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 ‘탁’ 식탁을 치는 소리와 함께 소주잔이 날랐다. 소주병이 넘어졌다.
“다시 내 앞에서 육사 소리하면 가만 안 둬”
80을 바라보는 친구다. 별을 두 개나 달고 예편한 동창. 사관학교 합격을 그렇게 좋아하던 친구. 월남전에 중대장으로 참전했던 육사 16기. 어느새 그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1965년 10월 4일 훈련 중 사병의 잘못 던진 수류탄을 몸으로 덮어 부하들을 살린 육사 16기 강재구 대위. 육사에는 그의 동상이 서 있다. 육사 소리하면 가만 안 둔다는 친구가 바로 강재구와 동기생이다. 그가 지금 술상을 엎으면서 눈물짓는다.
육군장으로 치러진 고 강재구 소령의 장례 모습(사진출처 - (사)한국국제연합봉사단 홍보영상 캡처)
관창은 17세 화랑이었다. 황산벌 싸움에서 계백 장군에게 포로가 됐으나 계백이 어린 관창을 살려준다. 관창은 다시 나가 싸우다 목이 잘려 돌아온다. 관창의 나이 17살. 관창은 살 수 있었으나 죽었다. 신라군은 승리했다. 그 죽음의 의미를 모르는 자 손들어 보라. 똥별들도 손들어 보라.
문득, 화랑 관창과 강재구가 오늘에 살아 군사 지도자가 됐다면 전시작전권은 어떻게 됐을까. 경제력 세계 15위, 군사력 세계 7위, 국방비 북한의 30배, 막강 대한민국 국군, 얼마나 자랑스러운가. GOP 초소를 지키는 우리 자식들이 있어 우리는 지금 발 뻗고 잠을 잔다. 맞는가.
계백의 항복권유를 거부한 관창과 수류탄에 몸을 던진 강재구를 생각하면서 문득 전시작전권을 포기한 대한민국 별들을 생각한다. 하나밖에 없는 목숨이다. 언제인가는 죽을 목숨이지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목숨이다. 똥통에 거꾸로 매달려서라도 살고 싶다는 목숨이다.
관창도 강재구도 목숨을 잃었다. 아니 버렸다. 왜 천금같이 귀한 목숨을 버렸는가. 버려야 했기 때문에 버렸다. 던져야 할 자리이기에 버렸다. 그것이 군인이다. 관창도 강재구도 자신이 선택한 길이다. 똥별들도 군인의 길을 택했다. 그것은 언제든지 조국과 민족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버린다는 자신과의 약속이며 국민과의 약속이다.
“적과 싸워서 이기는 길은 비단 병력의 수, 장비의 우열에만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전승의 요체는 군의 정신 전력에 있다. 즉, 엄정한 군기, 왕성한 사기, 그리고 필승의 신념에 있다.”
“우리의 국방을 남에게 의존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우리 땅과 우리의 조국은 우리가 지켜야 하고, 우리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개척해 나가야 한다.”
1974년 3월 29일, 박정희 대통령이 육사 제30기와 1977년 3월 29일 제33기 졸업식에서 한 연설의 일부다. 현 국방부 장관 한민구가 31기 생도였고 청와대 안보실장 김관진도 귀에 더께가 앉을 정도로 들은 자주국방 얘기다. 그런 별들이 자주국방을 팽개쳤다. 더구나 오늘의 대통령은 박정희 대통령의 딸이다. 이래서 세상은 희극인가 비극인가.
요즘 똥별이란 말을 모르면 ‘빨갱이’다. 똥별들이 말한다. “한국군이 아직 북한의 위협에 주도적으로 초동대응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땅을 칠 노릇이다. 북한보다 국방비는 30배, 최첨단 무기로 무장한 우리의 국군이 자신을 스스로 허약한 군대로 자임한다면 그들은 군대에 있을 필요가 없다. 적으로부터 나라를 지킬 힘도 없는 그들을 왜 국민이 먹여 살리는가.
총기 난사, 병영 내 가혹행위, 사단장까지 등장하는 성추행, 방위산업의 비리 등등이 꼬리를 무는 오늘의 군대에서 엄정한 군기와 왕성한 사기, 필승의 신념을 어디서 찾을 수 있단 말인가. 솔직히 대한민국 군대를 믿는 국민이 몇이나 되는가.
정신이 온전히 박힌 군 수뇌부라면 부끄럽고 창피해서 얼굴을 못 드는 것이 정상일 텐데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한다는 소리는 ‘북한의 위협이 진화’하는 상황에서 전작권 전환은 ‘시기’가 아니라 한국군의 대응 능력 등 ‘조건’이 중요하다. 단연코 부끄러움을 모르는 군에게 그 ‘조건’이 충족되는 날이 언제냐?‘ 하고 물으면 뭐라고 답을 할 것인가. 꿀 먹은 벙어리가 될 것이다.
내가 목숨 걸고 지켜야 할 조국의 운명을 남의 나라에게 떠넘긴 한심한 군대. 이런 군대를 믿고 자신의 생명을 맡겨야 하는 불쌍한 국민. 부끄러움을 모르면 어찌 사람이라고 할 수 있으며 명예를 생명으로 하는 군인이라고 할 수가 있는가. 인정해 달라고 애원을 해도 국민이 외면한다.
■ ‘관창’과 ‘강재구’가 있었다면
김관진이 합참의장 재직 시절, 그는 전작권 전환을 위한 서명 당사자였다. 이번에 자기 손으로 파기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 시절, 전작권 전환을 전제로 군의 상부 지휘구조 개편의 국방개혁을 지상과제로 내걸었을 뿐이 아니라 국방개혁에 “혼을 걸겠다”고 했다. 영혼이 실종됐다. 어디로 갔는가.
국방장관 시절 김관진의 구호는 ‘싸우면 이기는 강군’이었다. 지금은 어떤가. ‘싸우기 겁내는 군대’ 아닌가. 자신의 손으로 서명한 전작권 환수 계획을 스스로 포기했다면 당연히 물러나는 것이 인간의 염치다. 김관진이 명예를 생명처럼 여기는 육사 출신의 장군인가. 맞는가. 경례 받을 자격 있는가.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이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워싱턴DC 펜타곤에서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갖고 전시작전권 연기 등의 내용에 합의했다. (사진제공 - 국방부)
국민들은 당나라 군대란 말에 익숙하다. 장개석 군대라는 말에도 익숙하다. ‘월남 군대냐’고도 한다. 그 말의 의미를 알 것이다. 모른다고는 차마 말을 못할 것이다.
수십 년 군복을 입은 신현돈 1군 사령관이 말 한마디로 옷을 벗었다. 역시 사관학교 출신이다. 이유인즉 술을 마시고 추태를 부렸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별 네 개가 떨어진 것이다. 한데 이런 대경실색할 일이 있는가. 추태를 부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본인이 문제를 제기했다. 국방부는 허겁지겁 추태가 없었다고 했다. 그러다가 다시 추태가 있었다고 한다. 도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하는가. 이게 군대인가. 이 나라 전방을 방어하는 총책임을 지는 1군 사령관이 옷을 벗은 이유를 국민은 알지 못한다. 믿지를 못한다. 국방장관 한민구가 무슨 말을 해도 헛소리로 듣는다.
애기봉 등탑이 철거됐다. 군은 해병2사단에서 자체판단으로 보고도 없이 독단적으로 철거했다고 책임 전가를 했다. 그러나 웬걸. 2사단에서는 상부에 보고했다고 했다. 왜 오락 가락인가. 진짜가 없다. 진짜 얼굴을 보여다오. 도대체 이 일을 어쩐단 말인가. 한민구가 술에 취해 추태를 부리고 있는가. 비몽사몽인가. 제발 꿈 좀 깨라.
■ 댓글 사령관 똥별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댓글을 총지휘한 옥도경, 연재욱은 별이다. 그들은 하루에 두 번씩 선거 관련 댓글 작전회의까지 했다고 한다. 정치인이냐 군인이냐. 이 정도면 똥별 소리 백번 들어도 할 말이 없다. ‘군이 정치에 관여할 수 있다’는 것을 사관학교 생도 시절에 배웠는가. 혹시 군의 명예를 추락시킬 경우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한다는 것은 배우지 못했는가. 목숨을 버리라는 교육은 못 배웠는가.
신라의 사관생도 격인 화랑 관창은 항복을 거부하고 목이 잘렸다. 강재구(당시 대위, 육사16기)는 수류탄 투척 훈련 중 부하 사병이 수류탄을 잘못 던졌다. 강재구는 자기 몸으로 수류탄을 덮쳤다. 강재구가 잘못 던지라고 한 것도 아니다. 피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건 강재구가 선택할 길이 아니었고 사관학교에서 배운 명예도 아니었다. 국정감사장에서 눈이 부시게 빛나는 별들이 보였다. 저 중에 화랑 관창은 누구며 강재구는 누군가. 어디에 앉아 있는가.
육사 교정에 서 있는 강재구 동상은 낮이나 밤이나 자랑스러운 후배들의 모습을 보고 있을 것이다. 김관진, 한민구, 신현돈, 옥도경, 연재욱도 4년 동안 매일같이 강재구의 동상을 바라보며 명예를 다졌을 것이다.
수십 조 원의 국민 세금이 미국의 무기제조업자 주머니에 들어간다. 전쟁이 나면 우리는 총 한 방 마음대로 쏘지 못하고 미군 얼굴만 쳐다본다. 이게 바로 우리 군대의 모습이다. 똥별들의 군대다.
이 땅에 진정한 무인이 있는가. 권력의 바람이 부는 대로 정치 바람이 부는 대로 흔들리는 갈대가 있을 뿐이다. 강재구 소령의 질타가 들리지 않는가.
‘똥별들아. 우리는 그렇게 배우지 않았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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