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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년 흐르고 흘러 한국에서 부활한 십상시
[이기명 칼럼] 심장이 곪아 터져도 못 느낀 통증
등록날짜 [ 2014년12월01일 10시20분 ]
이기명 논설위원장
 
【팩트TV-이기명칼럼】 ‘포청천’에서 ‘개작두’를 빼면 얘기가 안 된다. 모양새도 이름도 다르지만 프랑스 혁명 당시 루이 16세와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의 목을 자른 ‘기요틴(Guillotine)’과 포청천의 ‘개작두’도 단두대다. 왕이면 뭘 하고 왕비면 뭘 하고 십상시면 뭘 하나. 단두대에 오르면 덧없는 인생이다.
 
작두도 여러 가지다. 개작두, 호작두, 용작두는 모양과 이름은 다르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랴. 왕후장상도 죽으면 끝이다. 죽은 정승이 산 개만도 못하다고 했다. 십상시는 어느 작두에 해당하는가.

(사진출처-청와대)

 
생명은 더없이 존귀한 것이다. 어느 고승은 발밑에 벌레가 깔릴까 짚신을 신는다고 했다. 그러나 수백 명의 목숨이 죽어가는 것을 보면서도 팔짱을 낀 인간들도 있다. 국민이 땅을 치는 이유는 바로 거기 있다. 국가가 책임을 다했느냐고 묻는 것이다.
 
■죄 진 자에게는 벌을
 
죄진 자는 벌을 받아야 한다. 죄를 짓고도 벌을 받지 않으면 무법천지다. 공정한 재판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누가 승복을 할 것인가. 독재가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폭력이 법이고 말이 법이기 때문이다.  
 
법은 지고지선인가. 대법원 판결은 신의 판결인가. 대법원 법정을 울며 나오는 쌍용 노동자들을 보면서, 또한 YTN 기자들의 해고가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을 보면서 세상을 덮고 있는 불신을 어쩔 것이냐는 걱정이 앞선다. 쌀에도 뉘는 섞여 있게 마련이다. 유신시절 ‘긴급조치’로 사라진 무고한 생명이 새삼 가엾다. 지금 이 세상에 십상시가 무슨 말인가.
 
■지도자의 말과 행동
 
“일자리 창출과 투자를 가로막고 있는 규제들을 한꺼번에 단두대에 올려 처리할 것”
 
“쓸데없는 규제는 우리가 쳐부술 ‘원수’이자 ‘암덩어리’”
 
매우 거칠고 험한 말이다. 화가 나면 사람은 말이 거칠어진다. 화나는데 무슨 말은 못하느냐고 한다. 그러나 말에는 품격이 있어야 한다. 왜냐면 말은 바로 말하는 사람의 분신이자 인격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화가 난다 해도 말은 절제되어야 한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얼마나 큰 위력을 발휘하는지 국민들은 이미 경험해 왔고 지금도 경험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은 법과 같은 힘을 발휘하는 현실이다. 법은 절차가 있지만, 대통령의 말에 무슨 절차가 있는가. 선택이 있을 뿐이다.
 
단두대에 보내야 할 적폐가 하나둘이 아니다. 국민과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이 정치인들 머릿속에 있는 한 대한민국의 하늘은 개일 수가 없다. 대통령 발언의 강도가 높다고 해도 국민과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한 국민은 신뢰하지 않고 이것이 바로 국정의 실패와 연결된다.
 
국민의 피와 같은 세금을 낭비한 4자방 국정조사를 반대하는 국민이 어디 있는가. 대통령은 단두대에 올리는 비장함으로 실천해야 할 것이다. 반드시 해야 한다. 그 돈이면 무상급식과 무상보육을 모두 해결할 수 있다는 전문가의 진단이다.
 
4대강 사업으로 무려 22조 원을 강바닥에 쏟아 부었고 앞으로도 천문학적인 후속 비용이 들어간다. 감사원도 잘못된 사업이라고 인정했다. 박근혜 정권은 스스로 국정조사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100조 원에 달한다는 사자방 비리는 이명박 정권의 국정 운영이 얼마나 난맥이었는지 알고도 남는다. 도대체 기본이 되어 있지 않은 정권이라는 지적은 옳다. 이 같은 비리는 덮을 수도 없고 덮으려고 한다면 이명박 정권과의 동격이 될 것이다. 대통령이 단두대에 세워야 한다는 말의 진정한 의미는 바로 이런 곳에 있다.
 
■화는 복으로 바꿔야
 
박근혜 대통령이 기타를 치고 탁구를 즐기는 모습을 본 국민들은 대통령의 건강에 감탄한다. 이 말을 자신 있게 언급하는 것은 온 국민에게 축복이기 때문이다. 건강이 얼마나 중요한가. 그러나 대통령의 건강 못지않게 건강해야 하는 곳이 바로 청와대다.
 
‘잃어버린 대통령의 7시간’과 더불어 이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의 유명인사가 된 정윤회가 다시 국민 관심의 정점으로 부활했다. 이번에는 느닷없이 후한 말에 국정을 농단해 망국에 이르게 한 십상시와 함께 부활했다. 언론 보도를 보면 이른바 십상시는 문고리 3인방과 함께 국정을 농단했고 그 정점에 정윤회가 있다고 했다.
 
어쩌다가 청와대 안에 십상시가 활개 치게 되었단 말인가. 직책도 없는 정윤희와 일개 비서관들이 권력을 손아귀에 틀어쥐고 망나니 칼춤 추듯 했으니 청와대를 보는 국민의 시선은 어떻겠는가. 혹자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대통령이라고 무엇이든지 다 아는 것은 아니다. 물론 그렇다. 그러기에 대통령 자리가 힘들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비장한 각오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대통령은 과연 정윤회와 십상시에 전횡을 모르고 있었을까? 김기춘도 깜깜 장님이었을까. 분명히 밝혀져야 한다. 청와대는 대한민국의 심장이다. 심장의 상태가 낱낱이 기록됐을지도 모를 문건을 ‘한 상자’ 가득 들고 나갔다는 언론보도가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
 
■2천년이 지나 한국에서 부활한 십상시
 
언론과 야당은 박근혜 정권이 찌라시 정권이라고 비판한다. 이를 듣는 국민들은 가슴이 찢어진다. 국민이 찌라시 정권을 의지하고 살아간단 말인가.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은 간절하지만 모든 정황이 답답하다. 사실이 아니라고 강력히 부인을 해도 믿는 국민이 얼마나 되겠는가.
 
이제 단두대에 올려야 할 적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2천 년 전 후한의 영재를 현혹해 멸망케 한 십상시는 중국역사에서 망국의 상징으로 기록되어 있다. 또한, 무능정권의 상징이다. 어쩌다가 십상시가 2천 년이 지나 대한민국 땅에서 부활했단 말인가.
 
집권 2년 차에 불과한 박근혜 정권을 덮친 이른바 십상시 사태는 도저히 지나쳐 버릴 사태가 아니다. 청와대 공직기강 비서관실에서 작성한 문건은 정권중심의 공식문건이다. 내용이 찌라시 수준이라 문제 될 게 없다는 대변인 발표를 어느 국민이 믿어 줄 것인가. 얼렁뚱땅 넘어갈 문제가 결코 아니다.
 
박 대통령이 무거운 공을 받아 안았다. 집권 후 수많은 난관이 있었지만, 이번 일이야말로 집권 후 최대 위기라는 인식을 해야 한다. 더욱이 집권 말기도 아닌 2년 차다.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국민의 인내도 임계점에 다라랐다. 4대강 사업유지에 2015년에는 7,300억 원이 투입되어야 하고 이는 환경파괴와 함께 국가재정의 파탄을 의미한다.
 
자원외교는 어떤가. 황당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제정신이 아니었다. 국민에게 50조 원 이상의 부채를 안겼다는 지적은 국민을 아득하게 만든다. 심지어 자원개발 계약서에 서명한 상대국에 서명보너스로 준 돈이 수천억 원에 이른다니 정신병자들이 자원외교를 한 것인가. 이 모든 것이 박근혜 대통령이 풀어야 할 난제다.
 
십상시들의 망국적 행위가 사실이라면 이는 단두대 감이다. 십상시의 국정농단을 어떻게 해결하느냐 여부는 바로 박근혜 정권이 임기를 제대로 마무리 지을 수 있느냐와 연결이 될 것이다. 폭탄은 이미 터졌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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