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감을 느낀다 분노가 치민다” “비굴함과 굴종이 느껴진다”
새누리당 심재철 최고위원이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 정보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의 2007년 남북정상화담 대화록 열람하고 보였다는 반응이라고 소개한 내용이다. 심 최고위원은 이어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NLL 포기를 의미하는 발언을 했으며, 자존심을 내팽개친 굴욕적인 저자세를 보였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그러나 막상 대화록 전문이 공개되자 네티즌들은 NLL 포기라는 단어나 의미가 대화록 어디에 나오냐며 의아해 하는 분위기다.
한 네티즌은 “오히려 전쟁 억제하고 평화지대 만들어, 평화가 보존된 선상에서 자유로운 경제성장을 하자는 내용이 아니냐”며 새누리당과 국정원이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NLL 포기라는 단어가 어디로 증발해 버려서 찾을 수가 없다”고 비꼬았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25일 의원총회에서 “국정원이 무슨 일을 꾸미든 무엇을 들고 나오든 국정원의 대선개입 국정조사는 결코 피할 수 없다”며 “6월 국회를 불법 대선개입 국기문란 국정조사와 을(乙) 살리기 국회로 만들어야 한다는 두 가지 숙제를 끝까지 잊지 말아야 한다”고 국정조사 의지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NLL 포기, 눈을 씻고 봐도 비슷한 말 없다”면서 “아무리 해석해도 그동안 새누리당 의원들이 열람했다고 하면서 호들갑을 떨었던 내용과는 천양지차가 있고, 초등학교 1학년들도 그 내용을 찬찬히 읽어보면 이해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진보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최고책임자로서, 정상회담 대화록 같은 민감한 자료가 불법적으로 공개되고, 전임정부의 기밀이 후임정부에 의해 들춰져 정략적으로 활용된 데 대해 책임을 면키 어려울것”이라고 경고했다.
김두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교 교수는 트위터를 통해 “현직 정보기관장이 (그들 주장대로라면) 현직 대통령의 동의도 받지 않고, 전직 대통령의 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한 놀라운 '결단'”을 내렸다며, 이는 “세계 정보기관 역사에 길이 남을 황당한 일”이라고 말했다.
선대인 선대인연구소 소장은 “국정원이 무단으로 NLL대화록을 일반문서로 비밀해제한 것은 두가지를 방증한다”면서 하나는 국정원 선거개입의 실체가 드러날 경우 정권이든 국정원이든 얼마나 위험한지와 두 번째는 국정원이 얼마나 국익과는 무관하게 정권과 조직 보위에만 매달려 왔는지라고 비난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국정원의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전면 공개 과정에서 현 집권세력의 치밀한 전략을 읽을 수 있다”며 국정원의 발언록 공개 몇 시간 전 박근혜 대통령이 “여·야가 제기한 국정원 관련 문제들에 대해 국민 앞에 의혹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힌 것은, 이미 전면 공개를 마음먹고, 그 대신 국정조사 수용을 통해 역풍을 덮어버린다는 그림을 그린 것이라고 말했다.
안도현 시인은 트위터에서 청와대와 새누리의 국정원사건 전략은 ‘어물쩡 넘어가기 위한 물타기’라며 “7월초가 되면 ‘민생과 경제’ 카드를 빼낼 것이다. 그게 망하는 길이다. 국민들의 ‘하야·퇴진’ 소리 높아지면 박근혜가 나서 ‘사과와 엄중문책’ 발표할 것이다. 한참 늦었을때!”라고 비판했다.
국정원이 대화록 전문을 공개하면서 NLL포기발언 논란에 대한 비판여론은 잦아들고, 오히려 국정원 대선개입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역풍만 거세지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