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 : 정운현 보도국장 겸 앵커
정운현
오색만남, 매주 화요일은 문화예술계의 이슈를 점검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도 인디밴드 ‘눈뜨고 코베인’의 깜악귀 님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깜악귀
어제부터 오늘까지...가장 핫 아이템을 가져왔습니다! 이겁니다. 비행기도 후진시킨 문제의 땅콩인데요. 땅콩항공과 관련한 기사들이 너무 쏟아져서, 보면서 먹고 싶더라구요. 정앵커님과 함께 하고 싶어서 준비했습니다.
정운현
맛있네요. 하늘을 나는 비행기의 맛이라고 할까요? 오늘 첫 번째 이야기는 무엇입니까?
깜악귀
1. 인기 예능 "아빠 어디가" 폐지되나?
오늘은 지난주에 예고한 것처럼 한 해를 정리하는 아이템들로 준비했는데요. 주말저녁대 안방의 웃음을 책임지는 스타2세 예능 버라이어티를 얘기해볼까 합니다. 올 한해의 방송가의 키워드 중 하나는 '연예인 2세'였습니다. 즉, 6살에서 10살 정도의 스타 2세들이 스타 부모와 동반출연하여 인기를 얻고, 인기를 반영하듯 스타 2세들의 팬 카페가 만들어지면서 그 팬덤을 가리켜 ‘랜선맘(LAN MOM)’이라고 부르는데요. 혹시 무슨 뜻인지 아세요?
컴퓨터를 랜선으로 연결하잖아요. 주로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팬들이 엄마처럼 스타2세를 예뻐하고 좋아한다는 뜻입니다. 어쨌든 스타2세들은 인기의 척도인 엄마나 아빠와 동반CF까지 출연하면서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는데요.
이 연예인 2세 열풍을 불러일으킨 프로그램이 작년부터 방송된 MBC의 [아빠 어디가]인데요. 연예인 아빠들이 애들을 데리고 엄마 없이 시골로 여행을 떠나서 이런저런 일들을 겪는 걸 높은 시청률은 물론이고 2013 MBC 방송연예대상까지 타면서 그야말로 황금기를 이루었습니다. 예능 프로그램의 판도를 육아예능으로 바꿔놓았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그 뒤로 KBS슈퍼맨이 돌아왔다, sbs오마이베이비 등이 따라서 생겼습니다.
정운현
광고계에서는 광고 주목도를 올리기 위해서 3B라고 하죠. 미인(Beauty), 아기(Baby), 동물(Beast)이 나오면 된다고 하는데요. 텔레비전의 예능 판도도 그렇게 바뀌고 있나봅니다.
깜악귀
말씀하신대로 3B중 하나인 "아빠 어디가"가 폐지되고 후속작으로 아이 대신 동물을 키우는 프로그램이 편성된다는 설이 돌기도 했는데요. MBC관계자의 인터뷰 기사에 따르면 동물을 키우는 프로그램을 기획중인 건 맞지만 ‘아빠 어디가’의 폐지는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여러 정황을 볼 때 폐지가 검토 중인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정운현
육아예능의 물꼬를 튼 프로그램이 왜 1년 만에 방송가에서 폐지설까지 돈 건가요?
깜악귀
올해 ‘아빠 어디가’ 시즌 2가 시작됐는데요. 시즌 1의 인기를 이어가지 못하고 1년 만에 시청률이 반토막이 났죠. 지금 시청률이 약 6.4%로 일요일 밤 대표 예능 프로그램으로서는 좀 안 좋은 수치인데요. 각 방송사의 예능국들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면서 자존심처럼 생각하는 게 바로 주말 특히 일요일 6시대 예능프로그램입니다. MBC로서는 그동안 아빠어디가의 성공으로 주말 예능의 강자로 자존심을 회복하기도 했죠.
시청률이 떨어진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첫번째로 동시간대 방송되는 비슷한 포맷인 KBS2의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약진입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대놓고 아빠 어디가를 흉내 낸 프로그램인데요, 일단 아이들이 훨씬 어리고 작습니다. 그러다보니 돌발 상황도 많고, 집안이나 식당 같은 한정된 공간에서 육아의 힘든 부분이 극명하게 드러나죠. 시청자 입장에서는 캠핑업체 간접광고 제품들을 입고, 놀러다니는 아빠 어디가 시즌2보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적나라한 가정식 육아 현장이 더 공감대를 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정운현
맛 집이 즐비한 골목을 들어서면 식당간판마다 ‘원조’라고 씌여 있는데요. 막상 다녀보면 특별한 차이가 확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그 중에서 문전성시를 이루는 식당들은 꼭 있거든요. 아무리 동시간대 경쟁프로그램이 등장했더라도 역전을 당하는 건 심상치 않은 일인데요. 뭔가 다른 이유도 있나요?
깜악귀
방송사에서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서 교묘하게 시간을 늘려서 편성하는데요. 보통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프로그램의 타이틀 시그널이 나올 때부터 광고, 프로그램(러닝타임), 광고, 마지막 타이틀까지로 집계합니다. 그래서 방송 3사의 암묵적 합의로 모두 4시 55분에 시작하기로 했죠.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서 10분, 20분씩 프로그램을 일찍 시작해서 논란이 되기도 했었죠. 수퍼맨이 돌아왔다가 조금씩 당겨서 방송하더니 결국 30분을 일찍 당겨서 시작했다는 겁니다. 시청자들의 채널을 먼저 선점하려고... 상도덕에 어긋났다고 욕하던 타 방송사들도 너도 나도 시작 시간을 앞당기다 보니 이러다가 일요일 오후 3시부터 예능이 시작하는 건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고 합니다.
정운현
아이들은 보기만 해도 귀엽고 예쁘긴 한데요. 너무 어린 나이에 대중들에게 노출되어서 관심을 받다보면 그에 따른 안 좋은 점도 있을 것 같은데요?
깜악귀
지금은 말하자면 ‘육아예능 춘추전국시대’입니다. 각 방송사마다 아이들을 내세워 일요일 밤 시청률 전쟁을 하는 모습인데요. 육아 예능이 인기를 끌다 보니 그에 따라 여러 가지 논란도 있습니다. 아이들을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시비는 당연히 나오고, PPL 상품을 주로 이용하다보니까 이게 고가거든요. 시청하는 입장에서 우리 아이랑 똑같이 키우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몇 백만원 짜리 유모차, 장난감인 걸 알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는 말도 있습니다. 또한 이런 육아 예능 프로그램이 잘 나가다 보니까 아이를 스타로 만들고 싶어하는 연예인들이 자기 애를 출연시켜달라고 줄을 선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작년에 '노인'이 등장하는 "꽃보다 할배"의 히트, 예능의 불모지였던 군대를 소재로 한 ‘진짜 사나이’등이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받았는데요. 1박 2일이나 무한도전 같은 기존 예능 프로그램이 한계에 달하니까 이제는 예능의 중심축이 노인, 아이들, 군인 같은 새로운 대상과 소재를 찾아서 이동하는 것 같습니다.
정운현
두 번째는 무슨 이야기입니까?
깜악귀
2. 정부비판 영화 상영하니 예술영화관 지원금 탈락?
지난주에 2014년은 다양성 영화들이 두드러지게 좋은 흥행성적을 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오늘은 이런 다양성 영화들이 상영되는 예술전용관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저예산 예술영화나 독립영화들은 소재의 특이성 때문에 아무래도 상업영화들과 일반 극장에 나왔을 때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죠. 우리 영화의 다양성을 지키기 위해 나온 것이 ‘예술영화전용관 운영지원’입니다. 지역의 소규모 극장들이나 형편이 넉넉지 않은 예술영화 전용극장에 정부가 영화진흥위원회를 통해 2천만원에서 최대 6천만원 정도 지원금을 주는 사업인데요. 지난 9월에 영진위가 이 지원금을 받게 되는 18개 극장 20개 스크린을 발표했습니다. 문제는 이 20개 상영관 중 올해 5개관이 신규로 선정됐고 5개 중 3곳이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인 롯데시네마였습니다.
정운현
대기업 자본을 바탕으로 운영하는 멀티플렉스 극장에 정부 지원금이 간다는 건 본래 사업 취지에 어긋나는 거 아닌가요?
깜악귀
그렇습니다. 그래서 극장 안팎으로 논란이 되자 롯데시네마 측은 어차피 1억원은 극장 측에서 큰돈도 아니고 불필요한 오해를 사기 싫다며 지원금을 거부했죠. 1억이면 지역의 작은 극장 4곳 정도가 지원받을 수 있는 돈인데요. 그래서 독립예술영화관 측에서는 재선정을 요구했으나 영진위는 불용예산으로 처리한 후 직접 관리한다고 합니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고요. 멀티플렉스 극장이 신규로 선정되면서 탈락한 지역의 소규모 극장들입니다. 오랜 시간 지역의 대표적인 예술영화관으로 평가받던 대구 동성아트홀, 대전 아트시네마, 안동 중앙 시네마가 탈락했고 거제아트시네마도 정부의 지원금을 못 받자 문을 닫았습니다.
정운현
오랫동안 지역에서 예술영화를 상영했던 소규모 극장들을 탈락시키고, 멀티플렉스 극장에게 지원금을 주기로 결정한 선정기준이 궁금한데요.
깜악귀
영진위 측은 지원금의 높은 의존율에 비해 관객 점유율이 부진한 실적을 선정과 탈락 이유로 꼽았는데요. 사실 시작부터 대형극장들과 비교해서 불리한 출발이었는데요, 이런 예술전용관들이 자본과 서비스로 무장한 멀티플렉스 극장을 상대하기란 힘든 싸움이죠. 그리고 돈을 지원해주는 것과 함께 다양한 영화들이 더 많은 관객과 만날 수 있도록 영화관 내부적인 프로그래밍 같은 내부적인 지원책도 필요하다는 영화계 전문가들의 대안도 있었습니다. 이와 함께 며칠 전, 이번에 탈락한 극장들이 정부와 권력을 비판한 영화들의 상영 횟수가 다른 극장들에 비해 많다는 찜찜한 분석이 오마이뉴스를 통해 보도됐는데요. 너무 확대해석한 것 아니냐는 말도 있지만 정부와 권력을 비판하는 영화를 드물게 상영한 영화들이 신규로 정부의 지원금을 받은 걸 보면 우연으로 치부하기에는 애매한 구석이 있습니다.
정운현
영진위의 설립목적이 우리 영화의 양적, 질적 발전 아닙니까? 정부를 보호하는 기관도 아니고 말이죠. 예술관 지원금 선정에 있어서 부디 누군가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기를 바랍니다.
깜악귀
3. 시끄러운 서울시향 내부갈등
세 번째는 세계적인 지휘자 정명훈씨가 상임 지휘자로 있는 서울시립교향악단, 즉 서울시향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일주일 전에 서울시립교향악단 사무국 직원 17명이 호소문을 발표한 바 있는데요. 바로 박현정 서울시향 대표이사가 폭언과 성희롱 등 막말을 일삼으며 인권을 유린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진위 여부는 아직 조사 중이지만 일단 사무국 직원들은 그렇게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서 직원의 절반 가량이 스트레스로 퇴사를 해야 했다고 밝혔습니다.
정운현
이에 대해 박현정 대표이사는 자신은 정치적 희생양이다, 배후에는 정명훈 예술감독이 있다. ‘배후자’, ‘악의 축’ 이라고 정감독을 지목하면서 서울시향은 정 감독의 사조직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을 했는데요?
깜악귀
네, 그러면서 나온 이야기가 연봉입니다. 일단 클래식에 아무 관심이 없는 분들은 '정명훈의 연봉이 그렇게 높은 줄 몰랐다'라면서 좀 더 시민의 삶과 밀접한 곳에 세금을 써야 하는 거 아니냐 라는 의견을 내는 사람들도 있고요. 박현정 대표는 "서울시에서 이렇게 높은 연봉을 받는 사람은 없다"고 표현했죠. 정명훈 상임 지휘자의 연봉은 현재 약 17억이라고 하는데요. (이런저런 경비들이 얽혀 있고 공연 횟수에 달려 있는 것이라서 확정하긴 어렵지만) 클래식 애호가들의 말을 들으면 정명훈 지휘자의 명성에 비해 높은 편은 아니라고 합니다. 본래 지휘자들의 연봉도 높은 편이고요.
한편, 클래식 팬들의 의견은 정명훈 지휘자가 굳이 한국에서 이런 판에 발을 담그고 있을 이유가 없는 사람인데 욕보고 있다. 정명훈씨가 서울 시향을 맡아서 성공적인 유럽 투어를 하면서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로 발돋움 했고, 국내에서 세계적인 클래스의 공연을 볼 수 있어 만족하는데 이게 왠 난리냐는 의견도 있고요. 정앵커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한 가지 서울시가 국제적인 대도시인데 내세울 만한 오케스트라 하나 없다는 것은 사실 부끄러운 일인 게 맞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니까 세계적인 지휘자를 데리고 있을 필요는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정명훈씨가 필요한 거고요. 일단 그러니 서울 시향이 정명훈씨 중심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던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박현정 대표이사 입장에서는 말도 안 되는 방만한 운영으로 보였겠죠. 어제 밤에 한 YTN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너무 흥분하고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지금은 많이 후회되고 창피하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정명훈씨가 "너무 많은 돈을 받는 게 아니냐"라는 논란은 이전부터 계속 있어 왔습니다. 즉 '눈먼 문화 예술 전시 행정의 일부'로 보는 사람들이 있고요. '그럴 만한 값을 하는 사람이다', '받을 만한 사람이 받을 만큼 것인데 그걸 두고 비난하는 것은 문화 예술에 대한 몰이해다'라고 하는 의견이 있습니다.
정운현
정명훈씨가 올해 3년 계약이 끝나서 재계약을 하는데 박원순 시장에게 대표이사가 교체되기 전에는 재계약이 힘들다는 의사를 전달한 상태라고 하던데요?
깜악귀
그런 상황에서 지금 '배후'라든가 '정치적 뒷거래'라는 잡음이 터진 상태입니다. 정명훈 지휘자의 행보가 주목됩니다. 재계약을 안 해도 놀라운 일은 아닐 겁니다. 그그렇게 되면 시향이 지금까지 어렵게 쌓아온 경쟁력은 아마 원점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운현
네, 지금까지 눈뜨고 코베인의 깜악귀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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