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대통령이 5.16쿠데타 당시 머물렀던 가옥의 역사적 가치를 살려야 한다며 288억 원을 들여 박정희공원을 만들겠다던 최장식 서울 중구청장이, 역시 역사적 가치를 살려야 할 문화재인 덕수궁 대한문을 보호하겠다며 쌍용차 해고노동자 분향소를 또 다시 강제 철거했다.
장대비가 내리던 2일 오후 경찰 120여명은 대한문 앞에서 쌍용차 희생자 추모제를 지내던 해고노동자들의 천막을 강제 철거했다. 시민의 통행 방해와 옥외 집회 금지구역에서 집회를 벌였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해고노동자들은 추모제가 무슨 집회냐며 항의했고, 이 과정에서 박호민 쌍용차지부 선전부장이 허리에 고통을 호소하며 병원으로 이송됐다.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던 경찰은 해고노동자들이 다시 돗자리를 깔고 종이컵에 향을 피우려 하자, 이들을 둘러싸고 집회도구(?)를 강제압수하기 위한 몸싸움을 벌였다.
최근 을을 위한 정당을 외치던 민주당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배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3일 오후 서면브리핑에서 전태일 동상을 찾아 헌화하고, 쌍용차 사태 해결을 위해 국정조사와 해고자 복직을 약속하던 박근혜 후보는 대선이 끝난 지금 과연 어디에 있고, 그 약속은 어디로 갔냐고 비난했다.
또 힘을 모아 먼저 세상을 등진 동료들을 위해 설치한 분향소를 불법이라고 강제철거하고, 이에 저항하는 이들을 무자비하게 잡아가는 것이 박근혜정부의 수준이냐”며, “쌍용자동차 문제는 우리 사회가 아직 완전히 보듬지 못한 우리 시대의 아픔”이라고 말했다.
배 대변인은 “자신의 분신처럼 아끼던 생산라인에서 쫓겨나 거리로 내몰린 노동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많지 않았을 것”이라며,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와 그 가족들의 삶의 끈을 이어주는 것이야 말로 불량식품 척결보다 시급한 국정과제”라고 꼬집었다.
정부여당은 쌍용차가 노사 양보로 455명의 무급 휴직자가 복직됐으므로, 미진한 부분이 있지만 정치권이 더 이상 간섭을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반면 민주당 등 야당은 최근 ‘쌍용차 기획부도’의혹을 제기하며 쌍용차의 법정관리 및 정리해고의 시발점이 된 안진회계법인의 2008년 쌍용차 회계감사보고서에 조작정황이 드러난 만큼 사측이 주장한 ‘불가피한 정리해고 ’ 역시 되돌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30도의 더위를 오르내리다, 장대비가 퍼붓는 날씨 변덕이 죽 끓는 서울의 여름과 중구청의 지칠줄 모르는 강제철거, 어떤 것이 해고노동자에게 더 한 고통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