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외교 전문가인 연세대 문정인 교수는 여야가 국회에서 국가기록원에 있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과 녹음테이프 등 부속자료 일체의 열람 요구안을 통과시킨 것과 관련해, 결국 모든 책임은 정부여당에 돌아가게 되며, 이를 공개하기 위해 국회가 면책특권을 악용하는 더 나쁜 선례를 만들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문 교수는 3일 MBC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대화록 보다는 국가기록원만 보관하고 있는 정상회담 전후 회의록이 중용한 논란이 될 것이라며, 당시 국방부장관이었던 김장수 안보실장이나 외교안보수석이었던 윤병세 외교통상부장관, 합참의장이었던 김관진 국방부장관이 참여과정에서 어떤 말을 했느냐에 따라 박근혜정부가 굉장한 딜레마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또 현재 국가안보의 수장을 맡고 있는 이들이 만약 NLL 포기와 비슷한 발언을 했을 것을 정부여당은 간과하는 반면 문재인 의원은 확신하고 있어 더 강력하게 모든 걸 공개하자고 주장했을 것이라며, 국정원이 대화록을 공개하면서 정부여당은 오히려 혼돈과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대통령기록물법이 국가기록원에 보관중인 기록물을 열람만 허용하고 공개는 금지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관련법을 개정하는 것은 국회의원 3분의 2가 동의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이용해 국회 본회의에서 이를 공개하는 방법을 사용하게 될 것이라며, 큰 틀에서 보면 나쁜 선례를 자꾸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여야가 열람에 동의를 하게 된 배경에는 당리당략적인 발상이 있었을 것이라며, 여당은 주도권을 상실하면 정국 전체 주도권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와 그동안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포기발언을 했다는 주장의 정당성을 강화시키기 위한 목적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야당은 여론조사 결과를 통한 민심의 확인과 정상회담 과정 전체를 알고 있는 문재인 의원의 확신이 뒷받침 됐을 거라며, 최근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노 전 대통령이 NLL포기발언을 안했다고 대답한 사람이 53%인 반면, 포기했다는 답변은 24%에 그치고 있어 민심이 어느 정도 유리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박 대통령이 주장하고 있는 한반도신뢰프로세스는 서로가 상대방을 인정하는 것이 바탕이 돼야 하는데, 모든 것을 공개하면서 신뢰를 형성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대화록 공개의 가장 큰 부작용이라고 지적했다.
또 남재준 국정원장이 단독으로 대화록 공개를 결정했다는 주장과 관련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한국의 정치 상황에서 국정원의 역할과 기능을 연결해봤을 때 어떤 형태로든 청와대가 사전에 인지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문 교수는 정상회담 자료 공개로 여야가 NLL포기발언 논란의 종지부를 찍을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정상회담 당사자인 노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금 존재하지 않고 있어 의도를 파악할 수 없는 것이라며, 어떤 방법으로든 또 다른 공방이 만들어 지고 더 깊은 정쟁의 늪으로 빠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