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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명 칼럼]생일날 엄마 찾아온 지현이
등록날짜 [ 2014년11월02일 02시56분 ]
팩트TV뉴스 이기명 논설위원장
 
【팩트TV】 ‘지금도 꿈속에서 ‘살려달라’고 울부짖는 아이들의 비명이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오늘 국회에 들어오면서도 오열하는 부모님들의 통곡을 들었습니다. 모두가 내 책임입니다. 경제도 중요합니다만 그러나 국민들 가슴에 못이 박힌 세월호 문제는 반드시 해결하겠습니다.‘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마치고 붉은 카펫을 밝고 나오던 대통령이 문득 발을 멈췄다. 그는 피켓을 들고 ‘살려달라’고 오열하는 세월호 유족들 앞으로 다가갔다. 황지현의 어머니도 있었다. 대통령은 지현이 어머니를 감싸 안았다. 대통령의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수행하던 장관들도 경호원도 유족들도 모두 울었다.



이런 상상을 하는 사람을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할까. 각자의 자유다. 그러나 상상만으로도 얼마나 세상이 따뜻해지는가.
 
■상상과 현실
 
인간의 상상이란 참으로 편한 것이다. 이런 상상까지 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인간에게서 상상의 날개마저 꺾어 버린다면 어떻게 살아 갈 수 있을까. 세상에 아무리 극악무도한 독재자라 할지라도 인간의 상상만은 제어할 수가 없다. 하긴 독재 시절 무슨 생각을 했느냐고 고문을 당한 사람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도 상상만은 인간의 마지막 낙원이고 피난처다.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마치고 국회를 나섰을 때 60여 명의 유족들이 대통령에게 눈물로 호소했다. ‘만나 주세요. 살려 주세요.’ 대통령이 유족들을 만난다 해도 아이들이 살아올 리 만무하다는 것을 유족들이 왜 모르랴. 유족들은 할 말이 많다. 가능한지 불가능한 것인지는 나중 일이고 우선은 대통령에게 하소연하고 싶은 것이다.
 
대통령이 발길을 멈추고 유족들을 만나 잠시 대화를 나누고 그들을 위로해 주었다면 어땠을까. 두말할 필요도 없이 대통령의 따스한 마음이 온 국민의 가슴속에 훈훈하게 전달이 되었을 것이다. 모든 국민이 손뼉을 쳤을 것이다. 왜 안 했을까. 왜 못했을까. 너무나 국사에 바빠서 그랬을까. 보통사람의 머리로는 이해가 어렵다. 꿈과 현실을 그래서 다르다는 것일까.
 
 그러나 한가지만은 분명하다고 믿는다. 인간의 가슴 저 깊숙하게 자리 잡은 선한 마음은 언제 어느 때라도 인간의 차가운 마음을 녹인다는 사실이다. 그것이 하늘의 뜻이다.
 
■생일날 엄마에게 돌아온 딸 황지현
 
아무 죄 없이 자식들이 세월호 침몰로 죽었을 때 부모들은 혹시나 살아 돌아올까 빌고 또 빌었다. 살아올 가망이 없다는 마지막 희망의 끈을 놓았을 때 시신이나마 찾을 수 있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마저 헛된 바람이 되었을 때 그들은 시신을 찾은 부모들을 부러워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중에서 황지현 양이 200일이 다 되어서 돌아왔다. 시신으로나마 부모님 품으로 돌아왔다. 아직 시신조차 못 찾은 가족들은 얼마나 부러웠을까. 지현이가 돌아온 날은 하늘의 뜻인가. 바로 지현이 생일이다. 지현이 어머니는 생일상을 차려주며 한없이 울었다. ‘지현아 니 생일이다.’ 그 마음을 하늘인들 헤아릴 수 있으랴. 누구도 알 수가 없다.
 
한 가지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이 있다. 온 마음으로 그들을 위로 할 수는 있다. 인간의 죽음은 명대로 다 살아도 슬프다. 하물며 비명에 세상을 떠난다면 얼마나 원통하랴. 우리 애들이 원통하게 죽었다. 왜 학생 애들한테만 유난을 떠느냐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게 아니다. 애들은 모두가 우리 자식들이기 때문이다.
 
자식 낳고 길러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자식이 어떤 존재냐. 자식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지 할 수 있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어른들은 애들이 억울하게 죽었다고 생각한다. 가만히 있으라는 어른들의 말에 구명복을 입은 채 꼼짝 않고 가만히 있다가 죽은 애들이 자신들의 잘못으로 목숨을 잃었는가. 어른들의 잘못이다. 우리 어른들이 책임을 져야만 사람이다.
 
왜 그리도 인색한가. 대통령도 이미 잘못을 시인하지 않았던가. 모든 책임을 진다고 하지 않았던가. 책임을 밝히고 책임질 사람은 책임을 져야 한다. 응분의 보상도 해야 한다. 이것이 국가가 해야 할 일이고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이다. 왜 뒤로 빠지는가. 책임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전 국민이 지켜보는 TV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목이 메어 한 말은 무엇인가. 거짓말이었단 말인가. 국민은 그것을 묻는 것이다.
 
새누리당 국회의원 중에 차마 인간으로서는 하지 못할 막말을 한 자들도 있다.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에 비유하고 ‘유족들 입 닥치라’는 망언을 서슴지 않는다. 이 사람들이 자식을 길러 봤는가. 만약에 지 자식들이 그런 일을 당했다면 같은 망언을 할 수가 있는가. 차마 함께 땅을 밟기가 싫다.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는 역사가 달라져야 한다. 바로 인간성의 소멸과 부활이다. 이 땅에서 얼마나 많은 죄 없는 생명이 죽어 갔는가. 힘없는 약소민족으로 강대국에 도륙을 당하고 같은 민족끼리도 총질하면서 죽이고 죽었다. 세월호 유족과 희생자들은 온 국민이 함께 감싸 안아야 할 가엾은 사람들이다.
 
■지현이와 엄마의 눈물을 닦아주자
 
얼마나 꿈 많은 열여덟 지현인가. 어느 누구도 지현이의 꿈을 짓밟을 권리가 없다. 잠시 눈을 감고 재잘거리며 뛰어놀던 지현이의 모습을 되살려 보자. 배에 물이 차오르는데도 ‘기다리라’는 어른들의 말 만 믿고 짜디짠 바닷물을 마시고 숨졌을 우리 가엾은 지현이를 생각하자.
 
세월호 특별법을 여야가 합의했다고 한다. 200일이 걸려야 할 법안이었던가. 대통령이 책임지겠다고 눈물을 흘리며 약속한 것이 아니던가. 국가가 무너지는 일도 아니고 이해득실을 따져야 할 일도 아니다. 억울하게 숨진 애들의 한을 풀어주자는 것이다. 한을 품고 죽으며 눈을 못 감는다고 한다.
 
이제 애들이 눈을 감았을 것 같은가.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인간이 얼마나 모질고 독하다는 것을 국민들은 똑똑히 알았을 것이다. 권력이라는 것이 저렇게 잔인한 것인지 새삼 치를 떨었을 것이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후 여론이 들끓었을 때 대통령의 눈물은 국민에게 많은 감동을 주었다. 아아 이제 세월호 참사는 매듭을 짓겠구나. 대통령의 저 결심을 어느 누가 거역할 수 있으랴. 그러나 세월호 가족들의 희망은 절망으로 변했다. 원망으로 변했다.
 
세월호 참사를 바라보는 대통령의 시각을 옳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얼마나 되겠는가를 생각한다. 도대체 대통령의 눈물은 무엇이었단 말인가. 분명하게 그것은 거짓이었다. 왜 거짓말을 했는가. 역시 대답은 없고 국민 역시 이해할 도리도 방법도 없다. 이는 세월호 유족만이 아니고 국민의 불행이고 대통령의 불행이다. 세상에 자식 가진 부모의 마음은 다 같다.
 
200일 만에 시신으로 돌아온 딸의 생일상을 차려주는 지현 어머니의 가슴은 얼마나 미어질까. 창자 마디마디가 끊어지는 고통일 것이다. 애가 끊어지는 것이다. 이런 부모의 고통을 생각하며 대통령도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흔히들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사람들에게 살아 있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 있다. 이제 모두 잊고 편안히 쉬라고 한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미안해서 하는 말이겠지. 그러나 살아 있는 자들이 해야 할 일은 따로 있다. 세월호 희생자를 통해서 비로소 눈뜬 우리다.
 
이 세상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제2 제3의 '세월호‘를 찾아내고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의 자식들이, 우리의 이웃이, 우리 국민이 행복하게 살 수 있다. 더는 거짓 눈물을 흘리는 대통령을 보지 않아도 되는 나라가 되는 것이다.
 
그것이 세월호에서 숨진 우리 아이들과 200일이 지난 생일날 돌아온 지현이와 어머니를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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