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팩트9뉴스】 집중기획-지잡대만 잡는 대학구조개혁
진행 : 정운현 보도국장 겸 앵커
정운현
오늘로 2015년 대학입학 수학능력시험을 치른 지 일주일 되는 날입니다. 올해 대학수학 능력시험도 ‘물수능’이니 뭐니 해서 많은 문제점들이 지적되고 있습니다. 내달 3일이면 대학수학능력시험 결과가 나오고, 이제 본격적인 입시철에 접어듭니다. 대학 졸업장과 함께 사회 나오면서 등록금 빚을 떠안는 청년세대 문제가 어제, 오늘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그럼에도 대학 졸업장을 포기 못하게 만드는 우리사회의 현실도 갑갑하기만 합니다. 앞으로 2017년이면 대학정원보다 고등학고 졸업생 숫자가 적다고 합니다. 그래서 정부는 올 1월 대학 구조개혁 방안 마련을 위한 권역별 토론회 개최를 비롯한 의견 수렴을 거쳐 대학 구조개혁 추진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또 새누리당 김희정 의원은 지난 4월 ‘대학평가 및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습니다. 그런데 김 의원이 발의한 안은 당초부터 대학교육의 가치를 무시한 채 인원수 줄이기에만 급급한 나머지 대학들이 수용하기 어려운 안이라고 합니다. 오늘 집중기획에서는 대한민국의 백년을 설계하는 교육, 그 중에서도 당장 닥친 대학 구조조정 문제에 대해 자세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시간은 김현정 기자와 함께 합니다.
김기자 어서 오세요. 학 구조개혁안에 따라 앞으로 대학 정원이 얼마나 줄어드나요?
김현정
현재 대학입학 정원은 56만명이고, 고교졸업자수는 63만명입니다. 당장 2017년 입시생부터는 대학입학정원이 고교졸업자수보다 많아집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18년까지 1차적으로 4만명의 정원을 줄일 계획입니다. 최종적으로 2023년에는 고교졸업자수가 40만명이라 16만명 정도를 줄일 계획입니다.
정운현
출산율이 떨어지고 학령인구가 줄어드니 정원을 줄이긴 해야겠죠. 지난 11일 교육부가 주최한 제2차 대학 구조개혁 평가방안 마련 공청회에서는 어떤 얘기들이 나왔나요?
김현정
예. 정부는 지난 9월 30일 공개한 평가지표 안보다는 조금 구체화된 평가방안을 공개했습니다. 전체 대학을 대상으로 1단계 평가를 통해 그룹 1의 세부 등급(A,B,C 등급)과 구조조정의 주된 대상이 되는 그룹2(D,E 등급)를 구분하고, 그룹2에 속하는 대학만을 대상으로 2단계 평가를 추가해 D(하위), E(최하위) 등급을 결정하는 방식입니다. 1단계 평가지표는 △교육여건 △학사관리 △학생지원 △교육성과 등 4개 항목 11개 지표로 이뤄집니다. 또 2단계 평가지표는 △중장기 발전계획 △교육과정 △특성화 등 3개 항목 6개 지표로 이뤄집니다.
▶자료 - 대학 구조개혁 평가방안 마련을 위한 2차 공청회 자료집
김현정
일단 올해로 사업이 종료되는 정부 재정지원제한대학 평가와 대학구조개혁 평가방안 1단계 지표안을 표로 잠시 보시겠습니다.
▶자료 - 정부 재정지원제한대학 평가 대학구조개혁 평가방안 1단계 지표(안)
정운현
정부가 발표한 대학구조 개혁안의 시초는 무엇인가요?
김현정
김희정 여성부장관이 발의한 ‘대학 구조개혁법안’입니다. 김 의원은 장관으로 가기 전에 교문위 여당 간사로 있으면서 정부의 청탁을 받아 이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정운현
교육계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았던 것이 바로 이 법안인가요?
김현정
예. 그렇습니다.
정운현
김희정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구체적으로 무엇이 문제인가요?
▶자료 - 김희정 의원 법안 PPT
김현정
이 법은 구조개혁의 초점을 단순히 ‘정원 감축’에만 맞추고 있다는 점입니다. 고등교육의 질을 높이고, 사회적 책임을 강화해야 하는 거시적인 관점이 없이 단지 숫자 줄이기에만 급급했다는 점인데요, 다시 말해 대학 구조개혁의 목적과 지향이 무엇인지 방향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정의당 정진후 의원의 인터뷰를 함께 보시죠.
▶ 정진후 정의당 의원 인터뷰
정운현
교육의 가치와 목적이 배제된 채 시장원리에 따라 숫자에만 초점이 맞춰지면 지방대나 기초학문이 붕괴가 가속화 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죠. 안 그래도 취업 잘 안되고 또 인기 없는 과들은 폐지하거나 정원 축소한다고 난린데요. 또 다른 문제점은 뭔가요?
▶자료 - 김희정 의원, 대학 구조개혁에 관한 특례 제1절 해산 및 잔여재산의 처분 특례 등
김현정
정부안과 김희정안에 따라 대학 구조조정을 하게 되면 문을 닫는 대학이 생기는데요, 대부분이 사립대학들입니다. 사립대학은 법인들이 학교를 운영하는데 법인들이 잔여재산을 법인 쪽으로 귀속시키는 부분에 대해 특혜를 너무 많이 주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법인재산을 챙겨주는 것이 과연 적합한 것인가 하는 점도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정운현
1995년 5.31 교육개혁 이후 부실-비리 사학들의 문제가 심각한 상황입니다. 학생들의 호주머니를 다 털어먹고도 대학의 재정 건전성은 악화될 대로 악화돼 있죠.
김현정.
맞습니다. 대학의 재정 건전성은 대학의 존립에 대단히 중요한 부분인데요, 김희정안은 그런 비리사학의 퇴출 경로를 열어준 셈입니다. 이에 따라 정부의 대학 구조개혁 평가안에서도 법인 재정지표와 같은 대학의 재정 건전성을 평가하는 항목이 빠졌습니다.
정운현
그밖에 또 다른 문제점은 없나요?
김현정
교육평가 부분을 대학 재정지원 사업과 너무 과도하게 연계시킨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자료 - 제2차 대학 구조개혁 평가방안 마련을 위한 2차 공청회 자료집
예를 들어 수도권 특성화 사업, 지방대 특성화 사업 등과 관련한 예산이 있습니다. 이 예산은 해당 대학이 커리큘럼이나 프로그램 같은 걸로 특성화 시키면 예산지원을 하겠다는 것인데요, 평가지표에 정원 감축 가산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가산점이 실상 당락을 좌우합니다. 정원감축을 얼마나 했느냐 가지고선 대학의 당락이 좌우되는 것이죠. 정부가 돈줄을 쥐고 대학을 좌지우지 하려고 하고 있다는 대학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대학교육연구소 임은희 연구위원의 인터뷰 내용을 잠시 보시죠.
▶인터뷰 - 대학교육연구소 임은희 연구위원
정운현
‘재정지원 제한 대학’이란 건 뭔가요?
김현정
올해로 사업이 종료되긴 합니다만, ‘재정지원 제한 대학’이라는 게 있습니다. 교육부가 문제가 있는 대학에 대해 재정지원을 제한하는 것인데요, 만약 그 다음해에도 개선이 되지 않으면 경영부실 단계, 그리고 이후 단계는 바로 ‘퇴출’입니다. ‘재정지원 제한 대학’이란 교육부 평가 기준으로 하위 15%의 대학들이 이에 해당됩니다.
정운현
15%면 몇 개 대학이나 되나요?
김현정
50개 대학이 이에 해당됩니다. 그런데 2014년에는 15개 대학이 뚜렷한 이유나 근거도 없이 빠진 채 35개 대학만 ‘재정지원 제한 대학’으로 지정됐습니다.
정운현
대상에서 빠진 15개 대학들을 알아낼 방법은 없나요?
김현정
국회 교문위위원실 관계자들에게 문의한 결과 어떤 대학들인지는 대략 추정할 수는 있었다고 합니다. 최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따님의 교수채용을 두고 논란을 빚었던 수원대도 제외된 15개 대학 중 하나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정운현
그런데 대학사회는 왜 이렇게 조용합니까?
김현정
일단 대학생들은 사회문제에 대해서 무감각해진거죠. 어지간해선 사회가 바뀌지 않는다는 절망, 체념에 익숙해진 거죠. 또 이를 단순히 대학안의 문제로만 한정시켜서 보는 언론의 시각도 문제라면 문제랄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작년에 학내 게시판에 ‘안녕하십니까?’ 라는 대자보를 붙여 사회적인 반향을 일으켰던 고려대학교 주현우 학생의 인터뷰를 잠시 보시죠.
▶인터뷰 - 고려대학교 정경대학 07학번 주현우
정운현
주현우 학생의 마지막 발언이 참 인상적이군요. 흔히 대학을 ‘상아탑’이라고 불렀습니다만, 지금은 ‘우골탑’이라고 합니다. 소 팔고 논 팔아 대학 등록금을 마련한다는 얘깁니다. 한 때 대학 진학은 곧 출세길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만 지금은 대학 졸업장이 ‘5천만원짜리 종이쪼가리’라고도 합니다. 대학 졸업장의 가치가 떨어졌다는 얘깁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은 70%를 상회하고 있고, 청소년들이 오로지 대학 입학을 위해 청춘을 보냅니다. 이제라도 이런 현실이 좀 바뀌길 바랍니다. 또 서울 4대문 안에 있는 대학 졸업장만 대학 졸업장이라는 뿌리 깊은 학벌 타파와 함께 교육당국의 혁명적인 정책 변화가 필요해 보입니다. 김 기자, 오늘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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