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 - 이기명칼럼】 사람이 오래 살다 보면 손자 녀석 망령 든 것을 본다는 말이 있다. 요즘 하도 기상천외하고 해괴망측한 일들로 머리가 어지럽다. 그 중에 하나가 세계 무기상들일 것이다. 무기의 개념이 사라졌다. 한국이 구축함에 어군탐지기 장착이라니. 완전히 세계 기록이다. 전 세계의 참치들이 비상대책회의를 소집했다. 어군탐지기를 장착한 한국의 구축함인 통영함에 어찌 대처할 것인가.
1천6백억 원의 혈세를 들여 건조한 해군의 구조구축함 통영함이 아무 쓸모가 없게 됐다. 2012년 9월 통영함을 진수할 때 해군은 항공모함도 예인할 수 있으며, 침몰하거나 좌초된 배를 끌어낼 수 있는 능력에다 잠수부가 수심 90m까지 들어가 구조 활동을 펼칠 수 있고, 1년 동안 시험평가를 거쳐 2013년 말에는 실전배치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통영함은 ‘수퍼군함’이었다. 이 발표대로라면 세월호의 비극은 없어야 했다. 그러나 304명이 죽었다. 더 이상 설명할 필요한가.
지난 2012년 9월 통영함 진수식 모습(출처 - 대한민국 해군)
통영함에 수중 음파탐지기(소나)를 납품하는 미국 군수업체 ‘헤켄코’는 장비부실로 인수를 거부당했고, 부랴사랴 허겁지겁 땜빵을 한다는 것이 어군탐지기 탑재다. 허허허 (웃고 다시 이야기하자) 그러나 웃고 난 가슴이 왜 이리도 답답한가.
2억 원짜리 성능미달 음파 탐지기를 40억 원에 구입 납품했고 그 과정에서 방사청 직원, 간부들까지 개입된 엄청난 비리가 적발되었다. 세월호 사고로 방위산업의 비리는 백일하에 터졌다. 만약에 전쟁 중이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초소에서 총성이 나자 초소장이 초소를 이탈했다. 북한군이 귀순하며 초소 문을 두드리자 저 위로 가보라고 했단다. 이런 군대로는 자신이 없어서 전시작전권을 미군에게 맡아 달라고 애걸한 심정을 이해해야 하는가. 방위사업 비리는 덮을 생각 포기해야 할 것이다.
■최상의 전투력, 애국심
군인은 조국과 민족을 위해서 목숨을 바쳐 싸워야 한다. 그러나 조건이 있다. 국가는 최선을 다해 군인의 생명을 보호해야 한다. 끊을 수 없는 서로의 약속이다. 약속이 파기되면 나라가 망한다.
1905년 제정 러시아에서 일어난 전함 포템킨호 반란은 영화로도 널리 알려졌지만, 직접 발단은 전투함 수병들에게 제공한 고기에서 벌레가 나와 도저히 먹을 수 없는 상태임에도 군의관이 구더기니까 씻어내고 먹을 수 있다고 말한 것에서 비롯됐다. 수병들을 격분했고 반란을 일으켰다. 인간선언을 한 것이다.
형편없는 군대를 아직도 ‘장개석 군대’라고 한다. 왜 월남이 호지명에게 패했나. 세계 최강의 미군과 한국군 그리고 최신무기로 무장한 연합군은 구식 총을 든 월맹군과 베트공에게 손들었다. 미군과 한국군은 싸울 명분이 없었다. 월남 정부군에게는 애국심이 없었다. 애국심이 없는 군인은 밭두렁에 세워놓은 허수아비다. 모습은 무서워도 ‘웃픈허상’이다.
어군탐지기를 장착한 구축함, 포가 발사되지 않는 탱크, 총알이 뚫는 방탄복, 부대에서는 선임병 무서워서 말을 더듬는 쫄병들이 전쟁에서 무슨 용기를 발휘할 것인가. 인간의 목숨이 개 값이라 해도 자신에게는 더없이 소중하다.
무기는 당연히 우수해야 한다. 우수한 무기의 지급은 국가의 의무다. 불량무기의 공급은 살인행위라고 한 어느 군사평론가의 주장을 반박할 수가 없다. 사관학교 출신들의 머리다. 이를 모를 리가 있는가. 알면서 방관했다면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다.
강군이 되는 요체는 무엇인가. 별들은 어떨지 몰라도 쫄병들은 소박하다. 잘 먹이고 잘 입히고 잘 재우면 불만이 없다. 아니 한국군에게는 또 다른 것이 있다. 선임병의 만행이다. 만행이란 야만적 행위다. 민주국가인 대한민국 군대에서 만행이란 말이 가당키나 하냐고 항의할지 모르나 제대한 병사들에게 물어보라. 제대한 어느 청년이 하는 말이다. 유사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제일 먼저 선임병부터 처단을 하겠다고 했다. 모든 선임병이 윤일병을 사망케 한 선임병 같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윤일병 사건 하나가 전 사병에게 준 충격과 자식을 군에 보낸 부모들이 군을 바라보는 시선은 처절하기 그지없다.
국민과 군인들의 애국심은 어떻게 복원시키는가. 쫄병은 자신을 알아주는 상관을 위해서 목숨을 바친다. 그런 상관이라고 똥별은 자부하는가. 전시작전권을 애걸하듯 미국에게 떠넘기고 그 대가로 천문학적인 혈세를 부담해야 하는 국민들은 애들 급식비와 누리공약 파기에 이를 간다.
돈 없는 늙은이와 살기 힘든 서민들은 번개탄 하나 켜 놓고 한 많은 삶을 끝낸다. 그런가 하면 10대 재벌 기업은 회사 금고에 쌓아 놓은 돈이 515조 원이다. 그래도 증세 소리만 나오면 게거품을 물고 미친다. 나라 망하면 기업도 없다. 하긴 그들에게 조국은 어딘가. 돈이 바로 조국이다.
■하늘이 준 기회, 방사청 비리 수사
애국심이란 무엇인가. 형체는 보이지 않아도 가슴에 꽉 찬다. 전쟁이 나면 다니던 학교 집어치고 조국으로 돌아오는 유학생들. 아랍전쟁 당시 하바드 대학에 다니던 이스라엘 학생들이다. 그 대신 귀국명령 내려질까 겁이 나서 행방불명이 된 유학생들은 아랍학생들이었다고 한다.
우리 같으면 어떨까. 6·25전쟁이 터지자 자식들 미국에 보내려고 별별 짓 다 한 고위 공직자들이 있다. 전쟁에서 적탄에 맞아 죽으면서 마지막 하는 말 한마디는 ‘빽’이었다는 것이 한국전쟁의 전설이다. 수류탄으로 몸을 덮어 부하들을 살린 강재구 소령과 이인호 소령, 반혁명 세력과 싸우다 전우의 총탄에 벌집이 되어 숨진 김오랑 소령. 국정원장 하던 전 육군 참모총장 남재준이 김오랑의 절친한 전우였다.
군인은 명예를 생명처럼 여긴다. 언제부터인가 군인과 명예는 별개라고 국민들이 생각하게 되었다. 그것은 언제부터인가. 솔직하자. 박정희 육군소장이 군사반란을 일으키고부터이다. 동기가 아무리 타당하다 해도 군이 반란을 일으키는 것은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다. 가치관을 망가트리는 것이다. 총칼을 든 군인들이 무슨 짓은 못 하겠는가.
정치가 군을 오염시켰다. 반란죄로 법정에서 사형을 선고받는 사관학교 출신 대통령의 모습을 보는 장교들의 심정이 어땠을까. 오늘의 한국 정치를 보면서 그들의 모습이 어른거리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일까. 지금은 국가의 위기다. 피해 갈 수 없는 방위사업 비리다.
검사 18명, 군 검찰 6명, 군 법무관 6명, 기무사령부 요원 2명을 비롯한 검찰·국방부·경찰·국세청·관세청·금융감독원·예금보험공사 등에서 105명이 출동했다. 이것이 바로 방위사업비리를 수사하는 합수부다. 한 점 의혹 없이 파헤쳐야 한다. 지위가 문제가 아니다. 어물어물 그냥 넘어가려고 한다면 국민이 용서못한다. 가만히 있지 않는다.
몸통을 척결할 것이냐. 깃털 몇 개 뽑고 말 것이냐. 방위사업 비리를 수사하는 합수부에 국민들은 얼마나 긍정적일까. 신뢰를 잃고 정권이 믿음을 주지 못한 과거 때문이다. 정권의 신뢰가 이 정도로 추락한다면 그 끝은 보지 않아도 뻔하다. 그러니까 명심하라는 것이다. 이번 방위사업 비리조사는 정권과 군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하늘이 주는 기회를 절대로 버리지 말라.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참고로 방위사업청은 지난 19일 홈페이지를 통해 선체고정음파탐지기(소나)는 2013년 시험평가 결과 요구 성능을 충족하지 못해 업체 주도로 성능 개선한 장비를 탐재하였으나 군사용으로는 부적합하다고 판단해 계약해제를 검토하고 있으며, 성능 미충족 상용탐지기 탑재를 도우려 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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