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 집중기획-부실투성이 ‘숭례문’ 국보1호 이대로 좋은가
진행 : 정운현 보도국장 겸 앵커
정운현
우리나라 ‘국보 1호’는 서울 중구 남대문로 4가에 있는 ‘숭례문’입니다. 한양 도성의 남쪽 문이자 정문 역할을 했던 것으로 1396년에 만들어졌습니다. 한때는 일제가 붙인 ‘남대문’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숭례문’이 ‘국보 1호’의 상징성을 갖고 있는지 냉철하게 따져봐야 합니다. 2008년 방화로 숭례문은 절반 넘게 소실됐습니다. 게다가 복구공사마저 부실로 드러났습니다. 이런 숭례문에 언제까지 우리 국민의 자존심을 상징하는 ‘국보 1호’ 지위를 부여해야 할까요? 우리에겐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자랑스러운 유산이 많이 있습니다. 그중 한글은 세계에서도 가장 뛰어난 언어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더 이상 우리 문화재의 얼굴인 국보1호의 교체를 지체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늘 <팩트나인> 집중기획에서는 ‘국보 1호’인 숭례문을 재조명해 봤습니다.
정락인 부장과 함께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먼저 숭례문이 ‘국보 1호’로 지정된 배경에, 일본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데요. 그건 무슨 말입니까?
정락인
내막을 알려면 임진왜란 당시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토요토미 히데요시는 조선을 침략한 후 파죽지세로 한양까지 올라왔습니다. 당시 히데요시의 가신인 가토 키요마사는 숭례문을 통해 한양에 입성했다고 합니다. 일제 강점기인 1904년 9월경 조선군사령관으로 근무한 하세가와 요시미치는 교통 장애를 이유로 남대문을 헐어버리려고 했습니다. 그나마 한성신보 사장 겸 일본인 거류민 단장이었던 나카이 기타로가 만류해서 보존된 것이라고 합니다.
그 후 숭례문은 1934년 조선총독부에 의해 ‘조선고적 1호’로 지정됐고, 해방 후 국보1호로 명칭이 바뀌었습니다. 굳이 임진왜란까지 거슬러가지 않더라도, 숭례문은 ‘국보 1호’의 대표성과 상징성을 잃었다고 봐야 합니다.
정운현
그런 사연이 있었군요. 지금의 ‘국보 1호’라는 지위도 일본이 지정한 것을 그대로 답습해 온 것이라는 말이네요.
정락인
그렇습니다.
정운현
숭례문이 2008년에 방화로 불탔습니다. 화재 후 부실 복원 논란이 있었지 않습니까?
정락인
네 그렇습니다. 숭례문은 2008년 방화로 전소된 후 5년만인 지난해 5월 우여곡절 끝에 복원됐지만, 복구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문화재청은 완벽하게 복구했다고 자랑까지 했으나, 불과 다섯 달 만에 단청이 벗겨지고, 나무에 균열이 생기면서 ‘부실복구’ 논란이 시작됐습니다. 급기야 감사원이 숭례문의 부실시공 문제를 지적하면서 단청과 기와 등에 대해 재시공하라는 감사결과는 내놓았습니다. 복원된 숭례문을 공개하기 전, 문화재청이 발표한 영상과 숭례문의 ‘부실 공사’에 대한 보도를 화면으로 보시죠.
▶ VCR. 문화재청 복구계획과 부실 논란 방송 보도
정운현
결과적으로 문화재청이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한 셈이군요. 숭례문 복원공사를 총지휘한 신응수 대목장이 숭례문 기둥에 쓸 금강송을 빼돌렸고, 기와 역시 전통기법으로 시공하지 않았다고 하지 않았나요?
정락인
그렇습니다. 신응수 대목장은 광화문 복원용으로 공급받은 금강송 4주를 용도대로 사용하지 않고 목재창고에 보관해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돈을 주고 문화재수리기술자 자격증을 대여받기도 했습니다. 문화재청은 신씨의 대목장 자격을 박탈하고, 중요무형문화재 자격을 해제와 환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핵심 책임자부터 이 지경이니, 숭례문 복원과정에서 총체적인 부실이 드러난 셈입니다.
정운현
숭례문을 ‘국보 1호’에서 해지하자는 논란이 이번에 처음 있는 일인가요?
정락인
역대 정권에서도 끊임없이 해지 논란이 있었는데요. 김영삼 정권 때 ‘일제 지정 문화제 재평가 위원회’가 역사 바로세우기 차원에서 국보1호 교체를 심각하게 검토했었습니다. 참여정부 때인 2005년에는 감사원에서 문화재청에 국보1호 교체를 권고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문화재위원회에서 교체 반대의견을 표명하면서 무산됐습니다. 2008년 이명박 정부 때는 문화재청이 ‘국보와 보물에 한해 일련번호를 없애는 방향으로 문화재 등급, 분류체계 개선’을 추진했지만 화재 때문에 더 이상 진전이 없었습니다.
정운현
현 문화재청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정락인
올 3월 나선화 문화재청장이 서울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국보 1호가 국보 1위를 뜻하는 것은 아니며, 따라서 숭례문이 ‘1호’ 지위를 유지해야 할지에 대한 국민적 공론화 작업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정운현
문화재청장도 지금의 숭례문이 ‘국보1호’ 지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셈이군요. 그렇다면 숭례문을 ‘국보 1호’에서 해지한다면 대안은 무엇입니까?
정락인
우리 민족의 위대한 창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는 국보 70호 ‘훈민정음’입니다.
정운현
‘국보1호’를 교체하고, 그 대안이 ‘훈민정음’이라면 전 국민의 공감을 얻을 것도 같은데요.
시민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정락인
시민들의 인터뷰 내용을 직접 들어보시죠.
▶ 국보1호를 훈민정음으로 교체하는 것에 대한 시민 반응
정운현
한글학회의 반응도 궁금합니다.
정락인
김종택 한글학회장의 말을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 김종택 한글학회장과의 전화 인터뷰
정운현
내일 광화문에서 ‘국보 1호’인 숭례문을 ‘훈민정음’으로 교체하기 위한 ‘10만인 서명운동’이 시작된다고 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입니까?
정락인
네, 해외가 약탈한 우리 문화재 환수에 열정을 쏟아온 혜문스님이 우리문화재지킴와 연대하여 서명운동을 전개한다고 합니다. 자세한 것은 잠시 후 집중 인터뷰 시간에 출연하는 혜문스님께 물어보면 될 것 같습니다.
정운현
문화재를 지정하는 것은 선조의 유산을 보존하면서 국민에게 문화적 자부심을 심어주자는 뜻입니다. 국민의 자존심을 깎아먹는 유산이라면 국가가 굳이 문화재로 지정해 관리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럴 때는 체면을 생각하지 말고 과감하게 바꿔야 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껍데기만 남은 숭례문을 ‘국보 1호’로 그대로 놔둘 것입니까? 아니면 우리민족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훈민정음’으로 바꿀 것입니까? 우리는 지금 그 기로에 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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