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팩트9뉴스】오색만남 - 눈뜨고 코베인 깜악귀
진행 : 정운현 보도국장 겸 앵커
정운현
오색만남, 화요일에는 한 주간의 문화예술을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져봅니다.
오늘은 ‘눈뜨고 코베인’의 깜악귀 님이 나왔습니다.
어서 오세요. 오늘 첫 순서는 뭡니까?
깜악귀
1. K팝스타4 심사위원부터 심사
오늘 첫 번째로 할 이야기는요. 가볍게 음악 프로그램 이야기를 해 볼까 하는데요. 몇 년 전부터 주말을 지나고 만난 지인들끼리 모여서 이야기할 때 꼭 나오는 주제, 바로 방송사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입니다. 지난 일요일이었죠. K팝스타4가 첫 방송 됐는데요. 역시나 이전 시즌들처럼 다양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혹시 정앵커님은 이런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이번 K팝스타4가 사람들의 관심을 받은 건 출연자뿐만 아니라 오락가락하는 심사평 때문인데요. 2009년 7월 슈퍼스타K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성공으로 지금까지 이런 프로그램은 뮤지션이 될 수 있는 발판이자, 스타의 등용문으로 인식이 됐습니다. 과거에는 주로 방송사 공채나 지인 추천 아니면 길거리 캐스팅 등으로 연예계에 입문했는데요. 요즘에는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서 연예인으로서 재능을 테스트 받은 후 정식으로 데뷔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정운현
시청자의 입장에서도 기존에 봤던 얼굴이 아닌 신선한 목소리와 얼굴을 보니까 좋을 것 같은데요.
깜악귀
네, 방송국과 기획사 입장에서도 힘들게 찾아나설 필요 없이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몰리는 지원자들 중에서 옥석을 가리면 되니까요. 그러다 보니까 서바이벌 형식으로 진행되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심사위원의 평가 한마디가 지원자의 당락을 결정하는 중요한 키가 됩니다. 처음부터 오디션 프로그램을 지켜본 시청자도 자연스럽게 지원자의 입장에 감정이입을 하게 되는 거죠.
정운현
그래서 자신이 지지하거나 좋아했던 지원자가 떨어지면 더욱 서운해 하고 그런 거겠죠?
깜악귀
그런데 오디션 평가 과정에서 심사위원의 호불호로 당락이 결정되다 보니까 매번 수 천명이 지원하는 이런류의 프로그램 지원자들 사이에서는 심사위원의 마음에 들면 된다는 이야기도 돈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심사위원들이 대형 기획사의 대표다 보니까, 애초에 대형 기획사 연습생 시스템과 차별화를 두겠다는 기획 취지에 어긋나게 되죠. 참가자들의 개성이나 재능 보다는 심사위원의 취향이 더 중요하게 되니까요. 지난 10여 년 간 기획사에서 트레이닝 받고 데뷔한 붕어빵 아이돌 그룹이 가요계 시장을 점령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그래서 데뷔를 준비하고 있던 비 아이돌 그룹이나 솔로 가수들이 기획사표 아이돌화 되거나 데뷔 시점을 미루게 됐죠. 또한 독특한 음악 색깔을 갖고 있는 가수가 오디션을 통해 데뷔해도 기획사가 추구하는, 음악 시장이 원하는 스타일로 바뀌는 경우도 많게 됩니다.
정운현
텔레비전의 오디션 프로그램이 활동의 기회는 주지만 프로그램이 끝난 이후에도 좋은 음악을 만드는, 부를 수 있는 장이 마련되어야 겠군요.
깜악귀
저도 음악인으로서 ‘보는 음악’에서 ‘듣는 음악’으로 가는 과정 속에서 겪는 진통이라 생각하고요. 득실이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이지만 이를 통해서라도 훌륭한 뮤지션들이 많이 나와서 침체된 음악시장이 활성화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정운현
두 번째 이야기는 뭔가요?
깜악귀
2. 바지 벗은 곰돌이 푸 야해서 퇴출?
두 번째 이야기는 ‘곰돌이 푸’입니다. 우리에게는 ‘아기곰 푸’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만화인데요. 정 앵커님도 보신 적 있으시죠? 오늘 곰돌이 푸가 바지를 안 입었다는 이유로 폴란드의 소도시 ‘투션’ 시의회가 푸를 퇴출할 거라는 외신보도가 있었는데요. 예상 밖으로 논란이 커지자 이를 의식한 듯 의원들은 농담이라고 둘러댔다고 합니다.
오늘 배우 이병헌씨가 증인으로 법정출석해서 사귄다는 증거에 대해 농담이라고 말했다던데 요즘 농담으로 둘러대는 것이 유행인가 봅니다.
정운현
제가 알기론 아기곰 푸는 1926년에 동화책에서 처음 등장했다고 들었는데요. 갑자기 왜 바지를 안 입은 게 문제가 된 겁니까?
깜악귀
폴란드 중부도시 ‘투션’에 새로운 놀이시설이 생기는데요. 푸를 이 놀이시설의 마스코트로 지정할 계획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푸가 바지를 벗고 있고, 생식기가 없고 성정체성이 의심되고 아이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줄 거라는 이유로 퇴출 논란이 된 것이죠. 제가 생각할 때는 귀여운 캐릭터에 생식기가 달려있으면 더 이상할 것 같은데요. 어쨌든 푸는 1926년에 등장해서 90년 가까이 전 세계 어린이의 사랑을 받아 온 캐릭터인데요. 국제연합UN의 우정대사이기도 합니다. 이와 비슷한 일이 몇 년 전 우리나라에서도 있었는데요. 잘 아시는 ‘짱구는 못 말려’라는 일본 만화가 있는데요. 1990년에 연재되어서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런데 2009년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아동청소년의 지적수준과 정서를 고려하지 않고 짱구의 성적표현과 엽기적인 행동을 이유로 들어서 지적한 적이 있었습니다. 결국 ‘12살 이상 시청가’를 달고 방송됐습니다. 또한 인도네시아에서는 지난 9월 방송위원회가 ‘짱구는 못말려’를 방송하는 현지 방송국에 심야 시간 편성과 일부 장면 삭제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정운현
아동청소년 보호와 표현의 자유 규제 사이를 현명하게 조절해야 될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요. 최근에 ‘잘 키운 캐릭터 하나, 열 자동차 회사 안 부럽다’는 유머도 SNS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만. 캐릭터도 하나의 문화 콘텐츠인데요.
깜악귀
이와 연장해서 말씀을 드리자면, 요즘 서울은 캐릭터 천국입니다. 지난 4월 꼬마 버스 타요가 운행을 시작하자마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요. 이후 애벌레 캐릭터인 라바 지하철에 이어서 25일 오늘이죠? 오늘부터 ‘어린이들에게 뽀통령’이라 불리는 뽀로로 택시가 운행을 시작했습니다. 내년 5월까지 운행예정인 뽀로로 택시는 13대가 매일 운행될 예정이라고 하네요. 버스, 지하철, 택시까지 캐릭터 옷을 입고 나오자 SNS에서는 다음에는 비행기 차례 아니냐는 말도 나왔습니다.
정운현
저도 예전에 타요 버스가 인기라서 외국에서도 타요버스를 타러 한국에 온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만화나 캐릭터는 아이들만 좋아한다는 인식이 있었는데요. 길을 오가면서 보니까 잘 모르더라도 반갑고 즐겁더라구요.
깜악귀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타요 버스나 라바 지하철을 탈 때 인증샷을 많이 찍거든요. 심지어 승객들이 너무 몰려서 운행이 지연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한 공공미술가는 사적으로 소유했던 캐릭터가 공공장소로 나옴으로써 그동안 우리 사회가 인위적으로 나눈 어른과 아이의 경계를 허무는 역할도 한다고 말했는데요. 사실 서울시 애니메이션 교통시리즈는 교통수단 외관에 캐릭터 그림을 입힌 것뿐인데요. 이런 단순한 발상이 시민들에게 기쁨을 준다면, 교통체증이나 난폭운전 같은 교통이용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들도 많이 개선될 거라고 봅니다.
정운현
마지막은 무슨 이야기인가요?
깜악귀
3. 록 밴드 국카스텐 2집 발매
정 앵커님께서는 종종 음악을 들으시나요? 어떤 음악을 좋아하시는지요? 오늘은 주목할 만한 앨범이 나와서 팩트나인 시청자 여러분들도 들어보시라고, 음악을 추천하겠습니다. 록 밴드 국카스텐의 정규 2집인데요. 혹시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서 국카스텐이라는 밴드를 조금 소개하겠습니다. 한 줄로 말하면 국내에서 인기 1, 2위를 다투는 록 밴드입니다. 특히 묵직한 사운드의 헤비록. 무거운 정통파 록을 하는 팀으로서는 단연 최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운현
국카스텐, 이름이 참 특이한데 무슨 뜻이죠?
깜악귀
독일어로 중국식 만화경이라는 뜻이라고 해요. 어지러운 이미지가 보이듯이 좀 몽환적인, 그리고 뭔가 어지러운 이미지가 떠오르는 그런 음악을 한다는 뜻으로 지은 이름이라고 합니다. 국카스텐은 특히 재작년 MBC 나는 가수다 출연으로 스타 록 밴드로 발돋움했는데요. 이 프로그램에서 해바라기의 "어서 말을 해"와 조용필의 "모나리자" 를 불러서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보컬 하현우씨의 강력한 고음 창법이 큰 화제가 되었고, 인터넷 검색어 1위를 도배하면서 음악 애호가들 뿐 아니라 대중들에게 알려지는 기회가 되었죠.
혹시 국카스텐의 음악을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이 밴드의 2집이 내일 발매됩니다. 그런데 국카스텐의 이번 앨범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밴드가 소속사의 법적분쟁으로 2년 간 활동중지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정운현
이유가 뭡니까?
깜악귀
국가스텐 측은 부당한 대우와 정산금 미지급, 매니지먼트의 일방적 통보 시스템 등을 이유로, "시정되지 않는다면 계약을 파기해달라"라고 소송을 냈습니다. 또 회사의 사정으로 차기 음반 발매도 지연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소속사 측에서는 사실과 다른 주장이며 회사는 밴드를 위해 최선을 다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이 소송을 통해 밴드의 주장대로 전속계약이 해제가 되면서 국카스텐은 전 소속사로부터 자유로운 상태가 되었고 이제 새 앨범을 발매하고 원하는 활동을 할 수 있게 된 것이죠. 결국 밴드의 정규 2집이 4년 만에 나오게 된 것은 이런 소속사와의 분쟁도 한 몫을 하게 된 셈입니다.
정운현
이제 막 도약하려는 밴드를 소속사가 발목을 잡은 셈이군요.
깜악귀
밴드는 이게 전화위복이라고 말하는데요. 오히려 분쟁기간 동안 활동을 전혀 하지 않아서 앨범 작업에 전념을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앨범의 음악적 완성도가 더욱 올라갔다 말하고 있고요. 저도 상당히 기대하고 있는 중인데요. 국카스텐의 2집 앨범 타이틀은 "Frame"입니다. 내일 발매 됩니다. 묵직한 록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추천 드리고 싶습니다.
정운현
저도 기회가 되면 꼭 들어보겠습니다. 지금까지 눈뜨고 코베인의 깜악귀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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