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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현 칼럼] ‘무성대장’, 맷집이 겨우 그 정도인가
등록날짜 [ 2014년10월23일 10시20분 ]
팩트TV 정운현 보도국장
 
【팩트TV】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가 요즘 ‘동네북’ 신세다. 야당 등 비판세력들에 이어 한통속이나 마찬가지인 청와대로부터도 두들겨 맞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당-청 간에도 때론 이견이나 충돌이 있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쳐도 지금의 형국은 모양이 그리 좋지 않다. 앞서 김 대표는 자신의 중국에서의 개헌 발언에 대해 곧바로 사과했다. 그리고 어제(22일)는 “대통령과 절대 싸울 생각이 없다”며 또다시 백기를 흔들어 보였다. 그럼에도 ‘청와대 고위인사’라는 자는 때린 데를 또 때리고 나섰다. 사안의 옳고 그름을 떠난 전례가 드문 일이다.
 
그제(21일)는 김 대표가 취임한 지 100일이 되는 날이다. 예전 같으면 청와대에서 당 대표실로 축하 난 같은 것을 보낼 법도 하다. 그러나 이날 김 대표가 청와대로부터 받은 것은 축하 난이 아니라 따가운 힐난이었다. ‘청와대 고위인사’로 보도된 윤두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포문을 열었다. 김 대표가 중국에서의 개헌 발언을 다음날 ‘불찰’이라며 사과한 것을 두고 “실수로 언급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한 것. 다시 말해 의도적인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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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 17일, 청와대를 방문한 새누리당 지도부가 박근혜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사진출처 - 새누리당)

물론 윤 수석 말대로 그럴 수도 있다. 즉, 김 대표가 다분히 계획된 수순에 따라 행한 의도적인 발언일 수도 있다. 일각에서 이를 두고 ‘치고 빠지기’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문제는 청와대가 그런 의도를 간파했다고 쳐도 여당 대표를 이런 식으로까지 공개적으로 면박을 줄 필요가 있느냐, 그리고 그럴 필요가 있었다면 그 속내는 무엇일까 하는 점이다. ‘대통령의 입’인 윤 수석의 이번 발언은 개인 차원의 발언이라기보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심중이 반영된 것이라고 하겠다.
 
그렇지 않고서야 일개 청와대 수석이 집권세력의 한 축인 여당의 대표를 이런 식으로 망신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특히 여당내 차기 대권주자 첫 번째로 꼽히는 그임에랴. 오죽하면 야당의 박지원 의원이 나서서 김 대표를 감싸고 나섰겠는가. 박 의원은 이날 아침 한 라디오 프로에 출연해 “같은 정치권 국회의원으로서 모멸감을 느낀다.”며 윤 수석을 향해 “자기가 무슨 고위층이에요?”라며 깔아뭉갰다. 물론 박 의원은 김 대표의 발언이 의도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했지만.
 
이번 김 대표를 둘러싼 논란은 정계의 핫이슈 가운데 하나인 ‘개헌’ 문제를 거론한 것이 발단된 건 맞다. 그러나 그 속사정은 꼭 이것만은 아닐 것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김 대표는 새누리당 내 차기 주자 1순위로 꼽히는 인물이다. 물론 이 같은 상황은 언제든 뒤바뀔 수 있지만, 어찌 보면 그 말고는 뚜렷한 후보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바로 이 지점이 청와대로서는 신경이 쓰이는 대목일 것이다. YS 정권 말기 유력후보로 부상한 이회창을 두고 한때 ‘7년 임기가 시작됐다’고 했던 적이 있다.
 
김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을 만든 1등 공신 중의 한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당 대표가 되어 당권을 장악하고 차기 주자로서의 입지까지 다진다면 청와대로서는 곤혹스러울 것이다. 게다가 요즘처럼 박 대통령의 인기 하락과 국민적 실망이 절정에 이른 형국에서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만약 김무성 대표의 ‘7년 임기’ 같은 것이 현실화된다면 그건 곧 박근혜 대통령의 레임덕으로 귀결되는 셈이다. 그러니 청와대 참모가 김 대표 저격수를 자처하고 나선 것은 어쩌면 당연한 처사인지도 모른다.
 
'7년 임기' 앞둔 부자몸조심
 
문제는 그같은 공격에 대해 김 대표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인데 생각보다 그의 ‘맷집’이 약해 보인다는 점이다. 중국에서의 개헌 발언 건도 그렇다. 생뚱맞은 말을 한 것도 아니고 또 못할 말을 한 것도 아니다. 이미 국회에서 여야 의원들로 개헌논의 모임이 꾸려져 활동하고 있고, 여야 의원 300명 중 231명이 개헌에 찬성한다는 한 조사결과도 나온 바 있다. 따라서 정기국회가 끝나고 나면 개헌론이 봇물을 이룰 것이라는 김 대표의 말은 전혀 근거 없는 건 아니다. 그게 정색을 하고 말했든 아니면 지나가는 말로 했든 간에 말이다.
 
그런데 귀국하자마자 다음날 바로 꼬리를 내리고 대통령에게 사과를 한 것은 그답지 않다. 물론 ‘친박’ 홍문종 의원 같은 사람들이 걸고넘어지니까 신경이 쓰이기도 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렇게까지 저자세를 보일 일은 아니다. 그러니 청와대조차 그를 우습게 보고(?) 물고 늘어진 것이 아닌가 싶다. 차라리 국회에서 개헌 문제를 공론화하는 것은 바람직하다는 투로 밀고 나갔어야 옳았다. 그런데 김 대표는 그리하지 않았다. 왜일까? 바로 ‘부자 몸조심’ 때문이다.
 
집안 얘기, 딸 문제 등으로 당장은 꿀리는 구석이 없진 않지만, 근본적으로는 대권에 대한 욕심 때문일 것이다. 얼마 전 그는 한 인터뷰에서 자신은 대권에 관심 없다는 투로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그걸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국회의원 3선만 돼도 대권 꿈을 꾼다는데 현재의 그로서야 무엇이 부족할까? 인맥에, 경력에, 킹메이커 공로에 당내 파워까지. 오히려 넘친다면 넘치는 셈이다. 그러니 그런 그가 사자의 코털을 뽑으려 할 이유가 없질 않겠는가.
 
문제는 이런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화려한 경력과 인맥, 집권당 프리미엄 등을 감안하면 이회창이 ‘상고 출신’ 노무현한테 이겼어야 마땅했다. 그러나 결과는 이회창이 노무현한테 졌다. 노무현은 이회창이 갖고 있지 않은 많은 색다를 것을 갖고 있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맷집’이다. 재야 변호사 활동과 민주화운동 경험 등을 통해 밑바닥 정서를 잘 알고 그들과 어울리면서 다져진 맷집. 바로 그 맷집이 곧 뚝심이 돼 고난을 극복하고 좋은 사람을 모으는 데 큰 동력이 됐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김무성 대표는 부족한 점이 많다. 무엇보다도 그는 맷집이 약하다. 부잣집 자식으로 태어나 눈물의 빵을 먹어본 적도 없고, 밑바닥 사람들과 뒹굴며 고락을 같이 한 적도 별로 없어 보인다. 그저 ‘도련님’으로만 자라온 셈이다. 젊은 시절 그는 YS 밑에서 잠시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때의 경험이 그의 근본배경이나 뿌리를 바꿀 만큼 강하게 체화됐다고 보긴 어렵다. 한때의 추억이요, 하나의 장식품에 불과할 뿐인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현재로선 뭣 하나 부러울 것이 없는 그가 이렇게도 비굴하게 굴 수가 있을까 싶다.
 
필자는 김 대표가 대권 꿈을 접으라거나 반대로 키우라는 그런 얘기가 아니다. 그런 ‘꿈’을 논하기 이전에 김 대표는 맷집부터 키워야 한다는 얘기다. 김 대표의 별명이 ‘무대’, 즉 ‘무성대장’이라고 한다. 대장도 대장 나름이다. 동네 뒷골목에서 조무래기 몇을 데리고 노는 골목대장도 있고, 수만 명의 병사를 지휘하는 별 넷의 대장도 있다. 개헌이 시대정신이라고 판단되면 밀어붙여야 한다. 그리고 혹 그 과정에서 상처를 입는다면 그런 것 정도는 각오해야 한다. 그것이 정치 지도자의 길이요, ‘대장’의 길인 것이다. ‘무성대장’, 그 이름값은 해야 되질 않겠는가?
 
 
정운현 팩트TV 보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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