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교안의 ‘원세훈 일병’ 구하기 -
국민의 눈은 시퍼렇게 살아있다
이기명 팩트TV논설고문
‘라이언 일병’ 구하기란 영화가 있다. 2차 세계대전 중 3명의 아들을 전쟁에서 잃은 부모에게 전쟁터에 있는 마지막 남은 아들 ‘라이언 일병’을 반드시 부모에게 살려 돌려보내라는 정부 명령과 관련된 영화다.
장황한 설명이 필요 없이 많은 감동을 준 영화다. 어느 자식 치고 부모에게 귀하지 않은 자식은 없다. 2차 대전에 참전한 수많은 미군 중 부모의 귀한 자식이 아닌 군인은 없지만 3명의 아들을 나라에 바친 라이언 일병의 부모는 더욱 슬픔이 컸을 것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라이언 일병’을 구해야 한다는 것은 구출과정에서 생길 많은 미군들의 희생을 간과한 명령일까.
영화를 본 많은 미국들 중에 이 따위 영화가 있느냐고 비난한 국민은 없고 영화는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았다. 이 영화에서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 대사 한 마디는 다음과 같다. 라이언 일병이 귀국하라는 명령을 거부하면서 하는 말이다.
“저 혼자 떠날순 없습니다.. 저기 저 동료도 저와 같이 힘들어 하고있는데 어떻게 내가...”
‘라이언 일병’의 말에서 우리는 조국의 소중함과 전우애를 감동으로 느낀다. 아들 3형제를 조국에 바친 부모에게 마지막 남은 아들을 돌려주려는 미국 정부의 배려에서 바로 미국 국민을 하나로 단결시키는 진정성을 볼 수 있다. 국가와 국민의 혼연일체가 가져오는 힘이 오늘의 미국의 힘이 아닐까.
독재자 히틀러의 세계정복 야욕은 죄 없는 수백만의 귀한 독일장병을 전쟁터에서 죽게 했다. 스스로 자살을 함으로서 추악한 인생을 마감한 히틀러의 만행은 지금도 독일국민들에게 부끄러움으로 남아 있다. 인간의 양심이다.
“폴란드만큼 유태인이 고통받은 곳은 없다. 유태계 폴란드인에 대한 말살 책동은 누구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살기에 휩싸여 있었다.”
빌리 브란트의 말이다. 그는 1970년 서독수상으로서 유태인 학살 기념비 앞에 섰다. 화환을 바치고 잠시 고개를 숙였던 브란트가 몇 발자욱 뒤로 물러섰다. 순간 그는 기념비 앞에 무릎을 꺾었다. 서독수상이 사죄의 무릎을 꿇은 것이다.
독일의 현대사는 상처로 얼룩져 있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무릎을 꿇도록 했을 것이다.
“나는 그때 히틀러에게 살해된 수백만 명의 죄 없는 사람들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빌리 브란트의 고백이다.
### 용서받는 것은 진정으로 사죄하는 것이다.
5.18 민주항쟁이 적군과의 전투가 아니라는 것은 세상이 다 안다. 가장 더러운 학살이라는 이름의 전쟁이었다. 5월의 광주는 피투성이였다. 가해자는 적군이 아니었다.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맨 손의 시민이었고 그들이 받은 것은 죽음이었다.
세상이 온통 뒤틀려 버렸다. 꼿꼿이 올라가던 나무가 휘어 버렸다. 나무는 언제나 제대로 된 모습으로 자랄 것인가. 나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열망이 안타깝다.
5.18과 12.12의 책임을 물어 사형이 언도되고 무기징역이 확정됐던 전두환은 행복하다. 통장에 29원을 자랑하는 전두환은 추징금 2205억 중 532억만 납부하고 7억짜리 경호속에 골프를 즐긴다. 시효가 얼마 남지 않았단다. 시효연장을 위한 법안은 여당의 반대로 난망이다. 전두환 구하기인가.
원세훈의 구속영장 청구를 놓고 채동욱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찰과 황교안 법무장관이 맞서고 있다는 세간의 여론이다. 검찰수뇌부와 황교안 법무장관의 입장이 계속 맞서고 있다. 검찰이 공직선거법을 적용해 원세훈을 기소할 수 있는 시한은 오는 19일이다.
원세훈이 ‘라이언 일병’이 되었는가. 원세훈에 대한 기소가 지지부진하면서 국민들 사이에서는 기막힌 소문이 떠돈다. 바로 ‘원세훈 일병 구하기’라는 괴소문이다.
검찰이 작심을 하고 검찰의 갈길을 가겠다는데 느닷없이 길을 가로막는 ‘원세훈 일병 구하기’. 과연 ‘원세훈 일병 구하기‘에는 누가 발을 벗고 나섰는가. 국민들은 박근혜 정부라고 생각하고 황교안이 바로 ‘라이언 일병’을 구하는 중대장 ‘톰행크스’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과연 박근혜 정부는 ‘원세훈 일병’을 구하라는 명령을 내렸으며 중대장 역의 황교안은 모든 비난을 무릅쓰고 원세훈 일병 구하기에 신명을 바치고 있는가.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원세훈 사건에 대해 청와대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단언했다. 믿어야 한다. 믿지 않으면 너무 끔찍하다.
풀숲을 기어 다니는 미물의 생명도 존귀하다. 아물며 인간이야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그러나 해충 박멸은 누구도 탓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은 다르다. 그러기에 법이 존재하고 법의 의해서 인간은 지은 죄에 해당하는 합당한 처벌을 받는 것이다. 그래야 공정한 사회며 국민이 정부를 믿는다.
원세훈이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느냐 여부는 법이 판단할 문제다. 검찰은 수사를 해서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로 기소를 하기로 결정을 했다고 전한다. 황교안 법무장관이 영장발부의 제동을 걸고 있다는 소문은 국민들에게 널리 퍼져 있고 그 때문에 채동욱과 황교안이 갈등을 빚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은 어리석은 듯 해도 현명하다. 아무리 그럴듯한 이유로 원세훈의 기소를 막는다 해도 국민을 설득시킬 수는 없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란 영화는 ‘스티븐 스필버그’란 걸출한 감독을 통해서 수천만 세계인의 감동을 불러 일으켰다.
황교안의 ‘원세훈 일병 구하기’란 드라마는 어떻게 완성될 것인가. 또 다른 채동욱 감독에 의해 만들어지는 ‘원세훈 일병 처벌’은 어떻게 될 것인가. 온 국민의 주시속에 운명의 시계는 돌아가고 있다.
국민들의 가슴속에서 타오르고 있는 분노를 황교안은 외면하면 안 된다.
이기명 팩트TV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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