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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백일로, 친일파 '김백일' 이름따서 지었다
[팩트9뉴스] 기획취재-친일파 김백일 이름 딴 ‘백일로’ 이젠 바꿔야!
등록날짜 [ 2014년12월03일 19시32분 ]
팩트TV 보도국



 
【팩트TV-팩트9뉴스】 기획취재-친일파 김백일 이름 딴 ‘백일로’ 이젠 바꿔야!
 
 
진행 : 정운현 보도국장 겸 앵커
 
 
정운현
임 기자, 광주 취재는 잘 다녀왔습니까?
 
임경호
전날 갑자기 눈이 많이 온데다 당일 기온이 갑자기 뚝 떨어져서 조금 힘들었습니다. 
 
정운현
먼길 다녀오느라 수고했습니다. 광주! 하면 광주민주항쟁이 먼저 떠오르는데, 이번 건은 사안이 좀 다르지요?
 
임경호
그렇습니다. 광주는 역사적 상징성이 강한 지역입니다. 일제 때 광주항일학생운동이 일어났으며, 80년 5월엔 신군부의 폭압에 맞서 민주항쟁을 벌인 곳으로 유명하지요. 항일투쟁과 민주화 투쟁의 생생한 현장인 광주에 친일파의 이름을 딴 지명이 버젓이 사용되고 있어 최근 이 지역에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일단 그 현장을 보면서 얘기를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영상부터 한번 보시죠.
 
▶ VCR.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백일로’ 영상
 
정운현
앞서 얘기한대로 당일 날씨가 제법 추웠나보군요. 네, 저기 우리가 오늘 얘기할 ‘백일로’가 보이는군요.
 
임경호
그렇습니다. 영상에서 보신 ‘백일로’는 친일군인 김백일 장군의 이름에서 유래한 명칭인데요, 그간 아무런 문제제기 없이 사용돼 왔습니다. 
 
정운현
 ‘백일로’가 김백일에서 유래했다는 것은 공식 확인된 것인가요?
 
▶육군보병학교 측 답변서
 
임경호
그렇습니다, 때는 2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90년대 광주 택지지구개발 당시 ‘김백일’의 이름을 따서 붙인 ‘백일사격장’이 그 시초입니다. 이후 인근 산과 도로, 초등학교와 어린이공원까지 ‘백일’을 따서 사용해 왔습니다. 
 
정운현
앞서 본 문서가 백일사격장을 백일에서 따온 것이라고 밝힌 육군보병학교 측의 답변서군요. 이런 점에 대해 지역 주민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던가요?
 
임경호
놀랍게도 성인들은 ‘백일로’의 유래에 대해 모르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오히려 백일초등학교에 다니는 어린 학생들이 훨씬 더 잘 알고 있었는데요, 그 중 한 초등학생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화면으로 보시죠.
 
▶ VCR. 백일초등학교 4학년 인터뷰 (백일어린이공원)
 
정운현
참 똑똑한 학생이군요. 어린 학생이 알고 있을 정도라면 그 지역에서 상당히 이슈가 됐었나 보죠?
 
임경호
그렇습니다. 이미 광주에서는 몇몇 시민단체와 언론인이 문제제기를 해 놓은 상태입니다. 게다가 광주시와 광주교육청 등 관계기관도 이에 대한 입장을 표명한 바 있는데요.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 하는 시민모임 이국언 상임대표의 인터뷰와 광주 교육청 관계자의 인터뷰를 이어서 보시죠.
 
▶ VCR.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이국언 상임대표 인터뷰
 
▶ VCR. 광주시 교육청 교육과정과 정종재 장학사 인터뷰 
 
정운현
이국언 대표는 그 동안 이 문제를 주도적으로 제기해 왔고, 관계 공무원들도 아마 저 분들의 노력을 계기로 이런 사실을 알게 됐을 텐데요. 
 
임경호
그렇습니다. 교육청은 보다 적극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며, 광주시 역시 미처 그런 사실을 몰랐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광주지방보훈청은 “드릴 말씀이 없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육군보병학교에 있는 김백일 동상 등 현충시설 관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에도 “언론 보도를 보고 검토 중”이라는 형식적인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정운현
 보훈처는 왜 그런 입장이죠?
 
▶사진-김백일 프로필
 
임경호
김백일이 걸어온 길과 관련이 있습니다. 어떤 인물인지 자세한 소개를 해보자면요. 김백일은 ‘간도특설대’ 간부 출신의 친일군인입니다. 간도특설대는 일제 때 간도지역에서 항일운동을 하던 독립군을 토벌하던 악명 높은 친일부대로 알려져 있습니다.  
 
정운현
 간도특설대라면 육군참모총장을 지낸 백선엽 씨도 거기 출신이죠. 그런데 김백일이 어떻게 ‘호국영웅’이 된 거죠?
 
임경호
 해방 후에 신분세탁을 했기 때문입니다. 본명이 김찬규인 김백일은 해방 후 국군 창설에 참여했으며, 1948년 ‘여순사건’이 일어나자 광주에 소재한 국군 제5여단을 이끌고 반란군 진압작전을 이끌기도 했습니다.
 
정운현
결국 친일행위를 ‘반공’으로 희석시킨 셈이군요?
 
임경호
그렇습니다. 이런 경우는 비단 김백일 뿐만이 아니라 일본군 출신 대부분이 그런 경우에 속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하신 백선엽이나 정일권 전 국무총리, 김정렴 전 국무총리 같은 사람들이 이에 해당합니다. 김백일은 해방 후 월남하는 과정에서 “세상이 다 붉은 색으로 물들어도 나 혼자만은 반공에 입각하여 청천백일과 같이 살겠다”는 의미에서 ‘김찬규’를 ‘김백일’로 개명했다고 합니다. 
 
정운현
이런 정도 인물이니 보훈처에서 감싸고 돌만도 하군요.
 
임경호
그렇습니다. 같은 국가기관임에도 광주시나 교육청은 시민단체의 지적을 받아들여 개선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만, 국가보훈처나 육군보병학교 측은 미온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정운현
 김백일이 초대 교장을 지낸 육군보병학교에 김백일의 동상이 있다고 하던데요.
 
▶사진-김백일 동상 및 기록물
 
임경호
보시다시피 육군보병학교 교정에 김백일의 동상이 서 있습니다. 동상에는 이병도가 짓고 정일권이 동상을 세웠다는 동판이 붙어 있습니다.
 
정운현
이병도, 정일권 두 사람 다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인물들입니다. 이병도는 ‘조선사편수회’에 참여한 대표적인 친일 사학자이며, 정일권 전 총리는 만주군관학교를 나와 해방 당시 만주군 대위였습니다. 
 
▶영상-용산 전쟁기념관 김백일 흉상, 동작동 국립묘지
 
임경호
김백일은 이곳 말고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도 흉상이 전시돼 있습니다. 김백일은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 제1장군묘역에 묻혀 있는데요, 부끄러운 과거는 까맣게 지운 채 ‘호국영웅’으로만 기억되고 있는 겁니다.
 
정운현
 그걸 국가가 발 벗고 나서서 추진하고 있는 게 문제 아닌가요?
 
임경호
그렇습니다. 보훈처나 육군보병학교의 행태를 보면 그러한 점을 지적할 수 있는데요, 더 큰 문제는 비단 보훈처나 육군보병학교만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정운현
 혹시 어떤 의도성이라도 엿보인다는 뜻인가요?
 
▶사진-국무총리실 보도자료
 
임경호
 그렇습니다. 지난 9월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54회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역사인물의 선양 방안을 순국선열이나 애국지사에서 대북관련 ‘전쟁 영웅’으로 초점이 이동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날 회의에서 정 총리는 “호국영웅의 숭고한 정신을 계승하는 것은 우리의 당연한 소임”이라고 밝혔는데요, 대표적인 사례로 거제포로수용소에 있는 김백일 동상이 거론됐습니다. 
 
정운현
 이 사례 하나만으로는 그렇게 단정 짓는 건 좀 무리 아닌가요?
 
임경호
박근혜 정권 들어서도 8월 15일을 ‘건국절’로 바꾸기 위해 관련법 개정을 추진 중인데요, 이는 독립운동사를 폄훼하고 친일 반민족의 역사를 미화, 찬양하려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방부는 간도특설대 출신 백선엽 씨의 물건을 문화재로 등록하려다가 말썽이 됐던 적이 있습니다. 그의 반민족 행각은 눈감은 채 오로지 그의 한국전 참전 공로만을 부각시킨 처사라고 하겠습니다. 
 
정운현
 역사적 평가를 두고 논란이 있는 인물의 기념물을 세우는 것은 자제돼야 합니다. 
 
임경호
그렇습니다. 당장은 별 문제가 아니라도 언젠가 꼭 말썽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수년 전 전국 각지에 있던 친일파들의 동상이나 시비가 대거 헐린 적이 있습니다. 서울 문래공원에 있던 박정희 흉상이 철거된 적도 있죠. 나중에 다시 제자리로 돌려지긴 했습니다만. 
 
정운현
 아무튼 이 건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해결이 되기를 바랍니다만, 장차 어떻게 진행될 것 같습니까?
 
임경호
 이미 지역의 주민들이 실상을 상당히 알고 있는데다 관계 당국에서도 개선 의지를 갖고 있어서 바람직한 방향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정운현
 문득 ‘국민학교’를 ‘초등학교’로 바꾼 것이 생각나는군요. 옳지 않은 이름이라면 바꾸는 것이 마땅하겠죠?
 
임경호
그렇습니다. 올바른 역사관 정립과 후세 교육을 위해서라도 잘못된 것은 반드시 고쳐야 합니다.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것은 단순히 지난 일을 기억하자는 차원만이 아닙니다. 지난 역사 속에서 교훈을 찾고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 하지 말자는 다짐 차원에서 배우는 셈입니다. 우리가 일본을 비난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섭니다. 일본은 역사 속에서 교훈을 찾지 못한 채 패전 70년이 되도록 아직도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 하고 있습니다. 문득 방송 도입부에 봤던 단재 신채호 선생의 말씀이 생각나네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임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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