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팩트9뉴스】 오색만남-담뱃값 인상과 금연방법
진행 : 정운현 보도국장 겸 앵커
정운현
오색만남, 매주 수요일은 건강과 의학상식을 뒤집어서 풀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도 가정의학과 전문의 명승권 박사님 나오셨습니다. 명 박사 님, 어서 오십시오. 오늘은 담배값 인상과 관련한 이야기입니다. 새해부터 담배값이 2000원 인상됩니다. 이와 관련한 개별소비세법 개정안이 어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는데요. 이에 대해 찬반논란이 많은데요. 명박사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명승권
담배값이 10년만에 인상된데다, 워낙 할인폭도 커서요. 실제로 중고나라 등 온라인 중고물품 거래 사이트에서는 사재기 담배를 보루 단위로 되판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1월 1일 새해 첫날, 2000원이 오른다면 1보루당 2만 원 가까운 차익을 남길 수 있기 때문에 SNS 상에는 ‘담배 재테크’라는 신조어가 유행할 정도인데요. 인상시점을 대비해서 이곳저곳을 떠돌며 다람쥐가 도토리 모으듯 담배를 사들인다고 해서 ‘다람쥐 족’도 있다고 합니다. 주로 4,50대 남성인데, 이렇게 모은 담배를 재테크 수단 즉 담테크로 활용한다는 우스개소리도 있습니다. 우선 담뱃값이 왜 2000원으로 인상이 되는가, 그 내용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죠.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현재 가장 많이 팔리는 2500원짜리 담배는 약 62%에 해당하는 1550원이 세금 및 부담금입니다. 여기에는 담배소비세, 지방교육세, 건강증진부담금, 부가가치세 등이 있죠. 2000원이 인상이 되면 출고가 및 유통마진도 포함해 전부 오르는데 특기할 만 한것은 이번에 개별소비세가 594원이 신설되었습니다.
정운현
담배가 건강에 해로운데 정작 담배를 피는 사람이 내는 건강증진부담금은 두배이상 인상된 셈이군요.
명승권
먼저, 저는 기본적으로 담뱃값 인상에 찬성합니다만 이번에 2000원 인상한 것에 대해서는 불만입니다. 정부가 흡연율을 낮추기 위한 목적이라면 2000원이 아니라 4000원은 올려 가장 많이 팔리는 담배 2500원짜리를 6500원 이상으로 올렸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정부가 2000원을 올린 이유에 대해 흡연율 낮추기 위한 목적보다는 세수를 늘리기 위한 목적이 크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지난 6월 조세재정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담뱃값을 2000원 인상할 경우 세수 증가분은 2조7000억원입니다. 주목되는 부분은 ‘2000원을 인상해야 세수를 가장 많이 늘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2000원보다 더 올리면 금연하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져 세수가 줄어든다는 것이죠. 정부가 2000원 인상 방침을 확정한 데는 세수 증대를 최대치로 끌어올리려는 판단이 깔렸다고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추가 인상분 2000원의 약 30%인 594원의 국세인 개별소비세를 새로 도입하기로 한 것도 세입 결손에 허덕이는 중앙 재정을 메우려는 의도가 담뱃값 인상 밑바탕에 깔려 있다는 비판을 사고 있는 부분입니다.
정운현
그러니까 담뱃값 인상의 목적이 흡연율 낮추기 보다는 정부의 세수를 늘리기 위한 목적이 클 수 있다는 것이군요. 그런데 이렇게 올려 증가된 세수는 당연히 금연정책을 위해서도 써야 할 텐데 어떤가요?
명승권
그렇습니다. 그런데 현재도 담배판매로 거둬들이는 세금 중에서 금연정책에 쓰는 예산이 너무나 적습니다. 보고마다 차이가 있습니다만 예년의 경우 1년에 담배 판매로 거둬들이는 세수가 7조 정도인데 이중에서 금연정책에 쓰는 예산이 약 220억으로 0.3% 정도 밖에 안 됩니다. 세수 중 건강증진기금으로 따지면 1조 6천억 정도 중 1.4% 밖에 되지 않습니다. 건강증진기금 중 적어도 10% 이상은 금연정책에 써야 합니다. 이번에 2000 원 인상하게 되면 건강증진기금이 3조 2천억 정도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하는데 이중 5% 정도인 1500억 정도가 금연정책에 쓰일 것이라고 합니다. 이전보다는 3배 정도 늘어나긴 합니다만 제 생각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운현
금연에 드는 비용이나, 금연약, 금연보조제 이런 것들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어떻습니까?
명승권
담배를 끊기 위해 가장 효과적이고 실질적인 것은 3개월 동안 금연약을 복용하는 것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금연약을 포함해 금연진료에 보험급여가 전혀 안 되고 있어 약값 전액을 흡연자가 부담하고 있습니다. 제가 대략 추산해 보니 현재 우리나라 흡연자는 대략 1000만명 내외가 되는데 이 중 1년에 10%에 해당하는 100만명의 흡연자가 금연약을 사용한다고 가정하면 3개월 금연약 약 30여만원 중 70%인 20여만원을 국가에서 보험급여로 부담해 준다면 2000억원 정도가 필요합니다. 그러니까 건강증진기금 3조 2천억의 10% 정도인 3천억을 금연정책에 사용하되 이 중 2000억원을 금연치료에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1500억원의 금연정책 중 금연치료에 쓰는 예산은 100억 정도 밖에 되지 않으며 그것도 저소득층인 의료급여자에게만 금연약물 보험급여 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것으로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운현
금연, 사실 건강을 지키는 첫 걸음이죠. 그러면 본격적으로 담배 끊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 해볼 텐데요. 저도 흡연자입니다만, 왜 담배 끊기가 힘들까요?
명승권
담배연기에는 현재까지 밝혀진 바에 의하면 4,000종 이상의 유해물질과 최소한 50종 이상의 발암물질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적지 않은 흡연자들이 흡연은 단순한 기호행위나 습관이라고 말하지만 의학적으로 중독질환에 해당합니다. 통계에 의하면 흡연자 100명 중 자신의 의지만으로 금연을 시도했을 때 5명 미만이 금연에 성공할 수 있을 정도로 중독성이 강하죠. 금연이 힘든 이유는 니코틴 금단증상 때문입니다. 흡연을 하게 되면 니코틴이 약 5-10초 만에 뇌의 가운데 있는 중뇌에 도달하게 되고 중뇌에 있는 니코틴수용체를 니코틴이 자극하면 도파민이라는 물질의 농도가 높아져 긍정적인 쾌감이나 혹은 스트레스가 없어지는 느낌을 갖게 되죠. 하지만 20분에서 40분 경과하면 도파민 농도는 이전의 수준으로 낮아져 불안, 안절부절, 짜증 등의 금단증상이 생기게 되고 이러한 금단증상을 이기지 못 해 대부분의 흡연자는 담배를 다시 피우고 싶은 갈망이 생겨 흡연을 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의학적으로 흡연을 니코틴 의존이나 금단이라는 중독질환의 일종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정운현
그러니까 자신의 의지로 금연을 시도할 경우 성공확률이 5%도 안 된다는 말이죠? 그래서 항간에는 담배 끊은 사람과 다이어트에 성공한 사람과 친구하지 말라는 말도 있습니다. 독하기 때문인데요. 그럼 니코틴에 중독된 사람이 담배를 끊는 방법과 끊었을 때 어떤 효과가 있습니까?
명승권
자신의 의지로 금연을 시도했을 때 6개월 이상 금연성공률은 4%에 불과합니다. 건강 상의 문제로 병원을 방문했을 때 담당의사의 단순한 금연충고를 받은 경우에는 이보다 약 2배가 높은 8%의 금연성공률을 나타내죠. 보건소 금연클리닉이나 금연상담전화 등을 이용해 전문금연상담사의 금연상담을 받는 경우에는 약 11%의 금연성공률을 보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전국 246개 보건소에 금연클리닉이 운영이 되고 있습니다. 등록을 하시게 되면 전문 금연상담사가 금연상담을 도와주고 니코틴패치와 같은 금연보조제도 무료로 제공합니다. 그리고, 전국 어디에서나 1544-9030으로 전화를 하면 전담금연상담사가 향후 1년 동안 지속적으로 전화를 걸어 금연상담을 해줍니다.
정운현
금연에 도움을 주는 약들도 시중에 많던데요. 효과가 있습니까?
명승권
금연을 위한 약물요법에는 미국식품의약국과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공식적으로 승인된 5종류의 니코틴대체제와 2종류의 먹는 약이 있습니다. 니코틴대체제는 금연이 힘든 중요한 원인이 되는 니코틴의 금단증상을 해소하기 위해 껌이나 패치 등의 약제로 니코틴을 공급해줌으로써 금단증상을 줄여 금연에 도움을 주는 방법입니다. 니코틴대체제를 사용했을 때 6개월 금연성공률은 대략 15% 내외가 됩니다. 그리고 원래 우울증치료제로 사용되다가 금연효과도 있는 것이 밝혀진 부프로피온(상품명: 웰부트린)은 약 20%의 금연성공률을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최근인 약 6년 전에 금연약물로 개발된 바레니클린(상품명: 챔픽스)은 지금까지 나온 금연약물 중에서는 금연성공률이 가장 높아 약 30% 정도 됩니다. 전문의약품이기 때문에 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만 구입할 수 있습니다.
정운현
성공률이 가장 높다고 하니까 혹 하게 되는데요. 이 약이 우리 몸에서 어떻게 작용하길레 금연효과가 있는 거죠?
명승권
앞서 말씀드렸듯이 흡연 후 20-40분 지나면 쾌감을 주는 도파민 농도가 다시 떨어져 금단증상 때문에 다시 흡연을 하게 된다고 했죠. 바레니클린은 니코틴수용체에 미리 자신이 붙어 흡연 시와 마찬가지로 도파민을 계속 분비해 주어 담배를 피우지 않더라도 금단증상을 느끼지 않고 금연에 성공하도록 도움을 줍니다. 임상시험 연구결과를 종합하면 6개월이상 장기간 금연성공률이 약 30%에 달해 니코틴패치나 껌, 그리고 부프로피온이라는 먹는 약보다 훨씬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정운현
끝으로 간접흡연의 영향도 짚고 가야할 것 같은데요. 실제로 담배를 피는 사람보다 간접흡연이 더 위험하다는 말도 있습니다. 사실인가요? 오늘도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가정의학과 전문의 명승권 박사님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