 시작했고, 이후 현재의 남편을 만나 자녀를 낳고 가정을 이뤘다.
 
그동안 가족들은 사방팔방으로 이 씨를 찾아다녔다. 신문에 광고도 내보고, 실종가족 찾기 방송에도 출연했다. 이젠 찾기 어렵나보다 생각할 즈음에, 지난 10월 전남 해남경찰서 경찰관이 어머니 최 씨에게 “유전자 감식으로 가족을 찾아주는 곳이 있으니 등록해 보라”고 조언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에 최 씨는 초록우산 실종아동전문기관에 유전자를 등록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뜻밖의 소식을 들었다. ‘1년여 전 딸이 유전자를 등록해 놨고, 최종 일치 판정이 났다’는 것이었다. 이 씨도 지난해 8월 같은 기관에 유전자 등록을 해놓은 상태였다. 
 
이 씨도 “당신과 닮은 사람이 동생을 찾고 있다.”는 소식에 두 차례 유전자 검사를 했지만 혈육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직후였다. 이씨는 “내 가족들도 나를 찾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등록을 한 것이다.
 
이렇게 모녀는 16일 40년 만에 극적으로 상봉했다. 이 씨는 어머니를 부둥켜안고 우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어머니는 이 씨의 얼굴을 매만지며 "아이고 내 새끼. 엄마가 미안하다. 이게 꿈이냐 생시냐"라고 울부짖다 잠시 혼절하기도 했다.
 
이 씨는 "어머니가 어떤 모습일까, 나랑 닮았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밤을 지샜다."며 "버림받았다고 오해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고 했다.
 
어머니와 언니 정옥 씨는 "이렇게 찾아주셔서 감사하다. 은혜를 잊지 않겠다."라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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