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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밀리면 끝이다”가 아니라 억지로 버티다가는...
등록날짜 [ 2013년07월01일 11시44분 ]
이기명 팩트TV 논설고문위원
 
-“밀리면 끝이다”가 아니라 억지로 버티다가는...-
국민을 억지로 끌고 갈 생각은 빨리 버려야.
 

이기명 팩트TV논설고문
 

자식 이겨 먹는 부모 없다고 했다. 억지가 사촌보다 낫다고 했지만 사실은 아니다. 억지도 억지 나름이다. 억지를 부리면 당장은 효과를 보는 것 같지만 안으로는 곪아간다. 곪은 것이 터지면 그 때는 만사휴이다. 그 나마 공들여 쌓아 놓은 탑도 와르르 무너진다.

눈치 빠른 사람들은 벌써 짐작을 했을 것이다. 어제(28일)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 광장에 나갔다. 며칠 전부터 계속된 대학생들의 국정권 선거개입 규탄 시국선언 집회에 가봤지만 몇 백 명 수준이었다. 조금씩 증가했지만 거북이 걸음이다. 그러면서도 그들의 열기는 뜨거웠다. 며칠이 지났다.

어제 광화문광장은 뜨거웠다.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참가자들의 열기도 뜨거웠지만 연사들의 강연에는 더욱 열 띤 반응이 왔다. 표창원 교수가 국정원의 정치개입과 NLL 대화록 공개를 비판하며 이는 <군사반란에 준하는 쿠데타>라고 할 때는 박수와 함성이 광화문을 울렸다. 국민의 분노가 어느 정도며 어떻게 불타오르는지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집회네는 처음으로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팻말이 보였다. 규탄이 정점을 향해 치닫는다는 느낌이 오고 가슴이 섬직했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솟뚜껑 보고 놀라는 심정일까. 더구나 육군참모총장 출신의 국정원장이 공언을 했다. ‘국정원의 명예를 위해서 NLL 대화록을 공개했다’고, 얼마나 무서운 일이냐. 국정원의 명예를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지 할 국정원장이 아닌가.

국민은 지금까지 국정원이 해 온 일들은 소상이 알고 있다. 과거에 국정원은 법위에 존재했다. 구체적 사례는 국정원의 명예를 위해서 접어둔다.

그러나 냉정하게 질문을 하겠다. 지금 국정원이 저지른 행위로 국가의 위상은 어떻게 됐는가. 국격은 어떻게 추락했는가. 전 세계가 웃는다. 국론은 극명하게 갈렸다. 정권이 태산처럼 믿고 있는 여론은 국정원을 질타하고 있다. 그들이 주장하는 ‘노무현대통령이 NLL 을 포기했다’는 사실을 53%의 국민이 믿지 않는다. 국정원이 발표한 발췌록에서 문장을 고친 흔적은 도처에 나타난다. 노무현 대통령을 깎아내리기 위한 파렴치한 작업임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이것이 모두 억지로 하는 행위였다. 효과를 봤는가. 봤다. 망신의 효과를 본 것이다.

서울에서만 일어나던 국정원 선거개입과 ‘NLL 대화록 공개’ 규탄집회 시위는 이제 전국적인 규모로 확산되고 있다. 어제 광화문에는 1.800명의 경찰이 삼엄한 경비를 하고 있었다. 전국적인 규모를 계산한다면 얼마나 될까. 그들은 자신할지 모른다. 경찰병력은 얼마든지 있다. 모자라면 군도 있다. 억지가 통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승만도 박정희도 전두환도 다 무너졌다.

### 정권 출범한지 이제 얼마나 됐는가.

NLL 극비문서 공개로 빚어진 꼴불견은 도처에서 국민들을 아연실소케 한다. 무더위를 식히라는 대 국민 서비스인가. 서상기 정문헌이 공개 선언한 ‘NLL이 거짓일 경우 의원직을 걸겠다’는 것은 함량미달의 치기만발한 코디디라 할지라도 김무성과 김재원이 보여 준 조폭수준의 코미디는 웃음에 앞서 눈물이 나오는 하탈감을 안겨준다.

김무성 김재원이 누군가. 김무성은 새누리의 당대표를 지내고 지난 대선에서는 선대본부장을 했다. 김재원은 어떤가. 사범 행정 양고시를 통과한 검사출신이다. “형님께 충선을 다 하겠습니다.” 국회에서 김무성의 뒤통수에다 대고 허리를 굽히는 장면을 조폭영화에서 많이 보지 않았는가. 영화 ‘가문의 영광’에 많이 나온다. 김재원 식 ‘가문의 영광’인가.

이런 꼴불견을 보면서 국민이 느껴야 할 좌절과 절망은 무엇으로도 보상을 할 수 없을 것이다. 황우여가 부랴사랴 백령도로 달려가 최고위원회를 한 것을 국민은 어떻게 볼까. 과연 새누리당은 국방수호 의지에 있어서만은 유치찬란과는 비교를 할 수가 없다고 찬탄할 것인가.

대통령이 중국에 갔다. 시진핑 주석과 정상 간에 단독회담을 했다. 이들 정상간의 회담내용은 어떤 수준의 비밀인가. 국가기록관에 보관되어 수십 년 동안 공개금지될 내용은 없을까. 정권이 바뀌어 명예를 국익보다 더 소중이 여기는 정보책임자가 용감무쌍하게 공개해 버리는 불운의 운명을 지니고 태어나는 것은 아닐까. 걱정하는 국민이 많을 것이다. 대통령이 귀국하면 자신을 맞이하는 촛불의 화려한 불빛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할까. 신뢰를 생명처럼 여기는 그의 소신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2002년 5월11일부터 14일까지 박근혜는 평양을 방문했다. 김정일과 회담도 했고 분한의 성지인 만수대도 방문했다. 김정일 박근혜 두 사람의 대화는 공개됐는가. 무슨 말을 했는지 아무도 모르고 다만 북한이 이번 노무현 김정일 회담의 공개를 비난하면서 혹시나 그 당시 대화 내용이 공개되는 것이나 아닌가 촉각을 세우고 있다.

공개할 수 없는 비밀은 얼마든지 있다. 전두환은 김일성 주석에게 최고의 찬사를 바친다.

"주석님께서는 광복 후 오늘날까지 40년에 걸쳐 조국과 민족의 통일을 위하여 모든 충정을 바쳐 이 땅의 평화 정착을 위해 애쓰신 데 대해, 이념과 체제를 떠나 한민족의 동지적 차원에서 경의를 표해 마지않는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흐르다가 바위를 만나면 넘어서가려는 억지는 부리지 않는다. 돌아서 간다. 그것이 바로 순리다. 정치도 같다. 억지를 부리면 반드시 사탄이 난다.

이제 정권이 출범한지 얼마나 되는가. 대한민국은 새누리당의 나라도 국정원장의 나라도 대통령의 나라도 아니다. 주인은 오직 하나, 국민일 뿐이다. 세상사는 억지로 통하는 것이 아니라 억지를 부리면 망하는 것이다. 빨리 꿈을 깨야 한다.
 

이기명 팩트TV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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