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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기능식품의 불편한 진실
[팩트9뉴스] 오색만남 - 명승권 박사
등록날짜 [ 2014년11월13일 18시44분 ]
팩트TV 보도편집팀



 


【팩트TV - 팩트9뉴스】 오색만남 - 명승권 박사 '건강기능식품의 불편한 진실'

진행 : 정운현 보도국장 겸 앵커
 

정운현 
오색만남, 매주 수요일은 건강과 의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가정의학과 전문의 명승권 박사가 나왔습니다. 어서 오세요.
 
명승권 
오늘은 지난 시간에 예고한대로 건강식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유난히 건강식품에 대해서는 ~가 좋다더라 하는 설이 많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특별히 이야기를 중간에 오엑스 퀴즈를 풀어보면서 차근차근 설명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문제를 내면 듣고 O 인지 X인지 맞추시면 됩니다. 팩트나인 시청자 여러분께서도 함께 풀어보시길 바랍니다.
 
정운현    
저도 건강에 관심이 많습니다. 매일 챙겨먹는 영양제나 비타민들도 있고요. 다 맞출 자신이 있는데요. 사실 담배를 끊고 적당히 술을 마시고 적게 먹고 운동으로 표준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것은 상식이잖아요. 과일과 채소를 골고루 섭취하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도 다 알지만 돈도 들고, 챙겨 먹을 시간적 여유도 없어서 다 못 챙겨 먹는 일이 많습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건강기능식품이 아닐까 하는데요. 일단 간편하거든요.
 
명승권 
맞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인삼, 홍삼, 비타민, 오메가-3, 유산균, 글루코사민, 프로폴리스, 스쿠알렌 같은 각종 건강기능식품이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건강기능식품이란 이름에서 풍기듯 건강에 도움이 되는 기능을 갖고 있는데 약이 아닌 식품이라 부작용도 없을 것 같은 느낌이죠. 알약이나 캡슐로 되어 있어서 간편하게 복용할 수 있고 휴대성도 좋아서 끌리지 않을 수 없죠.
 
정운현
우리나라는 건강에 좋다 하면 순식간에 국민식품으로 유행을 합니다. 오죽하면 한 때 우스개소리로 바퀴벌레가 어디에 좋다 하면 우리나라의 바퀴벌레 씨가 마르겠다는 말이 있겠습니까. 건강 기능식품이 다른 나라에서는 어떻습니까?
 
명승권
다른 나라에서 펑셔널푸드(functional food, 기능성 식품), 뉴트라슈티컬(nutraceutical)로 불리고 있는 건강기능식품이 나타나게 된 배경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 전에 여기서 문제 하나 드릴게요.
Q1. 음식은 질병을 예방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명승권  
1950년대 이후 집단을 대상으로 질병의 원인을 밝히는 연구방법이 발전하면서 음식이 질병을 예방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수십년동안 전 세계적으로 발표된 사람을 대상으로 관찰한 역학연구들의 결과를 종합해 보면 과일과 채소를 골고루 많이 먹는 사람들은 적게 먹는 사람들보다 암이나 심혈관질환 발생이 적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 이유는 과일과 채소에 들어 있는 각종 비타민, 항산화물질, 기타 영양물질 때문인 것으로 해석하고 있죠. 그래서 수 십년 전부터 과일과 채소 등으로부터 천연 비타민, 항산화물질 등을 추출하거나 이들 영양물질과 화학적 구조가 같도록 합성해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바로 건강기능식품인 것입니다. 이러한 건강기능식품은 과일과 채소 등 음식에 들어 있는 천연영양물질과 화학적 구조가 같은 동일한 물질이기 때문에 같은 의학적 효능을 가질 것이라는 기본적인 전제에서 출발합니다.

Q2. 건강기능식품 성분과 음식의 영양소는 우리 몸에서 똑같이 작용한다?
 
명승권
건강기능식품이 실제로 건강에 도움이 되고 안전한지 확인을 하기 위해서는 실험실 연구나 동물실험 뿐 만 아니라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통해서 입증이 되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사람이 아닌 실험실 연구나 동물실험에서 특정 건강기능식품이나 의약품이 효능이 있어도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했을 때 효능이 나타나지 않거나 효능이 있더라도 부작용 등 안전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죠.
 
정운현
그렇다면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정식으로 인정받은 표시가 붙어서 유통되는 건강기능식품들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통과한 게 아닙니까?
 
명승권
미리 결론을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임상시험을 통해서 얼마나 입증이 되었는지는 잠시 후에 말씀드리고 먼저 근본적으로 현재 우리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는 건강기능식품 제도는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정의부터 시작해 그 내용 자체가 비과학적이고 비의학적이며 근거가 부족하는 것이 큰 문제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2년 8월에 공포된 ‘건강기능식품에관한법률’에 따라 2004년 1월 31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었습니다. 이 법률과 식품의약품안전처 건강기능식품 홈페이지에서 설명하고 있는 건강기능식품은 ‘기능성을 가진 원료로 제조한 식품으로 ‘건강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는’ 식품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기능성의 개념을 이야기하면서 “건강기능식품’의 기능성은 의약품과 같이 질병의 직접적인 치료나 예방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인체의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하거나 생리기능 활성화를 통하여 건강을 유지하고 개선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영양소기능’, ‘질병발생 위험감소 기능’ 및 ‘생리활성 기능’이 있습니다.” 
즉, 건강기능식품은 의약품이 아니기 때문에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고 확실히 구분하면서, 기능유지와 생리기능 활성화를 통해 ‘건강을 유지하고 개선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말이 안 된다는 것입니다. 도대체 어떻게 질병 예방이나 치료 없이 ‘건강을 유지하고 개선’할 수 있겠습니까? 즉, 건강을 유지하고 개선한다는 것은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한다는 것과 별개의 문제로 구분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질병의 예방과 치료를 통해 달성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정운현
그러니까, 건강기능식품의 개념과 정의 자체가 비과학적이고 모순이 된다는 것이군요. 
그런데 제가 알기로는 건강기능식품 내에서도 식품마다 임상시험을 통해 기능이 입증된 정도 따라 등급을 매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표-기능성 원료의 기능성 인정등급
 
명승권
네 맞습니다. 그런데 건강기능식품의 기능성등급 자체가 문제가 있습니다. 기능성에 대한 연구 근거자료의 정도에 따라 질병발생 위험 감소기능, 생리활성기능 1등급(OO에 도움을 줌), 생리활성 기능 2등급(OO에 도움을 줄 수 있음), 생리활성 기능 3등급(OO에 도움을 줄 수 있으나 관련 인체적용시험이 미흡함)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표에 보듯이 4가지 기능성 중 가장 높은 ‘질병발생위험감소기능’에 해당하는 건강기능식품은 전체 200여 종 이상의 건강기능식품 중에서 현재 골다공증 발생 위험 감소에 도움을 준다는 칼슘과 비타민, 충치발생위험감소에 도움을 준다는 자일리톨 등 총 3종 뿐입니다. 이 보다 아래 단계인 생리활성기능 1등급은 총 7종이 있으며 나머지 대부분에 해당하는 220여종은 생리활성 기능 2등급과 3등급으로 분류되고 있는데 특히 3등급은 인체적용시험이 미흡, 즉 임상시험을 통한 근거가 빈약하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 기능이나 효능에 대해 실험실연구나 동물실험은 있어도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미흡하다는 것이죠.

Q3. 칼슘과 비타민D 보충제는 골다공증 발생위험 감소에 도움이 된다?
 
명승권
음식이나 햇볕을 통하지 않고 칼슘이나 비타민D 보충제를 복용하는 경우 뼈 건강에 도움이 된다거나 골다공증 발생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근거는 여전히 부족합니다. 실제, 2013년 2월 미국의 질병예방서비스특별위원회(USPSTF)에서는 수십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발표된 실험실연구, 동물실험연구 뿐 만 아니라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결과를 종합하고 검토한 결과 골절을 예방할 목적으로 칼슘과 비타민제를 권고하거나 권고를 반대할 근거가 불충분하다고 결론을 지었으며 일정 용량 이하(칼슘은 하루에 1000mg 이하, 비타민D는 하루에 400단위 이하)에서는 효능이 없음이 입증이 되었기 때문에 권하지 않는다는 권고안을 새롭게 제정했습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사실은 2010년에 영국의학저널(BMJ)에 7편의 임상시험을 종합한 결과 칼슘보충제는 오히려 심근경색증의 위험성을 높인다는 논문이 발표되었습니다. 덧붙여 2013년에는 미국에서 38만명을 대상으로 12년 동안, 스웨덴에서는 6만여명을 대상으로 19년 동안 관찰한 결과 칼슘보충제를 복용한 사람은 그렇지 않는 사람에 비해 심혈관질환과 사망률이 오히려 높았음이 보고되었죠.
 
▶표-2011년 건강기능식품 품목별 생산액
 
정운현
건강기능식품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식약처에서 보고한 2011년도 건강기능식품 품목별 생산액을 보면 한 해 총 1조 3천억원이 생산되는데 이 중 53%에 해당하는 7,191억을 차지해 1위를 차지한 건강기능식품이 홍삼이네요. 홍삼은 면역력도 높이고 여러 가지로 건강에 좋은 것 아닙니까?
 
명승권
안타깝게도 홍삼은 실험실연구나 동물실험연구는 좀 있어도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은 별로 많지 않아 홍삼을 먹는다고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이야기할 수가 없습니다.
 
정운현
2위인 비타민제는 어떤가요? 저도 종종 비타민C 먹고 있는데요.
 
▶표-2012년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국민건강영양조사
 
명승권
2012년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음식을 통해 비타민A, B1(티아민), B2(리보플라빈), B3(나이아신), C가 권장섭취량 100%를 넘어 대부분 오히려 40%까지 높다고 나왔습니다. 그런데, 2007년 미국의학협회지에는 비타민과 항산화보충제의 경우 47편의 임상시험을 종합한 결과 오히려 사망률을 5% 높인다는 메타분석(여러 연구를 종합하는 통계분석) 논문이 발표되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제가 발표한 논문으로, 2010년에는 22편의 임상시험을 종합한 결과 암의 예방이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메타분석이, 2013년에는 50편의 임상시험을 종합한 결과 심혈관질환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메타분석이 저명한 국제학술지에 실렸죠. 올해 2월에는 미국 질병예방서비스특별위원회(USPSTF)에서 전 세계적으로 발표된 모든 임상시험을 종합한 결과, 개별 비타민제나 종합비타민제는 암이나 심혈관질환 예방에 근거가 불충분하다고 결론을 내렸는데 특기할 만 한 사실은 베타카로틴은 폐암발생위험을 오히려 높이고 비타민E는 효능이 없기 때문에 복용하지 말 것을 권고안으로 만들었습니다. 이외에도 비타민제가 감기나 피로회복 혹은 피부미용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 역시 아직까지 입증된 바 없습니다.
 
정운현
비타민의 반란이군요. 저도 감기 기운이 들 때는 사전에 예방한다고 비타민C가 많은 오렌지 쥬스나 생강차를 마셨는데요.

Q4. 관절염에는 글루코사민이 좋다?
 
명승권
글루코사민이나 콘드로이틴의 경우에는 2009년과 2011년 두 차례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서 기존의 발표된 임상시험을 종합한 연구보고서를 통해 해당 제품의 제조회사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아 시행한 연구나 질적이 낮은 연구들에서만 관절 통증감소 등 효과가 관찰이 되었기 때문에 데이터분석이나 결론에 이해관계가 개입이 되었거나 질적수준이 낮아 효능이 있다고 보기 힘들다고 결론을 내렸고, 2012년부터는 건강보험급여 목록에서 제외가 되었습니다. 역시 효능에 대한 임상적 근거가 없습니다.
 
정운현
오메가-3나 폴리코사놀은 어떤가요?
 
명승권
오메가-3 지방산보충제의 경우에는 혈관을 확장해주고 중성지방 떨어뜨려 심혈관질환 예방해준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습니다만, 2012년에 14편의 임상시험을 종합한 결과 심혈관질환의 과거력이 있는 사람에서 2차적인 심혈관질환 예방의 목적으로 효능이 없음이 밝혀졌습니다. 폴리코사놀의 경우 콜레스테롤 개선에 있어 생리활성기능 1등급으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폴리코사놀의 효능에 대한 임상시험은 대부분 폴리코사의 원료가 되는 사탕수수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쿠바에서 시행된 연구로 쿠바 이외에서 시행된 임상시험에서는 효능이 없다는 결과도 있어 아직까지 그 기능성이나 효능에 의문이 듭니다.
 
정운현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사실과는 너무 달라서 놀랍습니다. 건강기능식품의 민낯을 보는 느낌인데요. 끝으로 오늘 건강기능식품에 대해 정리해주시죠.
 
명승권
결론적으로 건강기능식품보다 맛있는 밥이다!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현재 건강기능식품은 그 정의와 내용부터 비과학적이고 비의학입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건강기능식품들은 효능과 안전성이 임상적으로 입증이 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비타민제나 칼슘보충제는 우리 몸에 해로울 수도 있다는 임상시험 결과도 있습니다. 많은 건강기능식품들이 충분한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유통이 되는데요. 
1957년 독일 그뤼넨탈 제약회사에서 개발한 탈리도마이드라는 진정제는 1962년 중반까지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럽, 미국 등에서 임신 3개월 미만의 초기 임산부의 입덧을 가라앉히는데 효과가 있어 개원가에서 처방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40여개 국에서 1만명 이상의 팔다리가 짧은 해표상기형아가 태어나 판매가 중지되었죠. 
의약품 뿐 만 아니라 기능성 원료제품 역시 단기적인 효능에만 관심을 둘 것이 아니라 반복적인 대규모의 질적 수준이 높은 임상시험을 통해서 안정성까지 입증이 된 후 시판해야 합니다. 정부와 식약처는 건강기능식품제도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최신 임상시험결과와 이를 종합한 체계적 문헌고찰과 메타분석 논문을 검토해 그 효능(기능성)과 안전성을 근거중심의학에 기반해 재평가해야 합니다. 평가에 따라 건강기능식품이라는 용어와 제도를 폐지하고 건강기능식품에 해당하는 기능성원료는 의약품 내 뉴트라슈티컬이라는 새로운 항목을 만들 것을 고려해야 합니다.
팩트나인 시청자 분들은 건강을 위해 효능이 입증되지 않은 건강기능식품에 시간과 돈을 낭비하지 마시고, 올바른 생활습관을 통해 건강을 유지하시기 바랍니다. 금연, 절주, 표준체중, 규칙적인 운동, 과일과 채소 골고루 먹기, 간식 끊거나 줄이기, 싱겁게 먹기, 붉은 색 고기 적당히(일주일에 500g 미만), 싱겁게 먹기 등 이미 의학적으로 건강에 좋다고 입증된, 실천하기 어렵지만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것이 건강을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정운현 
지금까지 가정의학과 전문의 명승권 박사였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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