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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공소시효 만료, 누구 맘대로
등록날짜 [ 2013년06월21일 10시58분 ]
이기명 팩트TV 논설고문위원
 
 
-공소시효 만료, 누구 맘대로-
진정한 공소시효는 국민 가슴속에
 

이기명 팩트TV 논설고문
 

와신상담을 아는가. 원수를 갚기 위해 온갖 고통을 스스로 참아 견딘다는 ‘부차와 구천’의 복수극에서 유래한 중국 춘추전국시대 고사성어다. 내용은 참으로 끔찍하다. 그러나 ‘와신상담’은 오늘의 우리 사회에서도 가장 많이 쓰이는 고사성어의 하나일 것이다. 특히 정치판을 보면 일상어가 된 느낌이다.

정치의 가장 이상적인 행태는 순리에 순응하는 것이다. 순리가 민주주의다. 순리를 역행하면 승복이 어렵다. 승복이 없는 정치가 가져오는 비극이 무엇일까. ‘두고보자’는 바로 ‘와신상담’과 다름이 없다. 그러나 우리가 알아야 할 중대한 문제가 있다. 잘못을 저지른 인간들이 이를 간다는 사실이다.

가해를 한 자가 피해자라고 우기는 것이다. 폭력배가 선량한 사람에게 폭행을 가하다가 주먹에 상처를 입었는데 너 때문에 내 주먹이 다쳤다고 생각을 하면 이것은 적반하장이다. 한 술 더 떠서 복수를 하겠다고 와신상담을 하면 이것은 인간포기 선언이다. 대충 무슨 말을 하려는지 짐작이 가는가.

무면허 음주운전자가 충돌사고를 내고 상대에게 왜 차를 몰고 다니느냐고 따지는 것과 같다. 비유가 유치한가. 아니다. 이보다 더 유치한 인간들이 이 세상에는 너무나 많다. 새누리당이 국정원장 원세훈의 대선개입 사건에서 새누리당과 대통령도 피해자라고 우긴다.

‘국정원녀’가 방 얻어놓고 문재인 후보 비판글을 사정없이 올렸는데 이것이 새누리당에 피해를 줬다는 것이다. 경찰국장 김정판은 밤 12가 다 된 시간에 국정원 선거개입은 없었다는 기습기자회견을 한다. 이것도 새누리당과 박근헤 후보에게 피해를 줬다는 얘긴가. 이처럼 피해를 당했으니 얼마나 억울할 것인가. 그래서 야당이 국정조사를 하자는데 약속까지 해 놓고 안 한다. 세상에서 이런 정치집단도 별로 없을 것이다.

세상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10여 년 동안 나 몰라라 하던 서울대생들이 시험공부도 포기하고 국선선언에 나서고 전국에 대학들이 너도 나도 시국선언에 동참하겠다고 나선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을 것이다. 역대 어느 정권도 대학생들 앞에서는 쪼그라든다. 더구나 죄 많이 진 정치집단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이만큼 반전을 한 것도 냉정히 생각해 보면 거의 학생들의 덕이라고 할 수가 있다. 아니라고 하면 손들고 나와 보라.

### 국민의 가슴속에 공소시효는 없다.

세월이 약이라고 한다. 왜 약일까. 인간의 기억용량은 얼마나 될까. 무한대일까. 아니다. 분명히 한계는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잊는다. 원망스럽게도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잊는다. 그래서 정치판이 이 꼴이다. 기고만장이다.

요즘 한창 문제가 되고 있는 공소시효라는 것이 있다. 공소시효가 무엇인가. 무식하게 해석하자면 죄 진 놈에게 죄를 묻지 않는 법이다. 원래 원죄 많은 인간이 만든 법이고 힘 있는 자들이 만든 공소시효법이다. 세월이 가면 죄 진 놈도 죄를 물을 수 없다. 수백억 수천억을 부정하게 해 먹어도 공소시효가 지나면 죄를 물을 수가 없다. 살인을 해도 세월이 가면 끝이다. 그러나 아무리 공소시효가 지났다 해도 죄는 끝난 것이 아니다.

광주 5.18 국립묘지를 찾아가 차디찬 묘비로 남은 부모자식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유족에게 전두환의 공소시효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김주열 열사와 4.19와 5.18 그리고 저 소름끼치는 끔찍한 독재시절 목숨을 앗아간 독재자들에 베풀어진 공소시효가 무슨 의미란 말인가.

와신상담보다 더한 복수의 칼을 갈면서 5.18 때 죽은 자식을 그리는 아버지를 만난 적이 있다. 그에게 공소시효는 아무 의미가 없다. ‘총은 쏘라고 주는 것이다’라고 이승만에게 말한 최인규의 공소시효는 4.19 유족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 악마가 가장 사랑하는 것은 망각이다.

죄를 진 자들는 1년이 하루처럼 빨리 지나가기를 바랄 것이다. 공소시효가 빨리 끝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공소시효를 1시간 남기고 체포된 범인이라면 땅을 칠 것이다. 그러나 사실 가장 마음 편한 것은 죄 값을 치루는 것이다. 29만원 통장을 자랑하는 전두환도 지금 공소시효가 끝나기를 학수고대하는 인물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아무래도 꿈에서나 이룰 수 있는 소망일 것이다. 이유는 전두환 법이라 일컬어지는 희귀한 법이 여야합의로 이루어 질 것 같기 때문이다.

전두환의 자식들이 소유하고 있다는 그 어마어마한 재산을 국민들은 그냥 부러워만 하고 있어야 하는가. 저 많은 재산이 합법적 합리적으로 취득한 재산이고 그들의 이재수완에 찬사를 보내야 할 것인가. 아니다. 우리 국민들이 그렇게 바보도 아니고 천사도 아니다.

액수를 가늠할 수 없는 버진아일랜드의 재산 도피범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 국민감정이다. 이명박이 저지른 나라 말아먹은 4대강 때문에 진 빚을 갚기 위해서 세금을 올려야 된다는 소리를 듣고 벼락을 담당하는 귀신은 뭘 하고 있느냐고 원망이이다.

악마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망각이다. 죄진 놈이 좋아하는 것도 망각이다. 자신들이 저지른 죄를 모두가 빨리 잊어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강용석이 TV에 나와 온갖 안면몰수 너스레를 떠는 것을 보고도 낄낄 거리는 국민들을 보면 아직 고생을 더 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문득 불쌍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오죽이나 재미없는 세상이면 강용석이를 보면서 저럴까 하는 안쓰러움 때문이다. 더 더욱 불쌍한 것은 강용석을 불러낸 방송책임자들인데 아예 도덕불감증 환자들이니 잊어버리자 하고 체념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 동지의 피흘리는 시세를 넘어 쟁취한 민주주의

이제 활은 시위를 떠났다. 총 맞고 피 흘리며 쓰러진 친구를 안고 통곡하다가 그를 뒤에 남겨두고 독재의 심장을 향해 뛰어 들었다. 그렇게 찾은 민주주의가 지금 가을 날 서리맞은 꽃잎처럼 떨어지고 있다.

학생들이 궐기했다. 민주회복이 되기 전에는 멈출 수가 없다. 쏘라고 준 총이니 다시 총을 쏠 것인가. 김주열 열사의 눈에 다시 최루탄을 박을 것인가.

정치는 순리대로 해야 한다. 순리를 받아 드려야 한다.
 

이기명 팩트TV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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