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국정원게이트’가 미국의 ‘워터게이트’께 드리는.-
정치권력의 선거개입은 절대 용서 안 됩니다.
이기명 팩트TV논설고문
한국의 ‘국정원게이트’입니다. 행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대한민국에는 형만한 아우가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만 요즘은 꼭 그런 것만도 아닌 것 같습니다. 영포대군이라고 불리든 전직 대통령의 행님은 엄청 돈이 많은데도 뇌물을 받아 챙긴 쪽팔리는 범죄혐의로 구속되어 재판을 받았는데 2심에서도 1심과 같은 형을 구형 받았습니다.
동생인 전직 대통령도 이런 저런 구설수에다 상왕준비 비자금 수천 억 조성까지 귀가 따가울 지경인데 소문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좀 더 세월이 지나야만 알 수 있겠고 만약 사실로 들통나서 뜨거운 꼴을 보게 된다면 형만한 아우고 자시고 할 것 없이 똑같은 ‘행님 아우님’이 되겠지요.
행님께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은 한국에서 요즘 최대 관심사가 되어 있는 이른바 ‘국정원 게이트’ 라는 것이 전직 대통령이 임명한 국정원장 재직시에 발생한 범죄고 국정원장은 바로 대통령의 명령만을 듣는 직속 ‘꼬붕’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두 사람의 됨됨이로 봐서 국민들이 생각하는 의혹이 아무래도 맞을 것 같아 결과를 지켜보는 국민들이 많습니다.
행 님. 요즘 대한민국은 이른바 ‘국정원 게이트’로 온 나라가 시끌버끌 하고 그 덕에 행님의 ‘워터게이트’도 도매금올 회자되고 있습니다. ‘원님 덕에 나발 분다’는 속담이 있지만 결코 덕보고 싶지 않은 사건입니다. ‘워터게이트’도 미국의 CIA가 관여된 사건이고 한국의 ‘국정원게이트’는 말 그대로 ‘국정원’이 제작자고 감독이고 주연이고 조연이고 모조리 해 먹었습니다.
행님의 ‘워터게이트’는 워싱턴포스트의 ‘밥 우드워드(Bob Woodward)와 ’칼 번스타인(Carl Bernstein) 기자 두 사람이 진정한 기자의 사명감으로 취재를 시작해 여러 가지 진실을 신문에 보도했습니다. 그것이 한국의 ‘국정원게이트’와 다른 점이죠. 역시 쪽 팔립니다만 한국의 기자는 영 맛이 갔습니다. 세상없는 사건이라도 위에서 한 마디 하면 찍소리 못하고 벙어리가 됩니다.
‘워터게이트’ 사건은 미국대통령 닉슨의 목을 날렸습니다. 처음에 똥배짱을 부리던 닉슨도 불법행위가 일파만파, 탄핵이라는 덫에 걸려 빠져 나갈 구멍이 없자 스스로 무덤으로 들어갔습니다. 한국에서 지금 그런 일이 생긴다면 어떨까요. 앞일을 말하면 귀신도 웃는다고 김대중 대통령이 말씀했습니다.
워터게이트와 국정원게이트가 모두 대통령 선거와 관련이 있다는 것은 같습니다. 그런데 창피한 일이지만 한국의 경우는 국정원장의 ‘지시말씀’으로 그야말로 국정원이 벌떼같이 떨쳐 일어나 대선에 관여했다는 사실입니다. 이명박이라고 하는 전직 대통령의 직속 똘마니로 죽고 못 사는 원세훈은 선거에 깊숙이 관여했을 뿐이 아니라 선거 전부터 도청이라는 마약에 중독이 되어 온갖 못된 짓 다 하고 천만 서울시민이 선출한 박원순 시장도 제입을 하라고 지시합니다. 그래도 닉슨은 그런 짓은 안했죠. 행님이 낫습니다.
한국의 지난 번 대통령 선거는 박빙이라고 했습니다. 선거는 표를 까봐야 안다고 했지만 국정원장이 선거 이틀 전 ‘이틀 전까지는 우리가 박빙 열세였는데 이제는 박빙 우세다’ 라고 공언을 했고 그건 아마 수많은 국정원 직원과 알바들을 동원해 선거에 관여했던 결과로 얻어 낸 정보가 아닐까 합니다.
행 님. 미국에도 '씨아이녀‘가 있나요. 한국에는 ’국정원녀‘가 탄생했습니다. 국정원 심리전단 소속인 ’국정원녀‘는 오피스텔에 혼자 살면서 열심히 댓글 질은 합니다. 들통나는 댓글내용이 끔찍하지만 주로 야당 대통령 후보를 흠집 내는 것이며 그가 즐겨 쓰는 어휘는 ’종북, 좌빨‘이죠. 이 작업이 순풍에 돛을 달고 순항을 했으면 대선 끝나고 훈장이나 특진을 했을지 모르지만 재수가 옴 붙어서 들통이 났습니다.
야당인 민주당에게 걸린 것입니다. 어마뜨거라 ‘국정원녀’는 오피스텔 문을 걸어 잠금니다. 현행범임에도 권은희란 경찰서 수사과장이 문을 열라고 하는데도 죽어라 안 열어요. 나중에 여당의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감금이라고 했지만 이건 ‘감금’이 아니고 ‘잠금’이죠. 그래서 한국에는 잠금이 감금으로도 쓰입니다. 코미딥니다.
### 닉슨 대통령에게 엄중항의 합니다
행 님. 닉슨은 탄핵안이 하원 사법위원회에서 가결된 4일 뒤인 1974년 8월 9일, 대통령직을 던졌죠. 닉슨은 기록을 깼습니다. 미국사상 최초, 유일한 임기 중 날라간 대통령이 됐습니다. 여기서 ‘워터게이트’ 행님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왜 닉슨이 사임을 했느냐는 것입니다. 그냥 버텼어야죠.
한국에는 그야말로 탄핵에 걸릴 사건이 하나 둘이 아닙니다. 노무현대통령의 경우 ‘야당인 민주당이 잘 됐으면 좋겠다’는 발언 한마디로 탄핵에 걸렸는데박정희나 전두환은 독재자니 아예 들먹일 필요도 없지만 이명박의 경우 국민감정은 어떤지 생각만 해도 열불이 나는 국민이 많을 것입니다.
지금 한국의 국회에서는 국정원에 대한 국정조사가 열리고 있습니다. 울며 겨자먹기로 새누리당이 국정조사를 받아들인 것은 미국의 ‘워턱이트’도 영향이 컸습니다. 야당이 국정원의 선거개입이라는 빼도 박도 못하는 무기를 드리대면서 ‘워터게이트’를 예로 들면 할 말이 없습니다. 만약 닉슨이 배째라 하고 버티었으면 국정원 국정조사를 거부할 명분을 어떻게든지 엮어 냈을 것입니다. 그래서 닉슨이 원망스러운 것입니다.
한국의 야당들은 새누리당을 구석으로 몰아붙이고 있는데 새누리의 논리가 가관입니다. 정보수집이 고유업무라고 우깁니다. 국정원의 대선개입은 하늘이 다 아는 사실이고 이를 용허하면 안 된다는 국민의 분노 역시 하늘을 찌릅니다. 심지어 국정원을 해체해야 된다는 말이 나오고 최소한 국정원 개혁은 새누리의 이재오도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국정원의 또 다른 이름도 나옵니다. 국정원이 아니라 ‘걱정원’이라는 것입니다. 막강한 권한을 가진 국정원이 정치에 개입을 하면 국민의 걱정은 태산같을 것이고 그렇다면 ‘걱정원’이 맞습니다. 명예를 생명처럼 여기는 현재의 남재준 국정원장이 또 무슨 명예스러운 말을 할지는 모르지만 이제 국정원의 명예를 회복하기에는 한참 힘이 들것입니다. 이름도 조직도 바꿔야 합니다.
태어 날 때 이름 중앙정보부는 부모가 지어준 이름을 오래 지니지 못하고 안되면 이름 탓인지 이름을 바꿔 ‘국가안전기획부’로 바꾸고 오늘의 국정원으로 바뀐 이유도 개혁에 있었는데 아예 ‘해외정보처’라고 이름을 또 바꾸라니 자존심이 팍팍 상할 것은 불문가지죠. 그래도 국민들은 그걸 원하는 것입니다. 국정원의 국정조사는 그냥 끝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새누리가 죽어라 하고 버티고 트집을 잡겠지만 역시 두려운 것은 국민입니다. 어느 누구도 국민을 이겨 먹을 수는 없습니다. 미국은 대통령도 사임을 했는데 그냥 넘어갈 수가 있겠습니까.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국정조사를 지켜 보겠지요.
원래 말 안하는 것을 장끼로 여기는 분이라 아무 소리도 안하지만 정 견딜 수 없으면 한 마디 하겠죠. ‘나 하고는 상관 없어요’ 라는 한마디라도 말입니다. 국정조사에서는 이번 대선과 연관해서 박근혜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과의 관련설이 반드시 대두될 것입니다. 왜냐면 박근혜 대통령의 선거기간중의 발언이나 김무성 권영세 등 새누리의 선거지휘 핵심들의 발언을 야당은 절대로 그냥 넘어가게 두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음식도 한 번 맛을 들이면 좀처럼 고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중독이란 말도 생겼습니다. 권력도 마찬가지고 맛을 들이고 나면 정치개입을 끊을 수 없습니다. 미국같은 정치선진국에서도 워터게이트 같은 권력 관련 추문이 생기고 대통령까지 탄핵을 당하는 판인데 한국이야 오죽하겠느냐고 한다면 자존심도 없느냐고 비웃겠지만 국정원이 정치에 개입하는 작태를 보면 그것이 설사 부도덕한 정치인의 잘못된 행태 탓이라 해도 국정원원장의 정치개입은 절대로 용서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번에 뿌리를 뽑아야 합니다.
워터게이트는 닉슨이 사임한 이후 포드가 대통령직을 계승함으로서 마무리가 됐지만 한국의 정치는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권력을 탐하는 욕심이야 미국이나 한국이나 마찬가지겠지만 민주주의를 훈련받은 수준은 차이가 납니다. 한국의 여당이나 야당이 거기서 거기지만 권력에 매달리는 새누리당의 집착이 한국의 정치를 세계의 비웃음거리로 만들고 급기야 극비로 법에 정한 정상간의 NLL 대화록까지 공개해야 되는 처참한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 과정에서 집권 여당이 보여준 상식을 벗어난 추태는 역사가들이 기록하기조차 낯이 뜨거울 것입니다.
행 님. ‘워터게이트’ 사건 때도 이를 덮기 위한 여러 가지 몹쓸 공작이 있었지만 한국의 ‘국정원 국정조사’야 뻔히 짐작이 됩니다. 이럴 때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국민의 여론과 힘입니다. 트집도 퇴장도 못하게 감시해야 합니다. 이거 못하면 국민들은 촛불이다 시위다 서명이다 다 때려치우고 박정희 독재 때처럼 대가리 팍 쑤셔 박고 죽어지내는 것이 편합니다.
### 인간의 생명은 유한합니다
닉슨 미국 대통령의 하야를 초래한 `워터게이트' 사건의 주역으로 닉슨의 특별고문을 지낸 ‘찰스 콜슨’이 2012년 4월 21일 사망했고 닉슨은 1994년 4월 22일 뉴욕에서 사망했죠. 그 때 미국언론의 보도가 궁금합니다.
닉슨 대통령의 좌우명이 무엇인지 알아 봤더니 <인간의 죽음은 패배했을 때가 아니라 포기했을 때에 온다>고 했습니다. 이해가 될 것도 같고 안 될 것도 같습니다.
한국의 현역 정치인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집안에 유명인이 많습니다. 자신들의 부친이나 친척이 역사에 어떻게 기록되어 있는지 알 겁니다. 역사는 맘대로 지울 수가 없죠. 동서를 막론하고 정치인은 자신이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 것인지 깊이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자신들의 후손들이 자기로 해서 고통을 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워터 게이트’ 행님. 한국의 국민들은 ‘국정원게이트’ 잘 지켜 볼 것입니다.
이기명 팩트TV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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