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 이명박 정부가 수십조 원의 국고 손실을 끼친 해외자원개발 과정에 자원개발 계약서에 서명해줘 고맙다는 답례로 상대국 정부에게 무려 3,300억 원의 보너스를 준 사실이 새로 드러나 ‘국제 호갱(호구고객)’ 논란까지 일으키고 있다.
18일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이명박 정부의 해외자원개발사업을 주로 담당한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에게 확인한 결과, 한국석유공사가 2,257억 원, 한국가스공사가 1,044억 원의 서명보너스를 지급했다.
3개 에너지개발 공사가 이명박 정부 시절 추진한 신규 해외자원개발 63건 가운데 서명보너스가 지출된 사업은 석유공사 7건, 가스공사 3건으로 총 10건이다.
2009년 2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잘랄 탈라바니 이라크 대통령이 ‘바스라유전’ 공동개발에 합의하는 서명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KTV 영상 캡쳐)
석유공사 등은 새정치민주연합에 행한 비공식업무보고에서 “서명보너스는 탐사단계 자원개발의 성공률, 광구의 잠재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개발권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있을 때 지급한다.”면서도 “서명보너스 지급에 대한 특별한 기준은 없고, 자원을 가진 나라가 입찰국가의 경쟁을 유도하면서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경우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즉 “무리한 요구를 하더라도 반드시 개발권을 확보해야 할 경우에 서명보너스를 지급한다.”라는 것이다.
특히 10건의 사업 중 이라크의 7건 사업에 대해 2,805억 원을 지급했다. 문제는 대다수 개발이 실패로 끝났다는 것이다.
석유공사가 이라크와 체결한 계약 5건은 모두 이라크 쿠르드 지방정부 측과 체결한 것으로, 이미 3건(바지안, 쿠시타파, 상가우노스)은 사업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돼 2012년 9월 탐사권을 반납하고 철수하는 등 실패했고, 상가우사우스의 경우에는 석유공사의 지분 중 일부를 매각하는 등 사업을 축소했다.
그나마 하울러의 경우는 석유공사가 올해 2억 5,800만 배럴의 매장량을 발견했다며 하루 4만 배럴 정도의 양을 예상하고 상업생산을 시작했지만, IS(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조직) 사태 등으로 하루 만 배럴 미만의 원유를 생산하는 등 차질을 빚고 있다.
최민희 “정권 치적 쌓기에 급급해…국민혈세 퍼주며 ‘봉’ 노릇”
최민희 의원은 이라크에 서명보너스를 집중지출한 이유와 관련, “이라크 쿠르드 유전 개발은 ‘MB 정부 자원외교 1호’로 대대적인 홍보를 펼친 사업이었다.”라고 지적한 뒤 “사업성과 무관하게 반드시 계약을 이뤄야하는 ‘정권의 필요성’ 때문에 나랏돈이 불필요하게 낭비됐음은 물론 우리나라는 이라크의 ‘봉’ 노릇을 하게 됐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질타했다.
또한 부실 자원외교는 가스공사의 이라크 석유 개발사업을 통해서도 확인됐다. 가스공사는 2010년 이라크 주바이르와 바드라 2곳의 광구 지분을 입찰 받으면서 모두 605억 원의 서명보너스를 이라크 정부에 지급했다.
서명보너스는 일반적으로 탐사단계의 개발에 지급함에도, 가스공사가 확보한 이라크 광구는 탐사단계가 아닌 생산단계에 있는 광구로, 정상적인 서명보너스가 지급된 사례로 볼 수 없다. 최 의원실이 “서명보너스를 지급한 이유는 뭔가?”라고 질의하자 가스공사는 “이라크에서 요구했기 때문”이라는 궁색한 답변만을 내놓았다.
최 의원은 “사실 이라크 석유 개발은 가스공사의 업무가 아니었다.”라며 “석유공사가 이라크 중앙정부의 승인을 받지 않고 쿠르드 지방정부와 계약을 맺자, 이를 괘씸하게 여긴 이라크 중앙정부에서 석유공사를 입찰에서 배제시키자 가스공사가 '울며 겨자먹기'로 뛰어든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실질적인 자원개발보다 계약 건수 올리기 식의 성과에만 급급해, 가스공사는 오로지 ‘자원외교의 성과’를 위한 계약을 따내기 위해 이라크가 요구하는 대로 거액의 서명보너스까지 고스란히 갖다 바쳤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꼬집었다.
최 의원은 “집권초 건수 올리기식 MB 자원외교 때문에 우리나라가 이라크에서 ‘국제호갱님’으로 전락했던 것이 아닌가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라며 4자방 국정조사를 거듭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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