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쪽지신고하기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기사스크랩 이메일문의 프린트하기
[이기명 칼럼] 이토록 세상이 무섭고 떨려서야
실종된 애국심이 그립다
등록날짜 [ 2014년11월20일 11시22분 ]
이기명 논설위원장
 
【팩트TV】 이른바 진보매체에 실린 칼럼을 읽으면서 가슴이 조마조마 한 경우가 많다. 마치 칼날 위를 걷는 모습을 보는 느낌이다. 삐끗해 가랑이가 찢어질지도 모른다. 어느 인간이 고소하면 오라 가라 살과 피를 말리는 고통을 겪고, 기소하면 다시 검찰에 불려다니고 죄가 없다고 불기소 처분을 해도 머릿속은 하얗게 바랠 것이다. 이게 공포와 절망의 모습이다.
 
국민이 법을 신뢰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 것인가는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몸서리가 쳐진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이제 곰팡내가 나서 입에 올리지도 않는다. ‘유권무죄 무권유죄’는 어떤가.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에 대한 대법원의 유죄판결이 박수를 받았다. 거대기업주들이 치는 박수다.

지난 2013년 5월,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등의 혐으로 검찰에 의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주진우 시사인 기자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두하는 모습(사진 - 팩트TV 자료영상 캡처)

 
대법원 판사님의 판결이신데 토를 다는 게 무엄하지만, 마음속에서 나오는 욕이야 어쩌랴. 욕하는 게 마지막 자유라고 한다면 이 또한 반국가적인 사고인가. 천하의 악당 변 사또도 춘향이 마음은 도둑질 하지 못했다. 욕하는 것만은 내버려 둬라. 욕도 못하면 가슴 터져서 어떻게 사느냐.
 
사실 마음만 먹으면 사람 하나 병신 만드는 거 간단하다. 권력을 가진 인간들이 할 수 있는 재주다. 재판에서 무죄를 받았는데 다른 죄로 얽는다. ‘별건기소’라고 한다던가. 무식해서 구체적으로 설명할 재주는 없지만, 한명숙 사건을 본 국민들은 대충 안다. 한 번 찍히면 빠져나가기가 참 어렵다.
 
유우성 간첩조작 사건(이렇게 말해도 괜찮은가?)을 보도한 언론사와 변호사도 조사인지 수사인지 받는다고 한다. 나중에 어떻게 결판이 날지는 모르지만 당장 오라 가라 하면 이거 사람이 미칠 노릇이다. 경험이 있다. 검찰에서 나오라는데 무슨 죄냐고 했더니 참고인 조사란다. 난생처음 검찰청에 갔는데 없는 죄도 있는 듯 가슴이 떨린다. 저녁때 검사님 말씀이 내일 또 오란다. 이런 미칠 일이 있는가. 그러나 오라니 무슨 수로 안 가나. 밖에 나오니 기자들이 진을 치고 플래시를 터트린다. 꼼짝없이 죄인이다.
 
대나무처럼 꼿꼿한 대한민국 검찰이 없는 죄를 씌우기야 하랴만 참으로 억울했다. 그러니 그저 벙어리로 장님으로 사는 것이 가장 편하게 사는 방법이다. 이것 또 모욕죄가 되는 건 아닌지, 도무지 사면팔방이 거미줄이니.
 
■법은 상식이다
 
쌍용자동차 노동자 정리해고가 적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에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회 소속 변호사들이 정면으로 반박하는 성명을 냈다. 특정 판결에 대해서 직접 반박성명을 낸 경우가 거의 없는데 아마 어지간히 속이 상했던 모양이다. 더구나 머리 좋은 변호사들이니 얼마나 생각을 많이 했겠는가. 도저히 못 참겠던 모양이다. 판사는 판결로 말씀 하신다던가?
 
이러니저러니 해도 국민들이 믿는 것은 법이다. 시비가 붙으면 법대로 하자고 한다. 요즘처럼 고소고발 많은 시대도 일찍이 없었다. 헌데 법을 믿지 못하는 세상이 된다면 국민은 누굴 믿어야 하는가.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고 주먹이나 휘둘러야 하는가. 하기야 주먹으로 해결하고 싶은 때가 한두 번이 아닐 것이다.
 
동서고금 어느 시대 어느 국가에도 죽음은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이라는 운명과 함께 사는 것이 인간이다. 백 년을 살았어도 죽는 것은 슬프다. 하물며 명대로 살지 못하고 억울하게 죽었다고 생각하면 죽은 사람은 눈을 못 감고, 보낸 사람은 땅을 칠 것이다. 그게 바로 세월호 참사다.
 
요즘도 방송화면에 기울어진 세월호의 모습이 나올 때면 저 속에 잠시 후면 죽을 304명의 생명이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아픈 것이지 저린 것인지 어떻게 표현할 길이 없다. 온 국민이 그 모습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그냥 물속에 뛰어만 들었어도 살았을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냥 ‘가만 있으라’는 말만 믿고 애들은 죽었다. 이건 무슨 소리를 해도 용서가 안 된다. 마지막 한 사람까지 구해내겠다고 한 대통령이 지금 책임에 대해서는 아무 소리 안 하는 것도 용서가 안 되는 것이 국민감정이다. 감히 단언컨대 박근혜 정권은 세월호 침몰과 함께 정권의 운명도 침몰당했다고 생각한다.
 
■애국심이 왜 사라졌는가
 
대통령 비판했다고 고소를 당한다. 마음에 안 들면 우선 고소부터 한다. 고소고발 만능주의다. 이런 고소고발이 정권의 신뢰추락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아는지 모르는지. 안다면 용서 못 할 정권이고 모른다면 물러나야 할 정권이다. 길게 고민할 필요도 없다. 길을 막고 물어볼 필요도 없다. 인간의 마음으로 생각해 보면 안다.
 
집안이 잘못되면 가장이 욕을 먹는 것은 당연하다. 회사가 망하면 사장이 욕을 먹는다. 어느 조직이든 우두머리가 책임을 지게 되어 있다. 잘못하고 욕을 한다고 욕하는 사람을 탓하면 이건 정상적 사고가 아니다. 내가 왜 욕을 먹는지 먼저 깊이 생각하고 반성을 해야 할 것이다.
 
채동욱 검찰총장 쫓아낼 때 뒷조사를 한 서초구청 공무원이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국정원 직원 송 아무개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조오영 전 청와대 행정관은 무죄. 그럼 진짜 몸통은 누구인가. 모르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분명한 것은 법대로 했다는 것이다. 그렇겠지. 법대로 했겠지. 국민들이 믿고 안 믿고는 국민 마음대로다. 내가 믿고 안 믿고도 내 마음대로다. 안 믿는다고 처벌할 것인가. 아직 그 수준까지는 안 가서 다행이다.
 
한전비리 사건 명단의 1등급, 2등급은 눈이 부시다. 청와대 실세, MB계 전직 국회의원, 검사, 경찰간부, 한전감사, 그리고 빠질세라 언론사 간부 등 30여 명, 쫄따구까지 포함하면 100명에 이른다고 한다. 나라를 망치려고 작심을 한 자들이다. 이런 자들이 이명박 정권을 농단했다. ‘사자방’에 놀아나면서 해먹은 국민의 혈세를 생각하면 지금 정권이 시급하게 해야 할 일은 정신병원 세우는 것이다. 국민들이 모두 미쳐갈 것이기 때문이다.
 
몇억은 돈도 아니다. 몇조 몇 십조. 자원외교 41조, 방위산업으로 사라지는 국민의 피와 땀은 어디서 보상을 받는단 말인가. 지금도 월세 쪽방에서 추위에 떨다가 연탄불 피워놓은 독거 늙은이는 눈도 못 감고 죽는다. 주식상장 한 번에 수조 원의 이익을 남기는 재벌들에게는 관심도 없는 남의 나라 얘기일지 모르나 그들도 주민등록에 국적이 대한민국이다.
 
‘사자방’에서 천문학적인 혈세의 탕진이 없었다면 그 돈으로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의 대선공약을 지키기도 남았을 것이다. 국민이 ‘사자방’ 국정조사에 쌍수를 들고 환영하고 급기야 박근혜 정권도 썩어 문드러진 방위산업에 대해 100여 명의 수사인원을 투입 전방위 조사를 시작한다고 했다. 이제야 깨달았는가. 안타깝다. 국민들의 멍든 가슴을 어떻게 달래려는가. 사라져 가는 애국심이 돌아 와 주기만 한다면 얼마나 좋으랴.
 
■김어준과 주진우
 
나꼼수에 주진우는 징역 3년을 김어준은 징역 2년을 구형받았다. 죄명은 무엇인가. 허위사실 공표죄다. 그들은 1심 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2심 재판은 어떻게 될 것인가. 무죄가 나든 유죄가 나든 대법원까지 갈 것이고 국민들은 쌍용사건을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절망이고 공포다.
 
김어준과 주진우가 설사 재판에서 중형이 선고되더라도 국민들은 동의하지 않는다. 그들을 바른 언론인이라고 믿는다. 군사독재 시절 긴급조치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구속된 학생들과 언론인들을 국민들이 범법자로 생각하던가. 그들은 민주주의를 위한 투사고 희생자였다. 지금 무수한 고소고발로 법정에 서 있는 명예훼손 피의자와 집시법 위반자들을 국민들을 뭐라고 하는지 아는가. 새삼스레 대답하면 바보가 될 것이다.
 
주진우 기자가 최후진술에서 한 말이 가슴을 친다. “수사기관에서 외면한 증거를 확보했는데 보도하지 않고 눈감을 수 없었다” “재판에 끌려 나오는 게 고통스럽다. 이제 그만 취재현장으로 돌아가고 싶다.”
 
김어준이 말했다. “주진우 기자나 저 같은 사람까지 법이 친절하게 보호해주리라 기대하지는 않지만, 이상한 사건은 이상하다고 말할 권리는 보호해 달라.”
 
‘기레기’들이 판치는 한국의 언론에서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흔하지 않은 두 기자가 법정에 호소하고 있다. 김어준의 눈으로 보는 오늘의 한국은 어떤가.
 
“지금 한국은 모두 공포에 갇혀있는 느낌이다. 박 대통령은 다양한 민간단체나 NGO를 짓눌러버렸다” “반체제적인 태도를 가진 사람은 거의 보기 힘들다. 왜냐하면, 경찰과 검찰 모두 대통령의 대리인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아니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없다는 사실이 더없이 슬프다.
 
■어떤 검찰총장
 
“국민들이 검찰을 불신하는 이유는 검찰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많은 국민은 검찰이 이른바 정치적 사건 등 중요 사건에서 특정 정당이나 정파에 유리하게, 또는 여당과 야당에게 상이한 잣대를 가지고 수사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어느 검찰총장이 취임사에서 한 말이다. 그는 자신의 임기 중 “공정하고 불편부당한 검찰권 행사”를 약속했고 실천했다. 그는 “취임 첫날부터 양복 안주머니에 늘 사표를 넣고 다녔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그가 총장일 때 검찰이 검찰다웠다고 지금도 많은 사람이 말한다.
 
“검찰총장이 잘해야 한다. 대통령에게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와 고집이 있어야 한다.” 역시 그가 한 말이다. 어떤가. 이 말을 들으면 희망이 보이는가. 그러나 오늘날 그런 검찰총장의 모습은 없다.
 
법이 지켜지면 괴로운 자들이 있다 해도 나라는 반석 위에 선다. 국민이 지켜주기 때문이다. 법은 추상같아야 하고 두려워해야 하고 지켜야 한다. 그러나 아무 잘못도 없이 국민이 법을 무서워하고 믿지 못하면 국민의 애국심은 사라진다.
 
“이명박과 박근혜 정권 아래 역주행을 거듭하면서 불량국가의 면모가 다시 두드러지게 된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백낙청 교수의 지적이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
올려 0 내려 0
이기명 논설위원장 이기자의 다른뉴스보기
무통장입금 정보입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관련뉴스]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트위터로 보내기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기사스크랩 이메일문의 프린트하기
구축함에 어군탐지기. 혹시 ‘기네스북’에 (2014-11-24 11:09:40)
제 정신이냐. 국민이 신당 만들라더냐 (2014-11-17 11:0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