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팩트9뉴스】 오색만남 - 미디어스 한윤형 기자
정운현
이 코너는, 지난 한 주간의 언론보도를 짚어보고
언론계 안팎의 각종 이슈들을 점검하는 월요일 ‘미디어비평’ 입니다.
오늘도 미디어스 한윤형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한윤형
안녕하세요. 미디어스 한윤형 기자입니다.
정운현
주말을 지나서 매주 월요일마다 만나다 보니 유독 한 기자님 코너에 이슈들이 많은 느낌입니다. 오늘은 어떤 소식입니까.
한윤형
오늘도 두 가지인데, 안타깝게도 둘 다 좋은 소식이 아닙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제가 좋은 소식 전해드린 적은 없는 것 같네요. 오늘은 둘 다 웃기에도 뭣한 그런 소식입니다.
정운현
첫 번째는 어떤 소식입니까?
1. 쌍용차관련 언론 보도 극과 극
한윤형
지난주 목요일인 11월 13일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제기한 해고 무효 확인소송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왔는데요. 2심 판결을 뒤집고 해고가 적법했다고 판결했다는 소식입니다.
먼저 간략하게 상황 정리해드리면 2009년 5월 쌍용자동차에서 2646명에 대한 정리해고 계획을 발표하죠. 얼마 전인 2014년 11월 11일이 무려 그 파업 선언한지 2000일 되던 날입니다. 파업은 결국 훗날 그 용산참사를 일으킨 경찰특공대가 투입되어 진압이 되구요. 이후 희망퇴직자가 1900여명, 무급휴직자가 450여명, 그리고 해고자가 200여명 좀 안 되는 숫자로 갈립니다. 이 와중에 쌍용차 문제는 2009년부터 지금까지 25명 해고노동자 및 그 가족들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꾸준한 사회적 관심의 대상이 되어 왔습니다.
무급휴직자들에 대해선 2013년 1월에 회사가 전원 복귀시키겠다고 하여 보도가 나갔고, 그래서 이때 쌍용자동차 문제가 완전히 타결된 것으로 아시는 분들도 많은데요. 사실 무급휴직자는 파업 철회 협약 당시 1년이 지난 이후부터는 유급으로 돌리도록, 그러니까 임금을 주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2013년에 복귀시킨다 해도 3년치 줄 돈을 회사가 안 준 상황이었습니다. 이 문제도 남아 있고, 그와 별개로 해고자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었습니다.
그 해고자들 중 150여명이 회사 측에 정리해고 무효 확인 소송을 진행 중이었습니다. 정리해고의 경우 긴박한 경영위기가 있을 경우, 해고를 회피하기 위한 노력을 최대한 기울인 후, 적절한 구조조정 규모를 산정하여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해고자들은 경영상 위기가 회사가 말하는 것처럼 심각하지 않았고, 회계보고서의 손상차손이 과다 계산되는 등 회계부정의 여지가 있으며, 인력규모도 과다하게 산정됐다고 주장해왔습니다. 1심은 2012년 1월에 해고노동자들이 원고 패소했고, 2심인 2014년 2월에 원고 승소하여 기대가 컸는데요. 3심에선 일반적인 3심보다 갑작스럽게 빨리 판결 일정이 잡히더니 결과적으로 원고 패소 판결이 나왔습니다.
문제는 하필이면 이 판결이 나온 날이 11월 13일, 그러니까 1970년 고 전태일, 열사로 불리게 된 그 노동자가 분신자살한 그 날이라는 것이죠. 44년 동안 한국 사회가 과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갔는지 의구심이 드는 상징적인 사건이라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정운현
대법원 판단에 대해 언론 반응이 굉장히 엇갈렸겠는데요.
한윤형
바로 그렇습니다. 특히 신문들의 경우 정치성향에 따라 정확히 나뉘는 모습을 보입니다. 제가 지난 시간에 중앙일보의 경우 대북문제 등 안보문제에 대해선 다른 보수지에 비해서 상당히 전향적인 모습을 보인다고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대법원 판결에 대한 노동단체와 야권의 반응은 우려스럽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수현 대변인은 “대법원은 해고자들의 간절한 바람을 절망의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는 역사적 평가 앞에 서게 될 것”이라 비판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을 함부로 매도하는 것은 법치주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이다. 다행히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은 지난해 11월 정의당 심상정 의원 등을 만난 자리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큰 틀에서 2014년 말까지 해고근로자 복직 문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회사 측이 판결 결과를 떠나 실직한 근로자들의 고용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주길 기대한다. 해고근로자 측도 대법원 판결까지 나온 만큼 투쟁보다는 회사 측과 대화를 통해 복직 문제 해결을 시도하는 게 바람직하다.
한윤형
하지만 이런 노사문제 사안의 경우 중앙일보도 정확히 보수지의 입장, 어쩌면 가장 보수적인 입장을 취합니다. 판결이 나온 다음날인 14일 주요 언론의 상당수가 사설을 썼습니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대법원 판결에 찬동하면서 2심 판결에 의문을 표합니다. 중앙일보 사설을 보면 이런 식으로 말하죠. <쌍용차 해고자 복직, 투쟁으론 해결 안 된다>란 제목의 사설입니다.
한윤형
동아일보는 더 적극적으로 2심 판결의 문제를 지적하는데요. 아예 사설 제목이 <2심 판결 바로잡은 대법원 “쌍용차 정리해고 적법했다”>가 됩니다. 일부 내용 보시죠.
2심 재판부가 당시의 어려운 경영 상황을 무시하고 “해고가 무효”라고 판결한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판단이었다. 한국은 가뜩이나 정리해고 요건이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엄격해 노동 유연성이 낮은 나라다. 2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더라면 기업 구조조정은 더 어려워지게 될 것이다.
한윤형
가치판단은 다르더라도 사실판단에는 서로 간에 합의하는 바가 있어야 하는데, “한국은 가뜩이나 정리해고 요건이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엄격해 노동 유연성이 낮은 나라”, “2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더라면 기업 구조조정은 더 어려워지게 될 것”이란 말이 참 저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정운현
네, 정말로 그렇군요.
한윤형
진보언론도 아닌 한국일보 사설을 봐도 좀 다른 사정이 쓰여 있어요. 사실 한국일보도 중도언론이라고는 하지만 정치문제가 아닌 경제문제에 있어선 대단히 친기업적인 성향을 보일 때도 있는 그런 언론입니다. 그런 한국일보도 사설을 보면 이렇게 말합니다.
현행 근로기준법에는 긴박한 경영상 필요와 해고 회피 노력 등 원칙만 있을 뿐 구체적 요건이 빠져 있다.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 해고자 선정 기준이나 해고 회피수단 등 세부규정을 두고, 일정 규모 이상의 정리해고는 정부 승인을 받도록 한 것과 대비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이 정리해고 하기 쉬운 나라 2위로 꼽힌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다. 더욱이 해고 이후의 삶을 지탱해 줄 사회안전망도 취약해 ‘해고는 살인’이라는 말까지 자주 나온다. 그러니 정리해고를 둘러싼 노사간의 극한 투쟁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정운현
어느 쪽이 맞는 말일까요?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이어야 할 거 같은데 말입니다.
정말로 극과 극의 인식이네요.
한윤형
한국일보는 이어서 이렇게 말합니다.
이런 악순환을 벗어나려면 당장 근로기준법상의 모호한 기준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해 같은 취지로 근로기준법 개정 권고안을 냈다. 여야도 지난 대선에서 정리해고 요건 강화를 공약했고 관련 개정안이 여러 건 발의됐으나 재계 반발에 밀려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쌍용차 사태에서 드러났듯, 소송은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여야와 정부는 법 개정과 함께 재취업 지원 등 제도적 보호장치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한윤형
그런데 소송이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건 맞는 말이지만, 일말의 해결책도 못 된다는 건 법원의 책임이기도 합니다. 오늘 제가 참여연대 쪽에서 주최한 좌담회에 들렀다 왔는데, 민주노총 금속노조 법률원 김태욱 변호사가 “법리적인 측면에선 대법원이 기존의 정리해고 요건을 완화해서 해석하고 있는 것 자체가 문제인데, 이번 판결에서 특별히 더 나쁘게 나아간 부분은 없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최근 대법원 판례가 자의적으로 정리해고 요건을 완화시켜 왔다는 지적이었습니다.
특히 대법원 판결문에 ‘경영판단’이란 말이 나오는데요. 이 서술은 대법원이 이 문제가 사법심사의 대상이 아니라 생각한단 의미로 사실상 사법부가 판단을 안 하겠다는 뜻과 다름없다고 합니다. 애초 회사 측의 논리가 긴박한 경영위기나 해고대상자 지정 자체가 경영판단의 영역이란 것이었다라고 하는데요. 그렇다면 사법부는 정리해고 요건에 대해서 그저 사용자의 판단대로 방치한다는 얘기 밖에 안 되는 것이죠.
정운현
대법원의 판단에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요.
한윤형
그래서 한겨레와 경향신문 사설을 보면 이제 문제점을 지적하는 부분들이 나옵니다. 일부만 보자면요.
2009년 쌍용차 대량해고가 유효하다는 대법원의 판단에는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 적지 않다. 법률적으로 정리해고가 유효한 것으로 인정받으려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와 함께 회사가 해고를 피하려는 노력을 다했어야 한다. 대법원은 쌍용차가 정리해고에 앞서 부분휴업·임금동결·순환휴직·희망퇴직 등 해고 회피 노력을 다했다며, 정리해고 두 달 뒤 실시한 무급휴직 조처를 해고 전에 하지 않았다고 해서 이런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볼 순 없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해고는 노동자의 생계를 끊는 것이기에 가장 마지막에 최후의 수단으로 고려해야 마땅하다. 정리해고 두 달 뒤 무급휴직을 할 수 있었다면 정리해고 때도 충분히 가능했다고 봐야 한다. 무급휴직이나 일자리 나누기는 고용유지를 전제로 한 것이기도 하다. 그런 시도도 하기 전에 해고의 칼을 휘두른 것이 어떻게 ‘노력을 다한 것’이라는 말인가.
정리해고가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때문이라는 대법원의 판단도 이해하기 어렵다. 대법원은 당시 쌍용차가 유동성 위기에 더해 신차 출시가 어려워지고 기존 차종의 매출이 감소하는 등 구조적 경영위기였다고 봤다. 하지만 당시 쌍용차는 보유 부동산이 3000여억원에 이르는 등 유동성 위기를 극복할 수단도 어느 정도 갖추고 있었다는 게 항소심의 판단이다. 실제로 쌍용차는 정리해고 두 달 뒤 부동산을 담보로 1300억원을 대출받았다. 또 항소심은 당시 쌍용차가 회계보고서의 손실액을 부풀려 재무상황 악화를 과장했다고 봤지만, 대법원은 “회사 쪽 추정이 다소 보수적이라도 합리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정반대 입장을 밝혔다. 법리 적용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법률심인 대법원이 항소심에서 마쳐야 할 사실인정의 문제까지 굳이 손을 댄 것도 의아한데, 그 판단까지 일방적으로 회사 편이었다.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정리해고를 할 만한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이 있었는지, 예상매출수량을 실제보다 낮춰 잡는 등 위기를 부풀렸는지, 사측이 해고 회피 노력을 다했는지 등이다. 대법원은 이 모든 쟁점에서 2심 재판부의 판단을 뒤집었다. 필요인력이나 잉여인력 규모는 ‘경영자의 판단’을 존중해야 하며, 예상매출수량을 ‘다소 보수적’으로 잡았다 해도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2심에선 무급휴직을 우선 시행하지 않은 점을 들어 해고 회피 노력이 불충분했다고 봤지만, 대법원은 부분휴업·임금동결 등을 한 만큼 노력을 다했다고 평가했다. 철저히 회사 측 논리에 기울어진 판단으로,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정리해고란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살인’이나 마찬가지인데, 그 결정을 온전히 사측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건가.
대법원은 사회적 파장이 크거나 주목도가 높은 사건의 경우 전원합의체에 회부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5년여에 걸쳐 큰 파장을 낳은 이번 사건은 전원합의체에 부치는 대신 소부(小部)에 맡겼다. 또한 파기환송 시 그 사유를 법정에서 설명하는 것이 관례임에도 어제 재판부는 “원심 판결을 파기한다”는 주문(主文)만 읽고 추가설명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여러모로 이례적이고 납득하기 어렵다. 이번 판결이 오로지 사실과 증거에 의한 판단인지 의구심이 드는 까닭이다.
2. 파란만장한 MBC노사 간 소송
한윤형
두 번째 소식은 제가 이 코너 첫 출연에서 전한 소식의 연장선상인데요. MBC가 지난달 27일에, 31일 교양제작국 해체를 필두로 한 조직개편, 그리고 직무역량 및 개인 의사에 반하는 전보조치가 중심이 된 인사발령을 단행하지 않았습니까.
이에 대해 MBC가 오히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를 상대로 법정대응을 하기로 했다는 소식입니다. 그러면 이제 MBC 노사가 벌이고 있는 소송이 지역 MBC 관련 소송 제외하고 35건에 달한다고 하는데요. 이 문제를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MBC는 지난 7일 <사실왜곡과 날조, 도대체 누구를 위한 노조인가?> 보도자료를 내어 “회사는 노조가 해사행위를 계속할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강력히 대응할 것임을 경고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앞서 4일에는 “최근 MBC의 조직 개편 및 내부 인사와 관련해 일부 매체들이 비방을 목적으로 근거 없이, 전혀 사실과 다른 허위 내용을 적시하는 사례가 적지 않게 발견됐다”면서 매체들에게도 법적 대응을 예고했죠.
그런데 이런 일은 현 김재철 사장이 온 이후 계속 반복되어 온 일이었단게 문제입니다. MBC가 2012년 공정방송 쟁취 170일 파업을 벌인 이후 줄곧 불공정보도와 부당인사에 대한 노조의 문제제기에 대해 법정 대응을 일삼아 왔습니다.
정운현
소송이 35건이나 된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어떠한 건들이 있습니까.
한윤형
쌍방 소송입니다. MBC는 MBC노조에 형사소송 11건, 민사소송 3개 등 총 14건의 소송을 걸었고요, MBC노조는 MBC에 형사소송 3건, 민사소송 18개 등 21건의 소송을 건 상태입니다. 양쪽 다 파업의 정당성에 대한 싸움이 가장 큽니다. MBC는 법정 다툼을 통해 김재철 사장 퇴진과 공정방송을 요구했던 MBC노조의 170일 장기 파업이 ‘불법’이었다는 점을 확인 받으려고 애썼죠. 반면 MBC노조는 방송사에서 ‘공정방송’이 갖는 의미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중심으로 170일 파업의 정당성을 인정받으려 했습니다. 또한 파업 종료 후, 파업 참가자들에 대한 비제작부서 혹은 교육발령 등 MBC의 보복성 조치가 무효하다는 점을 입증하는 데 주력했다.
MBC가 MBC노조에 제기했던 소송 중 가장 중요했던 것은 2012년 170일 파업 당시 업무방해 건이었습니다. 검찰은 △불법파업에 따른 업무방해 △현관문 봉쇄로 인한 업무방해(로비 미사용) △재물손괴죄(현판·기둥 낙서) △비밀누설(김재철 사장에 대한 법인카드 내역) 등의 이유로 MBC노조 정영하 본부장 외 집행부 4명(강지웅·이용마·장재훈·김민식)을 기소한 바 있는데요.
하지만 국민참여재판으로 이루어졌던 공판에서 서울남부지방법원 제23형사부(부장판사 박정수)는 핵심 쟁점이었던 ‘업무방해’를 비롯한 대부분의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고, 재물손괴죄만 인정해 정영하 전 본부장에게는 100만원, 나머지 집행부 4명에게는 50만원의 벌금을 내라고 판결했습니다. 벌금을 조금 내긴 했습니다만 핵심적인 부분에선 MBC가 패소한 것이죠.
당시 국민참여재판부는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선 “MBC 사측이 노조의 파업을 예측할 수 있었는지 여부가 중요했다”며 “2011년부터 노사 간 대립이 있어왔고, 2012년 1월 10일경 박성호 기자회장을 해고했다. 그 행위로 볼 때, 노조에서 충분히 파업을 할 수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현관문 봉쇄로 인한 업무방해에 대해서도 “출입문 봉쇄는 일종의 ‘점거’로 볼 수 있다”면서도 “해당 행위가 방송사 기본 업무인 제작과 송출 업무를 제약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죠.
그외에도 MBC는 민사소송에서도 졌는데요. 2012년 170일 파업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MBC노조를 상대로 195억원에 달하는 금액이 걸린 소송을 진행했으나 올해 1월 23일 1심에서 패소했습니다. 이 195억 소송의 쟁점은 파업의 정당성 여부, 파업이 부당할 경우 그에 따른 손해배상의 범위, 파업과 소해배상의 인과관계 등 3가지였는데요. 서울남부지법 민사15부(부장판사 유승룡)의 결론은 명쾌했습니다. 2012년 파업은 주체, 목적, 시기, 절차, 수단과 방법 모든 면에 있어서 ‘정당했고’, 파업 위법성의 증명 책임은 소를 제기한 MBC에게 있는데 당시 MBC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파업이 불법이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원고(MBC)는 내부 구성원들의 의견 개진을 위축시켰고 경영자의 가치와 이익에만 부합하는 방송을 제작, 편성하려고 시도했다. 이는 근로조건을 악화시킬 뿐 아니라 방송법 등에 의한 ‘공정방송 의무’와 법질서를 위반한 것”이라며 “노조의 파업은 위법사태 시정하고 공정방송 실현하자는 구체적 조치를 협의하기 위한 요구로서 목적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밝혔죠.
MBC는 그 외에도 파업 중 만든 <제대로 뉴스데스크>의 보도 내용에 대해서도 여러 차례 소송을 걸었습니다만 MBC노조는 이와 관련해 모두 불기소처분을 받았습니다.
정운현
MBC의 소송은 그렇게 되었군요. 그렇다면 MBC노조의 소송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한윤형
MBC노조는 정반대로 소송에서 거듭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13부(부장판사 박인식)은 올해 1월 17일, 파업에 참가한 MBC노조 정영하 전 위원장을 포함한 44명의 조합원들에 대한 사측의 해고 및 징계가 무효하다고 판결했는데요. 이 판결은 △언론사에서 ‘공정방송’은 중요한 근로조건이고 △이러한 근로조건을 쟁취하기 위해 벌인 파업은 정당하며 △파업 참가자들에게 해고·정직 등 징계를 한 MBC는 ‘징계재량권을 넘어섰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당시에도 큰 화제가 되었었습니다.
재판부는 “방송사에게 공정방송 의무는 노사 양측에 요구되는 의무이며, 동시에 근로관계의 기초를 형성하는 근로조건에 해당한다”고 말했는데요. 일반 기업의 근로조건은 임금, 근로시간, 복지 등이지만 언론사의 경우 ‘공정방송’이 주요 근로조건에 포함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죠.
2012년 파업 당시 권재홍 <뉴스데스크> 앵커가 노조의 폭력으로 상해를 입었다는 내용(일명 ‘허리우드 액션’)을 첫 꼭지로 보도한 것이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법원은 MBC노조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MBC노조는 올해 4월 2심에서도 승소했고, 법원은 MBC에 해당 뉴스가 사실이 아니었다는 ‘정정보도’를 하고 손해배상금 2천만원을 내라는 판결을 내렸죠.
그 외에도 사실 MBC가 징계를 할 때마다 노조는 소송을 했고 법원은 대부분 그 징계가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려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징계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것이 현 실정입니다. 이번에도 지난달 31일자로 단행한 MBC 인사. MBC는 한학수, 조능희 등 <PD수첩> 출신 PD 다수를 비제작부서로 보내거나 ‘업무 역량 향상’을 중심으로 한 교육에 참가하도록 한 인사죠. 또 상당수 기자들을 사무실조차 급조된 신사업개발센터로, 일부는 예능국으로, 본인의 직무나 역량과 무관한 곳으로 쫓아낸 인사에 대해, MBC노조는 이를 ‘보복인사’로 판단하고 지난 12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부당전보 등 취소 가처분을 신청했습니다. 조합원 16명에 대한 인사가 ‘부당’하다는 것을 확인 받아 효력을 정지시키기 위한 조치이겠구요. MBC노조는 이후, 부당전보에 대한 본 소송을 준비하겠다는 계획입니다.
하지만 MBC 역시 물러섬이 없죠. MBC는 7일 보도자료를 내어 교양제작국 해체를 골자로 한 조직개편과 부당인사에 문제를 제기하는 노조에 “해사행위를 계속할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언론노동자는 그래도 법원이 편을 들어준다는 점을 다행스럽게 여겨야 할지, 그래봤자 사측은 물러설 생각이 없다는 것에 개탄해야할지, 잘 알 수 없는 복잡한 심경이 듭니다.
정운현
지금까지 미디어스 한윤형 기자였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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