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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파" 방학이 두려운 아이들
[팩트9뉴스]기획취재-방학이 온다, ‘밥 굶는 아이들’
등록날짜 [ 2014년12월09일 01시39분 ]
팩트TV 신혁 기자
 







【팩트TV-팩트9뉴스】기획취재-방학이 온다, ‘밥 굶는 아이들’
 
 
진행 : 정운현 보도국장 겸 앵커
 
 
정운현
이제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됐습니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고 며칠 전엔 전국적으로 눈도 내렸습니다. 동네 개울가엔 얼음도 얼었더군요. 한 해가 끝날 무렵이면 아이들이 기다리는 겨울방학이 시작됩니다. 그러나 방학이 다가오면 도리어 걱정이 앞서는 아이들이 있다고 합니다. 오늘 기획취재에서는 그런 아이들의 얘기를 다뤄볼까 합니다. 임경호 기자가 취재하고 왔습니다. 방학이 두려운 아이들이 있다면서요? 그게 누구죠?
 
임경호
예, 방학을 맞아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아이들입니다. 평소에는 학교에서 급식을 지원 받지만 방학이 되면 이들을 지원하는 기관이 주민자치센터나 구청 등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정운현
학교를 가지 않아 지원업무가 이관된 것인가요?
 
임경호
아닙니다. 일선 학교 선생님의 말에 따르면 요즘은 아이들이 창피해 하는 관계로 관련 지원업무 등을 주민자치센터에서 처리한다고 합니다. 방학 중 중식지원도 학부모가 주민센터에 직접 신청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정운현
그럼 학교에서는 아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겠네요?
 
임경호
맞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은 이유로 일선 학교에서는 지원이 필요한 아이들의 수마저 잘 파악이 안 된다고 합니다. 심지어 담임교사마저 상황 파악이 힘들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습니다.
 
정운현
그러면 주민자치센터나 지역아동센터 등은 제 역할을 다 하고 있습니까?
 
▶연도별 아동급식 지원현황
 
임경호
아무래도 지지난 대선 때 ‘무상급식’이 화두로 오른 만큼 사회 각계각층의 관심은 높아졌는데요, 이것이 제도적으로 정착해 담당구청이나 자치센터 등에서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금천구 추석연휴 기간 꿈나무 카드 가맹점 운영 현황
 
임경호
 현황표에서 보시다시피 지난 9월 명절 기관에는 이런 식의 공지를 통해 결식아동들이 헛걸음 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습니다.
 
정운현
 일선에서도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나 보군요?
 
임경호
맞습니다. 정책을 담당하는 일선 공무원들도 정책의 취지와 아이들의 상황에 대해서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미비한 대책과 촘촘하지 못한 제도 사이에서 생기는 허점 탓에 실무진들은 답변을 꺼리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경기도 아동복지 관계자의 전화 인터뷰를 한번 들어보시죠.
 
▶경기도 아동복지 관계자 전화 인터뷰
 
정운현
주로 어떤 문제가 있기에 담당 공무원들이 답변을 꺼리는 거죠?
 
임경호
 첫 번째로 결식아동들을 지원하는 주요 수단 중 하나인 ‘급식카드’를 들 수 있습니다. 서울시는 ‘꿈나무’카드로 유명합니다.
 
▶꿈나무 카드 외
 
정운현
‘급식카드’요? 아, 화면에 보이는 게 바로 그 카드들이군요. 저도 ‘꿈나무’ 카드에 대해서는 더러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만, 이게 무슨 문제라는 거죠?
 
임경호
문제를 말씀 드리기에 앞서 ‘꿈나무’카드에 대해서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카드는 1회 총 4,000원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 가맹점으로 가입한 곳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서울 결식아동 중 약 70%가 이 카드를 이용할 정도로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정운현
 그렇군요. 근데 1회에 4,000원이면 요즘 한 끼 가격으론 좀 적은 감이 있네요.
 
▶상계동 가맹점 지도
 
임경호
 맞습니다. 화면을 보시면 서울시 노원구 상계동에 위치한 가맹점 중 일부 업체의 가격을 표기해 뒀는데요. A과자점의 경우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한 끼 식사로 턱 없이 모자라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또 B중식집의 경우 평일 할인메뉴가 5,500원에 달합니다. 
 
정운현
 아니, 한 끼 가격이 5,500원이면 아이들이 사 먹을 수 없는 거 아닌가요?
 
임경호
네, 그렇습니다. 이처럼 가맹점의 총량은 많아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이용하지 못하는 허수도 많습니다. C분식집은 한때 대학가에서 유명했던 ‘컵밥’ 등이고요, D한식집은 다양한 메뉴로 유명한 가게인데 김밥을 제외한 단일 메뉴는 4,000원으로 빠듯합니다. E한식집은 대표메뉴 가격이 4,500원으로 이 곳 또한 사용하지 못하는 곳입니다. 
 
정운현
가맹점 조사할 때 가격도 나와 있던가요? 아이들은 해당 업체의 메뉴 가격을 잘 모를 텐데요.
 
임경호
아쉽게도 일일이 가격을 찾아봐야 했습니다. 아이들은 해당 가게를 방문했다가 가격 때문에 나와야 하는 문제도 생기는 것입니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인지도가 올랐다곤 하지만 현장에선 급식 카드를 모르는 업주들도 있었습니다. 화면으로 준비했습니다. 보시죠. 
 
▶“꿈나무 카드 모른다” 인터뷰
 
임경호
급식카드 사용 가맹점이 되려면 업주가 직접 신청해야 하는 만큼 아이들의 메뉴 선택폭을 넓히기에도 좀 더 많은 유인책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정운현
 많은 아이들이 사용한다는 건 그만큼 편리하다는 증거일 텐데요, 이 부분에 대한 담당 공무원의 입장은 어떤가요? 
 
임경호 
사실상 적은 금액이라는 건 공감하는 분위기였습니다. 2016년 정도로 기간을 잡고 간담회 등을 통해 금액을 논의할 계획이라는 게 서울시 입장입니다. 또 하루 한 끼 정도를 해결하는 아이들도 있기 때문에 하루 최고 8,000원을 사용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다음 날로 잔액이 이월되지 않는데다 ‘모범업소’ 등의 인증을 해 주는 것 외에 가맹점을 유인할 방법도 없어 보였습니다. 이에 대해 서울시 담당 공무원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화면을 보시죠.
 
▶서울시 담당 공무원 전화인터뷰: 이지현 주무관
 
정운현
 근데, 이런 문제가 비단 ‘꿈나무’카드만의 문제는 아닐 텐데요, 가령 지원자격 부분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이야길 들은 바 있습니다만.
 
임경호
네, 며칠 전 생활고로 목숨을 끊은 ‘송파 세모녀’가 되살아난다고 해도 법적 지원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기사가 뜨기도 했습니다. 제도적 허점을 꼬집은 것인데요, 결식아동 인정 요건도 그렇게 촘촘해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정운현
 ‘결식아동’의 조건이라면, 결식아동으로 일단 인정을 받아야하겠군요?
 
임경호
 네, 꿈나무 카드 외 서울시에서는 ‘2014년 겨울방학 결식아동급식 신청안내’도 받고 있는데요, ‘소년소녀가정 아동’이나 ‘한부모가족지원법상 지원대상가정 아동’ 등 지원 대상을 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률적인 기준으로 인해 긴급 구호 등이 필요한 아동들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기도 합니다.
 
정운현
 ‘긴급복지 지원대상 가구의 아동’이란 항목도 있는 걸로 아는데요?
 
임경호
 그 부분도 일단 지원자가 신청을 해야 하는데다 관할 지역 내 소재지 등이 파악 되지 않으면 지원 자체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보통 긴급 지원이 필요한 분들의 경우 제도권 밖에서 소외받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운현
 그렇겠네요, 또 무슨 문제가 있죠?
 
임경호
기준 자체를 아이들이나 학부모가 판단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일선 담당 공무원의 답변 한 번 들어보시죠.
 
▶주민자치센터 담당 공무원 전화 인터뷰 (지원자격 관련)
 
정운현
 제가 들어도 무슨 말인지 이해가 잘 안 가네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해 보입니다.
 
임경호
 네, 그렇습니다. 가뜩이나 경제적으로 위축된 아이들이나 학부모들이 상세한 설명을 바라기는 쉽지 않습니다. 결식아동과 관련된 문제가 여기서 끝이 나면 좋겠는데요, 안타깝게도 또 다른 문제를 소개해드려야겠습니다. 현장의 목소리입니다. 이러한 제도적 지원 안에 들어온 아이들도 급식카드를 사용하거나 아동급식을 이용하는데 있어 수치심을 느끼기 쉽다는 것입니다. 한 편의점 업주는 무심결에 ‘급식카드’에 대해 묻기도 했는데요, 이에 해당 학생은 다음부터 현금으로 결제하더라는 웃지 못 할 이야기도 들립니다.
 
정운현
의도적인 것은 아니겠지만 사회의 세심한 관심이 필요한 부분이겠네요, 아동급식 쪽은 어떤가요?
 
임경호
사회복지관이나 아동지원센터 등 일선 복지사들의 말에 따르면, 어쩔 수 없이 지원을 받는 학부모들이 있는 반면 어린 아이들 스스로는 잘 오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인다고 합니다. 이는 또래 집단 안에서 지원 사실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에 대한 고민은 아직도 부족해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정운현
오늘 총 3가지 문제를 언급해 드렸는데요, 이와 관련된 전문가의 진단을 한 번 들어볼 필요가 있겠는데요?
 
임경호
그래서 이화여대 사회복지학부 정익중 교수의 이야기를 담아 왔습니다. 들어보시죠.
 
▶이화여대 사회복지학부 정익중 교수 전화 인터뷰
 
정운현
 ‘낙인감 없이 식사할 수 있는 방안’이 기억에 남는군요, 저도 자식을 키워 본 사람으로서 아이들의 성장기는 어떤 방식으로든 보호 받을 권리가 있다고 보는데요, 부득이한 이유로 아이들이 가족의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지 못 한다면 그 책임을 사회가 짊어져야 하는 게 아닐까요?
 
임경호
네, 맞습니다. 빈곤계층이 늘어나면서 가정에서 아이들을 제대로 보살피지 못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그럴수록 사회가 우리 아이들을 돌봐야 합니다. 그러나 예산문제에다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리다 보니 이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실정입니다. 아이들의 복지문제는 시혜 차원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투자 차원에서 체계적이고도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정운현
 임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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