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술인터뷰]안희정-3편. 나는 노무현에게 계시받아
올해 정치입문 24년째로 접어드셨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졸업작’, ‘리틀노무현’이라고 칭하고 있는데, 안지사님이 보기에 노무현 대통령님의 가치와 리더십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노무현 대통령은 대한민국에서 권력 잡고, 돈 벌고 출세한 사람들이 가졌던 그 이중적 구도를 깨신 분이에요. 내가 출세한 이유는 법과 제도는 있더라도 내가 특수한 권력과 지위를 누리고자 하는 거고, 특수한 권력과 지위를 누리고자 돈을 버는 것이지 라고 했던 대한민국의 역사를 바꾸신 분이에요. 대통령이 되고 나서 당신이 대선자금 수사를 받아버리셨잖아요. 수사는 제가 받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안희정이 받는 거라고 생각 했겠어요? 당신이 받는 거라고 생각했겠지. 그러니까 제가 몸만 좀 고달플 뿐이지 마음고생은 노무현 대통령님이 더 했죠.
그런 점에서 노 대통령은 그 특권과 반칙의 역사, 법과 제도는 따로 있고 그것을 뛰어넘는 특수한 지위를 누리고자 했던 출세의 역사를 바꾼 분이세요. 그리고 민주주의를 출발시킨 분이세요. 이 이야기는 보수진영이든 진보진영이든 누구에게든 이야기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을 신자유주의에 물든 사람이라고 이야기 하는 분들에도, 종북좌빨이라고 욕을 하시는 분들에게도 똑같이 이야기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출발시키신 분이시고, 그 민주주의의 출발은 법률과 제도를 뛰어넘는 특수한 신분과 계습질서를 인정하지 않는 것 이게 민주주의 정신입니다. 이게 출발선입니다. 그걸 실천하신 분이고 그걸 대한민국의 현실로 만드신 분이 노무현 대통령님입니다. 우리는 그 반석위에 민주주의가 어떤 방식으로 건축할지를 설계해야 하는 세대에요.
현실로 돌아와서 내년 지방선거가 있는데, 대선 이후 민주당의 지지율이 새누리당에 비해 거의 반밖에 되지 않는데요, 안 지사님께서 생각하는 민주당의 문제점은 뭘까요?
두 가지입니다 첫 번재는 민주당에 있는 현제 정치인들이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 그 정부를 지키지 않았습니다. 김대중 노무현을 욕할 때 다 도망갔습니다, 그러니까 그 민주당에 대해서 지지를 하고 싶지 않죠. 그리고또 하나는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1990년 김영삼·김종필·노태우의 3당 합당 이후 민주당은 호남에 갇혀버렸습니다. 그리고 그 뒤로 모든 선거는 지역주의 선거를 하는 겁니다.
지난번 영남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표가 결집 되는 거 보세요. 호남표 결집되는 것만 이야기 하시는데 똑같습니다. 지역주의 정치를 깨야합니다. 민주당이 가지고 있는 현재 지지율은 이 두 가지에 발목이 잡혀있는 겁니다.
하나는 민주당의 정치인들이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대통령을 지키지 못했던 것에 대한 불신과 실망때문에 그 지지율이 안 오르는 것이고, 두 번째로는 1990년 3당 합당이 쳐놓은 지역주의 정치의 구도 때문에 그렇습니다.
여러분 그러나 제가 해볼게요. 대한민국 정치인 중에서 호남 대통령과 영남대통령을 모셨던 사람은 제가 유일합니다.
역으로 보면 결과적으로 민주당이 호남 정치인을 키울 수 없는 구조고, 호남정치인이 역차별을 받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을 것 같은데요?
내가 호남 정치인에 대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요. 정동영 장관한테도 했던 이야기 인데 당신이 그때 돌 맞는 노무현 옆에 서있었으면 당신은 대통령 됐다. 김대중 간판을 들고 부산에서 떨어졌던 노무현이 있는데 그 인기 업고 국민한테 스포츠중계 당하듯이 욕먹는 노무현 옆에서 참여정부 말기를 지켰더라면, 당신은 그 선거에서 졌더라도 다음번에 대통령 됐다.
굉장히 정치가 복잡한 공학 같지만 제가 도지사 된 게 제가 잘나서 됐을까요? 아니에요. 사람들이 생각하는 상식이란 게 있어요. 저 아래에서 산을 바라보는 사람은 산이 분명해요. 산속에 있는 사람이 산을 못 보는 것뿐이에요. 제가 너무 봉건적으로 표현하는지는 모르겠는데 사람이 사리와 도리에 맞게 행동하면 돼요. 노무현 대통령이 참여정부 말기 얼마나 공격당했습니까. 그러면 그걸 지켜줘야 되요. 그것도 호남의 정치인이 지켜줘야 되는 겁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2002년도에 왜 정몽준에게 지지울이 떨어졌습니까? 정몽준의 지지율은 어디서 나온 겁니까? 호남의 지지율이거든요. 호남이 가지고 있는 광주항쟁의 정신으로 호남이 단결해줘야 돼요. 그런 점에서 나는 정동영 후보가 노무현 대통령을 지켜주길 바랬는데 그는 안 지켰어요. 손학규 대표님 그분 참 좋은 분이에요. 인간적으로 보면 내가 이웃하고 싶은 분이에요. 그런데 정치지도자로서 결격사유를 만들어버렸잖아요. 경선하다가 탈당하면 안돼요. 인간적으로 손학규 대표에 대해서는 좋은 분이라고 인정하지만 정치지도자로서는 아닌 거에요.
우리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하는 많은 분들께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내가 도저히 꿇을 수 없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국민들이 결정을 해주면 꿇어야 돼요. 당원들이 결정을 해주면 꿇어야 돼요. 그걸 번복하면 안돼요. 2008년도에 제가 최고위원 되고나서 최고위원들끼리 다 봉하마을에 갔어요. 김민석 최고위원이 옛날 일을 사과하려고 이야기를 꺼냈는데, 노무현 대통령이 뭐라고 이야기했는지 아세요? 그거 나한테 개인적으로 사과할 거 없어요. 정치라고 하는 건 당원들이 선택해서 최고위원이 됐으면 나는 자네랑 이 테이블에 같이 앉는 거예요. 그러면 그것으로 끝이에요. 개인적으로 사과할 일이 아니잖아요. 그 구조 내에서 결정이 되면 우리는 또 만나는 겁니다. 이러는 거예요 이걸 인정을 해줘야 되는 거에요. 인정을 안 하면 현실적으로 정치가 안되요.
제가 개청식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모셔가지고 혹시 삐지셨나요? 그걸 인정해야 되요. 대선에서 우리가 졌거든요. 저는 역으로 우리가 집권할 때 보수정당들에게 요구할겁니다. 내가 당신들한테 인정했던 만큼 인정해라. 그래야 대한민국이 앞으로 갈수 있어요. 이러한 의미로 제가 하는 거라서.....하이튼 그런 마음입니다.
충남도지사로 왕성히 활동하고 계신데, 취임하신지 3년이 다돼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한 일중에 이것만큼은 정말 뿌듯했다. 이것만큼은 단체장들 중에 안희정이 최고라고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충남에서는 민주당이 한 번도 당선된 적이 없고, 민주당이 지구당 위원장도 다 못 채우던 지역이에요. 그리고 전통적으로 충정도가 보수주의 지역이라고 하는데, 그런 지역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가장 사랑한다고 표현해주셨던, 가장 가슴 아프다고 표현해주셨던 제가 당선된 겁니다. 저는 그것이 가장 자랑스럽고요. 두 번째로는 그렇게 당선됐는데 도민들이 저를 너무너무 좋아해주세요.
엊그제 자유총연맹 전국대회를 여기 용봉산에서 했어요. 제가 자유총연맹 회에 가서 “자유총연맹 동지여러분 우리가 개인의 재산권이 국가에 의해서 환수됐을 때 우리는 그 개인의 재산권을 위해 싸웠습니다. 동지들의 싸움의 투쟁은 성공했습니다. 자 그럼 자유총연맹 동지여러분 앞으로는 무엇을 위해 싸우시겠습니까? 국가가 내 기본권과 내 자유의 권리를 뺏어갈 때 그것을 위해서 저항해주세요. 그리고 그 국가가 내 자유의 기본권을 뺏어가게 되지만 지금은 어디가 더 많이 뺏어가죠? 시장의 권력이 더 많이 뺏어갑니다. 그 시장의 권력이 개인의 존엄과 개인의 기본권을 뺏어갈 때 당신들은 싸워야 합니다. 지금부터 당신들이 싸워야 할 것은 시장의 권력입니다” 이렇게 애써 이야기 했는데 내가 너무 박력 있게 이야기 했데요. 그래가지고 아줌마들이 와가지고 사진찍자고 그래가지고...(웃음)
마지막으로 노무현 대통령과 생각나시는 일화가 있다면?
제가 93년도에 정치를 할까 말까, 아니면 이 세상 그만 살까 고민을 할 때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가지고 역사의 진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다가 조정래의 태백산맥이야기를 했어요. 태백산맥에서 어느 젊은 빨치산이 염상진에게 이야기를 해요. 저는 빨치산이 인민을 구하는 위대한 전사인줄 알았는데, 여기 빨치산에 가입해보니 인민들의 무도 뽑아먹고 도둑질도 해서 정말로 실망했다는 이야기를 해요. 염상진은 그렇게 부족한 사람들이 모여서 만드는 사회주의이기 때문에 위대한거야 이렇게 이야기를 해요.
그것도 좀 답이 되는 것 같다 싶으면서도 답이 완전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역사에 그 부족한 인간들이 모여서 무슨 미래가 만들어지냐는 좌절감에 빠져있을 때, 그것만 봐도 답이 아닌 것 같다. 그걸로 내가 위로가 안 된다. 도대체 무슨 희망을 가지고 내가 살아야 되냐 그랬더니 그 이야기를 한거에요. 그 때 이야기는 그 때 원문을 그대로 이야기를 하면, 노무현 왈 “개체로서의 인간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유적 존재(類的 存在)로서의 인류는 진화하더라” 이 얘기에요. 와! 내가 그 얘기를 듣고 거의 계시를 받은 거예요.(웃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