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촛불의 함성 “민주주의 살려내라” -
민주회복 시국선언, 촛불이 뜨겁다
이기명 팩트TV 논설고문
어렸을 때 경험이다. 배가 아프다고 하면 할머니는 손으로 배를 문질러 주셨다. ‘할머니 손은 약손’이라고 노래를 하시면서 배를 문지르면 신통하게도 아프던 배가 씻은 듯 나았다. 바로 따뜻한 할머니의 손이 약이었다. 할머니는 오랜 경험을 통해 따뜻한 손이 고통을 덜어주는 작용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경험이 좋은 스승이라는 좋은 예다.
연세 드신 어른들은 미래를 예측하는 예견의 지혜가 있다. 심지어 동물들도 지진같은 같은 것을 예측한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은 어떤가. 이승만의 자유당 독재정권은 사사오입이란 불법을 자행하면서 이승만의 종신대통령을 꿈꿨지만 결과는 4.19로 무너지고 자신은 남의 땅에서 객사했다.
박정희 독재도 장충체육관 통대선거를 통해 종신대통령의 길을 터 놨지만 결과는 어떤가. 끔찍해서 언급하기도 싫다. 순리를 어긴 탓이다. 순리는 제대로 된 인간이 가야 할 길이고 바로 하늘의 뜻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라고 한다. 어떻게 이룩한 민주국가인가. 독재의 어두운 터널을 뚫고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국민들이 이룩한 나라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피를 흘렸다. 민주제단에 피를 바친 박종철 이한열 열사를 비롯해서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열사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이 나라는 그냥 독재국가다. 무엇으로 그들의 흔혜에 보답해야 하는가.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나라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지금 학생들의 ‘시국선언’이 봇물처럼 터진다. 결국 학생들의 손이 아픈 국민의 배를 쓰러주는 약손인가. 다시 어른들이 부끄러운 세상이 됐다.
### 민주주의가 밥 먹여 주냐지만.
밥 먹여주지 않는 민주주의를 위해서 왜 소중한 목숨을 버려야 하는가. 비록 배는 부르지 않더라도 민주주의는 인간에게 자유를 주기 때문이다. 우리에 갇혀 꾸역꾸역 배부르게 먹는 돼지가 부러운가. 푸른 하늘을 마음대로 나르는 한 마리 새가 부럽다. 우리 국민은 겪었다. 일제에게 억압을 당했고 차마 부끄러운 독재도 겪었다. 역사는 돌고 돈다고 했는가. 왜 독재는 틈만 있으면 추한 얼굴을 비집고 들어오는가. 국민이 못나서인가.
민주주의를 말하면서 선거를 뻬놓을 수는 없다. 우리 국민이 겪은 부정선거의 악몽은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 어떤 변명을 늘어놔도 부정선거를 용서할 수 없다. 지금 민주주의가 짓밟혔다고 학생들이 촛불을 들고 일어섰다.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부끄러움을 침묵으로 견디면 젊은이들이 아니다.
친구들의 죽음을 넘어 독재의 아성 경무대로 돌진하던 젊은이. 광화문을 가득 메운 6.10 항쟁의 수십만 시민들, 모두가 수치를 견디지 못한 국민들이다. 광화문 촛불시위에서 만난 여학생이 말했다.
"대학에서 좋은 학문을 배우고 교과서에서 정의를 배우면 뭐하나, 우리가 외치지 않으면 아무 것도 변하지 않는다. 부끄러워서 책을 읽을 수가 없다."
“주위에서 비웃는 소리를 해도 견뎠다. 누가 정치를 해도 마찬가지고 모두가 똑같은 인간들이라고 정치를 멸시했다. 그러면서도 좀 잘해 주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게 뭔가. 아직도 선거부정을 획책하는 세력과 가담한 세력이 있다니, 이건 정말 자존심의 문제라고 했다. 화가 나서 못 견디겠다.”
“공정한 1표 위해 희생된 선배들을 기억하자” “정부가 책임있는 모습 보이지 않으면 직접 일어나겠다”
"매번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선거는 해보나마나 엉망이 되고, 국기문란을 이용하는 정권만 탄생하게 된다, 결국 민주주의도 끝장"이라고 신경민이 말했다. 말은 옳다. 민주당이 죽을 쑤고 있어도.
서울대 총학생회(학생회장 김형래)는 20일 오전 11시 대검찰청 앞에서 국정원의 선거개입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선거에 개입하고 수사를 축소 은폐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 김용판 전 서울청장 등 관계자 처벌”을 요구하고 “권력기관의 간섭 없는 완전한 민주주의를 보장하라”고 주장했다.
서울대 김형래 총학생회장의 기자회견 내용이 가슴을 친다. 보도를 인용한다.
“국정원 선거개입은 민주주의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파기한 것”이라며 “군사정권 하에서 중앙정보부, 안전기획부, 보안사령부가 수행하던 역할과 다른 점이 무엇인가”고 비판했다.
또한 이들은 기자회견 직전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돌아가신 선열들을 기리며 묵상을 진행했다. 김 회장은 “공정한 1표를 위해 희생된 선배들을 기억해야 한다” 고 말했다. 서울대 동양사학과 새내기 배상윤씨 또한 “선배들의 4.19, 6월 항쟁 정신을 계승해 지금 이 땅에 존재하는 민주주의 훼손에 당당히 말하겠다”며 “이 자리에 있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향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김 총학생회장은 “기자회견을 진행한 것도 애초에 학우들이 학내 커뮤니티에 의견을 주셔서 시작된 것” 이라며 “일단 학교로 돌아가서 의견을 모아보고 결정하겠다. 저희가 요구한 사안이 지켜지지 않았을 때는 그에 상응하는 행동을 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이 날 기자회견에는 페이스북에서 소식으로 보고 직접 찾아온 다른 학교 학생들도 참가했다. 대원예술대 새내기 원동민씨는 “의견표출을 하고 싶어서 성남에서 왔다”며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니까 좋다. 앞으로 더 많이 모였으면 좋겠다” 라고 말했다.
이들의 말에 누가 대답을 해야 하는가. 바로 당사자들이다. 꼼수로 넘어가려면 안 된다. 통하지 않는다. 지금 국민들의 분노가 목까지 차 있는 것이 보이지 않는가. 국민이 다 안다. 속일 생각 말아야 한다.
국정원 경찰 수사 과정에서 발생한 용서받지 못할 잘못이 있다. 경찰은 진작에 국정원의 선거개입 증거와 단서들을 발견했다고 한다. 당시 김용판 서울경찰청장은 이를 숨기도록 하더니, 급기야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조작된 중간수사 결과를 대선 직전에 서둘러 발표하게 했다. 부정선거 가담이다.
결정적인 증거인 백악관 녹음테이프를 내놓지 않으려던 워터게이트 사건의 닉슨 전 대통령보다 훨씬 적극적인 사건조작이다. 양심적 경찰관의 표상으로 떠오른 권은희 경감의 양심선언이 없었다면 그냥 묻질뻔 했다. 그러나 아니다. 하늘이 안다. 하늘이 국민이다. 김용판은 어쩌자고 이런 망상을 꿈궜단 말인가. 누구의 지시를 받았는가. 국민은 김용판 혼자 했다고는 절대로 믿지 않고 있다.
<월간조선>도 보도했다.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검토’라는 제목의 A4 용지 10쪽 분량의 이 대외비 보고서에 대해 “이명박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을 비밀리에 준비하던 2009년 5월에 작성됐으며, 문건을 만든 곳은 국정원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다. 그러니까 이명박 정권 때 이미 NLL 대화록을 폭로할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는 것이 아닌가.
문건 작성의 주무 당사자인 문재인도 NLL 문건 공개를 하자고 했다.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어느 외국의 정상도 한국의 대통령과 회담을 하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마음놓고 말을 할 수 있는가. 약속은 신뢰다.
### 어머니의 눈물, 정말 국민이 두렵지 않은가.
노무현 변호사가 부산 부림사건을 변호할 때 한 어머니는 노무현을 붙들고 울부짖었다.
“우리 아아 찾을라꼬 내 얼마나 미친년이 된지 아요? 3.15 부정건거 때 눈에 최루탄 박히가 마산 앞바다에 뜬 그 아아처럼 내 새끼도 그리되모 우찌하겠노 싶어서, 내가 쎄를 물고 죽으면 죽었지 그 꼴은 멋 봅니더. 내 새끼 찾겠다고 영도다리로 동래산성 풀밭으로 안 쑤시고 다닌데가 없심니더. 어디서 시신이 나와다카모 딱 우리 아이가 아인가 싶어서 벌렁대는 가심으로 숨 쉬는 것도 싫습니더.”
죄 없는 대학생들이 모여서 책 읽었다고 몸이 시커멓게 되도록 고문을 당했던 부림사건이다. 노무현의 변론에 검사가 비웃었다.
“노변호사. 당신 지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몰라요? 부산에서 변호사 한 두명 죽어도 티도 안나. 그런 건 일도 아니야.”
그 때 검사가 그랬다. 그 검사는 나중에 국회의원이 되었다. 민주회복 외치다가 죽고 병신되고 행방불명된 학생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제 학생들이 거리에 나왔다. 지금 세상은 얼마나 달라졌는가. 이제는 제발 어머니가 눈물을 흘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 ‘사람사는 세상’이다.
국정원 국정조사 즉각 실시해라. 야당은 의원직을 걸어라.
어머니.
<사람사는세상이 돌아와
너와내가 부둥켜 않을때
모순덩어리 억압과 착취
저붉은 태양에 녹아버린다
아-아 우리의 승리
죽어간 동지의 뜨거운눈물
아-아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두려움 없이 싸워나간다
어머니 해맑은 웃음의 그날위해.
이기명 팩트TV 논설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