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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회 문건과 문고리3인방
[팩트9뉴스]오색만남/미디어비평-미디어스 한윤형 기자
등록날짜 [ 2014년12월09일 01시37분 ]
팩트TV 신혁 기자
 






【팩트TV-팩트9뉴스】오색만남/미디어비평-미디어스 한윤형 기자
 
 
진행 : 정운현 보도국장 겸 앵커
 
 
정운현
오색만남, 매주 월요일은 지난 한 주 동안의 언론보도와 언론계 얘기로 꾸미는 미디어비평 시간입니다. 오늘도 <미디어스>의 한윤형 기자 나오셨습니다. 한 기자, 어서 오세요.
 
한윤형
안녕하세요. 
 
정운현
오늘은 어떤 소식입니까?
 
한윤형
아마 한 동안 지겹게 들으리라 예상되는데요. 소위 ‘정윤회 문건과 청와대 비선실세’ 이야기입니다. 온 나라가 박근혜 정부 비선 논란에 빠져 있고 그에 대한 언론보도만 폭증한 상태인데요. 그래서 오늘은 이 건만 집중적으로 따져보겠습니다. 
 
정운현
비선이 정윤회다, 정윤회와 ‘문고리 3인방’이다, 정윤회와 3인방과 다른 인사를 넣어서 ‘십상시’다, 정윤회와 박지만이 물밑 권력암투를 하고 있다, 말들이 많지요? 
 
한윤형
네, 그와 관련한 뒷얘기도 많은데요. 그런데 언론사 뒷 얘기라도 다 믿으면 안 되는 게 기자들끼리는 “요새 너무 소설이 많다”라고 푸념하기도 한다는 후문입니다. 이렇게 사람들이 모두 추측을 하는 정국이 열리면 평소 정보 보고방에 올라온 것 중 확실하지 않은 것들도 대방출한다고 해요. 신빙성이 있는 것들과 떨어지는 것들이 함께 쏟아져 나오는 거죠.
 
정운현
그렇다면 문건이 소설이다, 찌라시다, 억울하다라는 청와대의 해명이 일말의 설득력은 있을까요?
 
한윤형
그렇다고 청와대의 책임을 면할 수 없는 일이죠. 청와대에서 공식적으로 만들어진 문건이고, 유출되어서 난리가 났는데 청와대 책임이지 않겠습니까. 대통령은 국무회의서 “문건유출은 국기문란”이라며 유체이탈 화법을 선보이셨는데 청와대의 책임자로서 청와대 국기문란을 방지하지 못했으면 국민에게 사과를 하셔야 할 일이죠. 
그리고 비선 논란이 왜 자꾸 일어나는지도 따져봐야 합니다. 청와대가 무슨 생각과 어떤 기준으로 인사를 하는지 사람들이 이해를 할 수가 없는 겁니다. 공적인 잣대로 일을 처리하지 않은 거예요. 기준이 뭐냐 말해도 검증도 안 되니까 자꾸 비선을 찾는 게 아니겠습니까?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는 같은 보수정권인 이명박 정부와 비교할 때 취재가 안 되기로 악명이 높습니다. 청와대 대변인도 할 말만 하고 아무것도 확인해주지 않아요. 기자들이 익명의 관계자를 활용해서 기사를 쓰면 그게 누군지 불을 켜고 청와대 내부에서 색출한다고 합니다. “색출하세요”가 박근혜 대통령이 정치를 할 때부터 자주 쓰던 말이란 건 유명하죠. 청와대에서 다들 추정만 하니 썰이 커지는데, 이 부분은 청와대 자업자득일 것 같습니다.
 
정운현
정윤회란 사람은 유신시절 박근혜 대통령과 친분이 있던 최태민 목사의 사위로 정치권과 언론계 언저리에선 오랫동안 박 대통령의 비선일지도 모른다는 의혹을 사기도 했죠?
 
한윤형
저한테 새누리당 인사 한명이 그 이름을 언급한 적이 있어요. 제가 듣고 “숨은 실세냐. 통합진보당으로 치면 국회의원 되기 전의 이석기 같은 존재냐”고 했더니 “그거 비슷하다”고 하더라구요. 지난 3월 시사저널에서 대통령 동생 박지만 회장이 누군가에게 미행을 당했는데, 그걸 시킨 사람이 정윤회다, 이런 얘기가 기사화 됐는데요. 정치부기자들한테 물어봐도 잘 모른다고 합니다. 왜 7인회라고 있지 않습니까. 박근혜 대통령의 원로고문 모임이죠. 김용환 새누리당 상임고문,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 안병훈 기파랑 대표, 김용갑 전 의원, 현경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강창희 전 국회의장,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죠. 7인회 막내가 김기춘 실장입니다. 이 사람들까지만 해도 박 대통령이 정계 입문 이후에 만난 사람이라 정치의 영역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소위 정윤회와 문고리 3인방까지 가면 정계 입문 전에 만났던 이들이라, 거의 사생활의 영역이 된다는 겁니다. 문고리 3인방이라 함은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을 말하는 건데요. 이분들은 지난 대선 선거유세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고 이춘상 보좌관과 함께 박근혜 의원실 보좌관들이었죠. 이들을 대통령에게 천거한 이가 정윤회씨고, 정윤회씨는 박근혜 대통령이 의원실에 무급 입법보조관이었다고 하죠. 좀 덜 눈에 띄는 역할이었던 거죠. 
 
정운현
이런 정황들은 있지만, 구체적으로 이들이 어떤 식으로 행동했을지 아는 사람이 왜 없을까요? 
 
한윤형
심지어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들도 잘 몰라서 기자들에게 전화해 물어본다고 해요. 대통령이 공적인 일을 상의할지도 모르는 인간관계가 이렇게 불투명한 것 자체가 엄청난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대통령은 비선 없다며 차라리 진돗개가 실세라고 하잖아요? 나는 꼭두각시가 아니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통치하는데 무슨 놈의 비선논란이냐, 이런 생각이실 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수하들에게 “너희들은 내게 진돗개만큼이라도 기쁨을 주느냐”라고 질책한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이 시국에 해야 할 얘기는 전혀 아니지만, 우리완 사고구조가 다르시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대통령이 꼭두각시가 아니냐가 아니라 문제를 공적으로 풀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는 거예요. 기준이 없고 마음대로 하니, 그 마음대로 할 때 상의하는 사람이 누구냐, 문고리 3인방이랑만 하냐, 아니면 거기 정윤회도 끼어 있느냐, 뭐 이런 의문이 생기는 거겠죠. 
 
정운현
박관천 경정이 폭로한 문건 내용은 사실에 가깝다고 봅니까, 아니라고 봅니까?
 
한윤형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6할 이상이 신빙성이 있다”고 말했죠. 이 사람은 박지만을 마약사범으로 수사했던 검사 출신입니다. 그래서 세간에선 조응천을 ‘박지만 사람’으로 보고, 이 사람이 박지만 라인을 대표해서 박관천 경정 활용해 문고리 3인방과 그 뒤에 있을 걸로 추정되는 정윤회를 견제했을 거라 추정하고 정윤회-박지만 암투설이 도는 거죠. 그런데 저는 6할이나 될 거 같지는 않습니다. 십상시라는 단어가 너무 선정적이에요. 앞서 설명드 린 것에서도 알 수 있듯 박근혜 정부 청와대는 깜깜이인데, 문고리 3인방이 실세란 것만 보일 뿐입니다. 정윤회가 그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지 여부는 확인이 어려운 영역입니다. 그 세 명 말고는 설령 직급이 동등하다 한들 권한이 동등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하기야 후한의 십상시도 주요 멤버에 다른 사람들 끼어들어가 있는 형태긴 하지만, 열 명이 대통령 눈을 가린다 이런 문제는 아닌 거 같습니다. 
 
정운현
그렇다면 정윤회는 억울한 것일까요?
 
한윤형
억울할 건 아니죠. 저는 정윤회가 그 문건에 나오듯 무슨 ‘밤의 비서실장’처럼 처신했을 거라 보지는 않아요. 자기가 정국 컨트롤하고 이럴 수는 없었겠죠. 박근혜 대통령이 그런 종류의 2인자를 용납할 생각이란 생각도 안 듭니다. 하지만 대통령이나 문고리 3인방에게 어떤 수준의 부탁은 할 수 있었겠죠? 그래서 저는 정윤회-박지만 암투보다는 문화체육관광부 국과장 인사 청탁 의혹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4일 <한겨레>가 1면에  정윤회 씨 부부가 승마선수인 딸의 전국대회 및 국가대표 선발전 등의 결과에 불만을 품고 문체부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는데요. 5일에는 <조선일보>가 4면에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말을 받아 “대충 정확한 정황이다”라고 확인하며 일이 커진 상황입니다. 
 
정운현
정윤회씨의 딸을 위해서 인사를 청탁했다?
 
한윤형
딸이 승마선수고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땄다고 합니다. 국가대표로 선발됐기 때문에 가능했겠죠? 그런데 그 국가대표 선발 관련한 대회 결과에 정 씨가 이의를 제기했고, 이 건을 문체부 사람들이 조사를 하다 일이 난 거 같은데요. 정부 설명으론 작년 5월 태권도장 관장이 편파 판정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사건 이후 체육계 비리가 사회문제가 됐다는 거죠. 문체부에서 체육계 비리를 조사하면서 승마협회 건도 건드렸는데, 정씨 부부가 만족할 만한 결과로 나오지 않은 듯합니다. 
그런데 정말 태권도장 관장 비리 때문일까요.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서 체육계 비리 척결을 말한 건 2013년 7월입니다. 5월에 일어난 사건에 대한 대응이라기엔 반응속도가 늦죠. 대통령이 유진용 전 장관을 불러 노태강 체육국장과 진재수 체육정책과장을 직접 거론하며 잘못 지적했다는 게 8월 21일입니다. 유 장관은 일단 버틴 것 같습니다. 다음날 열린  ‘스포츠비전 2018 현장토론회’에 유 장관이 노 국장과 같이 가거든요. 8월26일 오전 노 국장은 서울 창경궁로 문체부 기자실에서 대한체육회를 비롯한 각종 체육단체 운영 실태 전반에 대한 감사에 나선다고 공식 발표합니다. 그런데 9월 2일 문체부가 인사 발령을 공포하면서, 두 사람이 경질됩니다. 
 
정운현
대통령이 비리 척결 말한지 한달 밖에 안 됐고 막 감사를 들어간 실무자 둘이 성과를 못 냈다는 이유로 잘렸다? 건... 생각하기 힘든 일 아닙니까?
 
한윤형
그렇습니다. 노태강 국장의 후임자는 반년하다 물러납니다. 사실상 적임자를 찾아 인사한게 아니라 부랴부랴 사람을 찾아 썼다는 거죠. SBS 권종오 기자가 쓴 취재파일을 보면, “대통령이 특정 부처 국장과 과장의 문제점을 직접 적시하며 사실상 경질을 지시하려면 ‘뇌물 수수’나 ‘체육단체와의 부정한 결탁’ 같은 구체적 사례가 있어야 하는 게 상식”이라면서, “이들이 체육계 비리 척결에 소극적이고 안일하게 대처했다는 청와대의 설명은 상당히 추상적”이라고 지적합니다. 
 
정운현
승마 파문 감사 결과가 정윤회의 마음에 차지 않아서 다른 라인으로 보고서를 올렸고 그게 수용되었다?
 
한윤형
그렇게 볼 소지가 있지요. 문체부나 체육계 관계자들은 “노태강과 진재수 두 사람이 승마 파문으로 경질됐다는 것은 체육계가 다 알고 있는 사실 아니냐?”라고 말한다고 합니다. 정권을 쥔 이들의 입장에선 사소한 일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여하간 이권이 오가는 문제입니다. 권종오 기자 취재파일은 “대한민국 체육 정책을 관장했던 노태강-진재수 두 사람은 현재 체육과 아무 관련이 없는 부처에서 은둔하듯 조용히 살고 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당사자인 노태강 전 체육국장은 자신의 휴대전화 전원을 꺼놓은 채 일절 외부와 연락을 끊었습니다. 청와대의 해명이 국민을 설득시키고 공감을 주려면 노태강, 진재수 두 사람의 죄와 실책이 무엇인지 구체적인 증거를 제출해야 합니다. 죄인 10명을 잡지 못하는 한이 있어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죄인으로 만들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라고 끝납니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죽는다”란 말이 생각나네요. 대통령 동생과 대통령 친구의 거대한 권력다툼보다, 이런 문제들이 더 정치권이 집중해야 할 문제, 서민들에게 와닿는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소신에 따라 일하는 사람을 비선이 날리는 정권이 무슨 수로 신망을 얻을까요. 그러면서 연금개혁을 하겠다니, 공무원 사회가 어떻게 생각할지 불 보듯 뻔합니다. 
 
정운현
지금까지 미디어스의 한윤형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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